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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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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2,958
추천수 :
274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5.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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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DUMMY

우리는 학교에 숨어있었다.

아이들은 무서워했고, 보호자를 찾았다.


다른 능력자들도 몇 있었지만 모든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지.


그래서 몬스터를 막는 것은 나와 소수의 능력자들뿐이었다.


“석 씨. 후문 쪽에서 몬스터들이 몰려옵니다. 수는 다섯 정도 됩니다만 크기는 중형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옥상에서 주변을 살피던 무리가 뛰어오며 그렇게 말하더군.


후문에는 3m 정도 되는 오크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고.


“걸음이 느려. 우리를 발견하진 못한 것 같아.”

“어떻게 할까요?”

“조금 더 지켜본다. 그저 지나칠 수 있으니까.”


전투를 하면 소모가 이루어진다.

최대한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었지.


하지만 우리에겐 예측하지 못한 게 한 가지 있었지.


꺄르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신나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크르릉


1층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을 발견한 오크들이 그쪽으로 갔다.


“아니다. 간다.”


상황을 설명할 틈도 없었다.

그 상황을 본 이상 머리보다는 몸이 앞섰다.


하지만 오크들은 덩치도 크고, 힘도 제법 세더군.


“잠깐... 잠시만... 으악!”


그때의 내가 맨손으로 막는 것은 한 마리가 최선이었지.


“어...오... 감사합니다.”

“도망쳐서... 다른 사람들을 더 불러...”

“네!”


전투 능력은 다른 사람보다 약하지만 가장 발이 빠른 사람이었다.


-크릉


금방이라도 바닥을 뚫고 들어갈 것 같은 힘이었다.


-크르릉...


한 번 힘을 잃으니 밀리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학교 벽면 돌무더기 아래였다.


“아...”


죽을 뻔한 적은 많았지만 그때만큼 무서웠던 적은 없다.

나만한 크기의 도끼날이 나를 향하고 있었지.


두려움은 오히려 몸을 굳게 하더군.

눈을 감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야.


정말 끝이구나 생각하던 차에 오크의 목이 돌아갔다.

내려오던 도끼가 힘없이 옆으로 넘어갔지.


“허억... 석아. 석아 괜찮아?”


말이 길었지만 고작 1분 언저리 정도였을 거다.

그 사이에 4층에서 운동장까지 뛰어온 거지.


“어... 고마워.”


내밀어진 손을 잡고 일어서려는데 예찬의 뒤로 다른 오크의 모습이 보였다.

둔기를 높게 쳐든 모습이 우리를 한 번에 보낼 생각 같았지.


예찬도 기척을 눈치 챘는지 뒤를 돌았다.

그가 마음을 먹고 직접 싸우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

아마 너와 같이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거였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한 손으로는 나에게 내민 채 다른 한 손을 오크에게 뻗었다.

터지듯이 나오는 불길에 오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분란이 있어도 대화로 해결했고, 다른 능력자의 싸움에 휘말리거나 맞는 일이 있어도 사람은 때린 적 없는 사람이었다.


항상 따뜻하게 주변을 챙기던 사람이 감정 없는 눈을 했을 때.

싸움 광인보다도 무섭더군. 차라리 오크 쪽이 탁하지만 더 순수한 눈빛이었다고 할 수 있겠군.


“너...”

“읏챠. 일단 일어나. 바닥이 차갑다.”

“...”

“내가 마력 조절을 잘 못해서...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모두 다 죽을 거거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후 며칠 동안 힘없이 다닌걸 보면 마력이 부족했던 게 클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찬이 한 말도 거짓말은 아니었을 거야.

그런 걸 보면서 제천과 형제지간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혼자 남았다면 어디서라도 살아있을 거라고 믿었다.

혼자 있을 때 강해질 수 있는 남자였으니까.


+++


빠르게 말을 끝낸 석 씨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랬다.”

“그랬군요.”


예전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도 서우와 홍예찬은 서로를 견제하며 간만 보고 있었다.


서우의 턱을 따라 땀이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싸우는 것보다 신경전을 하는 게 더 힘이 든 모양이었다.


“아저씨. 입구도 출구도 없어요.”

“그렇겠지...”


나도 석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변을 살폈지만 역시나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나저나 저 망나니네 형은 엄청 바른 사람이었네요.”

“...”


미혜의 질문에 석 씨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천을 망나니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 다른 의견이 없는 건가.


“예찬이 생전의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저 싸움은 서우가 진다.”


생전... 이라고 했다.


“어. 서우 언니 움직인다.”

“...”


기나긴 신경전을 끝내겠다는 듯이 서우의 칼이 칼집을 떠났다.

그와 함께 홍예찬도 주먹을 쥐고는 상체를 숙였다.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서우를 향해 홍예찬이 주먹을 뻗었다.

아니, 뻗었다고 생각했다.


홍예찬의 주먹도, 서우의 움직임도 한순간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잠깐,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잠깐 사라졌다가 돌아온 둘은 원래 자신들이 서있던 자리보다 조금 뒤로 물러났다.


“와.”


서우의 작은 탄식 소리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승패를 직감할 수 있었다.


홍예찬의 왼쪽 옆구리가 찢어지며 빛이 되어 흩어졌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처음부터 상처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멀쩡한 허리만 남았다.


반면 왼쪽 어깨를 맞은 것인지 왼팔을 축 늘어트리고 있는 서우.


“선배. 쟤 반칙 써요!”


지금 그렇게 말해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단다.


“이건 공격할수록 나만 손해인 것 같은데.”


서우는 투덜거리면서도 검을 바로 잡았다.

이에 홍예찬도 준비를 하듯 자세를 잡았다.


“선배. 딱 한 대 정도는 더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가 좋을까요?”

“마음대로 해라.”


좀 전의 상황을 봤을 때 어지간한 상처는 재생된다.

어딜 쳐도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다면 크게 의미가 없으리라.


그리고 서우가 치명상을 주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하다는 것을 좀 전의 일격으로 볼 수 있었다.

1대 1 방식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역시 제 방식대로 하는 게 맞겠죠?”


말과 함께 서우가 뛰어올라 검을 들어올렸다.

검 주변으로 마력이 모여들었다.


겉보기에는 뛰어올랐다가 아주 가뿐히 홍예찬의 뒤에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홍예찬 주변으로 바람이 모여드는가 싶더니 그의 몸 주변에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역시 안 되네.”


뒤를 돌아본 서우가 아쉽다는 듯이 한 마디 하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서우의 주변으로 불길이 솟아났다.


“어? 아저씨! 서우 언니 불타요!”


당장이라도 구하러 들어가고 싶은 미혜가 제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불타고 있는 서우에게서 앓는 소리가 들렸지만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고통을 참고 있는 것일까,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지도 못하고 불길 속에 있는 서우를 바라보고 있자니 경기장 위쪽에서 물줄기가 떨어져 불을 껐다.


더 이상 타지도 않고, 소리도 나지 않는 서우가 힘없이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런 서우를 향해 홍예찬이 천천히 다가가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뭐... 하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미혜 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로운도, 그 외의 다른 사람들도 말없이 바라봤다.


조심스럽게 서우를 안아든 홍예찬은 그대로 우리가 있는 통로 쪽으로 와 경기장 밖에 서우를 내려두었다.


그리고는 원래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 조용히 우리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가 얼어붙어 있는 와중에 석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치료부터 하지.”


승우가 서우의 곁으로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불길에 휩싸인 것 치고는 겉보기에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어깨뼈가 부러진 것 말고 ...”


상태를 살핀 승우가 상처를 치유하며 혼잣말을 하듯 말을 전했다.


“저 사람은 조심해야 해.”

“그렇소.”


승우의 말을 이으며 입을 연 것은 소원과 헤나투였다.

무슨 의미냐는 뜻으로 둘을 바라봤다.


“저 사람... 마나를 태워.”


마나를 태운다. 그게 무슨 뜻이지?


“인간도 몬스터도 마력을 쓰기 위해서는 마나를 생성해야 해. 마나는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계속 일정한 양을 생성하고 비축하게 되지. 어디서 생성한다고는 말할 수 없어. 혈관처럼 마나가 흐르는 흐름이 전신에 있거든.”


대학생 때 나에게 요리하는 법을 알려줄 때처럼 소원은 천천히 말했다.


“저 불은 그 마나의 흐름을 양분으로 불타고, 마나가 모두 떨어질 때쯤 물이 떨어졌어.”


소원은 말을 더 이으려다 말고 불편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하진 않지만 만약 저 물줄기가 없었다면 마나를 모두 소진한 서우를 양분으로 탔을 것이오.”


말을 잇지 못하는 소원을 대신하여 헤나투가 말을 마무리 했다.

듣기만 해도 꽤나 끔찍한 소리였다.


“상대를 죽일 마음은 없어 보이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쉽게 지나갈 수 없을 거야.”


마력을 쓰지 못하게 한다면 확실히 가망이 없다.

인간이 몬스터를 상대로 스킬도 없이 맨몸으로 싸워 이기는 건 하위 몬스터에게나 가능한 일이니까.


“일단... 승우가 상태를 살피고 나면 내가 볼게. 마나가 흐르는 통로가 완전히 망가졌어.”

“망가지다니... 단순히 마나를 태우는 게 아니야?”


소원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없다는 듯이 입을 닫았다.

대신 헤나투를 바라봤지만 그도 그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는 듯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저... 일단 어깨는 다 치료했는데 정신은 못 차리고 계세요.”


우리가 잠깐의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자신이 할 일을 끝낸 듯 승우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


“고생했어요.”

“...”


소원이 승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조금은 얼굴이 붉어진 승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칭찬을 듣는 일이 그리 익숙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회복이 끝나도 일어나진 못 할 거야. 한숨 자고 나면 일어날 테니까 걱정하지는 말고. 이번에는 서우 씨 보상 잘 챙겨줘.”


소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서우의 곁에 앉았다.

두 사람 주변으로 노란 빛이 실타래처럼 흘러나오더니 이내 하나의 고치가 되었다.


누군가 숨을 한 번 참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나에게만 보이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일단 져도 죽지는 않는다는 거네요.”

“아저씨는 가끔 정말 인간미 없는 소리를 할 때가 있어.”

“...?”


무슨 소리냐는 뜻으로 미혜를 봤지만 설명하기 귀찮은지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일 뿐이었다.


“다음은 누가 가지?”

“내가...”

“제가 가보겠습니다.”


미혜가 손을 들어 어필을 하려던 것을 로운이 막으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로운이 올라가자 일시정지 상태로 있던 홍예찬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서우 씨는 상성이 안 좋았던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만약에 둘 다 인간이었고 이곳이 탑 밖이었다면 검을 들고 있던 서우가 유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사람은... 이제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로운도 본 것이겠지 아까의 그 불길.


자신과 접촉했던 검을 따라 서우에게 뻗어나갔다.

맨눈으로는 보지 못했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마력의 모습이 그러했다.


로운은 싸울 때 대상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그건 원거리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적은 우리 팀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뿐이다.


로운은 기본적으로 마법 계열의 능력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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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9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0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3 0 13쪽
205 흩어지는 미로(2) 24.06.07 10 0 13쪽
204 흩어지는 미로(1) 24.06.05 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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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9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10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11 0 14쪽
198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5) 24.05.22 8 0 13쪽
»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13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1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0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2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2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1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2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2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6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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