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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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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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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00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7.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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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빛으로 향하는 길(2)

DUMMY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저 빛을 가리는 거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는 위를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소원조차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헤나투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러고 보니...”


한 명 있지 않았나.

다른 사람들과 달리 홀리지 않았던 사람.


“제천이라면...”


멀리서 제천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로운이 조호완의 시선을 끌면 다른 애들이 그의 뒤를 따라 다니며 공격했다.


아쉽게도 공격이 닿지는 않는 모양이었지만.


“저게 평범한 빛은 아니겠지... 어떻게 해야...”


쿵.


“...미혜야?”


묵직한 소리에 고개를 드니 움푹 팬 벽에서 힘없이 떨어지는 미혜가 있었다.

입을 통해 튀어나온 피가 하얀 바닥으로 흩뿌려졌고.

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증발되듯 사라졌다.

무너진 돌무더기와 힘없이 늘어진 미혜만 있었다.


“미혜야!”


하얀 공간에서 미혜에게까지 향하는 길이 길게 늘어졌다.

뛰어도, 뛰어도 좁아지지 않는 사이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아이. 선배!”


줄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길이 줄어든 것은 비명 같은 소리와 함께 날아온 서우 덕분이었다.


함께 넘어지는 몸 위로 눈이 부실정도로 밝은 빛이 지나갔다.

머지않아 굉음과 함께 돌무더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살판이 났네!”


서우가 미간을 좁히면 짜증을 냈다.

조호완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디에도 눈이 달려있다는 것처럼 사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응했다.


아무리 능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신경 쓸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다.

그걸 넘어선 감각의 범위.


감각...


“서우야. 너도 스모어한테 뭔가를 받은 적이 있어?”

“...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에요.”


정말 무슨 소리냐는 듯이 혹시 방금 전 바닥에 부딪치며 머리를 다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모습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너와 나는 감각이 뛰어나.”

“...네?”


아직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녀석의 머리가 애매하게 사선으로 기울어졌다.


“네 후각은 일반 사람들이 맡을 수 있는 범위를 넘었어.”

“헤헤 그 정도는 아닌데.”


칭찬을 들어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뒤통수를 더듬었다.


“칭찬하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야.”

“아. 그렇구나.”

“후각... 나는 청각... ”


지금까지 에스프레소가 준 신의 눈물인지 머시기 하는 아이템의 부작용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설명이 되지 않았지만.

하지만 서우도 다른 사람들보다 후각이 발달했다.

그게 원래 그랬던 것인지 능력과 함께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처음부터 그랬는지, 최근에 그랬는지도...


“네가 조금만 더 일찍 이야기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네? 뭐가요?”

“네 코 말이야. 언제부터 그렇게 냄새에 민감했던 거야?”

“어... 글쎄요?”


서우는 진짜 모르겠는지 기억을 더듬는다는 듯이 오른손 검지로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최근... 얼마 안됐어요. 1년...2년... 사실 잘 모르겠어요. 크게 신경 써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랬나.

어쩌면 서우는 자신이 필요할 때가 아니면 감각을 그렇게 느끼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떠한 계기로 감각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게 말이 되냐고.


“너도 참 둔하다.”

“헤헤. 별말씀을요... 가 아니라 그것도 칭찬 아니죠.”

“욕이다 멍청아.”

“뭐라고요?”


따지듯이 말하지만 과장되게 말을 늘리는 것이 진심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조호완 능력자. 이상할 정도로 감각이 발달된 것 같지 않아?”

“감각이라... 확실히 반응속도가 좀 빠르기는 해요. 그게 반응속도의 영역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대치하고 있는 조호완을 레이저가 나올 것처럼 노려보던 서우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바닥 위로 주먹을 내리쳤다.


“맞아. 우리 꼬맹이한테 가던 길이었어요. 아니. 정확히는 선배가.”


서우가 검지와 엄지를 곧게 뻗어 가위를 만들어 나를 가리켰다.

그 모습이 코미디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과장된 리액션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맞아.”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서우야 언제나 그랬지만 의식을 잃은 듯이 축 늘어져 있는 미혜는 아니었으니까.


“미혜야. 정신 좀 차려봐.”


어느 새 온 건지 소원이 미혜의 상태를 살폈다.

소원의 주변으로 흘러나온 마력에도 미혜는 눈을 뜨지 않았다.


“지혁아.”

“... 왜... 왜 눈을 안 떠? 설마...”

“숨은 쉬고 있는데... 모르겠어.”


소원의 말에 자세히 보니 얕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얕게 올랐다가 내려가는 소리였지만 분명히 숨을 쉬고 있었다.


“일단 치유할 수 있는 곳은 다 했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나를 향해 소원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놀란 나를 위로하기 위함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 항상 고마워.”


내 인사에 소원은 그저 조용히 웃었다.


“그래서 선배. 감각이 뭐 어쨌는데요?”


우리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우가 빠르게 끼어들며 물었다.


“아냐. 내 착각이었을지도 몰라.”

“착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다 같이 생각해 보면 되는 일이구요.”


애매하게 말을 삼키는 나를 향해 서우의 곧은 시선이 닿았다.

평소처럼 과장된 반응도 아니고, 장난을 치는 것 같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우리의 감각이 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발달한 거라면... 조호완도 ...”


빛으로 된 기둥을 바라봤다.


“저걸 끊어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저 빛을 끊어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빛이면 어둠이 있을 때 가려지지 않을까요?”


이야기를 듣던 서우가 다시금 장난스러운 톤으로 돌아왔다.


그의 주변으로 황금빛이 흘러나오더니 검은 연기를 만들어냈다.

연기는 모여들어 두꺼워졌고, 이내 구름 모양이 되었다.


서우가 뭘 하려고 하는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그런 못미더운 표정 마음은 아프지만 이해는 해요. 어쩌겠어요. 시도라도 해보는 거죠.”


정말로 마음이 아프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서우가 양손으로 어린아이가 우는 걸 따라하듯 가볍게 주먹을 쥐고는 눈가를 문질렀다.


“그래...”


온전한 형태를 갖춘 구름이 두둥실 떠오르더니 위로 향했다.

차마 다시 홀릴 까봐 끝까지 바라보지 못했지만 서우의 구름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역시 소용없나.”


여전히 이곳은 밝았고, 새하얬으며 빛은 곧게 뻗어 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빨려 들어가는 모양이네요.”


서우의 눈썹이 아래를 향해 곡선을 그리며 내려앉았다.


“그래. 쉽게 끊어지지 않을 거야.”

“베어버리면 안되나?”

“...”


벤다.

빛을 베는 건 우리가 가진 상식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아주 작은 불빛이라면 일순간 끊어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베는 그 순간에는 잠시나마 끊어질 테니까.


하지만 저 굵은 빛줄기를 어떻게 벨 수 있을까.


“... 선배도 은근히 생각이 얼굴에서 읽힌다니까.”

“...”


“여기 좀 이상하잖아요. 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데. 우리가 상식 밖의 일을 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말이야 쉽지.”


하지만 생각을 다르게 해본다는 것은 어쩌면 좋은 힌트가 될 수 있겠다.


“그런데 베다가 우리까지 빨려 들어가 버리면 어떡해요?”

“...”

“마력을 쪽쪽 빨려서 빈껍데기만 되어서 내려오면...”


걱정스럽다는 듯이 눈썹으로 팔자를 만드는 모습이 얄밉기까지 하다.


“푸하하하.”


서우의 웃음소리가 널찍한 공간에 힘없이 울려 퍼졌다.

이 녀석이 이렇게까지 호탕하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있던가?

저렇게 눈물까지 나서 죽을 것 같다는 듯이 웃은 적이 있던가?


그게 서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상황에서 저렇게 웃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게 아닐까?

대체 어느 부분에서 웃는 건데.


“하하... 아. 그럼 제가 갈게요.”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모습은 그저 잠깐의 환상이라도 된다는 듯이 표정이 바뀌었다.

서우는 칼 손잡이를 잡았다.

칼집은 완전히 던져버리고 칼만 꺼내 들었다.


“제가 선배 스타일 잘 알잖아요.”

“...”

“몇 번 하다보면 방법을 찾아줄 거죠?”


서우는 그렇게 말하더니 말할 틈도 없이 빛의 기둥을 향해 달려 나갔다.


“지혁 씨!”


멀리서 로운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까지 조호완의 상대가 되어주던 그가 허무하게 제자리에 서 있었다.


조호완은 어디로 갔지...?


로운의 단말마가 아니었다면 그의 행방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조용한 움직임으로 조호완은 서우를 향해 달렸다.


인간의 속도라고 생각되지 않는 아주 찰나의 순간.


조호완은 서우의 뒤에 붙었다.


조금 전의 웃음소리와 서우가 빛을 향해 가는 모습에 조호완의 관심이 이쪽으로 쏠린 모양이었다.


“아우.”


주머니에서 얼음이 경쾌하게 살아있는 아메리카노를 하나 꺼내 들이마셨다.


[이동속도가 10분간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음료를 만들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효과를 수치로 나타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의 범위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순간이 되자 안내창에서 수치가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인간의 힘은 위기의 순간에 엄청난 힘을 보여준다.

인간의 그런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수치로는 한계를 제한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조호완만큼의 속도였을까.

혹은 그것 이상이었을까.


생각을 채 끝내기도 전에 서우를 향해 겨눠지고 있는 칼 손잡이를 잡을 수 있었다.


“...”


가까이서 보니 그가 정말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어디로 봐도 살아있을 때 모습 그대로였지만 눈을 보니 그렇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아니 최소한 살아있다면 자신의 앞에 갑작스럽게 무언가 나타난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미동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조호완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갑작스러운 움직임도 없었다.


심지어 호흡조차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 로봇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곧 조호완의 팔이 크게 움직였다.

나에게 잡힌 팔을 빼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으아아악!”


조호완은 그대로 나를 던져버릴 생각이었다.

무식한 속도와 힘에 몸이 날았다.


머리와 등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퍼졌다.

귓가에서 돌이 깨지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크헉.”


뱃속에서부터 뜨거운 덩어리가 솟아나더니 그대로 밖으로 튀어나왔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쯤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나를 던져낸 조호완이 다시 서우를 향해 뛰었다.


아주 잠깐 시간을 번 것으로 서우의 칼이 빛을 가르기는 했지만 역시나 아주 잠깐 끊어질 뿐 원상태로 돌아왔다.


녀석의 눈부신 황금빛 마력이 순식간에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건...”


서우의 공격에 빛은 잠시 끊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더불어 마력까지 흡수당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적절하게 섞여 들어가고 있던 황금색 마력과 검은 마력의 균형이 무너졌다.


잘리긴... 잘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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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으로 향하는 길(2) 24.07.10 9 0 12쪽
214 빛으로 향하는 길(1) 24.07.01 9 0 11쪽
213 서로 다른 존재(5) 24.06.28 14 0 11쪽
212 서로 다른 존재 (4) 24.06.24 14 0 12쪽
211 서로 다른 존재(3) 24.06.21 12 0 13쪽
210 서로 다른 존재(2) 24.06.19 12 0 14쪽
209 서로 다른 존재(1) 24.06.17 11 0 12쪽
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11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2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4 0 13쪽
205 흩어지는 미로(2) 24.06.07 12 0 13쪽
204 흩어지는 미로(1) 24.06.05 10 0 14쪽
203 싸우면서 크는 거지(5) 24.06.03 14 0 13쪽
202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11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10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11 0 14쪽
198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5) 24.05.22 11 0 13쪽
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16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4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5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4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3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4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4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20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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