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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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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16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7.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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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빛으로 향하는 길(1)

DUMMY

“아. 맞아. 조호완 능력자! 기억났어요. 근데 그 사람...”


미혜의 시선이 로운을 향했다.

미혜 뿐만 아니었다.


모든 이의 시선이 로운을 향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그 사람 대표님과 관련이 있어요?”


서우는 무슨 일이냐는 듯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함께 로운을 바라봤다.

로운의 표정을 말로 형용하기 힘들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했고, 기쁜 것 같기도 했으며 슬픈 것 같기도 했다.


“개새끼들이...”


로운을 대신하여 자신이 화를 내겠다는 듯이 제천이 이를 갈았다.

그의 시선이 조호완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게 서윤화에게 하는 말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장난치는 거냐고!”


제천이 서윤화를 찾겠다는 듯이 사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외침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아...”


한줄기의 빛이 제천의 심장을 향해 날아왔다.

만약 서우가 제천의 옆구리를 걷어차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게 무슨...”

“감사 인사는 넣어둬도 돼.”


장난스러운 말이었지만 표정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제천을 스쳐 지나간 빛은 벽에 균열을 남기고 나서야 사라졌다.


“일단은 화는 나중에 내야겠는데요.”

“그러게요.”


서우의 말에 로운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그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 없으리라.

있다면 아마 그건 제천이 아닐까.


빛에서 나온 조호완은 우리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제천을 공격했다.

그걸 시작으로 조호완이 우리를 향해 뛰었다.


살아있을 적에 봤던 조호완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사람 좋아 보이는 눈매조차도 그대로였다.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우리를 향해 칼을 들이밀고 있다는 것뿐이겠지.


“그런데 조호완 능력자는 신체 강화형 능력자 아니었어요?”


조호완의 공격으로 인해 흩어지며 내 곁으로 온 나래 씨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확실히 지금까지 봤던 능력자들은 이전의 능력을 기반으로 개조된 느낌이었다.


물론 홍예찬 때도 다르기는 했지만 석 씨의 증언에 의하면 살아생전에도 신체 능력이 나쁘지 않았다고 했으니...


지금은 확실히 모르겠다.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오는 조호완의 칼을 막아내는 제천은 버거워 보였다.


원래 칼을 쓰던 사람이었나?

이전에 로운과 대련을 하는 사진을 봤던 것도 같다.

아니 봤었나... 꿈에서 본 것처럼 희미했지만 두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형은 원래 칼 잘 썼어요. 너무 잔인해서 싫다고 한 거지.”


언제 옆으로 왔는지 모를 로운이 말했다.

잔인... 하다라.


조호완이 싸우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짧고 확실하게 끝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게 너무 잔인하게 죽이고 싶지 않아서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에요...”


설명을 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지 로운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낮게 쳐진 목소리가 그가 지금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로운 씨. 괜찮아요?”

“네?”

“조호완 능력자는...”

“... 제 우상이죠. 영웅이자. 저의 형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요. 언젠가 그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로운의 표정이 변하기를 멈췄다.

그의 감정이 하나로 모여졌음을 알 수 있었다.


“형은 죽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


누군가는 독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가 저 말을 내뱉기까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어쩌면 제천이 예찬을 본 것부터.

혹은 우리가 처음 소원을 만났을 때부터.


그는 마음의 준비를 해왔을지도 모른다.

탑에게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이었으니까.

언젠가는 이런 만남이 올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이다.


“제가 망설인다면 안 되는 거겠죠.”


로운의 주변으로 얼음 조각이 나타났다.

조호완이 제천을 향해 던졌던 빛 조각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얼음 조각은 덩치를 키우더니 이내 정신없이 제천에게 공격을 쏟아내는 조호완을 향했다.

뒤통수에도 눈이 있는 것인지 조호완은 휘두르던 칼을 멈추고는 공격을 피했다.


상대를 지나 날아간 얼음 조각은 벽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하고 부서져 사라졌다.


“와. 로운 형 공격이 저 정도면 나는 아까 죽을 뻔한 거잖아!”


그걸 지금 안거냐고.

제천의 외침에 나도 모르게 나오려던 소리를 애써 참았다.


“약점을 먼저 찾아야 해요. 저와 석 씨가 형의 움직임을 막아보겠습니다.”

“저도 가겠어요.”


로운의 시선이 잠시 나래 씨를 향했다.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걱정이 묻어나는 눈이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최대한 저희 뒤에서 조심해 주세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위험은 두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이곳에 들어온 이상.”


탑의 위험은 사람을 가리며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위험한 일일수록 더 사람이 붙어도 괜찮다는 거겠지.


“그럼 부탁합니다.”


내 말을 끝으로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뛰었다.

다행이라면 조금 전의 공격으로 조호완의 신경이 제천을 떠나 로운을 향했다.


공격한 상대를 따라가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제천은 그를 공격한 적이 없었다.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선배. 어떻게 하면 돼요?”


다들 이렇게 기척 없이 다가오는 지.

이번에는 서우가 곁으로 뛰어와 속도를 맞추며 물었다.


“약점을 찾아야 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을 전해주겠어?”

“예? 제가요?”

“네가 우리 중에 제일 빠르고 잽싸니까.”

“...”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흩어진 일행들에게 말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서우는 제격이었다.

큰 소리로 전할수도 있었지만 못 듣는 이가 생길 수도 있었다.


“저에게 맡겨주세요.”


서우는 명령을 받들겠다는 말장난 같은 소리를 하더니 미혜를 향해 뛰었다.


“서우야! 빛을 조심하라고 해!”

“네!”


멀어져가는 모습에서 멀어져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빛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 빛이 내려오는 위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다들 홀리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며 고개를 들지 않았기에 눈치 챈 사람이 없었다.

백색의 빛이 점점 황금빛으로 변해가더니 검은 빛과 함께 소용돌이 쳤다.


절대 섞일 수 없다는 듯이 두 개의 마력은 소용돌이치며 뒤섞일 뿐.

섞이지 않았다.


꿀렁거리는 마력 사이로 번개 같은 것이 얼핏 보였다.

조금 전 조호완이 제천을 향해 던졌던 것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저게 하늘에서 쏟아진다면 우리는 무력하게 맞을 수밖에 없으리라.


“진짜 최악이네.”


나는 가방에서 병 하나를 꺼내 마셨다.

은은한 차향이 별미인 밀크티가 부드럽게 넘어갔다.


[해당 음료의 효과가 5분간 지속됩니다.]


눈앞에 나타난 창을 껐다.

창 너머에 제발 원하는 모습이 있기를 바라면서.


“하...”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


“이제 이런 잔재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건가.”


역시나 조호완의 약점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로운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드는 그를 석 씨가 가로막고 나래 씨의 마력이 감싸 쥐었지만 소용없었다.


마력이 보이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석 씨를 뛰어넘으며 스킬도 피했다.

공격을 피하는 잠깐의 틈을 노린 제천이 달려들어 칼을 휘둘렀지만 그 또한 가볍게 피할 뿐이었다.


제천뿐만이 아니다.

미혜도, 서우도, 승주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공격을 하고 있었지만 무엇 하나 맞지 않았다.


마치 사방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모두 보는 것 같다.

아니...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 미리 알고 있던 사람 같았다.


“이거 어떻게 할 수 있는 거 맞냐고!”


멀리서 미혜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차라리 칼로 물을 베리.

어떤 공격도 피하고 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마저도 피하는 상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지혁아.”


방법이 보이지 않아 입술만 물어뜯고 있는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서 소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피...”


소원의 손끝이 입술에 닿자 그제야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발밑으로 몇 개의 핏방울이 떨어져 있었다.


“나... 나 전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


이런 상황에서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소원에게 이런 투정을 부려도 얻을 수 있는 답은 없었다.


“여긴 우리에게 불리한 공간이야.”

“...”


애초에 우리에게 유리했던 공간이 있었던가.

원래 살아가던 터전조차도 이제 우리의 것이 아닌데.


“아니야. 그런 의미가.”


나도 모르게 생각이 표정에 드러난 것인지 소원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고갯짓을 따라 더듬이가 가볍게 흔들렸다.


“여긴 너무 많은 존재들이 바라보는 곳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돌리지 말고 말해줘.”


소원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베시시 웃어보였다.

불과 몇 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너무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는 미소였다.


한바탕 진상이 지나간 곳을 혼자 치우고 있을 때 같이 치우자고 말할 때 소원이 짓던 미소였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기뻐서 웃는 것은 아니란 것을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알고 있다.


“이곳은... 신전이야.”

“신전... 이였구나.”


신전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비슷한 느낌이기는 했다.


“그럼 저 빛이 신이라는 거야?”

“...”


소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호완 능력자는?”

“...”


이번에는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신전을 지키는 사람...?”

“...”


이번에는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다.


“미안해. 난 너희들과 함께 하고 싶어.”

“이미 우리는 함께 있잖아.”

“...나는...”


소원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어떤 진상을 만나도, 교수님께 혼나도, 요리하는 게 너무 힘들어도 울지 않았던 소원이었다.


“여기서 길을 잃고 떠돌고 싶지 않아.”


목소리가 떨렸다.

분명 헤나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

자신을 찾아달라고.


“그렇기 때문에 다 말할 수 없어. 지켜보는 자들이 너무 많으니까.”


소원의 시선이 위를 향하다 말고 되돌아왔다.

조금 전 소원 또한 저 마력에 홀려있었기 때문이리라.

마치 봐서는 안 될 아주 무서운 존재를 대하듯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알았어. 그럼 몇 가지 질문에 대답만 해줘.”

“...”

“조호완 능력자는 신관이야?”


좌우로 움직이는 고개.


“... 그럼 수호자 같은 거야?”


이번에도 좌우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뭐지?


“... 신이야?”


이번에는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않았다.


“신과 비슷한 존재야?”


고개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저 빛을 없앨 수 있다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을까?”


소원의 고개가 애매하게 옆으로 기울었다.

맛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의 모습이었다.


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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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으로 향하는 길(1) 24.07.01 10 0 11쪽
213 서로 다른 존재(5) 24.06.28 14 0 11쪽
212 서로 다른 존재 (4) 24.06.24 14 0 12쪽
211 서로 다른 존재(3) 24.06.21 12 0 13쪽
210 서로 다른 존재(2) 24.06.19 12 0 14쪽
209 서로 다른 존재(1) 24.06.17 12 0 12쪽
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12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2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5 0 13쪽
205 흩어지는 미로(2) 24.06.07 13 0 13쪽
204 흩어지는 미로(1) 24.06.05 10 0 14쪽
203 싸우면서 크는 거지(5) 24.06.03 14 0 13쪽
202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11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10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12 0 14쪽
198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5) 24.05.22 11 0 13쪽
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16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4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5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4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3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4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4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20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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