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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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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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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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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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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무대 밖에서(2)

DUMMY

“모래를 걷어낼 방법?”


나는 턱짓으로 관중석 쪽을 가리켰다.

방금 전 서우의 공격으로 날아간 모래는 아직까지도 무대 위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저기로 가면 무대 위로 다시 안 올라오는 것 같거든.”

“아...”


주먹을 잡고 있던 석 씨에게서 작은 탄식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단 내가 시선을 끌고 있을 테니까 각자 알아서 떼어내 봐요.”

“형이?”

“이 녀석 나한테 집착이 심하거든.”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만 집요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애써서 관심을 끌 바에는 그냥 내가 시선을 끄는 게 훨씬 수월할 테니까.


멀리서 로운과 헤나투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고서우는 어디 갔지?


“그 꼬맹이 찾는 거라면 저기 있어.”


이 녀석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꼬맹이라고 부르게 되었나.


제천의 말과 함께 위를 바라보니 신나서 칼을 휘두르고 있는 서우가 보였다.


왠지 머리 위로 자꾸 모래가 떨어지고 있다 싶었다.


“모래가 풀리고 있다.”


그렇게 말하는 석 씨의 마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만큼 받고 있는 힘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겠지.


“일단 최선을 다해 피해.”


가방에서 효과가 끝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버블티를 하나씩을 꺼내 마셨다.

단순히 마시면 되는 다른 음료들과 달리 버블티는 씹어야 해서 불편한걸.


“다음부터는 꼭 참고 해서 만들어야겠네.”


전투 중에는 여유롭게 무언가를 먹고 있을 수 없다.

그러니 최대한 간편하게 마시고 끝낼 수 있어야 한다.


[15분간 이동속도가 70만큼 상승합니다.]


[20분간 회피가 대폭 상승합니다.]

[해당 음료는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섭취자의 회피를 돕기 위해 순간적으로 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순차적으로 뜨는 창을 서둘러 껐다.

안내창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거인의 주먹을 피해 몸이 먼저 뒤로 움직였다.


“아으...”


육체 주인의 의지와 다르게 갑작스러운 운동을 한 근육이 고통을 호소했다.


“여러모로 손볼 곳이 많은 레시핀데.”


이후 이어지는 공격을 피하며 무대 위를 돌았다.

그러는 동안 로운과 헤나투까지 공격에 가세했다.


팔이 잘려도 다시 자라나고, 다리가 잘려도 다시 솟아났다.

이전과 같아 보이는 전투였지만 확실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거인의 크기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고, 관중석의 모래는 쌓여갔다.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벌써 15분이 지났나.

안내와 함께 몸이 무거워졌다.

원래 내 무게였을 테지만 가볍게 날아다니다가 갑자기 늦어지면 무거워졌다고 느낄 수밖에 없지.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버블티 효과와 거인의 작아진 몸 덕분에 피하기는 오히려 한결 수월해졌다.

다만 내일 아침이 걱정될 정도로 근육에 무리가 가고 있지만.


그르르르


모래 거인은 나를 잡지 못하는 것이 어지간히도 화가 나는 지 다시 한 번 발을 굴렀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5m가 조금 넘을 것 같은 크기의 거인은 이제 주먹을 날리지 않았다.


모래 송곳 같은 것이 나를 향해 찌르듯이 날아왔다가 되돌아갔다.


아마도 자신의 몸을 더 이상 작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을 원치 않은 듯 했다.

그리고 송곳 공격이 행해지는 그 순간에 나는 볼 수 있었다.


제천이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의 핵심을.


“녀석이 저를 공격할 때 송곳 아래쪽에 보이는 구를 깨주세요!”


송곳 아래쪽으로 황금색의 구가 반짝이며 회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모래 거인의 움직임에 의해 가려졌다.

마치 우리 대화를 듣고 숨기는 것처럼.


“이제 와서 의심이 드는 건데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건가.”


그렇다면 녀석이 이상할 정도로 나에게 집착하는 모습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로운과 헤나투까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약점을 숨긴다고 하더라도 크기가 작아진 거인은 수적으로 불리했다.


“형! 안쪽에 있는 황금색 구를 치면 돼!”


내가 말하는 구라는 것이 뭐냐는 듯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거인을 겉돌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킬의 효과 때문이라도 위치를 본 제천이 있었다.


“근데 이 녀석 갑자기 왜 이래.”


제천이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구를 치기 위해 거인의 주변을 맴돌았지만 웬일인지 공격을 할 기미가 없다.


“쳇. 이제 나한테도 관심이 줄어든 건가.”


걸음을 멈추고 녀석을 올려다봤다.

녀석은 당장이라도 치고 싶은 기색이었지만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약점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건가.


“갑자기 안 움직이네요.”


모래로 샤워라도 한 것인지 머리카락을 털어내고 있는 서우의 주변으로 작은 모래가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마 약점을 들켰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약점?”

“저 녀석이 나를 공격할 때 안에서 황금색 구를 봤어. 제천이 봤다는 약점도 그게 아닐까 싶어.”


나와 모래 거인은 눈싸움이라도 하듯이 서로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서우는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그러니까. 쟤네가 우리 대화를 알아듣고 있다는 거예요?”

“응.”


인간의 언어를 할 줄 아는 몬스터는 드물지 않았다.

상위 몬스터일수록 할 수 있었다.

헤나투가 조금 예외인 경우였을 뿐이지.


“그런데 왜 지금까지 못 알아들은 척 했을까요.”

“그건...”

“잠깐. 저 알 것 같아요.”


고서우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듯이 양쪽 검지를 관자놀이에 대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장난을 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어차피 본인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네요. 자신은 크고, 쉽게 죽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이야기기는 했지만 서우가 자신의 힘으로 생각을 하고 상황을 판단해 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가 없는 상황이 온다면 로운과 석 씨를 도와 일행들을 이끌어줄 사람이 한 명 느는 거니까.


“그런데 관중석으로 날아간 모래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우리가 알아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진짜 약점이었던 부분도 알아내버려서 저러고 있는 거네요.”


알았다는 듯이 과장된 얼굴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목소리는 높낮이가 따로 없이 조용했다.


그런 서우도 못마땅한지 모래 거인의 시선이 잠시 그를 향했다가 돌아왔다.


“근데 저러고 있으면 공격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지금 눈싸움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거잖아.”

“눈싸움 중이었어요?”


앞서 말했던 것들보다 그것이 더 놀랍다는 반응이다.


“하여튼 그 약점을 봐야한다는 거잖아요. 왜 공격할 때만 약점이 드러났을까.”


질문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힐끗 본 서우의 표정은 누군가의 답을 원하지 않았다.

로운이 허공을 보며 생각에 빠지듯 이것도 아마 이 녀석의 버릇 중 하나이리라.


“그거네요.”

“뭐라고 생각하는데.”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질량보존의 법칙?”

“그게 이럴 때 쓰는 말이던가?”

“뭐 아무튼. 저 녀석 모래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공격을 하면 몸이 늘어나는 거고.”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지만 서우가 하고 싶은 말은 뭔지 알겠다.


“이전에는 쟤가 움직여도 충분할 정도의 모래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서 움직일 때마다 약점을 가리고 있던 모래들이 얇아지는 거겠네요.”

“...”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냥 단순히 모래로 이루어진 몬스터라고만 생각했는데...


“본체가 다른 곳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닥이 진동하더니 바닥을 이루고 있던 모래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덤으로 모래의 흐름에 우리의 몸도 천천히 끌려갔다.


“어? 분명히 얼렸는데.”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더 빨리 빨려들어가고 만다.

우리가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이 구역의 바닥을 녹인 건가.


“아무래도 방법을 바꾼 것 같은데.”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거구나!”


어디 만화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억양이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주변으로 옅은 황금빛이 모여들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고 생각해요.”


서우가 내민 손을 잡자 거의 잡아끌리듯이 몸이 모래 구덩이를 벗어났다.


“어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곤란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는 모습이 버거워 보인다.


“굉장히 힘이 좋네...”


미간이 점차 좁아지더니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빛의 농도가 짙어졌다.

그리고는 이내 튀어 오르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르르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는지 다시 한 번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저 좋은 생각이 있어요. 선배.”

“뭔데.”


이제는 서우가 무언가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더 무섭다.

대수롭지 않은 돌발행동이었으면 말하지 않고 벌써 실행했을 테니까.


“저 녀석의 모래가 중심부에서 바깥으로 이동하면 되는 거잖아요.”

“응.”

“그리고 쟤는 선배한테 관심이 많고요.”

“그렇지?”

“그럼 선배가 쟤 머리 위에 올라가면 잡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


모래로 이루어진 몬스터.

아까 석 씨가 주먹을 잡은 것으로 보아 형체가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방금 전의 대화에서 그 반대의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나.


“위험할 것 같으면 안 할게요. 하지만 그게 가장 확실할 것 같아서요.”

“...”


특유의 장난기도 비인간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하나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모습이었지만 그 안에 나의 안전은 없었다.


“정말 웃기네...”

“...”


만약에 이 녀석이 다른 사람에게 이런 제안을 했더라면 고민이고 뭐고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우리가 이기기 위해 동료를 죽을 수 있는 상황으로 밀어 넣는 게 맞나?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그런 방식은 선택하지 않을 테니까.


“만약 내가 아니라 다른 녀석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런 제안은 아예 하지 않았겠지.”


반쯤은 혼잣말로, 반쯤은 질문으로 말했다.

이에 서우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내가 아는 선배라면 알겠다고 할 것 같거든요.”

“...”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이가 가장 나를 잘 알고 있을 때의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 확실히 살려낼 수 있는 거지?”

“저만 믿어요. 안되면 저 녀석 반으로 쪼개서라도 데려올 테니까.”

“그 전에 죽지 않을까 싶은데.”


고서우는 작게 웃었다.

웃을 상황도 웃을 만한 내용도 아니었지만.

정말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모습이 오히려 인간 같지 않다.


“그럼 잠시만 고생하고 계세요.”

“그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던 황금빛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내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처음에는 천천히 내려가던 속도에 가속이 붙더니 순식간에 모래 거인의 머리 위에 도착했다.


자신의 머리 위에 무언가 떨어진 것을 느낀 건지 녀석의 몸이 크게 진동했다.


밖에서 사람들의 외침이 들렸지만 자세히는 들리지 않았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저 하나의 덩어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막에 불어오는 바람 같은 소리가 났다.

모래 알갱이들이 날아다니며 부딪치는 소리.

바람이 강하게 회전하는 소리.

웅웅거리는 동굴에서 울리는 것 같은 누군가의 목소리까지.


“이거... 다른 사람이었으면 절대 안 시켰어.”


녀석은 덩어리가 아니다.

무언가를 중심으로 강하게 회전하는 힘에 따라 뭉쳐진 모래였을 뿐.

따로 마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녀석의 몸은 그저 어떠한 힘에 의해 모여들어 소용돌이치는 모래였다.


소용돌이치는 모래는 요란하게 내 몸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이미 하반신까지 빨려 들어간 상태에서 저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원래 이곳에 왔던 이유라도 챙길 수밖에.


아직 모래에 파묻히지 않은 손을 들어 칼을 휘둘렀다.


“야. 여기다. 여기. 이제 머리에 손도 안 닿냐!”


최선을 다한 도발이었지만 바람 소리에 묻혀 스스로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모래 폭풍에 들어온 것처럼 눈앞에는 날아다니는 모래뿐이었다.

발밑으로 닿는 것이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공간에서 모래 거인의 움직임은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점차 강하게 조여 오는 모래의 압박.

진짜 녀석의 몸 안으로 들어온 거다.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여기서 견뎌내는 것.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자.


“야! 못 먹을 거 먹으면 배탈 난...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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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0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3 0 13쪽
205 흩어지는 미로(2) 24.06.07 10 0 13쪽
204 흩어지는 미로(1) 24.06.05 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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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싸우면서 크는 거지(4) 24.05.31 9 0 12쪽
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200 싸우면서 크는 거지(2) 24.05.27 10 0 13쪽
199 싸우면서 크는 거지(1) 24.05.24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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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 (4) 24.05.20 13 0 11쪽
196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3) 24.05.17 13 0 14쪽
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2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3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2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3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7 0 13쪽
188 죽음을 피하는 방법(4) 24.04.26 1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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