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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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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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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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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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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역할극(3)

DUMMY

익숙한 감각과 함께 몸이 떠올랐다.

처음 경험했을 때는 심한 멀미감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고 편안했다.


아니다. 단순히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승차감 자체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제 멀미 안 나죠?”

“그러네요.”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나래 씨가 쑥스러운 듯 물었다.


사람은 변하고, 성장한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됐다는 말이 있지만...

인간은 언제나 변화하고 있다.

다만 그게 사람에 따라서는 눈에 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우리 중에서 가장 변화를 알아채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나래 씨 일 것이다.


“일단 지혁 씨가 원하셔서 오기는 했는데 우리는 여기서 뭘 하면 되나요?”

“저도 확신은 안 서는데 말이죠...”


한 가지 떠오른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너무 긴 시간을 소요할 수 없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내려가야 한다.


“스핑크스라고 하니까 떠오른 게 하나 있거든요. 혹시 그것과 관련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 아침에는 다리가 네 개, 점심에는 두 개, 저녁에는 세 개라는 문제요?”

“네. 그 문제가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러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요.”


발밑으로 파수꾼의 시선을 끌며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미혜와 그를 쫓아 움직이는 석상의 뒤통수가 보였다.


혹시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왔지만 특별하게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흠...”


나래 씨는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천천히 마력을 끌어냈다.

눈부시게 환한 마력이 천천히 흘러나와 흐름을 만들며 우리를 이끌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천천히 돌게요.”


석상에 조금 더 가까이 붙었다.


“조금 더 다가가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나래 씨의 시선이 쌍둥이 석상을 향했다.

조금의 차이로 파수꾼과 가까워지면 두 아이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반대로 조금만 떨어져도 시선을 거두었다.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이 불안한 것 같으면서도 묘한 냉기가 돌아 낯설게 느껴졌다.


저 또한 지금 이 연극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상할 것도 없겠지만.


“위에는 없는 것 같네요.”

“저도 못 찾았어요. 조금 밑으로 내려갈게요.”


처음부터 공기의 일부였다는 듯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석상의 뒤로 향했다.


처음에는 앉아 있었던 사자 석상이 미혜의 도발에 일어난 덕분에 훑어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유적지에 가면 그려져 있는 그림처럼 여기에도 그런 게 있지 않을까 했는데 헛다리를 짚은 모양이다.


“없네요... 일단 내려갈까요?”

“아. 네. 부탁드립니다.”


올라갔을 때처럼 가볍게 내려왔다.

발바닥 아래로 바닥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뭔가 찾은 것 좀 있나요?”

멀리서 미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패턴을 알아보며 가볍게 대치하는 정도를 생각했는데.

뛰어다니고 있는 세 사람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니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미혜가 석상의 다리를 공격하고 바람에 밀려나듯 떨어진다.

그럼에도 파수꾼의 공격 범위 내에 들어가는 것 같으면 불꽃이 미혜와 석상 사이를 가르며 피어났다.


“호흡이 좋네요.”

“그러게요.”


투닥거리는 것도 결국은 티키타카가 맞아야 가능하다는 건가.


“그런데... 저 몬스터는 따로 패턴이 없는 것 같아요.”

“...”


나래 씨의 말에 세 사람의 움직임과 몬스터를 바라봤다.

오히려 사람들 쪽에 패턴이 있는 것처럼 움직였고, 몬스터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게임에서도 그런 몬스터들이 있잖아요. 생명력이 특정 범위 안으로 들어가야 패턴이 나타나는 애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렇다 해도 별다른 움직임이 너무 없었다.

앞발을 휘두르는 것이 공격의 전부였다.

하지만 다양한 자세와 각도로 불규칙적으로 이루어졌다.

패턴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패턴이라고 한다면...”


좀 전에 석상을 훑어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다.

그건 일정 주기별로 노랗게 빛나는 승우의 눈.


그리고 승주의 옆구리에 껴져있는 두꺼운 책 한 권이 보였다.


오래되어 노랗게 바란 두꺼운 책을 주기적으로 꺼내 보고는 덮어 넣었다.


“책... 책인가...”

“네?


옆에서 무슨 소리냐는 의미가 담긴 눈빛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냥 제 생각인데요. 가능성이 있는지 봐주시겠어요?”


무언가 떠오를 것 같았지만 혼자 생각하는 것으로는 정리가 되지 않는 듯 답답한 기분이 남았다.


“여기는 무대고, 연극을 하고 있다고 그랬잖아요. 아까. 그렇다면 대본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을까요?”

“네? 음... 확실히. 우리는 대본 없이 연극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는 있지만... 이게 제대로 된 역할극이라면 대본이나 아니면 최소한 서사가 담긴 무언가가 존재하겠죠.”


나래 씨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감싸 쥐더니 생각을 하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가능성이 있는 것 같네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저라도 저 책을 뺏어 보겠어요.”

“뺏을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우리는 이 이야기에 대해서 몰라요. 그 단서가 들어있을 거예요. 분명.”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평소의 나래 씨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 또한 연극의 영향이겠지.


“그런데 어떻게 다가가죠? 조금만 다가가도 바로 눈치 챘잖아요.”


좀 전에 보였던 쌍둥이들의 반응속도는 빨랐다.

우리가 평소처럼 다가갔다가는 채 닿기도 전에 견제당하거나 되려 공격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적격인 인물이 있지 않던가.

물론 그의 역할이 나무라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서우야!”

“네?”


불음과 동시에 서우가 살짝 미소 지으며 우리를 돌아봤다.


“승주가 들고 있는 책을 뺏어와야 해!”

“책이요?”


어리둥절한 모습이지만 그의 시선은 착실하게 승주의 옆구리를 향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인지 승주의 표정도 묘하게 일그러졌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밑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우리와 달리 파수꾼의 수호천사 역할을 맡게 된 쌍둥이에게 가해지는 강제성이 더 강하기라도 한 건가.


“알겠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서우의 몸이 허공으로 높게 떠올랐다.

파수꾼을 발아래 둘 정도로 높이 올라간 서우는 그대로 사자의 머리 위에 내리꽂혔다.


“저기가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을 보조하고 있던 바람이 멎은 것을 느낀 듯 미혜의 시선이 서우를 향했다.


“나래 씨는 석상과 쌍둥이의 움직임을 막아 주세요.”

“완전히 막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힘이 무시무시해요.”


여유로운 톤으로 이어지는 말이었지만 나래 씨의 관자놀이를 따라 흐르는 땀방울이 지금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서우를 확인하느라 미처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미 나래 씨는 서우를 대신하여 미혜를 보조하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으로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마력이 파수꾼의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자의 앞발은 미혜를 양해 떨어지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면... 승주라도.”


승주에게서 책을 뺏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나래 씨의 고개가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임과 동시에 환한 마력이 천천히 이동해 승주에게 향했다.


마력이 승주의 몸을 속박함과 동시에 사자의 머리에서 뛰어오른 서우의 몸도 승주에게 도착했다.


하지만 그 순간 잘못되었다고 돌이킬 수 없는 판단에 대해 판단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서우의 작은 몸이 그대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바닥에 부딪친 몸이 몇 번 튕기며 힘없이 구르다가 엎어졌다.

그 충격으로 아무리 쪼개려고 해도 쪼개지지 않던 나무 패널이 두 동강이 났다.


“서우야!”


방심했다.


오로지 미혜만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파수꾼은 미혜의 공격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맞으며 서우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단순하게 이어지는 공격패턴에 조금은 안심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주 잠깐의 시간.

정말 찰나의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보였던 속도는 장난이었다는 듯이 빠른 속도로.

공격하는 순간은 보지도 못했다.


그저 맞아 떨어진 서우의 몸이 바닥에 튕기는 모습만이 보였다.


“야! 괜찮아?”


힘없이 튕겨져 나가는 몸에 놀란 것은 나뿐만은 아니라는 듯이 미혜의 몸이 날아가듯 그를 향했다.


서우를 향하던 미혜의 뒤를 무언가가 뒤따랐다.

바람을 가르는 둔탁한 소리가 귀를 울렸다.


“미혜야 조심해야 해!”


두 사람을 향해 뛰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누워있는 서우와 그를 향해 달려가는 미혜의 뒷모습을 석상의 발이 가렸다.


그리고 바닥을 긁는 소리가 둥근 천장에 부딪쳐 되돌아왔다.


“아...”


파수꾼이 바닥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피도, 어떠한 잔해도 없이 그저 움푹 파인 바닥만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나래 씨를 향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나래 씨를 향하던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급했는지 거칠게 흔들리는 마력에 안겨 두 사람의 몸이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근데... 문제는.”


나래 씨의 시선이 이번에는 승주를 향했다.

온힘을 다해 승주의 움직임을 막고 있었기에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로 낯선 언어가 들려왔다.


옆구리에 얌전히 있던 책이 어느 새 승주의 손 위에서 활짝 펴져 있었다.

책과 승주의 주변으로 검은 마력이 넘실거렸다.


우리가 사용하는 마법에는 영창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저런 언어를 쓸 일은 더더욱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저도...잘 모르겠는데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연기가 구름처럼 천장을 가렸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그때와는 위압감이 달랐다.

중얼거리듯 빠르게 읊조리던 목소리가 멈췄다.


힐끗 바라 본 승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책을 다시 옆구리에 끼고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우리를 내려다봤다.


그런 승주의 뒤로 구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구름 사이로 무언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설마...”


불타오르는 붉은 구체였다.


“운석...?”

“흔히들 메테오라고 하죠.”


이런 좁은 공간에서 메테오를 소환한다는 건 다 같이 죽자는 뜻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이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가 주문을 읊었다.


승우의 목소리가 검은 마력과 함께 퍼져나가더니 파수꾼과 자신들의 주변을 둘러쌌다.


“죽어도 우리만 죽으라는 뜻인가. 일단은 최선을 다해 살아봐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위에 있는 사람들은 괜찮을 것 같네요.”

“...네...”


로운도 다른 둘도 생각보다 높이 있는 탓에 운이 좋다면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연극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공주랑 같은 높이였다.


공주를 죽이지는 않겠지...


“두 사람만 좀... 잘 부탁드려요.”

“...”


물론 나래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위쪽에 있던 다른 둘도 지상으로 떨어지겠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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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서로 다른 존재(2) 24.06.19 1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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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0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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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2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0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2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1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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