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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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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2,981
추천수 :
274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3.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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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무대 밖에서(1)

DUMMY

“아직... 아직이에요.”


로운은 생각했다.

나가야 할 타이밍.

지금 나간다면 좋겠지만 만약에 그게 잘못된 선택이라면?

항상 선택이란 건 책임을 동반했다.

그렇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있어요.”


밖의 상황을 보며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서우의 마음도 알지만 쉽사리 말을 내뱉을 순 없었다.


+++


나래 씨의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리던 땀이 이제는 턱 끝에서 떨어졌다.


얼마나 이러고 있던 걸까.

덕분에 비교적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언제쯤 내려가야 할까요.”


나래 씨는 힘겨운지 몇 번이나 재촉하듯 물었다.


“죄송해요.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아직까지는 모래 거인의 관심이 우리에게 쏠려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이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요.”


조금 전에 빠질 뻔 했던 모래 구덩이와 같은 것들이 몇 개 더 늘었다.

중심을 잡는 것도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걷기라도 편해진다면 좋을 텐데.”


그 순간 통로에 서있던 헤나투가 마법진을 만들어내는 것이 보였다.

뒤이어 서우와 로운이 연달아 능력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네요.”

“그 조금이 대체 언제에요~~”


또 한 번의 손길을 피하며 나래 씨는 버거운 듯 말했지만 정말 멀지 않았다.


“바닥을 얼릴 생각인 것 같아요.”

“바닥을요...? 모래도 어나요?”

“그래서 로운 씨가 수를 쓰신 것 같아요.”


아래의 상황을 살필 수 없는 나래 씨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람 특유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다려보시면 될 것 같아요.”


통로에서부터 터지듯이 나오는 황금빛의 물결이 아주 얇게 그러나 빠지는 곳 없이 촘촘하게 무대 위를 덮었다.


“더는 못 기다릴 것 같은데요.”

“네?”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에 떠있던 몸이 빠르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져서 다칠 정도의 속도는 아니었지만 거인의 손길을 피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이쿠야.”


바닥에 내려온 나래 씨는 어지러운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저... 저를 두고 가세요.”


주저앉아 다리 사이로 머리를 숙이고 말하는 목소리가 애처로웠다.

나래 씨의 마나통을 생각한다면 마나를 다 쓴 것은 아닐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정신력을 다 소모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순 없어요. 그랬다가는 미혜한테 무슨 꼴을 당할라고. 눈 감고 계세요.”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겠지.

바닥을 디디고 있는 다리에 힘을 줬다.

단단하게 얼어붙었지만 미끄럽지는 않게 모래의 겉을 남겨두었다.

누구의 센스인지 몰라도 감탄이 나왔다.

이 감탄을 전해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좋게 말해서 거인의 손길이지 자동차만한 크기의 모래로 된 손이었다.

가까워지면서 점차 커지는 위압감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흡.”


제발 부드러운 모래로 이루어져있기를 바라며 칼을 바로잡았다.

한 때 공부하기 싫어서 펜을 돌리던 시절을 떠올렸다.


“이야아아아!”


될까 했던 일이 진짜 됐을 때.

또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흐름이 끊겨버리고 만다.


“지...지혁씨?”


나래 씨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듣지 않기 위해 애썼다.


한 번이라도 집중력이 흐려지는 순간.

나도 나래 씨도 모래 폭탄을 맞고 말테니까.


“제발... 빨리.”


눈앞에서 칼날에 갈려 날아오는 모래 때문에 눈을 가늘게 떴다.


모래 거인의 시선도, 공격도 이쪽을 향하고 있다.

일행들에게 말할 기력은 없었지만 누군가가 상황만 보고 와주기를...

그런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탑에서 온전히 믿을 수 있는 것은 나와 파티원 뿐이니까.


“아무나...!”


쥐어짜내듯 흘러나온 소리와 함께 눈앞이 환해졌다.

얼굴로 떨어지고 있던 모래의 양은 많아졌지만 시야는 훨씬 편했다.


“선배애~!!”


모래 사이를 헤치고 서우가 나타났다.

팔을 통째로 날려버린 것인지 모래 한 뭉텅이가 무대 밖으로 떨어졌다.


“괜찮아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보는 모습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 응. 고마워.”

“그... 나... 그... 그쪽도 괜찮은 거죠?”


서우는 나래 씨를 보며 이름을 부르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이내 기억이 나지는 않는지 ‘그쪽’이라고 대충 말하며 나래 씨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고마워요.”


그런 서우를 이해한다는 듯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는 나래 씨다.

역시 우리 파티의 소통 담당답게 서우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이해한 듯 했다.


“그런데 네가 온 거야?”

“네?”


아무나 와달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서우가 올 줄은 몰랐다.

생각하기로는 미혜라든가, 석 씨라든가 로운이 올 줄 알았다.


“음? 아. 왜요~ 나는 오면 안 돼요?”


삐진 것을 티내겠다는 듯이 아랫입술을 힘껏 내밀었다.

하지만 장난이라는 듯이 이내 빙긋 웃었다.


“뭐, 선배 마음도 이해는 해요. 꼬맹이는 오고 있어요. 다만 내가 더 빨랐을 뿐이고. 그 과묵한 분도 오려고 했는데 그... 제현? 이란 남자가 뭔가 이상한가 봐요.”


서우는 높낮이도 없는 목소리로 중얼중얼 상황을 설명했다.


“로운은...”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통로로 향하고 있었다.

우물쭈물 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발을 구르고 있는 남은 사람들이 보였다.


“망설이길래 그냥 두고 나왔어요.”

“로운이...?”


로운이 이런 상황에 망설였다고?


“글쎄요. 생각이 있었겠죠.”


서우는 이해는 되지 않지만 이해해보겠다는 듯이 양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며 어깨를 가볍게 한 번 으쓱였다.


“그나저나. 저 이 괴물 처치할 방법을 알았어요.”

“응?”

“저기 봐요.”


고서우는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방금 전 서우의 공격에 거인의 팔이 날아간 곳이었다.


무대 밖의 돌로 된 관중석 사이에 모래가 쌓여있었다.


“설마... 무대 밖으로 나가면 일반 모래로 돌아가는 건가.”

“한 번 해봐도 괜찮지 않겠어요?”

“그러네.”


아무리 커다란 거인이라고 하더라도 한 부분 씩 날아가 없어진다면 형체가 줄어들 것이다.


“아저씨! 괜찮아요?”

“느림보네.”

“참나. 능력 쓰면서 부랴부랴 달려가는 거 다 봤거든.”

“위급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지.”


막 뛰어와 서우를 마주한 미혜는 또다시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싸우는 둘 사이에 미운 정이 제법 두텁게 쌓였겠는걸.


“미혜야. 제천한테 뭐 들은 거 없어?”

“음? 아뇨? 일단 우리끼리 무슨 대화를 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랬구나...”


제천에게 밀크티를 넘겼다.

그 사용법을 모르지 않을 텐데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건가.


“일단 내가 제천이 보고 물어볼게. 지금은 흩어지자.”


이렇게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날아간 한 쪽 팔을 채우기 위해 부피가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큰 몬스터가 팔을 회복하고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혜는 나래 씨를 통로 쪽으로 데려가서 쉴 수 있게 해줘. 그리고 싸울 수 있는 전력은 모두 와달라고 해.”

“넵!”

“서우는 나랑 같이 석 씨네와 합류하자.”

“네~”


대답을 끝낸 미혜는 나래 씨를 업고 통로를 향해 뛰었다.


바닥이 단단해진 덕분에 뛰는 게 한결 수월해 보였다.


“이왕 벨 거면 저기 바깥쪽으로 베라.”

“넵.”


칼 손잡이를 잡고는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 못하고 있는 서우에게 당부했다.

그 이상을 말하고 싶었지만 우리가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은 볼 수 없다는 듯이 거대한 모래 덩어리가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방금 전은 나래 씨가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었지만.

혼자인 상태에서는 굳이 맞서 싸울 필요가 없다.


가방에서 음료 하나를 꺼내 뚜껑을 따 단숨에 삼켰다.

찬 기운에 관자놀이가 지끈 거리며 두통이 이어졌다.


[10분간 이동속도가 30만큼 상승합니다.]


음료의 효과가 돌자 몸이 가벼워졌다.


“아이쿠!”


마시기가 무섭게 거인의 발이 내 뒤를 밟았다.


비행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따라오는 건.

역시 목표는 나래 씨가 아닌 나였구나.


“왜 나를 쫓는 건데!”


이유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이곳에 들어와서 모래 거인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짓은 하지 않았다.


“...”


곰곰이 생각해봐도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잘못했다거나 눈에 띠는 짓은 하지 않았다!


“억울하네.”


나를 향해 다가오는 모래로 된 손의 손가락 하나를 베고는 그 사이를 넘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 열 받는 지 모래 거인이 발을 굴렀다.

육중한 몸이 나무로 된 무대 위에서 발을 구르자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한 진동이 무대 전체로 퍼졌다.


“으악!”


얼어있던 모래들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솟아올랐다.

뛰는 것을 방해하겠다는 심산인지 멀쩡한 곳만을 내리치며 따라왔다.


“형!!”


멀지 않은 곳에서 석 씨와 함께 달려오고 있는 제천의 모습이 보였다.


“봤어?!”

“...”


내 물음에 제천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답을 미뤘다.


“본 거야. 만 거야.”

“보긴 봤는데. 저거 전신이 다 환하게 빛나.”

“그건 또 뭔 소리야.”


더 이상 외치지 않아도 서로의 소리가 들릴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물론 가까워진 건 석 씨와 제천 뿐만이 아니었다.


그르르


건물이 무너질 때나 날 것 같은 소리를 울음소리로 가진 모래 거인이 우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설명. 들어라.”


점차 다가오며 부피를 키운 주먹은 끝내 우리에게 닿지 못했다.


밀리지 않게 자세를 갖춘 석 씨가 거인의 주먹을 잡았다.


“석 씨...?”


석 씨의 주변으로 방대한 마력이 터져 나와 그의 손으로 몰렸다.


그랬다. 그는 괴력 능력자였다.

아무리 모래로 이루어진 거인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단단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걸 잡고 있겠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봤냐고.”


나는 급한 상황에 밀려오는 초조함과 답답함을 담아서 외쳤다.


“그게 보였다 안 보였다 해.”

“...”

“그런 무서운 표정 짓지 말고. 진짜 보였다 안 보였다 했어. 그래서 석 형한테 물어봤는데 아마도 모래를 걷어내야 보일 것 같다고 했어.”

“모래를 걷어내야 한다고?”

“그 이상은 설명 못 들었어. 형이 급하게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거든.”


대충 어떤 상황이었을지 상상이 갔다.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급소와 모래를 걷어내야 한다는 말.

그건 아마도 저 모래 거인의 내부에 약점이 있다는 걸 알아챈 석 씨의 답변이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제천은 그걸 한 번에 알아들을 만한 눈치는 없었던 거고.


“수고했다.”

“헤헤. 뭘.”


제천은 뭐가 기쁜 지 뒤통수를 긁적이며 웃었다.


“마침 모래를 걷어낼 방법도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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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9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0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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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1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3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1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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