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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그 마음속에 영원히 피어날

상남자의 중세 판타지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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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17:00
최근연재일 :
2024.09.15 18:5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38,633
추천수 :
1,301
글자수 :
257,226

작성
24.07.30 12:20
조회
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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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Now! Live Streaming※

DUMMY

1화. Live Streaming



나는 1년 차 신입 스트리머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구절을 믿고 스트리머 생활에 올인했지만, 1년째 여전히 미약했다.


그때 유행이 분 게, ‘망겜 챌린지’였다. 소위 망겜이라 불리는 희대의 망작들을 스트리머가 플레이하며 고통을 받는 콘텐츠였다.


나 역시 그 망겜 챌린지에 참여했다. 스트리머라면 유행에 민감해야 하니까.


그래서 그땐 몰랐다.


“허억! 허억!”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른다. 목구멍으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지만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발바닥을 찌르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맨발로 흙바닥을 질주하는 고통은 아무도 모를 거다. 그것도 길조차 없는 숲속이라면.


이내 숲의 경계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번 이를 악물고 달리다가······


타닥타닥!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급격히 몸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크윽!’


맨몸으로 흙바닥을 굴렀다. 나뭇가지와 돌조각이 사정이 몸을 찢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고통은 잠깐이다.


-크허헝!


내 뒤를 바짝 쫓던 흑색표범이 나무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하루 전에 설치해놨던 올가미 덫에 드디어 놈이 잡힌 거다.


“개새······ 아니, 고양이 새ㄲ······ 쓰읍! 이건 욕이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드디어 잡았구나.”


몸 안에 가득 찬 분노를 표현할 말을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그대로 굴러서 쓸린 거나 다름없어서 온몸이 쓰라렸다.


-크허헝! 크항!


허공에 매달린 놈이 온몸을 비틀며 울부짖었다. 섬뜩한 이빨과 맹수의 포효는 보는 것만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빠져나와. 그거 케냐덩굴줄기거든?”


놈에게 다가가며 허리춤 매단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석기시대에서나 볼법한 돌칼이었다.


이놈을 얻으려고 꼬박 한 달이 넘게 돌을 던졌다. 뭐가 섞인 돌인지 엄청 튼튼한 돌이어서, 웬만한 바위도 깨부쉈던 돌덩이었다.


“지금은 돌칼이 됐지만.”


돌칼을 치켜들었다.

위험을 감지한 흑색표범이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온몸을 바둥거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올가미는 점점 놈의 몸을 조였다.


“너무 억울해하지 마. 여태껏 너한테 죽었던 거 생각하면 산채로 기름에다가 튀겨버리고 싶으니까.”


돌칼을 쥔 손에 힘을 줬다.


쉬이익!


그렇게 돌칼이 흑색표범의 대가리를 깨부수려는 그 순간.


번쩍!


한순간 빛이 번쩍이더니, 온 세상이 무채색으로 바뀌어있었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속의 녹색 물결도, 바닥에 드문드문 피어난 형형색색 꽃들도, 돌칼을 움켜쥔 내 피부까지.

전부 흑백 TV 속 광경처럼 물 빠진 회색빛이 되었고, 그대로 모든 시간은 멈춰졌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메시지창.



【「검은 숲의 수문장(표범)」을 죽이시겠습니까? (Y/N)】

【Y: 죽인다.】

【N: 죽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묻는듯한 내용이다.

당연히 이미 죽이려고 칼을 치켜든 내게 묻는 말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이게 여기서 뜬다고?’


생각과 동시에 메시지창 너머 하늘에서 별빛의 해일이 쏟아진다.


무채색 세상에서 유일하게 저마다의 색을 간직한 별빛들의 폭포. 그리고 그 별빛들은 이내 하늘 곳곳에 자리를 잡더니 폭죽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흑색 우주가 총천연색으로 물든다. 어디는 빨강, 어디는 노랑, 어디는 초록······ 놀이동산의 불꽃도 이리 아름다울 순 없을 거다. 이건 무려 별빛이 밤하늘에 아로새겨지는 거니까.


다만 문제는······


『뻗는 자들의 대리자: yyyyyyyyy! 무조건 죽여야지! 저거 살리면 캐발암임!』

『나선환의 왕: N. 솔직히 올가미덫으로 잡는 거 재미없었음.』

『절대 반지의 주인: NNNNNNN. 더 고통받아라! 크캬캬캬캬!』

『유교걸: NNN. 살생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풍월을 읊는 자: N이로다~ N이로다~』

『사도 바알: 죽이는 건 좋지만, 난 쟤가 고통받는 게 더 좋음. N!!!』


······그 아름답기 그지없는 총천연색의 별빛들이 성좌들의 의지를 대변하는 채팅에 불과하다는 거다.


‘이런 개 같은 놈들이······.’


역시 대부분이 ‘죽이지 않는다’를 뜻하는 ‘N’을 선택했다.


가슴에서 울화통이 터졌지만, 그 어떤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지금은 시간이 멈춰있으니까.


그렇게 대부분 여론이 ‘N’을 향해 기울어지는 것 같던 그 순간.


【‘뻗는 자들의 대리자’님께서 10,000 코인을 후원하셨습니다.】

【뻗는 자들의 대리자: YYY! 이제 튜토리얼 졸업 준비하자! 검은 숲만 보는 거 슬슬 지루함!】


성좌들의 채팅창이 쓸려나가고, 특수 메시지창이 커다랗게 하늘에 수놓였다.

무려 10,000 코인을 후원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절대 반지의 주인: 아, 1만 코인 현질 때리네. 양아치냐?』

『사도 바알: 큭큭큭! 재밌군. 나는 더 큰 좌절을 위해 아껴두지.』

『유교걸: 있는 척 쩌네? 꼭 개털인 애들이 허세 쩔더라?』

『사도 바알: 뭐라? 미천한 놈이 내가 누군 줄 알고! 너 어디 살아?』


【투표가 종료되었습니다.】

【Y: 122표(+100)】

【N: 66표】

【투표결과 「검은 숲의 수문장(표범)」은 ‘죽인다’로 결정되었습니다. 선택은 자유이나, 따르지 않을 경우 패널티가 부과됩니다.】


투표종료와 함께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채색 세상은 다시 총천연색 세상으로 물들었다.


-크헝!


검은표범. 아니, 검은 숲의 수문장이 온몸을 바둥거리며 울부짖었다.

나는 놈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넌 죽어야겠다.”


어차피 죽이려고 했지만.


쐐에엑!

빠악!


돌칼이 놈의 대가리를 그대로 터트렸다. 한 번으로 모자라서 두 번, 세 번, 죽을 때까지 대가리를 찍었다.

올가미에서 미친 듯이 바둥거리던 놈의 몸이 이윽고 축 늘어졌다.


“헉! 헉! 헉!”


돌칼을 쥔 손이 피투성이다.

아니. 놈의 피가 사방에 튀어서 내 온몸이 피투성이다. 비릿한 혈향과 고양잇과의 노린내가 섞여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


나는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망가진 놈의 얼굴을 바라보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씨발······.”


현타 아닌 현타가 밀려온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그래. 망겜 챌린지. 그런 걸 했었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칠흑의 어둠 속, 별빛 가득한 하늘. 그 찬란한 우주의 물결 속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무리가 천천히 한줄기 글씨로 변했다.


【※Now! Live Streaming※】


이곳은 망겜 속이었고, 나는 망겜의 주인공이 되어 튜토리얼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성좌들의 스트리머가 되어서.


작가의말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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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에보라 백작 영애 (1) +3 24.09.10 551 22 14쪽
37 마녀, 소녀, X녀 (7) +3 24.09.08 623 29 15쪽
36 마녀, 소녀, X녀 (6) +1 24.09.07 621 25 13쪽
35 마녀, 소녀, X녀 (5) +3 24.09.06 595 22 13쪽
34 마녀, 소녀, X녀 (4) +2 24.09.05 593 21 14쪽
33 마녀, 소녀, X녀 (3) ★ +4 24.09.04 640 22 15쪽
32 마녀, 소녀, X녀 (2) +1 24.09.03 643 26 14쪽
31 마녀, 소녀, X녀 (1) +5 24.09.01 760 29 15쪽
30 슈뢰딩거는 고양이의 꿈을 꾸는가? (4) +2 24.08.31 738 29 14쪽
29 슈뢰딩거는 고양이의 꿈을 꾸는가? (3) +6 24.08.30 709 34 14쪽
28 슈뢰딩거는 고양이의 꿈을 꾸는가? (2) +2 24.08.29 710 30 15쪽
27 슈뢰딩거는 고양이의 꿈을 꾸는가? (1) +9 24.08.28 746 40 13쪽
26 혼돈계 스킬 (3) +2 24.08.27 753 29 13쪽
25 혼돈계 스킬 (2) +3 24.08.25 739 30 12쪽
24 혼돈계 스킬 (1) +2 24.08.24 789 37 13쪽
23 포르토의 구원자 +1 24.08.23 800 24 15쪽
22 괴물사냥꾼이 힘을 안 숨김 (5) 24.08.22 805 28 15쪽
21 괴물사냥꾼이 힘을 안 숨김 (4) +1 24.08.21 819 28 15쪽
20 괴물사냥꾼이 힘을 안 숨김 (3) +4 24.08.20 845 28 15쪽
19 괴물사냥꾼이 힘을 안 숨김 (2)★ +3 24.08.19 869 34 13쪽
18 괴물사냥꾼이 힘을 안 숨김 (1) +2 24.08.18 902 33 15쪽
17 언데드 토벌대 (3) +13 24.08.17 921 37 14쪽
16 언데드 토벌대 (2) 24.08.16 955 30 13쪽
15 언데드 토벌대 (1) +4 24.08.15 1,007 30 11쪽
14 Killing Monsters (3) +2 24.08.14 1,015 31 13쪽
13 Killing Monsters (2) +3 24.08.13 1,016 34 10쪽
12 Killing Monsters (1) +2 24.08.11 1,060 37 15쪽
11 거인 왕의 무덤 (4) +2 24.08.10 1,064 32 15쪽
10 거인 왕의 무덤 (3) +3 24.08.09 1,056 33 12쪽
9 거인 왕의 무덤 (2) +3 24.08.08 1,063 36 13쪽
8 거인 왕의 무덤 (1) +2 24.08.07 1,116 38 13쪽
7 검은 숲의 괴물사냥꾼 (3) +2 24.08.06 1,132 42 14쪽
6 검은 숲의 괴물사냥꾼 (2) +4 24.08.04 1,173 40 14쪽
5 검은 숲의 괴물사냥꾼 (1) +2 24.08.03 1,241 33 13쪽
4 튜토리얼의 끝 (3) +3 24.08.02 1,340 33 13쪽
3 튜토리얼의 끝 (2) +1 24.08.01 1,400 30 8쪽
2 튜토리얼의 끝 (1) +1 24.07.31 1,804 31 9쪽
» ※Now! Live Streaming※ +7 24.07.30 2,634 3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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