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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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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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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74
추천수 :
274
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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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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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증명(2)

DUMMY

“박치인 선배를 데리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게 춤판이라는 거잖아요 일단은.”

“어?”

“춤추다 보면 부딪힐 수도 있고, 다리도 걸고 막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어??”

“이게 사람이 많다보면 어쩔 수 없다고요. 사고지 사고.”

“야. 잠깐. 뭐하려고.”


방금 전까지 마력에 끌리듯이 움직이던 몸이 이번에는 마주잡고 있는 손에 의해 끌리기 시작했다.


“제 생각인데요. 여기는 춤과 노래에 배반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용납까지야...”

“암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잖아요.”

“...”

“하지만 스스로 춤을 추려고 하는 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맞는 것 같네요. 이렇게 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고서우는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나를 힘으로 이끌었다.

그랬기에 그가 원하는 것을 말로 다 듣기도 전에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서우는 그대로 뱅글뱅글 돌며 춤을 추고 있는 인형 한 쌍을 향해 다가가 그대로 발을 걸었다.


와장창.


발이 걸려 넘어진 인형들이 서로 엉켜 넘어졌다.

그대로 바닥에 충돌한 유리로 된 인형은 산산조각이 났다.


“얏호. 맞았다.”


오늘따라 감이 좋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저 멀리서 누군가 외쳤다.

언제 춤판의 끝자락까지 간 건지 미혜의 목소리가 작았다.


“뭐라는 거야. 언제 저기까지 가서 들리지도 않아!”


이쪽에서도 고서우가 큰 소리로 외쳤지만 이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은 나뿐이었다.


“어떻게 했냐고 물었어. 귀청 떨어지니까 조용히 말해.”

“아. 맞아 선배는 작은 소리도 잘 들린다고 했죠.”

“그리고 굳이 미혜에게 직접 전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다른 일행들도 있으니까.”


꼭 미혜가 아니어도 된다.

주변에 있는 승주와 나래 씨에게 전달하고,

그들이 석 씨와 아무개 인형 씨에게 전달하고,

그들이 로운과 제천에게 전달하면 된다.


“우리가 무대의 난봉꾼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춤추면 돼요!”


서우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래 씨에게 외쳤다.

그런 생각을 하며 춤추고 있던 건가.

고서우의 설명에 딴죽을 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참았다.


그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나뿐인 것 같았으니까.


“아. 알았어요. 한 번 해볼게요.”


그렇게 말한 나래 씨는 승주와 박자를 맞추는 것 같더니 그대로 자신의 곁에 있던 인형을 넘어트렸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서우의 공략이 일행들에게 전해졌다.


“방법을 찾은 건 좋은데 조금 걱정인데...”

“뭐가요? 이제 다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음...”


애초에 이런 걸 알고 들어왔다면 좋았을 텐데.


“이 노래 곧 끝나잖아.”

“그...렇죠?”

“노래 끝나기 전까지 다 처리 못할 거고.”

“...”


서우가 몰래 간식을 먹다 들킨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저희 어쩌죠.”

“우리야 어떻게든 되겠지.”

“그쵸. 그쵸. 선배랑 난데 별 일 없겠지.”


서우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춤판의 가운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들처럼 인형을 무찌르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착실하게 몬스터 무리의 한가운데로 이동하고 있었다.


“일단 회수 1순위는 저 꼬맹이라는 거죠?”

“너는 말하는 방법을 좀 고칠 필요가 있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조금 더 열 받는다.


“회수 아니고 보호. 저 꼬맹이 아니고 승우.”

“아무튼 정보 전달만 되면 됐지.”


고서우의 아랫입술이 태평양만큼 넓어졌을 때.

노래 소리도 멈췄다.


가장 먼저 반응이 나타난 곳은 인형과 춤을 추던 미혜와 석 씨였다.


“무슨 이중인격자들도 아니고 방금 전까지 같이 춤도 춰놓고는.”


미혜는 정말로 배신이라도 당했다는 듯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공격을 막아냈다.


“감정을 주지 마라.”

“저도 알거든요.”


두 사람은 빠르게 서로에게 붙어서는 등을 맞댔다.

아무래도 사방이 적인 가운데에서는 가까운 아군을 찾는 편이 좋다.


저쪽은 걱정이 없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혜와 석 씨처럼 서로의 뒤를 맡긴 채 방어하고 있는 로운과 제천이 보였다.

저쪽도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역시 문제는 저쪽이다.


나래 씨는 노래가 끝나기 직전에 바깥쪽으로 이동했다.

덕분에 비교적 다른 사람들보다는 적은 수의 인형을 상대했다.

좋은 판단이었지만 승주와 나래 씨의 능력 특성상 방어가 쉽지 않아 보였다.


“선배. 우리는 못 붙어 있겠죠?”

“그나마 네가 저 인형들보다 빠를 테니까.”


로운의 짝이 제천이 아니었다면 그에게 부탁했을 일이었다.


“그럼 꼬마 쪽은 누가 갈까요.”

“네가 여유로운 쪽으로 골라.”


고서우는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수많은 공격들은 이제 익숙해졌다는 듯이 여유로운 몸짓이었다.

오히려 그런 점이 재수가 없다고 할까...


“제가 저쪽을 맡을게요. 선배가 둘 보기는 힘들 것 같으니까요.”


서우의 턱이 바깥쪽을 향했다.


“그래. 배려 고맙다.”


내 대답이 신호라도 됐다는 듯이 우리는 각자 정한 곳을 향해 뛰었다.

뛰자마자 뒤에서 우리를 공격하던 인형 무리가 반으로 갈라지며 무서운 속도로 따라왔다.


“이걸 깨라고 만든 거냐!”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려오는 인형들은 평범한 인간의 속도로는 도망치는 것조차 벅찼다.


하지만 지금 뒤에 따라오는 녀석들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아까부터 신경 쓰였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별도의 무기가 없는 승우였다.

간신히 공격을 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승우의 옷은 군데군데 날카로운 것에 베인 듯 찢어져 있었다.


공격과 동시에 회복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고통을 상쇄시키지는 못했다.

승우는 그저 버티고 있는 것이다.


“승우야!”


승우를 공격하고 있는 인형의 뒤통수가 코앞이었다.

칼을 높게 들어 그대로 뒤통수를 내리쳤다.


아니 내리쳤다고 생각했을 뿐, 인형은 재빠르게 공격을 피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목적은 달성한 거지만.


“승우야. 괜찮아?”

“네. 전 괜찮아요!”


애써 웃고 있는 얼굴에 식은땀이 맺히다 못해 흘렀다.

막아내지도 그렇다고 피하지도 못하는 아이가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오로지 참는 것뿐이었으리라.


“최대한 옆에서 떨어지지 마. 우리는 바깥쪽으로 이동할 거야.”

“네.”


나는 승우를 잘 볼 수 있게 앞으로 안아들고는 한 손으로만 다가오는 공격을 쳐냈다.

빈공간이 있는 만큼 공격을 모두 받아칠 수는 없었지만 상처가 생기는 순간 아물었다.


“윽.”


물론 고통은 그대로였지만 상처가 짐이 되지는 않았다.

이런 걸 견디고 있던 건가.


공격을 막아내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서우가 향한 곳을 확인했다.


사람은 두 명이었지만 외곽에 있는 덕분에 무리 없이 막아내는 듯 보였다.

빠르다 못해 촐랑거린다고 생각될 정도로 빨랐다.


“진짜. 능력을 활용하는 능력 하나는 기가 막혀.”

“네?”

“아무것도 아니야.”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에 승우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이제 곧 끝날 것 같아요.”

“그래?”


사실 나는 박자뿐만 아니라 음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지금처럼 정신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승우야.”

“네.”

“내 허리춤 옆에 작은 칼이 있을 거거든.”

“네? 네...”

“그거 들고 있어.”


방금 전 혼잣말을 들었을 때보다도 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 돌아왔다.

그래도 시키는 일이라고 어색한 손놀림으로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꺼내 들고 있는 폼이 꽤나 어색했다.


“필요할 때 써. 그간... 남 신경 쓰느라 너 자신을 챙기지 않던 게 신경 쓰였거든.”

“... 감사합니다.”


승우는 양손으로 소중하게 단도를 잡았다.


그와 함께 끊어졌던 노래가 다시 시작되었다.


“후아...”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지혁 씨!”

“형!”


가장 가까이에 있던 로운과 제천이 놀라서 뛰어왔다.


“저...전 괜찮아요. 그냥 다리에 힘이 풀렸어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힘이 풀리면 안됐다.

그런 건 최소한 첫 번째 구간을 모두 처리한 다음에 할 일이었다.


“어? 뭐야 춤 안 추네.”


우리 곁에까지 뛰어온 제천이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아마도 공격할 의사가 없어서 그럴 거야.”


적의에 반응하는 몬스터들.


“공격할 생각 없이 공격할 수 있다면 춤추면서 조금씩 공격하는 것보다는 빠를 텐데...”


한 번에 몇 개씩이라도 처리한다면 늦더라도 마침내는 클리어 할 것이다.

인형의 수는 줄어들 것이고 공격을 막아내는 것도 점차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체력이 버텨줄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을 안 해?”


제천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기는 하지.”


라고 생각했다.

눈앞에서 창을 휘두르며 지나가는 헤나투를 보기 전까지.


“저 사람 생각 없어?”

“...”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런 걸 걸고 넘어질 때가 아니겠지.


헤나투는 이전에 봤던 전투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 다를 것 없이 창을 휘두르며 인형의 다리를 부러트렸다.


“헤나투! 어떻게 한 거예요?”


제천이 양손을 확성기처럼 만들어 입에 대고 외쳤다.


“마음을 비우시오. 그것이 수양의 기본이오.”


돌아오는 대답은 더욱 난해했다.

말이 쉬워 마음을 비우는 것이지 사람이란 게 마음과 머리를 비우려고 하면 마음과 머리를 비우려는 생각으로 가득차기 마련이다.


“나 저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제천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에 부모님 따라서 절에 갔을 때 들었던 것도 같고...”


확실히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 갑자기 해탈할 수 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수련을 하지는 않겠지.


“헤나투는 우리와는 살아온 세월이 다르니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나는 제천의 손을 낚아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전에 서우가 추던 것을 대충 따라했다.

삐걱거렸지만 그래도 얼추 비슷한 것 같다.


“형 뭐해?”

“...”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지만 하여튼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으니 됐지 않은가.


“괜찮아. 괜찮아. 어떻게 사람이 모든 걸 다 잘하겠어.”

“...”


제천이 웃으며 격려하듯 말했지만 표정만큼은 놀리는 게 틀림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춤을 추며 하나 둘 인형을 넘어트렸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볍게 뛰어다니며 창을 휘두르는 헤나투.


노래가 끝나기 전에 남아 있던 인형의 절반 이상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한 번만 더 버티면 되겠네.”


대충 눈으로 훑어보니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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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흩어지는 미로(5) 24.06.14 9 0 13쪽
207 흩어지는 미로(4) 24.06.12 10 0 12쪽
206 흩어지는 미로(3) 24.06.10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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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싸우면서 크는 거지(3) 24.05.29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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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2) 24.05.15 11 0 13쪽
194 타인을 위한 온전한 헌신은 없다(1) 24.05.13 12 0 10쪽
193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5) 24.05.08 13 0 11쪽
192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4) 24.05.06 11 0 10쪽
191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3) 24.05.03 13 0 11쪽
190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 (2) 24.05.01 12 0 12쪽
189 뜨겁게 탈수록 빨리 꺼진다지(1) 24.04.29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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