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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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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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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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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증명(3)

DUMMY

그 다음 공격은 확연하게 줄어든 인형의 수로 인해 비교적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춤판을 끝으로 첫 번째 구간에 있던 모든 인형을 쓰러트렸다.


“으악! 힘들어. 너무 정신없어.”


미혜가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 옆으로 다른 애들도 하나 둘 누웠다.


“뭔가... 힘든 전투였다기 보다는... 정신없었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미혜의 말에 곁에 누운 제천과 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바닥에 누우면 감기 걸려.”


그들의 곁으로 다가간 나래 씨가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듣는 이는 없었다.


“조금만요. 계속 긴장한 상태로 있었더니 지쳐서 그래요.”


몬스터와의 전투는 언제나 긴장 상태지만 이번에는 제법 길었다.

그마저도 쉴 시간도 없이 파티 전원에게 쏟아지는 공격은 지칠 만 했다.


“조금 쉽시다. 갑자기 층을 뛰어 넘어 와서 그래요. 체력 아껴가며 천천히 갑시다.”


로운이 환기를 하듯 가볍게 박수를 두 번 치며 말했다.

이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바닥에 누운 애들은 눈까지 감았다.


간간히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애들이 혹시 어디가 안 좋은 건가 살피는 승우와 그런 승우를 구경하고 있는 승주.


“가끔 보면 승주와 승우가 제일 어른스러운 것 같아요.”


나래 씨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고된 일이 많았을 테니까요.”


혹여 듣고 상처라도 받을까봐 대놓고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나래 씨의 목소리에는 쌍둥이에 대한 마음이 묻어있었다.


“뭐... 이제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보다 더한 것들을 신경 쓰며 살아남아야겠지만.

어쩌면 둘에게는 지금의 세계가 더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이전보다 편안해진 쌍둥이의 표정을 보면 그러했다.


“그런데 저쪽은...”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던 나래 씨의 시선이 정반대편으로 향했다.

그 시선의 끝에는 헤나투가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의 연못을 꺼내어 낚시를 하고 있는 헤나투가 보였다.


“낚시... 중인 것 같죠?”


이런 상황에 낚시라니 무슨 생각일까.

하지만 이제는 하나하나 묻지 않기로 했다.

조금 전의 상황만 보더라도 헤나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좀 더 긴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덕분에 살아남았다.


“무슨 생각이 있는 거겠죠.”


물론 아직 그에 대해서 많이 접하지 못한 나래 씨가 못미더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나 같아도 잘 알지 못하는 존재가 갑자기 낚시를 하고 있다면 저런 표정을 지을 것 같으니까.


“우리는 아이템이나 정리해요.”


거의 대부분의 인형은 헤나투가 처리했지만 그는 아이템에는 별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드랍된 아이템들은 해당 층의 컨셉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음악이나 춤과 관련된 이번 층 같은 경우에는 이것들과 관련이 있는 아이템이 나온다.


“무도회의 추억...?”


신데렐라가 신었을 것 같이 생긴 유리로 된 구두라거나.


“친구의 친구는 친구.”


요상한 이름을 가진 마리오네트 컨트롤 바.


같은 것들이 나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이런 아이템이 나오는 건 이상한 일이라는 거지.


“그건 뭐예요?”

“아기 여우의 구슬... 이라는 데요.”


[이름 : 아기 여우의 구슬

나이 : 알 수 없음.

특성 : 유리, 어린 여우들이 가지고 놀던 구슬. ]


별다른 효과도 없고, 의미도 없어 보이는 아이템이 섞여 있었다.


“이상하네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로운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보통 탑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층의 영향을 받아요. 이 아이템은 어떻게 봐도 지금 층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요.”

“관련이 있다고 해봤자 특성이 유리라는 것 정도려나...”


나래 씨가 유리구슬을 들어 천장의 빛을 담았다.


“별 다른 점은 딱히 없어 보이네요.”

“아이템 설명에도 특이점은 없어요.”


머리를 한데 모아 고민해 봤지만 이 아이템이 이곳에서 나올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뭘 그렇게 고민해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우리들 사이로 또 다른 머리 하나가 들어왔다.


“여기 기껏해야 첫 번째 구간이잖아요. 모든 건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라고요.”


라며 나래 씨가 들고 있던 구슬을 가져간 서우는 좀 전의 나래 씨가 했던 것처럼 위를 향해 올렸다.

그리고는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만으로 구슬 안을 바라봤다.


“예쁘네요.”


그렇게 말하더니 말없이 우리를 바라봤다.


“어... 서우 씨가 가져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무언의 눈빛에서 의미를 캐치해 낸 것은 나래 씨였다.

우리의 동의를 구하듯 어색하게 허공을 맴도는 눈빛으로 말이다.


“뭐. 다른 의미가 있는 아이템도 아니고 상관없죠.”


로운의 말에 곁에 서 있던 석 씨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앗싸. 감사합니다.”


새로운 장난감이라도 얻었다는 듯이 서우는 구슬을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는 가볍게 뛰며 물러났다.


구슬을 가지고 싶어서 끼어들었던 건가.


“이제 슬슬 다시 출발해요. 다들 충분히 쉰 거 같은데.”


서우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로운이 다른 사람들의 상태도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 저 헤나투 씨? 는 다 쉬신 거겠죠.”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건지 아닌 지 표정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대화가 끝나는 것에 맞춰 낚시 장비를 정리하는 것으로 봐서는 듣고 있었다고 추측할 뿐이었다.


연못을 정리한 헤나투의 옆구리에는 나무를 엮어 만든 바구니가 있었다.

바구니 안에는 이전에 먹었던 물체가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 노란색 빛을 띠고 있었으며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움찔 거렸다.


“이곳에서 낚았소.”

“이건 뭐야?”


헤나투는 잠시 침묵하는 듯싶더니 칼을 꺼내 들어 바닥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글도 쓸 줄 아는 거예요?”

“아마... 읽을 수 있는 글자는 아닐 겁니다.”


천천히 글자를 적어낸 내용은 이러했다.


‘내 연못에선 주변의 환경특색을 흡수한 리나를 낚을 수 있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헤나투와 대화하면서 확실히 느낀 게 있다면 이런 거였다.

의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꽤 많은 부분이 생략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긴 문장이 이렇게 짧게 요약될 리가 없다.


“리나 라고 하는 구나...”


헤나투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바구니를 내 앞으로 밀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것도 먹을 수 있는 거야?”

“모든 리나는 먹을 수 있소.”


‘리나’라는 단어만 유난히 튀는 발음이네.


나는 건네준 바구니를 받아들어 덩어리를 하나 꺼내 베어 물었다.


옆에서 로운이 말리려고 손짓했지만 입이 조금 더 빨랐다.


[향기로운 음율이 전해집니다.]

[10분간 마나 회복 속도가 20만큼 상승합니다.]


두 입, 세 입까지 먹어봤지만 나타나는 효과는 동일하다.

그렇다면 한 입만으로 버프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


“확실히 도움이 되겠네요.”


이런 효과가 있는 재료라면 음료를 만들었을 때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멍하니 중얼거리는 반응이 궁금했는지 다른 손들도 바구니에 담긴 덩어리를 집어갔다.


“이동속도가 빨라진대요.”

“저는 15분간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똑같은 색에 똑같은 크기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든 내용물은 다르다.

맛을 보고 만들지 않는다면 음료에 임의의 능력이 부여된다는 소리다.

물론 음료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그나저나 이거... 맛은 무슨 젤리맛 같은데 재미있네요. 이걸 뭐라고 한다고요?”

“리나.”

“리...나.”


나래 씨가 흥미가 있다는 듯이 리나를 자세히 바라봤다.

베어 문 자리마저 터질 듯이 꿈틀되는 모습이 단순하게 생긴 덩어리가 아니었다면 제법 징그러웠을 것 같다.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먹을 수 있는 거니까요.”

“아...”


작은 탄식 같은 소리가 흩어졌다.

이곳은 클리어를 하거나 중도 이탈을 하지 않는 이상 외부와 단절된 곳이다.


아무리 준비를 하고 온다고 하더라도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생겨서 오랫동안 체류하게 된다면 식량 확보를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능력이 있다면 좋다.


“저 이걸 보관해줄 수 있어?”

“물론.”


바구니를 받아 든 헤나투가 마법진을 만들어 물건을 넣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 마법 배울 수는 없는 건가.”

“...”


보통 인간들은 신이 준 능력의 한해서 스킬을 사용한다.

그것 또한 일종의 마법이니 우리는 마법을 쓸 수 있다 말할 수 있겠다.


다만 그게 자신의 능력과 관련 없는 마법도 학습하여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순 없겠다.


“나중에 물어봐야겠네요.”


나래 씨의 눈이 빛났다.

호기심과 흥미가 담긴 눈빛이었다.


“나래는 예전부터 새로운 걸 무척 좋아했어.”


나래 씨를 바라보는 내 모습이 의문으로 비쳤는지 석 씨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본인이 그 사실을 이상할 정도로 싫어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이렇게 작게 이야기 하는 거구나.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건 좋은 일이다.

사람에게 활력이 되어주고, 도전하게 만든다.


나쁜 의미로 볼 방법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 게 아닐까.


“하여튼 출발합시다.”


로운의 목소리에 누워 있던 애들도 주섬주섬 일어나 자신의 짐을 챙겼다.


+++


“어... 그러니까. 첫 번째는 무도회였고. 두 번째는 뭐 연극이라도 되는 거야?”


두 번째 구간을 코앞에 두고 미혜가 안을 살폈다.

나무로 된 바닥은 무대처럼 원형 모양으로 되어있었다.

무대 밖으로는 마치 관객이 있다는 듯이 의자 모양으로 생긴 바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있었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 연극에서나 쓰일 것 같은 얇은 나무 판으로 만들어진 가짜 바위와 성들.


“좀... 학생들이 하는 연극 무대 같은 연출이기는 하네요.”


미혜의 바로 뒤에 선 로운도 안을 살피며 말했다.


“저는 이제 여기서 뭐가 나올지 무서워요.”


승주가 자신의 양팔을 쓰다듬었다.

아무렇지 않아보였는데 생각보다 이전 방이 충격적이었나 보다.


“또 인형들하고 춤춰야 하는 건 아니지?”

“들어가 봐야 알겠는데. 아까처럼 넓은 공간은 아니어서 다 같이 춤을 출 수는 없을 것 같아.”


로운의 말대로 두 번째 구간은 첫 번째 구간보다 조금 좁았다.

겉으로 보이는 크기는 비슷했지만 관객석이 있는 탓에 실제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훨씬 좁았다.


“흠...”

“뭔가 짚이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전에는 무도회였다.

이번에는 연극이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배경 정도가 아닐까.


“첫 번째 구간이 무도회였던 것도 그렇고 인형들이 입고 있던 옷들도 그렇고... 중세시대를 떠올리게 하지 않나요?”

“어... 저는 그런 쪽으로는 잘 몰라서. 하지만 듣고 보니 그런 분위기기는 하네요.”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른다.

그때 당시의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건물을 지었는지.

하지만 그 모습이 현대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면 최소한 현대에 들어서 생긴 일은 일어나지 않겠네요.”

“음... 그렇긴 한데. 그래도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넓은데.”


최소한 두 번째 방까지는 봐야 다음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방도 일단 부딪쳐 볼까요. 정보가 너무 없으니까.”

“음...”


로운은 고민했다.

조심스러운 성격의 로운이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 무턱대고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단호하게 거절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 외의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리라.


“제가 석 씨와 제천과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탑에 들어온 이상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

로운이나 미혜, 서우는 첫 번째 구간에서 다른 사람을 챙기느라 체력을 많이 썼다.


석 씨는 워낙에 체력이 좋고 제천은 다른 사람을 챙길 정신이 없었으니 비교적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대처할 체력이 남았다.


“로운 씨는 상황을 지켜보고 대안을 알아봐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로운의 뒤로 다른 이들이 보였다.

살짝 피곤한 기색 위로 자신들도 함께 가겠다는 의사가 비쳤다.


“어차피 다 가야 해. 조금 일찍 갈 뿐.”


그렇게 말하고는 석 씨와 함께 자신도 쉬고 싶다고 말하는 제천의 양팔을 잡고는 두 번째 구간으로 들어섰다.


[평화로운 시대가 저물고 기나긴 전쟁의 시대가 열렸다.]


우리가 들어감과 동시에 안내 방송 같은 기계음이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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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죽음을 피하는 방법(3) 24.04.24 5 0 12쪽
186 죽음을 피하는 방법(2) 24.04.22 8 0 12쪽
185 죽음을 피하는 방법(1) 24.04.19 6 0 12쪽
184 역할극(5) 24.04.17 6 0 12쪽
183 역할극(4) 24.04.15 6 0 13쪽
182 역할극(3) 24.04.12 7 0 11쪽
181 역할극(2) 24.04.10 7 0 12쪽
180 역할극(1) 24.04.08 7 0 13쪽
179 무대 밖에서(5) 24.04.05 10 0 12쪽
178 무대 밖에서(4) 24.04.03 13 0 12쪽
177 무대 밖에서(3) 24.04.01 13 0 12쪽
176 무대 밖에서(2) 24.03.29 12 0 13쪽
175 무대 밖에서(1) 24.03.27 11 0 11쪽
174 증명(5) 24.03.25 10 0 12쪽
173 증명(4) 24.03.22 6 0 13쪽
» 증명(3) 24.03.20 8 0 13쪽
171 증명(2) 24.03.18 7 0 11쪽
170 증명(1) 24.03.15 8 0 13쪽
169 살아간다는 건(4) 24.03.13 5 0 15쪽
168 살아간다는 건(3) 24.03.11 6 0 12쪽
167 살아간다는 건(2) 24.03.08 6 0 13쪽
166 살아간다는 건(1) 24.03.06 7 0 13쪽
165 헤나투(5) 24.03.04 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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