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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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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5.27 09: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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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77
추천수 :
267
글자수 :
1,10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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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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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DUMMY

“똑똑, 계세요?”


철을 내리치는 진동과 열기가 전신에서 느껴진다.

있지도 않은 문을 두드리는 척 노크 소리를 입으로 내기까지 했지만 달군 철을 내리치고 있는 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바쁘신가요~?”


목소리가 소리에 묻혀 흩어졌다.


“선생님. 막걸리 한 잔 하시면서 하세요.”

“...”


땅.


말과 함께 마지막 망치질 소리가 들리더니 철을 내리치고 있던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붉게 그을린 얼굴에 쉼 없이 흐르는 땀과 대충 찢은 천으로 만든 두건이 그의 고됨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하. 젊은 청년이 무슨 일인가.”

“부탁드릴 일이 좀 있습니다.”


탑이 생기고 수많은 능력자가 생겼다.

그 중에는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정도의 수준이 있는가 하면 몬스터를 상대하기 유리한 능력도 있다.


모든 능력자들의 능력은 활용하기 나름이다.


아무리 하찮게 여겨지는 능력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가능성은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그런 능력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능력이 있다.

이들의 능력은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지게 된다.


“몇 가지 아이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막걸리 맛 좀 보고 생각해보지.”


나는 상대에게 막걸리 병을 내어주었다.

오랜만에 맛볼 막걸리가 기대가 되는 듯 남자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정확히는 남자가 아닌 그 안에 있는 또 다른 무언가의 뜻이겠지만.


“크흐... 요즘 같을 때 이런 건 어디서 구했나.”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 또래의 남자가 입가를 닦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술을 만드는 일은 특기도 아니었거니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서 만들었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술을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은 잔소리가 있었지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라 별로 많아야 손으로 꼽을 정도 밖에 없다는 장인의 능력을 받은 사람들.

이들은 탑에서 나온 아이템으로 능력자의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레벨이 높은 장인 능력자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재료들만으로도 무기를 만들 수 있으니 요즘 같은 세계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리라.


그리고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장인 능력자는 단 2명.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묻고, 관리자들에게 물어 찾아냈다.


이렇게 요란하게 무기를 만들고 있는데 묻지 않고는 찾아낼 수 없었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만...


“그래. 재료를 좀 봐볼까.”


두 명의 장인 중에서 한 명은 마력을 이용해서 스태프 만드는 이였고, 다른 하나인 이 남자는 불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뭐든 만들어주기로 유명했다.


소문에 의하면 장인 능력자를 살리기 위해서 관리소에서 꽤나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오... 좋은 재료들을 잘도 구했구먼. 이걸로 뭘 만들어 주면 되겠나.”

“만들 수 있는 건 모두요.”


내 대답에 상대는 할아버지 같은 웃음소리를 내뱉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막걸리 5병이면 해주도록하지.”

“...”


능력자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 싶을 정도로 유명한 능력자.

그는 재물에도, 명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대로만 움직이는 그를 움직이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술이었다.


그중에서 막걸리를 가장 좋아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사실이었던 듯싶다.


“알겠습니다.”

“그래그래. 한... 일주일 정도만 시간을 주게. 그 정도면 막걸리도 만들 수 있지?”

“네.”


쉽게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머릿속으로 남아있을 곡식의 양을 계산했다.

지금의 막걸리는 내가 먹을 것을 줄여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일주일동안 5병이라면 곡식을 어디서 구할 지부터 고민해야할 판이었다.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돌아 나왔다.


“한 동안 또 굶겠네.”


막막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해야 할 일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고...


뒤에서 또다시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몇 발자국 떨어지자 점차 사라져갔다.


눈으로 보임에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어물어 찾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이유가 아마 저게 아닐까 싶다.


장인 능력자 철현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과의 교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상이 이렇게 되기 전에도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만 소통했다고 하니.


“그만큼 능력은 확실하니까.”


+++


62층을 클리어하고 약 3주 만에 탑 앞에 다시 섰다.


“아우 너무 오랫동안 쉰 거 아니에요?”


미혜가 몸을 풀며 말했다.

저렇게 말해도 요 며칠간 공사 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일단은 밖의 일이 더 중요하니까요.”


똑같이 공사현장에서 일했던 나래 씨가 피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탑에 오르는 게 의미가 있나. 요 며칠 쉬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이제 마법진도 안 나타나잖아.”

“마법진이 전부가 아니다.”


옆에서 석 씨가 작게 소원을 향해 눈짓을 하며 설명했지만 제천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일 뿐이었다.


“하여튼 이번에는 다들 다치지 않고 잘 다녀오자고요.”


62층에서 독에 중독되었던 로운은 해독제를 먹고 나왔지만 한 동안 회복하지 못했다.


세일리 사제님을 포함한 여러 치유 능력자들이 보고 갔고, 심지어는 소원까지 봐주었지만 쉽게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 들은 관리소에서 위험성 확인과 보호라는 명목 하에 로운을 데려간 탓에 다시 탑 앞에 서기까지 3주나 걸렸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번에는 충분히 쉴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줄 게 있어요.”


나는 쭈그리고 앉아 챙겨온 물건들을 늘어놓았다.

바닥에 늘어진 물건을 보기 위해 다들 나와 같은 자세로 앉았다.


“한 번 쯤은 챙겨주고 싶었거든요.”


바닥에는 검부터 해서 목걸이, 스태프까지 각종 아이템이 늘어져있었다.


“이건 헤나투.”


우두머리 유리 사슴의 뿔을 다듬어 만든 창은 헤나투에게 건넸다.


“고맙소. 지혁.”


창을 하늘에 비쳐 본 헤나투는 만족하듯 들고 가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몇 번 휘둘렀다.


“그리고 이건 승주가 가지고...”


라이트닝 타이거를 잡고 나온다는 수염과 나무를 엮어 만든 스태프.

수염이라고는 하지만 그 거대한 체구로 인해 얼핏 보면 일반 금속과 다를 것이 없었다.


“아... 감사합니다.”


승주의 머리를 가볍게 흩트렸다.

평소 예의바른 승주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기뻐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이건... 뭐더라.”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목걸이를 들어 봐라봤다.

무기를 만드는 능력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감각도 뛰어난지 철현이 만든 목걸이는 겉보기에는 예뻤다.


특히 투명하게 반짝이는 보석 안에서 은은하게 보이는 무지개 색상은 나도 모르게 바라보게 됐다.


“아... 이거. 보석이 아니라 유리구나.”


이전에 서우와 둘이 탑에 갔을 때 얻었던 아이템으로 만든 목걸이였다.


“이거 네 거다.”

“오. 앗싸.”


물론 마력이 넘치고 넘치는 서우에게 그다지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정작 받아든 본인이 기뻐하고 있으니 그걸로 된 게 아닐까.


“그리고 이건... 제천 거.”

“이게 뭐야?”


얼어붙은 장작을 든 제천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만든 아이템은 아니고 일행들에게 줄 선물을 찾다가 발견한 물건이었다.


“불 속성 능력을 제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 그냥 불 끌 때 써도 되고.”

“내 것만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냐? 이걸 이대로 들고 다녀?”


제천은 못마땅한지 장작을 들고는 가볍게 휘둘렀다.

성인 팔뚝만한 사이즈의 장작은 확실히 주머니에 넣는다든가 가지고 다니기 쉽지 않아 보였다.


“필요 없으면 내려두든가. 가지고 있으면 언젠간 쓸 일이 있겠지.”

“제가 잘 써보겠습니다. 형님.”


더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는지 제천이 헤나투 옆으로 가 장작을 들고 휘둘렀다.


“소원은... 이거.”


투박하게 생긴 향수병 안에는 빛나는 가루가 작게 흩어졌다가 모이기를 반복했다.


“이게... 뭐야?”


물건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다는 듯이 향수병을 샅샅이 보던 소원이 물었다.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으로 보이게 해주는 향수.”


이전에 얻었던 ‘깊은 잠을 자기 위한 수면제’를 변형하여 만들어냈다고 했다.


세일리 사제님에게 우연히 보여주었다가 결과물이라고 받은 물건이었다.


세일리 사제님이 별 의미 없이 이런 아이템을 나에게 줬을 리가 없다.


아무리 봐도 소원에게 주라는 뜻이리...


...


아니면 어쩔 수 없고.


“고마워.”

“...”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환하게 웃었다.

그의 머리 위에서 기분 좋은 듯 더듬이가 흔들렸다.


“아저씨 내 거는?”

“아. 있을 거야. 사람 수 맞춰서 가져왔으니까.”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모두 기억하기도 쉽지가 않다.

분명 미혜한테는...


“어라?”

“왜? 없어요?”


당황해서 물건을 찾는 나를 보며 미혜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사람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지.”

“농담이야. 여깄어.”


나는 미혜에게 트럼프 카드 같은 카드 한 잔을 던졌다.

요란하게 받아든 미혜도 다른 사람들처럼 이게 뭐냐는 눈빛으로 훑어봤다.


크기는 트럼프 카드만 했지만 두께는 카드 10장 정도는 겹쳐둔 것 마냥 두꺼웠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조커가 수상하게 웃고 있었다.

이 또한 만든 이의 취향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넌 위험한 곳에 가거나 앞에 서는 일이 많으니까. 급할 때 사용하면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줄 거야.”


불을 사용한 물건은 아니지만 한 번 만들어봤다며 받은 물건이었다.


분명 재료로 쓰였던 아이템은 그저 어둠 속에서 빛을 밝혀줄 뿐이었는데...

장인 능력자의 능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아 이건...”


다음 물건을 주기 위해 둘러보던 차에 한 알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뭐예요?”


선물의 주인이 먼저 관심을 가졌다.


“몬스터의 알이라고 해요.”


그간 들락거리며 친해진 철현이 자신이 어쩌다가 얻은 물건이라며 키울 사람 있으면 가져가라고 준 물건이었다.


받자마자 떠오른 사람이 있어서 받아왔다.


“나래 씨라면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색색의 보석 조각이 박혀있는 알에서 은은한 황금빛이 흘러나왔다.

크기는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조금 작았다.


“제가요?”


받아든 나래 씨는 기쁜 것 같은 면서도 조금은 걱정된다는 듯 눈썹을 기울였다.


“무슨 몬스터래요?”

“글쎄요...”


몇 번인가 정보를 보려고 했지만 나타나는 것은 없었다.

해석을 못하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한 가지 문자밖에 뜨지 않았다.


[ ??? : ???????? ]


한 줄 뿐인 내용에는 온통 물음표뿐이었다.


“그리고 두 분한테는 이거... ”


로운과 석 씨에게는 한 쌍으로 이루어진 돌 조각을 건넸다.


태극 문양처럼 생겨서 두 개가 한 세트인 물건이었다.


“커플 아이템입니까?”

“아쉽지만 아닙니다.”

“...”


검은 색과 하얀 색의 돌은 붙어있는 동안에는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떨어졌을 때야 말로 효과가 나타난다.


“원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원래는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서로를 찾기 위해 만든 물건이라고 하나 꼭 지정된 사람을 찾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용자가 찾고자 하는 사람을 찾아준다고 하니 두 사람이라면 유용하게 써줄 것 같다.


“흐음...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감사합니다.”

“고맙다.”


로운의 말대로다.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언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세상살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승우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


“승우야. 네 선물은 아쉽게도 가져오지는 못했어.”

“네?”

“내 방에 있거든.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아... 네!”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던 승우는 이내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이해가 된 것이 아닌 말 그대로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임을 알기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그래. 이번에는 다치지 말고 잘 다녀오자.”


승주에게 했듯이 승우의 머리도 한 번 쓰다듬고는 관리자 앞에 섰다.


“끝나셨나요.”


승주와 승우 또래로 보이는 어린 여자가 문 앞에 서서 인사했다.


“네. 63층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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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4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4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5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5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5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5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5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5 0 12쪽
»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8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6 0 13쪽
187 죽음을 피하는 방법(3) 24.04.24 5 0 12쪽
186 죽음을 피하는 방법(2) 24.04.22 8 0 12쪽
185 죽음을 피하는 방법(1) 24.04.19 7 0 12쪽
184 역할극(5) 24.04.17 6 0 12쪽
183 역할극(4) 24.04.15 6 0 13쪽
182 역할극(3) 24.04.12 7 0 11쪽
181 역할극(2) 24.04.10 7 0 12쪽
180 역할극(1) 24.04.08 7 0 13쪽
179 무대 밖에서(5) 24.04.05 10 0 12쪽
178 무대 밖에서(4) 24.04.03 14 0 12쪽
177 무대 밖에서(3) 24.04.01 13 0 12쪽
176 무대 밖에서(2) 24.03.29 12 0 13쪽
175 무대 밖에서(1) 24.03.27 11 0 11쪽
174 증명(5) 24.03.25 10 0 12쪽
173 증명(4) 24.03.22 6 0 13쪽
172 증명(3) 24.03.20 8 0 13쪽
171 증명(2) 24.03.18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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