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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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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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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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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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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싸우면서 크는 거지(2)

DUMMY

제천은 뛰었다.

우리를 지나 서윤화를 향해 뛰었다.

그의 손에 들린 칼이 힘없이 달랑거렸다.


칼을 제대로 쥘 정신도 없이 서윤화만을 바라보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반응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완전히 이성을 놓은 제천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가족을 잃은 분노 때문인지, 커피의 부작용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상할정도로 더운 이곳의 열기 때문인지.


아마도 모든 상황들이 그가 서윤화를 향해 이성을 잃고 달려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마음도, 기분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저 여자는 그렇게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재밌네요.”


여자가 씨익 웃어보이자 그의 뒤로 검은 색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마력으로 보이는 검은 무언가가 살랑거렸다.

보통 마력의 형태는 사용자에 따라 달라지는데 지금 저 모습은 어디로 보나 꼬리였다.


시작은 풍성했으며, 끝은 얇아졌고.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까지 영락없는 꼬리였다.

그것도 개과에 속하는 그런 류의 꼬리.


“제천아!”


뒤늦게 불렀지만 이미 제천의 칼은 서윤화를 향했다.

여자는 미동도 없이 제천과 그의 손에 들린 칼을 바라봤다.


예전된 순서대로 칼이 베고 내려왔지만 그곳에 남은 것은 옅은 안개뿐이었다.


칼이 닿는 즉시 여자의 형체가 무너지며 흩어졌다.

환영인가.


“...?”


그 상황에 당황했는지 조금은 정신이 든 것 같은 제천이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나 또한 그분의 힘을 빌려 쓰고 있으니까요.”


제천의 뒤이자 우리의 앞에 흩어졌던 안개가 다시 모여들었다.


“물론 ... ”


여자의 시선이 제천에게서 바닥으로 그리고는 이내 제천이 집어 던진 병까지 천천히 이어졌다.


“제법 재미있는 걸 만들었지만... 당신도, 당신의 신도 아직 저걸 받아들일 준비는 되지 않은 것 같네요.”


묘한 웃음기가 섞인 표정으로 말을 뱉은 서윤화가 다시금 제천을 바라봤다.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고는 해도 자신을 향해 살기를 드러내고 있는 상대에게서 등을 보일 수 있다는 것.


서윤화는 제천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힘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였고, 아주 잠깐 보였던 모습이 그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저건 분명 세상에 도움이 될 거예요. 탐이 나네요. 조금은 당신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가 말하는 ‘당신’이 나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뜻을 이루기에는 너무나 약해요.”


여자의 몸이 다시 한 번 흩어지더니 우리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를 찾기 위해 제천이 주변을 살폈다.


“제천아 뒤야!”


제천의 뒤로 허연 연기가 모여들었다.

분명 처음과 같은 움직임이었지만 어쩐지 더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차오르는 바람에 눈치 채지 못했다.

하얀 연기가 천천히 세상을 뿌옇게 만들고 있었다.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서윤화가 몸을 숨겼다.

그리고 제천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가 가지고 있던 부채의 끝이 제천의 배를 뚫었다.


“...컥...”


피를 토하며 자신의 배에서 튀어나온 부채를 바라보는 제천의 눈빛이 흔들렸다.


곧이어 부채가 빠져나가자 제천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당신들은 위로 올라갈 수 없어요. 저를 방해하려는 당신들을 새로운 세계의 일원으로 만들고 싶지만. 그분께서 원하시지 않으니까요.”


서윤화가 원하는 바도 모르겠고, 이해도 되지 않지만 스모어의 뜻은 더 그러했다.


대체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 속에서부터 무너트린다면 더 이상 탑에 오르지 않을까요.”


부채를 펴서 입가를 가린 서윤화의 목소리가 작게 흩어졌다.

항상 웃고 있던 눈과는 달리 조금은 정적인 모습이었다.

그 눈이 천천히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피더니 이내 흩어져 사라졌다.


서윤화가 사라지자 묘하게 뿌옇던 시야가 맑아졌다.


“승우야. 상태 좀 봐줘.”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숨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승우를 부르자 승우 또한 잠에서 깨어난 아이처럼 흠칫 어깨를 떨더니 제천을 향해 뛰어갔다.


승우를 선두로 나래 씨와 석 씨가 뒤를 따랐다.


“아저씨...”

“너는 서우를 좀 챙겨주겠어?”


미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서우 보상도 좀 챙겨주고.”

“...”


이전에 자신의 보상을 받아오지 않았다고 성을 내던 모습이 떠올랐다.


“몇 개 빼가도 모르겠죠.”

“그럴걸.”


애써 분위기를 챙겨보겠다며 장난을 치는 미혜에게 장단을 맞춰주고는 누워있는 로운에게 향했다.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 흡사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님 같았다.

몸도 정신도 치유가 끝난 상태라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좀처럼 눈을 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천 쪽을 바라보니 제천은 이미 석 씨의 등에 업혀있었다.

금방 끝난 것으로 보아 심한 상처는 아닌 듯 했다.


“일단 나갑시다.”


여기서 당장 나가라는 듯이 뜨거운 열기가 우리의 등을 밀었다.

그게 마치 이곳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누군가의 경고 같았다.

생전 본 적도 없는 낯선 이의 익숙한 따뜻함처럼.


+++


“으아아아악!”


의식을 잃었던 세 사람 중에서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서우였다.


밖을 보니 해는 뜨지 않았지만 얼추 사물이 보일 정도로는 밝았다.


“조용히 일어나. 다른 애들 깨겠다.”

“아. 네.”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더니 나와 주변을 살펴본 서우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가끔 저렇게 감정이 휙휙 변하는 것은 몇 번을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몸은 좀 어때.”

“아주 가벼워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그렇겠지.

탑에서 나온 이후에도 여러 치유 능력자들이 돌아가며 상태를 살폈다.

아마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을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마나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이라고.

세일리 사제님이 그랬다.


“선배는 괜찮아요?”

“나는 뭐...”


특별히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니 아무 상처도 없다.

그게 마음을 불편하게 하여 아침이 다가오는 이 늦은 새벽까지도 잠들지 못하고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 아니겠나.


“저희 얼마나 잤어요?”

“너는 거의 이틀 만에 일어났어.”

“음...”


서우가 자신의 왼쪽으로 나란히 누워있는 로운과 제천을 바라봤다.


“제가 첫 번짼가요?”


지금 그게 중요한가 싶었지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서우의 얼굴에 환한 꽃이 피어났다.


“굉장한 경험이었어요. 그래도 세 번 만에 해치웠군요.”

“음... 세 번이기는 하지.”


이곳에 쓰러져있는 사람의 수와 도전한 수가 같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쓰러트린 건 석 씨였지만.”

“오...”


의외라는 듯이 서우가 이도저도 아닌 얼굴로 입을 옹졸하게 말았다.


“그 사람은 무사해요?”

“네가 다른 사람 안부를 묻기도 하는 구나.”

“...”


이번에는 서우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선배 따라하는 거예요.”

“응?”

“선배가 하는 거 하나, 둘 따라하다 보면 저도 여기에 스며들지 않을까 해서요.”

“...”


뭐라 답해야할지 몰라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석 씨는... 다른 곳에서 치유를 받고 있어.”

“다른 곳...?”


사실 상 가장 상태가 심각한 사람은 석 씨였다.

제천을 업고 밖까지 나와 이곳까지 와서야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음료의 부작용을 정신력으로 참아낸 걸까...


쓰러진 석 씨를 향해 승우가 달려와 살피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미혜가 석 씨를 업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겼다.

나래 씨와 승주가 뛰어다니며 치유 능력자를 찾았지만 다들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런 정신없는 상황이 30분이 넘게 이어지던 와중에 세일리 사제님이 나타났다.


“뭐야 이건.”


석 씨의 상태를 살피던 사제님의 미간이 이전에는 본 적 없이 격렬하게 찌그러졌다.


“사람을 어떻게 하면...”


그 시선이 나를 향하며 질책했지만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으셨다.


사람들을 모두 내보낸 사제님이 몇 시간이고 돌보고 나서야 석 씨의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사제님의 말에 의하면 근육통이라 하였다.


“마나가 흐르는 통로는 유연해야 해. 인간이 마력을 쓰기에 있어서 그 양을 조절하기 위함이지. 그런데 이 사람의 통로는 늘어날 대로 늘어났어.


보지 않아도 알겠어. 마력을 있는 대로 모두 쏟아 부은 거겠지. 그런데 이 마나라는 게 힘이고, 마나가 흐르는 통로가 근육이라고 생각해봐. 어떻겠어.


마력을 있는 대로 끌어 쓰기 위해 온 몸에 있는 마나를 쥐어짰겠지. 그렇게 힘을 썼겠지? 그럼 후유증이 생기겠지.”


라고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말만큼 간단한 일은 아닌 듯 했다.


이후 사제님은 한숨을 길게 한 번 쉬고는 말을 이었다.


“인간이 자력으로 이렇게까지 마나를 쥐어 짜낼 순 없는 거야. 인간의 영역을 넘어가는 행위라고.”


그렇게 말하는 사제님의 목소리에서 걱정이 묻어났다.

질책하거나 원망하는 기운은 없었다.


“하여튼 얘도 쉬게 내비 둬. 이왕이면 아무도 들어오지 말고. 꽤나... 아끼는 거 같거든.”


사제님은 가볍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더니 이내 갈 길을 가셨다.


우리가 탑을 오르는 동안 사제님은 남은 사람들의 대표가 되었다고 했다.

수면에 나서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관리소와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이다.


“그 음료... 굉장히 위험하네요.”


이야기를 다 들은 서우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왜 그 부분에서 입맛을 다시는 거야.”

“한 번쯤 마셔보고 싶었거든요. 내 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하니까. 그렇게 후유증이 심하면 안 되겠네.”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 서우였다.

하지만 서우는 이와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며, 음료를 마시는 것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었을 뿐.


서우 자체가 스모어의 힘을 직접적으로 쓴 적이 있다.

우리가 아직 본격적으로 탑에 오르기 전에도, 혹은 그 이후에 시야 밖에서도 썼을지도 모른다.


물론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니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으... 몸이 뻐근해요. 산책을 좀 해야겠어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


조금 피곤하던 도중에 한 명이라도 정신을 차리니 긴장이 풀렸나 보다.

피곤함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답을 하자니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서우를 살피니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나를 보고 있었다.


“왜.”

“선배는 안 가세요?”

“어디를?”

“산책이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이 어이가 없다.


“내가 왜...?”

“제가... 갈 거니까요?”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이 더 어이가 없었지만 화를 낼 기력은 없었다.


이틀 동안 제대로 누워 잔 적이 없었다.

간간히 낮에 다른 사람들이 봐준다고 할 때 구석에 남은 침대에서 쪽잠을 자긴 했지만 피곤은 풀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언제 일어날 줄 알고.”

“흠... 알았어요.”


서우는 내 얼굴을 살피고 고개를 한 번 젓더니 이내 가볍게 일어나 방을 나갔다.

뭐냐고 저 고갯짓은.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 내 얼굴은 생각 이상으로 초췌한 상태일 것이다.


“그래도 눈치가 많이 늘었네.”


기지개를 크게 피자 피곤함이 더욱 밀려왔다.

산뜻한 여름바람의 잔향이 남았다.


잠이 간절했지만 아직 깨어나지 못한 두 사람을 보자니 차마 잠들 수 없어 눈에 힘을 줬다.

밀려 내려오는 눈꺼풀을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후 점심 무렵이 되어서 로운이 일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볕이 따뜻할 때 제천이 일어났다.


“으아아악!”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제천이 주변을 살피며 상황을 파악했다.

상황이 이해됐는지 제천이 자신의 허벅지를 내리치며 절규했다.


그 소리에 놀라 옆 건물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몰려왔지만 제천의 발악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반드시... 반드시...”


울분을 쏟아내듯 외치는 제천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너무 세게 물린 입술에선 피가 나와 턱을 따라 흘러내렸다.


눈물과 피가 섞인 방울들이 이불에 점점이 흔적을 남겼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 중 누구도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끓어 넘치는 분노로 인해 가장 힘든 이가 제천이라고 아마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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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서로 다른 존재(2) 24.06.19 10 0 14쪽
209 서로 다른 존재(1) 24.06.17 10 0 12쪽
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9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8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1 0 13쪽
205 흩어지는 미로(2) 24.06.07 10 0 13쪽
204 흩어지는 미로(1) 24.06.05 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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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8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9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1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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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12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1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0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1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2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1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1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2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4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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