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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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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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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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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DUMMY

눈앞에서 타인의 입 안을 보는 일을 상상해보자면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물며 그것이 인간의 것이 아닌 맹수의 이빨을 가진 무언가의 입이라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공포감이 미간을 짓눌렀다.


그러나 눈을 감기도 전에 이빨과 내 사이로 작은 무언가의 뒤통수가 나타났다.


“아저씨. 무슨 일이 있어도 아저씨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쫄지 마요.”


나와 드래곤 사이로 들어서기 위해 밀어낸 탓에 정작 나는 가볍게 날아가 버렸지만 미혜에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눈싸움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신의 앞에 있는 상식 밖의 생명체를 바라봤다.


“역시 안에는 아무것도 없네...”


힘의 차이로 인해 조금씩 뒤로 밀리는 와중에도 안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 어디 내어놔도 죽을 걱정은 없어 보였다.


감탄하기도 잠시.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드래곤의 뒤편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손을 흔들기 전부터, 미혜가 드래곤을 붙잡을 때부터, 혹은 그 이전에 드래곤의 날개가 펼쳐졌을 때부터 일까.


이미 두 개의 그림자가 드래곤의 머리 위로, 하나의 형체가 겨드랑이쯤을 향해 파고들었다.


-크르르릉!


이번에도 처치할 수 있을 정도의 치명타는 없었지만 드래곤의 울음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두 개 정도로, 공격을 받자마자 거의 자동에 가까운 속도로 마력이 모여들었다.


두 개의 상처 주변으로 모여든 마력들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저거 헤나투가 낸 상처지?”

“아저씨. 나는 그거 볼 겨를이 없다?”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미혜의 말끝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평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겠지.


나는 바닥으로 내려온 헤나투 옆으로 가 상처를 살폈다.

이미 하나는 회복을 마친 듯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미혜야. 아직 보여?”

“네. 있어요. 아니다. 방금 사라졌어요!”


다급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저 단순한 상처가 생겼을 때가 아니다.

헤나투가 낸 상처여야만 했다.


그 차이가 뭘까?


“헤나투 뭔가 특별한 수를 쓴 거야?”

“...”


나를 바라보는 헤나투의 시선이 조금은 흥분한 것처럼 흔들렸다.


“괜찮아?”

“나는 괜찮소. 전투가 오랜만이라 그런 것 같소.”


전투가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그간 함께한 전투가 많았다.

그런가...

이 정도가 되지 않고서는 헤나투에게는 그렇게 큰 자극이 되지 않는 건가.


그럴 법도 한 것이 우리가 알지 못할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헤나투에게 어지간한 자극은 자극이 되지 못할 것이다.


“상황을 설명해주오.”


나는 미혜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최대한 간략하게 전달했다.


“아마... 이 무기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만.”


헤나투는 들고 있던 창을 나에게 건넸다.


“지혁이 나에게 준 무기가 아니오. 혹시 그 사이 잊은 건가?”

“그럴 리가...”


조금은 실망의 기색이 비치던 얼굴이 장난스럽게 풀렸다.


몬스터도 인간처럼 감정이 고조되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건가.


“헤나투에게 준 무기...”


분명 스킬 무효화가 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창에도 비슷한 효과를 가진 능력이 전승되었다.

완성된 물건을 받고나서 대충 확인만 했기 때문에 자세하게는 알지 못했다.


“스킬 무효화.”

“...”


헤나투의 고개가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지만... 약점이 드러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지?”

“왜 없겠나.”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이 헤나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알고 있다면 미리 알려주면 좋을 텐데.


그런가...

알려주지 않아서 생길 불상사에 대해서 본인이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헤나투가 동료를 버리고 갈 만한 성격은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도 바로 알려주지 않는 거겠지.


“헤나투.”

“...”


헤나투의 투명한 시선이 나를 향했다.


“너도 좀 재수 없는 타입이구나.”

“그게 무슨 소리오?”


되묻는 목소리에 순수한 궁금증만이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약점을 숨기는 것 또한 스킬의 일부라고 한다면 헤나투의 공격으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그러니 헤나투가 상처가 회복되기 전에 계속해서 공격을 하는 동안 누군가 저 입 속으로 들어가 공격을 하면 된다.


“헤나투 최대한 이곳저곳을 공격해줘.”

“알았소.”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헤나투는 모든 뜻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잡으러 갔다.


“내 칼이 어디 있더라.”


드래곤에게 던져서 관심을 끈 것 까지는 좋았으나 바로 시선을 빼앗긴 탓에 그 다음을 보지 못했다.


“아저씨 뭐해요! 이거... 계속 잡고 있으면... 되는 거예요?”


힘겨운 지 미혜가 앓는 것 같은 소리로 외쳤다.


“잠시만!”


하지만 무기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역시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르는 건 할 짓이 못 된다.


용기만 있으면 되는 일에서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것은 좋을지 몰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영 아닌 것 같다.


“아 찾았다.”


어째서 그게 드래곤의 왼쪽 뒷다리 발톱 사이에 가지런히 놓인 건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말이다.


“저걸 어떻게 가져온담...”


지금 미혜가 손을 놓았다가는 드래곤이 도망가 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잡고 있는 상태에서는 내가 접근하는 것을 알고 말겠지.


“서우...”


다음 대안을 생각하기 위해서 서우의 이름을 부르려는 찰나 이번에는 눈앞으로 불길이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에 나의 목덜미를 낚아챈 손길이 없었다면 그대로 구워졌을 지도 모르는 상황.


“선배. 뭔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도 떨림 하나 없는 목소리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아니... 칼이 없어서. 방법을 찾았는데.”


분명 드래곤은 미혜가 잡고 있었을 텐데.

힐끗 보자 놀라서 뛰어오는 미혜의 모습이 보였다.


저 어린 드래곤이 그 잠깐 사이에 내가 무기가 없어 곤란하다는 것을 알고 미혜와의 힘싸움을 관두고 나를 먼저 공격한 건가.


대단히 빠른 성장 속도는 단순히 육체에 그치지 않은 모양이다.

지능조차도 인간과는 다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게 드래곤이라는 생명체가 그런 걸까, 탑의 영향인 걸까.


“아저씨! 언니! 도망쳐!!”


멀리서 미혜의 외침이 들렸지만 이내 소리는 빛과 함께 멀어지다 사라졌다.


“어...?”


방금 전까지 보였던 풍경은 보이지 않았고, 당장 옆의 사물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어둠이 찾아왔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도 전, 머리 위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은은했던 열기는 순식간에 불길이 되었다.


“혹시나 하는 건데요. 저거 브레스에요?”

“그런 거 같지.”


미혜의 외침이 우리를 삼키려고 한 드래곤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정확히 말해서 그럴 가능성 밖에는 없었다.


우리를 덮듯이 문 드래곤이 그대로 바닥을 향해 브레스를 내뱉으려고 하고 있다.


“그럼 이대로 통구이가 되는 건가.”


조금 허무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서우 쪽을 바라봤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소리를 할 수 있구나 싶다.


하지만 불길은 형체만 생겼다가 우리를 삼키기도 전에 사라졌다.


“불길이 사라졌어요.”

“알아 나도 봤어.”


갑자기 왜 사라졌을까.

잡아먹힌 우리와 밖에 있는 사람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서우야. 목구멍! 어디든 상관없으니까 최대한 빠르고 많이 공격해!”

“알았습죠.”


말과 함께 서우의 주변으로 마력이 흘러나왔다.

서우의 몸이 환하게 빛났다.


뛰어올라 검을 위로 향하게 쥐고는 빠른 속도로 찔렀다.

어둠 속에서 빛을 이끌고 나간 서우의 검 끝에서 빛나는 가루들이 흩어졌다.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서우의 발이 땅에 닿자 주변을 감싸고 있던 어둠이 사라졌다.


“이게 무슨 일이람.”


드래곤이 죽었다는 것은 알겠으나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타인 입장에서 생각하면 돼.”

“네?”

“만약에 나랑 미혜가 먹혔고, 네가 밖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어?”

“어... 입을 열어야겠죠?”

“어떻게?”

“때려서...?”


서우는 무슨 대답을 바라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이 녀석은 아무리 빨리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마력을 항시 유지하지 못했던 거야. 그래서 공격을 받으면 입안에 있는 약점이 노출되지.”

“그렇군요.”

“다른 기술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했지. 그렇다는 건 우리를 공격하려다가 외부의 변화로 인해 공격을 멈췄다. 그러면 약점 또한 드러날 것이라고.”

“아아...”


이해가 됐다는 듯이 왼손바닥에 오른손으로 망치질을 하며 과장되게 놀란다.


“그러니까 입 속에 다섯 번 정도 더 들어가면 된다는 거죠?”

“... 그렇게 되는 거지. 아니 되도록 그러지 않는 게 좋은데.”


헤나투의 무기는 하나뿐이니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제가 빠르게 끝내겠습니다.”


임무를 받은 사람처럼 경례를 하는 모습이 여전히 장난스러울 뿐이다.


“아니 꼭 네가 할 필요는...”


아무래도 입 속에 들어가는 일을 한 사람에게 다 시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그럼 위험부담을 혼자서 지게 하는 것 같아서.


“제가 하는 게 가장 빠를 걸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천진난만하게 답하는 모습을 보니 부정할 수도 없다.


“그래...”

“뭐, 무슨 일이 생기거든 선배가 구해주세요.”

“너를 구할 수 있었으면 내가 직접 했지.”


내 대답에 못마땅했는지 서우의 아랫입술이 길게 삐져나왔다.


“하여간.”


서우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그대로 헤나투를 향해 뛰어갔다.


멀리서 우리 상황을 보고 있던 로운이 다른 이들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왜인지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헤나투를 향해 뛰어가는 서우의 뒷모습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힘이 있었다면... 누구도 위험에 처하게 하지 않았을 거야... 누구도 잃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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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6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6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7 0 14쪽
198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5) 24.05.22 4 0 13쪽
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7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6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6 0 13쪽
»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7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8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6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6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6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1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8 0 13쪽
187 죽음을 피하는 방법(3) 24.04.24 7 0 12쪽
186 죽음을 피하는 방법(2) 24.04.22 10 0 12쪽
185 죽음을 피하는 방법(1) 24.04.19 10 0 12쪽
184 역할극(5) 24.04.17 9 0 12쪽
183 역할극(4) 24.04.15 8 0 13쪽
182 역할극(3) 24.04.12 9 0 11쪽
181 역할극(2) 24.04.10 11 0 12쪽
180 역할극(1) 24.04.08 9 0 13쪽
179 무대 밖에서(5) 24.04.05 12 0 12쪽
178 무대 밖에서(4) 24.04.03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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