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2,984
추천수 :
274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4.03 09:00
조회
21
추천
0
글자
12쪽

무대 밖에서(4)

DUMMY

“이거... 이거 깨지긴 하는 거야?”

“...”


정확힌 몰라도 지혁이 들어간 후 못해도 10분은 지난 것 같은데...


안에 공간이 있어서 버티고 있는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서우를 따라 공격을 하던 다른 이들의 얼굴에서 의구심이 떠올랐다.


“선생님... !!”


놀란 승우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작은 몸이 총총거리며 뛰어왔다.

승우의 시선이 오른 주먹을 향하고 있었다.

주먹 끝에서 피가 떨어져 바닥에 고였다.


있는 힘껏 내리치면서 저걸 깨야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던 탓에 못 느꼈다.


“다른 사람도 부탁하마.”


치료를 끝낸 승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하자 기쁜 듯 웃으며 제천을 향해 뛰어갔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다.

제천을 보니 칼을 쥐고 있던 손바닥이 모두 찢어져 있었다.


“...”


다른 사람들을 살펴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우의 검은 쉬지 않고 모래로 된 덩어리를 벴다.


“석 씨...”

“...”


로운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어쩌다가 지혁 씨가 저길 들어간 거죠?”

“...”


로운은 뒤에 남은 사람들과 나중에 합류했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겠지.


“지혁이 미끼가 되었다.”

“미끼요...?”

“성공하지 못했고.”

“그랬군요...”


로운은 영리하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본인이 이해하지 못해도 주변 상황을 단서로 뜻을 유추해낸다.


“몬스터가 지혁 씨만 따라다니는 거 같더니 결국은 미끼가 된 거군요.”

“...”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무모했어요.”

“동의한다.”


상황을 파악하고 짓이기듯이 말하는 목소리에는 분노와 걱정이 동시에 서려있었다.


“그럼 저 사람이 저러고 있는 것도.”

“지혁이 들어가기 전 서우와 대화를 나누더군.”

“흠...”


이번에는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지 그의 시선이 무섭게 허공을 떠돌았다.


몇 번을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서우 씨 의견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지혁 씨가 그런 계획을 세웠단 게... 이해가 가지 않네요.”

“...”


더 자세히 이야기 할 필요는 없겠지.


“으악!”


빠른 속도로 휘두르던 칼이 잘못 맞은 것인지 서우의 몸이 그대로 튕겨져 나와 바닥을 뒹굴었다.


놀란 미혜와 나래가 뛰어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두 사람의 도움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서우가 튕겨져 나간 칼을 찾았다.


다시 공격할 생각인가.

역시 지금은 그 방법 밖에 없나...


미련해보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이상의 방법을 생각하기 어렵다.


“야. 꼬맹이.”

평소보다 낮게 깔린 서우의 목소리가 건조하게 갈라졌다.


“누구보고 꼬맹이래.”

“나 좀 도와줘.”

“어...?”


예상외의 말에 미혜는 당황한 듯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다 찢어발기고 싶지만... 얼마나 걸릴지 몰라.”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뚜껑이 되어 튀어나오려는 감정을 막으려는 듯이 간간히 들썩였다.


“나랑 드릴이 되어주라.”

“...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드릴이라...


“그렇다고 저 아저씨한테 해달라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서우의 손가락이 나를 향했다.

아저씨라니... 고작 몇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아저씨라니! 선생님이지.”

“... 그래. 선생님. 하여튼... 나를 있는 힘껏 밀어줘.”

“던져달라는 거야?”

“아니... 던진 다음 밀어줘.”

“뭐?”


미혜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자 봐봐.”


서우가 자신의 칼로 바닥에 선을 그었다.

동그랗게 생긴 것은 몬스터일 것이고 그 옆에 화살표로 표시하는 게 본인이라는 뜻인가.


“여기 뾰족하고 날카로운 거. 내가 할게. 그러니까 너는 이 부분 해줘.”

“이해는 했는데. 그게 안 될 거라니까.”

“왜?”


순간적으로 서늘한 기운의 시선이 미혜를 향했다.

그 눈빛에 미혜도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나는 허공을 밟고 뛰어오를 수 없어.”

“... 그런가.”


서우의 시선이 아래를 향해 떨어졌다.

고개를 돌린 미혜가 입모양만으로 들리지 않게 욕하는 모습이 보였다.


“본인이 칼날이 되어 저걸 뚫어보겠다는 발상은 좋은 것 같네요.”


로운이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서우의 아이디어에 힘을 보태고자 했다.


지혁은 우리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하며, 그 결정에 책임지려고 하지만.

그가 없는 우리는 또 다시 각자의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니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무게를 다른 이들에게 넘겨주었다면...

위험한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애초에... 밀고 들어가려면 몬스터에 붙어있어야 해요.”


생각이 끝났는지 로운이 말했다.


“발 디딜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잠시 떨어져 있는 사이에도 충분히 복구가 될 거라는 거죠.”

“좀 무시무시한 회복력이기는 하죠.”


저걸 회복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차라리 지혁 씨처럼 위에서 내려온다면 그런 수고는 덜 수 있어요.”

“... 그럼 날 위에서 던져줘.”


서우의 시선을 선두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미혜를 향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던지는 건...”

“어차피 나 사람으로 안 보잖아.”

“...”


지혁과 있을 때는 웃는다거나 장난을 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했는데.

지금의 서우는 그저 말하는 인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다.


불과 몇 개월 전이었다면 다른 사람까지 이용했겠지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그래도 사람인데.”

“시간이 없다고. 충격을 강하지 않고는 틈이 생기지 않아. 틈 사이를 비집고 나갈 거야.”

“... 그러니까... 네가 매개체가 되어서 저거랑 정면충돌하겠다는 소리잖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상대에 미혜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미친 거야? 너랑 아저씨는 본인 목숨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렇다고 너를 날려 보낼 순 없잖아.”


부탁을 하는 건지 협박을 하는 건지.


“너무 흥분했어. 진정해. 서우 씨도 차분하게 생각해요.”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은 분위기에 로운과 내가 둘 사이를 가로 막았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그런 무모한 생각은 안 돼. 아저씨는 항상 침착하게 생각했어.”

“...”


그 말에 감정이 없던 서우의 눈빛이 바뀌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가. 당신들이 보는 선배가 정말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 하냐고요.”


미혜 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실어 말했다.


“당신들도 알잖아. 선배가 가끔씩 무모한 선택을 한다는 거.”

“그건... 어쩔 수 없었을 테니까.”

“나보다 오래 선배를 봐온 당신들이 선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잖아. 그러니 선배는...”


서우는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지만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그게 본인이 아니라 지혁을 위해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했다.


아직 이 팀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으니까.

지혁에 의해서 함께하고 있었지만 그간의 행보에 온전한 동료가 될 수 없었기에.


조금만 신경 써도 알 수 있는 것들을 놓치고 있다.


“미혜. 서우를 던져라.”

“네? 아니. 선생님까지 왜.”

“틈은 내가 만들겠다. 로운은 몬스터보다 높게 얼음기둥을 세우고.”

“석 씨...”

“우리에게 시간이 없는 것도 맞고. 방법이랄 것도 없으니까.”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곤란한 표정이다.

머리로는 납득하면서 마음이 끌리지 않는 듯이.


“석 오빠가 저렇게 길게 말한 거 보면 진짜 답이 없는 거예요.”


나래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


“서우 씨도 생각이 있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한 편, 서우를 돌아보며 걱정의 말도 놓치지 않았다.

나래가 가진 특유의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다정함이 스며들지 못하고 혼자 흩어지고 있는 서우의 음색에 선을 긋는다.


하나의 악보가 될 수 있도록.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다정한 점이 나래의 강점이지.


“알겠습니다.”


제일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손을 댄 사람은 로운이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장에 닿을 듯 높은 얼음 계단이 솟아났다.


“오...”


매끄럽게 다듬어진 얼음 계단에서 냉기가 흘러나왔다.

헤나투가 탄성과 함께 투명한 계단의 옆면을 살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알아들을 수 없다.


“아. 알았다고.”


계단까지 만들어지자 더 이상은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미혜가 서우를 들어 옆구리에 꼈다.


“걸어가는 건 할 수 있는데...”

“시끄러워 여기서 던져버리기 전에. 선생님 앞장서세요.”


계단에 발을 올렸다.

서늘한 기운이 신발을 뚫고 들어왔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작아지며 바닥이 멀어졌다.


그리고 계단의 끝에 도착했을 때.

몬스터를 발밑에 둘 수 있었다.


“나 이거 두 번 못해. 그러니 알아서 잘 해.”

“살아있으면 두 번 할게.”


스탯이 생기며 인간의 몸은 이전보다 훨씬 튼튼해졌지만 그건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이야기.


다른 능력자의 공격을 피하지 않는다면 죽을 수도 있다.

물론 승우가 있으니 죽진 않겠지만.


아래에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이곳만을 주시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아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만.


“표면에 작은 틈만 만들어주세요.”

“그래. 내가 공격하자마자 뛰어라.”

“알겠다구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마당에 더 이상 거부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주먹에 힘을 줬다.

능력이 생긴 이후로 항상 느껴지는 넘실거리는 기운.

울렁거리는 기운이 오른손으로 모여들었다.


계단 끝에서 뛰어내렸다.

공기가 바람이 되어 스쳐지나갔다.

빠른 속도로 몬스터의 표면이 가까워졌다.


뻗는 주먹을 누군가의 기척이 감쌌다.

이전에도 한 번 느낀 적 있었던 힘.

건물을 꿰뚫었던 강력했던 힘이 다시금 느껴졌다.


한 번의 경험으로는 확신할 수 없었는데 이제야 확신이 선다.


인간에게 능력이 생긴 것은 신이 모든 인간을 사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던 남자가 떠오른다.


이제야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로서 소중한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는 힘.




쾅-!



둔탁함 속에 작게 쪼개지는 소리가 들리며 둥근 표면을 따라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낯익은 감각과 함께 속도가 줄어들었다.


“고맙다.”

“별 말씀을.”


싱긋 웃는 나래를 보고는 위를 봤다.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미혜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단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 위로 모래가 쏟아졌다.

꼭대기에 있기에 서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것보다 많은 모래가 바깥을 향해 튕겨나갔다.


“어쨌듯 잘 들어 갔... 어...?”


위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향해 미혜가 소리쳤다.


“다들 도망가요! 무너진다. 무너져!”


다급하게 뛰어 내려오는 모습 뒤로 미혜의 말처럼 거대한 구를 유지하고 있던 몬스터가 모래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다량의 모래가 중심을 잃고 그대로 무대 위로 떨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7 빛으로 향하는 길 (4) 24.07.15 4 0 12쪽
216 빛으로 향하는 길(3) 24.07.12 10 0 10쪽
215 빛으로 향하는 길(2) 24.07.10 7 0 12쪽
214 빛으로 향하는 길(1) 24.07.01 8 0 11쪽
213 서로 다른 존재(5) 24.06.28 9 0 11쪽
212 서로 다른 존재 (4) 24.06.24 10 0 12쪽
211 서로 다른 존재(3) 24.06.21 8 0 13쪽
210 서로 다른 존재(2) 24.06.19 10 0 14쪽
209 서로 다른 존재(1) 24.06.17 10 0 12쪽
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9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0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3 0 13쪽
205 흩어지는 미로(2) 24.06.07 10 0 13쪽
204 흩어지는 미로(1) 24.06.05 8 0 14쪽
203 싸우면서 크는 거지(5) 24.06.03 10 0 13쪽
202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9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10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11 0 14쪽
198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5) 24.05.22 8 0 13쪽
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13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2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2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3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1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3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7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3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