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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그 마음속에 영원히 피어날

상남자의 중세 판타지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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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17:00
최근연재일 :
2024.09.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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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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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Killing Monsters (2)

DUMMY

13화. Killing Monsters



번쩍!


거대한 칼날이 공간을 갈랐다.


“컥!”


칼날의 끝에 걸린 중년 기사의 단말마는 짧았다. 몸이 통째로 양쪽으로 갈라졌으니까.

그것도 가죽 갑옷과 체인 메일을 덧댄 무장을 모조리 찢어버리고서 말이다.


“미, 미친!”

“이게 무슨!”


기사들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평생 이런 검격은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겠지.

나도 깜짝 놀란 마당인데.


‘이게 신력(神力)의 힘인가?’


하지만 피의 대화는 이제 시작이다.


스르릉.


중년 기사를 두 동강 낸 대검이 바닥을 스치듯 날았다. 검풍이 바닥을 가르고 칼날의 끝은 일직선으로 곧게 뻗었다.


콰아아아!


공기를 찢은 칼날이 거칠게 포효했다. 흉포하게 울부짖는 그 검격의 끝엔, 당혹스러운 탄성을 내뱉던 기사의 주둥이가 있었다.


“허, 헙!”


대검이 기사의 주둥이를 찔렀다.


아니, 찔렀다라는 표현은 옳지 않았다.


퍽!


기사의 머리통이 통째로 터져나갔으니까.


“에이든!”

“이 개새끼가!”


피 분수와 함께 사방으로 작은 살점과 뼛조각이 튀어나갔다. 머리가 사라진 기사는 이내 바닥에 철퍼덕하고 쓰러졌다.


나를 에워싼 기사들이 분노로 충혈된 눈으로 달려들었다. 그들이 배우고 익힌 온갖 살인 검술과 검격들이 내게 날아왔다.


타탕! 타타탕!


거대한 대검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수많은 검격을 마주했다.

기사들의 세밀하고 정교한 검술도 대검의 무지막지한 칼날과 맞부딪힌 순간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다.


-헉! 헉!

-흡! 흐읍!


쏟아지는 검격 너머로 기사들의 거친 호흡이 들려왔다. 그 숨소리엔, 어떻게든 대검의 벽을 넘어 내게 검을 찔러넣겠다는 살인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의지는 내게 닿지 않았다. 나는 그저 기사들의 검격을 눈으로 보고, 감으로 느끼면서······


저벅.


그저 한 걸음을 내디딜 뿐이었다.


물론 그사이 대검은 두 번의 변화를 거쳐 한 번의 공격을 막고, 또 한 명의 목숨을 빼앗았지만.


번쩍!


“커, 커럭!”


오른쪽 가슴부터 왼쪽 허벅지까지 갈라진 기사가 단말마를 토했다.

찢어질 듯 커진 눈 위로 고통이 떠올랐고, 이내 눈동자는 텅 비었다. 사선으로 몸이 절단나고도 살아있긴 어려울 테니.


“이, 이 괴물 새끼!”


동료의 죽음에 광분한 기사가 거칠게 달려들며 검을 찔렀다.


나는 입매를 비틀었다. 놈이 필사적으로 유지하던 거리가 깨졌다.


땅에 꽂힌 대검을 중심으로 빠르게 두 걸음 이동해 반대로 넘어갔다. 순식간에 대검은 내 몸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었다.


터텅!


그리고 그대로 땅에 꽂힌 대검을 위로 올려쳤다.


“커억!”


거리가 깨진 기사는 그대로 사타구니부터 가슴까지 갈라졌다. 분노가 이렇게 위험하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대검을 강하게 한 바퀴 휘둘렀다.


터텅! 터터텅!


동료의 희생으로 내 배후와 사각을 점유한 기사들의 검격을 대검이 모두 후려쳤다.


가까스로 피한 놈들이 땅을 굴렀다.

그렇지 못하고 대검과 검을 부딪친 놈들은······.


“크윽!”

“씨, 씨발!”


검을 놓친 채 손목을 잡고 뒤로 물러서거나, 아예 검이 산산조각 박살 나버렸다.


그리고 지금 내게는 둘 모두 똑같은 처지였다.


‘좋군.’


먹잇감 말이다.


슈아악!


대검이 공간을 찢었다.


먹잇감을 포착한 독수리의 낙하처럼 대검의 칼날은 순식간에 놈들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진짜 날려버렸다. 흔적도 없이.


푸슉! 퓨슈슈슈!

털썩.


머리가 사라진 기사들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대검의 무지막지한 중량과 속도.


이 압도적인 파괴력 앞에선 인간의 신체도. 잘 차려입은 무장도 아무 소용 없었다.


“무, 무슨 개 같은······!”


쾅.


나는 대검을 땅에 박아넣으며 남은 기사들을 쳐다봤다.


일곱 명이었던 놈들은 이제 둘밖에 남지 않았다. 3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기사 다섯을 죽인 셈이다.


“너희들 정체가 뭐냐?”


달아오른 머리를 식힐 겸 놈들에게 물었다.

죽이는 건 언제라도 할 수 있었다. 이미 놈들과 나의 차이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간극이 벌어졌다. 일곱 일 때도 상대하지 못했던 나를 둘이 상대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니.


다만, 이대로 죽이기엔 의아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씨, 씨발! 우리가 괴물새끼한테 그걸 말해줄 것 같아!”

“괴물? 나 말인가?”

“그럼 너지! 이 살인자! 괴물 새끼야!”


기사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모습에 나는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크큭! 푸하하하! 재밌는 소리로군. 아니면 상황이 이래서 미치기라도 한 건가?”

“무, 무슨······!”

“너희를 안 죽였으면? 내가 죽었어야 한다는 소린가? 칼은 너희가 먼저 빼 들었다.”

“그, 그건 대화로 풀었으면······!”

“······하? 대화? 미친놈이었군.”


콰득!


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놈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정신 나간 놈이랑 대화하는 취미는 없어서.


“거기 너. 너는 할 말 없나?”


대검의 칼날을 마지막 남은 기사에게 향했다.


뚝. 뚜욱.


칼날에 묻은 시뻘겋고 끈적한 핏물이 바닥에 천천히 흘러내렸다.


기사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없으면 너도 친구들 곁으로······”

“이, 있소! 전부! 전부 다 말하겠소!”

“흠. 좋아.”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대검을 땅에 꽂았다.

진즉에 이럴 걸 그랬군.



* * *



“우, 우리는 혼돈 신을 섬기는 코스모스 교단의 일원이오. 검은 숲의 신전을 찾고, 그 안에 잠든 성물을 찾는 게 우리의 목적이었소.”

“말이 짧군.”

“······었습니다.”

“코스모스 교단이라. 나는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곳인데······ 어디가 기반이지? 북부지역은 안느 교단 말고는 자리를 못 잡은 거 아닌가?”


북부지역엔 신성제국이 있다. 그리고 신성제국의 영향력은 북부지역을 넘어 전 대륙에 뻗쳐있다.

사실상 하늘신 「안느」가 유일신이나 다름없었다.


“딱히 기반이랄 건 없습니다. 몇몇 대도시와 자유도시에 숨어서 활동하는 게 전부라서······.”

“그 정도인데 기사 여덟 명을 이따위 일에 투입한다고? 거짓말은 좋지 않아.”


콰드득.


놈을 노려보면서 대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땅에 꽂혀있던 대검이 당장에라도 뽑혀 나올 것처럼 흔들렸다.


놈이 기겁하며 손을 저었다.


“아, 아닙니다! 이 일은 교단의 주요 임무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일리 공자가 여기까지 온 겁니다!”

“하일리 공자? 대검에 깔려 죽은 그 멍청이 말이지?”

“그, 그렇습니다.”

“그래.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놈은 뭐지? 너희 교단을 지원하는 귀족가 도련님이라도 되나?”

“그게······ 저도 ‘고귀한 핏줄’이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고귀한 핏줄? 설마 왕족인가?”


씁? 진짜 왕족이면 귀찮아지겠는데?


중세 시대의 왕족은 단일 혈통이 아니다. 다들 끼리끼리 결혼하고 애를 낳아서 지방의 하위 귀족이 어느 날 갑자기 옆 나라 왕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만약 깔려 죽은 멍청이가 진짜 왕가의 핏줄이고 그 멍청이를 이용해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다. 실종이든, 죽음이든 어떻게든 밝히려고 하겠지.


“그건 저도 잘······.”

“흠. 그럼 다른 건? 너희 교단의 목적이 정확히 뭐지? 단순히 교세를 확장하거나, 부흥하려는 목적은 아닌 것 같은데.”

“······사실 저는 교단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냥 돈도 주고 검술도 알려준다기에 투신했던 거뿐이라서······.”


놈의 시선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더 아는 정보가 없어서 나오는 불안함이었다.


나는 짧게 혀를 차곤 다른 걸 물어봤다.


“쯧. 그럼 네가 알만한 걸 물어보지. 차드는 왜 죽인 거야?”

“그, 그게······ 원래 우리 모두 교단을 떠날 생각이었는데, 하일리 공자가 죽으면서 모든 게 꼬였습니다. 이대로 교단에 가면 신성체벌을 당해야 하는데 그게 좀······”


놈이 껄끄러운 얼굴로 말꼬리를 늘였다.


“신성체벌?”

“교단의 체벌방에서 온몸을 혹사시키는 벌입니다. 옛 신들의 고통을 나눈다며 하는 짓거리인데······ 가시 박힌 채찍으로 온몸이 찢어질 때까지 맞고, 잠은 서서 자야 하며, 식사는 빵 한 조각만으로 사흘을 견뎌야 합니다.”

“······미친 짓이로군.”


새삼스레 이 망겜의 시대 배경이 떠올랐다.


미신과 종교에 미쳐있던 광기의 시대. 누군가는 신을 찾으며 스스로 고행을 자처하지만, 또 누군가는 신의 이름으로 고문과 살육을 저지르던 시대.


흔히, 중세 암흑기라 부르는 시대가 이 망겜의 시대 배경이었다. 정작 신은 그걸 원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습니다. 그럴 바엔 목격자를 없애고 다 같이 교단을 뜨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서 죽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함께 지냈던 친구를?”

“치, 친구라니요! 아인종은 인간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등종족과 친구가 될 수 있습니까? 그는 그냥······ 그렇지! 노예! 노예나 마찬가지입니다!”


내 질문에 기사가 펄떡 뛰며 맹렬히 고개를 저었다.


“흠. 노예라······ 진짜 그런가?”

“그, 그렇습니다! 당신은 남부지방 출신이라죠? 차드랑 대화하는 거 들었습니다. 남부지방이 원래 노예무역 중심지 아닙니까? 그럼 아시잖습니까? 노예 따위 죽는 거 누가 신경 씁니까?”


놈은 나를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어떻게든 자신의 말에 동의를 얻고 싶은 거다.

그래야 차드를 죽인 것을 정당화할 수 있고, 내게서 살아남을 수 있을 확률이 올라갈 테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좋은 정보 고맙군.”

“그, 그러면 약속대로 살려주시는······”

“아, 약속?”


스르릉.

슈컥!


칼날이 가볍게 날아 가슴을 갈랐다. 놈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갈라진 가슴을 더듬거렸다.


울컥! 핏물을 게워낸다.


놈은 원망하는 눈빛으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크, 끄으윽! ㅇ, 오ㅐ······?”

“내가 누군지 잊었나?”


나는 꺼져가는 놈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괴물사냥꾼이다.”


괴물과 약속 같은 건 하지 않아.


작가의말

그저 죽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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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마녀, 소녀, X녀 (2) +1 24.09.03 643 26 14쪽
31 마녀, 소녀, X녀 (1) +5 24.09.01 760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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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슈뢰딩거는 고양이의 꿈을 꾸는가? (3) +6 24.08.30 709 34 14쪽
28 슈뢰딩거는 고양이의 꿈을 꾸는가? (2) +2 24.08.29 710 30 15쪽
27 슈뢰딩거는 고양이의 꿈을 꾸는가? (1) +9 24.08.28 746 40 13쪽
26 혼돈계 스킬 (3) +2 24.08.27 753 29 13쪽
25 혼돈계 스킬 (2) +3 24.08.25 739 30 12쪽
24 혼돈계 스킬 (1) +2 24.08.24 789 37 13쪽
23 포르토의 구원자 +1 24.08.23 800 24 15쪽
22 괴물사냥꾼이 힘을 안 숨김 (5) 24.08.22 805 28 15쪽
21 괴물사냥꾼이 힘을 안 숨김 (4) +1 24.08.21 819 28 15쪽
20 괴물사냥꾼이 힘을 안 숨김 (3) +4 24.08.20 845 28 15쪽
19 괴물사냥꾼이 힘을 안 숨김 (2)★ +3 24.08.19 869 34 13쪽
18 괴물사냥꾼이 힘을 안 숨김 (1) +2 24.08.18 902 33 15쪽
17 언데드 토벌대 (3) +13 24.08.17 921 37 14쪽
16 언데드 토벌대 (2) 24.08.16 955 30 13쪽
15 언데드 토벌대 (1) +4 24.08.15 1,007 30 11쪽
14 Killing Monsters (3) +2 24.08.14 1,015 31 13쪽
» Killing Monsters (2) +3 24.08.13 1,016 34 10쪽
12 Killing Monsters (1) +2 24.08.11 1,060 37 15쪽
11 거인 왕의 무덤 (4) +2 24.08.10 1,064 32 15쪽
10 거인 왕의 무덤 (3) +3 24.08.09 1,056 33 12쪽
9 거인 왕의 무덤 (2) +3 24.08.08 1,063 36 13쪽
8 거인 왕의 무덤 (1) +2 24.08.07 1,116 38 13쪽
7 검은 숲의 괴물사냥꾼 (3) +2 24.08.06 1,131 42 14쪽
6 검은 숲의 괴물사냥꾼 (2) +4 24.08.04 1,173 40 14쪽
5 검은 숲의 괴물사냥꾼 (1) +2 24.08.03 1,241 3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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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튜토리얼의 끝 (2) +1 24.08.01 1,400 3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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