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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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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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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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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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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흩어지는 미로(4)

DUMMY

“...”


적막하게 이어지던 걸음 소리가 하나 둘 멈췄다.

허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헤나투에 소원과 나래의 걸음도 차례로 멈췄다.


“왜 그러세요?”

“물 소리...”


나래의 질문에 헤나투가 혼잣말처럼 말하더니 이내 나래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이어졌다.

이에 나래의 시선이 소원을 향했다.


“어... 이번 층은 좀 다른 것 같대요. 불안정하다고... 주민들?”


헤나투는 낮고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면 그들의 언어를 모르는 나래조차도 소원이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이유가 속도에 있다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헤나투 씨?”

“아...”


소원의 부름에 헤나투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털었다.


“왜 그래요.”

“우리 어쩌면 탑에 삼켜진 걸지도 모르겠소.”

“탑에 삼켜져요?”

“...”


되돌아온 질문에 헤나투가 생각을 정리하듯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대들이 오르는 탑이라는 곳은 조금... 정돈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소.”

“정돈이라고요?”


나래의 시선이 소원을 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가볍게 오르내리는 소원의 어깨뿐이었다.


“탑... 애초에 층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소. 인간들이 밖에서 바라보는 이곳이 탑의 형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헤나투 자신도 혼란스러운 듯 단어를 고르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이 세계 자체도 정돈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소. 누군가 일부러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내듯이 ... 하지만 당신들이 보고 있는 탑이라는 곳은 단순히 그런 공간들의 집합이 아니오.”

“무슨... 소리에요?”


이해할 수 없다는 나래와 소원의 얼굴에 끄응하는 낮은 신음소리만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당신들이 사는 곳... 지구. 지구가 필요에 의해서, 정해진 대로 나뉘어서 어떤 교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면 이해가 되오?”

“이미... 반쯤 그런 상태기는 했죠.”

“훨씬 전. 당신들이 평화로운 삶을 이어가던 그 시절에도?”

“... 음... 조금은...?”


자신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던 시절.

나래는 그 시절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언제라도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때가 이제는 누군가의 예시로밖에는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도 있고... 조금 유동적이었죠. 말씀하신 예시가 이런 부분이 맞다...면요?”


애초에 이해가 되지 않는 비유에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이 바람직한 대답이었을까.


“이 세계는 당신들이 살던 곳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공간이었소.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는... 당신들이 오른다고 말하는 탑은 겉보기에는 이 세계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나래는 쉽사리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헤나투의 다음 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다른 층... 이라고 부르는 곳과 단절되어있는 형태라는 거오.”


헤나투 본인도 자신이 제대로 된 비유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지식을 전하고, 타인의 지식을 받아들이기에 인간과 자신들 사이에 격차가 너무 컸다.


그걸 좁히기 위해 언어를 배우고, 그들에 대해 배웠지만 여전히 그 틈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은... 수많은 공간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의 틈 사이에 누군가 비집어 만들어 둔 것 같소.”


헤나투는 말을 하면서 스스로 놀랐다.

언어가 다르기에 제대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만큼 적절한 비유를 들지 않았나.


하지만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 헤나투에게 돌아온 것은 곤란해 보이는 나래의 얼굴이었다.

그나마 소원이 아리송하지만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정확히 어떤 곳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겠소. 누군가 강제로 만들어낸 공간이 절대 안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란 거오.”

“... 최대한 빨리 여기서 나가야겠네요.”


개념이라든가 이론 같은 게 지금 뭐가 중요하겠는가.

자신이 하려고 하는 말을 정리하자면 그러했다.

헤나투의 말을 소원이 더 짧은 문장으로 요약했다.


“가까운 곳에서 낯선 기척이 느껴지오. 이쪽으로...”


가볍게 눈을 감았다 뜬 헤나투가 앞장 서 뛰었다.

그 뒤를 나래와 소원이 뒤따랐다.


앞장서던 걸음은 점점 빨라지더니 뜀박질에 가까워졌다.

뛰는 것도, 갈림길에서 나아갈 길을 찾는 것에도 거침이 없었다.


다만 비슷한 길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탓에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물어볼 수 없는 것은 물어볼 여유도 없이 빠르게 이동 했으며, 앞만 보며 달리는 헤나투의 얼굴에 진지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오.”


열심히 달리던 헤나투가 불현 듯 멈춰 선 곳은 지금까지 지나쳐온 곳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곳이었다.


“여기 뭐가 있나요?”


나래가 주변을 둘러봐도 다른 점이라거나 수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아래오.”


그런 나래에게 헤나투가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며 답했다.


“아래라고요?”


아래라고 하는 말에 바닥을 바라봐도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건 똑같았다.


“여기를...”


허공에 나타난 마법진에 자연스럽게 손을 넣은 헤나투가 기다란 창 하나를 꺼내들었다.


나래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는 무기였다.


창을 꺼내든 헤나투가 창의 끝을 바닥을 이루고 있는 돌의 사이에 찔러 넣었다.

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쉽게 박혔다.

이후 창의 끝을 아래로 끌어당기자 돌끼리 긁히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 4개를 이은 정도 되는 크기의 돌이 바닥에서 떨어져 나왔다.


탑의 아래에는 뭐가 있을까?


‘64층이니까... 63층이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던 나래는 고개를 저었다.

불과 몇 분 전에 그런 건 인간에게 맞춰진 기준일 뿐이라고 헤나투가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생각을 지워버리고 나니 오히려 더 감이 오지 않았다.

흙바닥이 있다고 하기에는 빈 공간에서 공기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축축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아니면 지금까지 자신들이 왔던 길처럼 똑같은 길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틈 사이로 빛이 나와 통로를 비췄다.


최소한 이곳보다 축축하고, 밝은 공간과 이어져 있는 것이리라.

아니면 이전에 60층에서 보았던 꿈의 세계와 같은 원리가 아닐까?


그때도 시시각각 바뀌었던 것 같다.

꿈을 꾼 것 같은 희미한 기억 속에서도 시시각각 바뀌던 풍경은 어렴풋이 떠올랐다.


완전히 제거된 돌 사이로 셋의 머리가 모여들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존재의 정수리였다.


금속으로 된 가시가 솟아 나 있는 정수리는 갑옷처럼 단단해보였다.


그 아래에는 넓은 물웅덩이가 있었으며 존재를 알 수 없는 생명체의 앞에 익숙한 얼굴을 한 이가 있었다.


“서우 씨?”


나래의 외침과 동시에 일어난 헤나투가 다른 돌들도 바닥에서 떼어냈다.


4개 정도를 떼어내자 사람 한 명 정도가 지나갈 수 있는 크기가 되었다.


돌을 모두 꺼낸 헤나투는 다른 이들이 말릴 틈도 없이 창을 들고는 그대로 뛰어 내려갔다.


족히 몇 십 m는 될 것 같은 높이였지만 그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몇 십 m가 아닌 1m를 뛰어내린 것처럼 안정적이게 괴물의 정수리에 안착한 헤나투가 창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돌바닥도 두부를 자르듯 쉽게 파고들었던 창이 몇 번이나 튕겨나갔다.


“우리도 빨리 내려가요.”

“아. 네.”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챙기듯 소원을 띄우려던 나래는 그만 기운이 빠지고 말았다.

소원의 등 뒤로 꽃처럼 피어나는 날개는 아무리 봐도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소원은 가볍게 고갯짓을 하더니 바닥의 구멍 사이로 내려가 서우에게 향했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가볍게 친 나래도 소원을 따라 구멍으로 몸을 던졌다.


+++


서우는 곤란했다.

분명 물리적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미혜는 다시 확인을 해보겠다는 듯이 뛰어갔다.

그게 평소처럼 괴물의 패턴이나 규칙성을 찾기 위함이라는 것도.

미혜가 자신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자신의 말이 진지하게 전해지지 않은 건가 싶은 의문이 그의 마음속에 남았다.


“이야아아 멍청아아”


그렇기에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괴물의 몸 안에 들어가 액체처럼 흘러 다니는 미혜를 보고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마법도, 물리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이럴 땐 어떡하지...’


자신이 위험한 것은 상관없었다.

설마 스모어가 자신을 버려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혹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이 다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미혜는 지혁 다음으로 마음을 열어준 사람이었다.

최소한 마음을 열어주었다라고 생각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숨을 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미혜는 지혁이 아끼는 사람이 아니던가.


‘이대로 죽게 두면 미움 받을지도 몰라.’


그게 서우의 가장 솔직한 마음이기도 했다.

아마 이 이야기를 미혜나 지혁에게 이야기 한다면 어떤 소리를 들을지 알 수 없겠지만...


그런 자신조차도 완전히 부정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어떠한 조건에 따라 물리적 공격이 통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는 것 같지만 그걸 차분하게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다만 미혜의 몸이 괴물의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은 자신 또한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기도 했다.


공격이 아니라면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들고 있던 칼을 내던지고 신발을 벗었다.


초등학생 때 배웠던 수영실력을 약 10 여년 만에 써볼 시간이었다.


운동신경에는 자신이 있었다.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몸은 기억할 테니까.


그렇게 당장이라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이곳의 축축한 냄새에 익숙해져있던 서우의 코에 꿉꿉한 냄새가 감지되었다.


얼핏 들으면 비슷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냄새들이었지만 엄연히 달랐다.


냄새를 따라 고개를 드니 천장에 아주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문제는 아무리 애를 써서 봐도 뭔지는 알 수 없었다.

고작해야 천장화에 점이 하나 생긴 것 같은 변화일 뿐이었다.


머지않아 점은 빠르게 커지더니 거기서 익숙한 무언가가 뛰어내렸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무언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괴물의 머리 위에 내려가 창을 휘둘렀다.


뭘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한 마음과 함께 몸이 먼저 움직였다.

물웅덩이는 한 두 발짝까지는 무지 얕았지만 그 뒤로는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별로 깊지 않은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았다.


“여기 정말 재수 없어!”


단말마 같은 외침을 내뱉으면 서우는 괴물의 곁까지 헤엄쳐 다가갔다.


괴물의 표면은 단단했다.

손바닥에서 차가운 액체의 느낌이 전해졌지만 확실하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주미혜!!”


눈을 감고 있는 미혜의 몸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이 괴물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래에서 받으면...’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우는 최대한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이내 물속으로 사라졌다.


정확히는 자신의 뒤로 소용돌이치는 바람기둥을 함께 했으니 땅굴... 아니 물굴을 파고 들어갔다는 것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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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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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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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3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5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3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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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4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20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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