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로맨스

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73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12 22:00
조회
274
추천
20
글자
7쪽

#1 안녕, 나의 작은 새

DUMMY

【 2016년 8월 5일 】


파릇파릇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눈이 부시다 못해 시리다.


유독 습하고 무더운 여름이지만 연극의 거리에서는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찰떡같이 붙어 있는 연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바둑판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거리마다 상가와 극단이 즐비한 이 곳, 한 골목에서 두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헬스로 다져진 근육과 까무잡잡한 피부로 건강미가 넘쳐 보이는 철민과 슬림한 체형에 여자보다 더 깨끗한 피부, 곱상하면서도 반듯한 외모의 선우.


상반되어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쿵짝 만큼은 어디가도 빠지지 않는 10년지기이다.


“으아!!! 왜 이렇게 더운 거야!!! 형, 나만 더워? 나 왜이리 덥지?”


“야, 임마! 여름이니깐 덥지! 땡볕에서 기운 빼지 말고, 그늘로 오라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철민은 선우 옆에 찰싹 붙어 그와의 시선을 맞추며, 콧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린다.


“형~ 선우 형아야~! 연출님한테 에어컨 좀 사달라고 형이 말하면 안될까? 형 말이라면 다 들어주시잖아~”


“하아... 이 새끼, 또 그러네. 내 말 다 들어 줄 거 같음 페이 협상부터 다시 했겠지!!!”


“하... 진짜 인간적으로 너무 덥잖아!!! 으아!! 덥다구, 덥다구!”


미운 5살 같이 생떼를 쓰는 철민의 행동이 처음은 아닌지, 선우는 ‘또 시작하네’ 라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런 철민의 생떼를 멈추게 한건 커다란 상자를 든 택배 기사였다.


“여기 김선우씨 계십니까?”


“네, 전데요.”


“여기 싸인 부탁드립니다.”


택배 기사에게 상자를 전해 받은 선우는 그 자리에서 적힌 수취인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고, 그의 표정을 읽지 못한 철민은 옆으로 다가가 말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오~ 뭐야? 또 팬한테 선물 온거야? 이욜~~~~ 이번엔 누구래?”


평소라면 구박을 하던 장난을 받아치던 했을 선우인데, 반응조차 없으니 철민은 도대체 누구한테 온 건데 이러나 싶어 어깨너머 슬쩍 택배 상자를 본다.


하지만 곧 철민 역시 얼굴이 어두워지고.... “형, 나 먼저 들어갈게...” 말만 남기고는 선우를 두고 극단으로 들어가 버린다.


꽤 묵직해 보이는 택배 상자를 계속 들고 서 있기만 하는 선우....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보는데... 편지 뭉치, 꼬질꼬질한 인형, 말린꽃이 담겨진 유리병, 향초, 목걸이, 앨범집... 등이 들어있다.


하나하나 꺼내면서 피식 웃었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물건마다 선우의 표정이 바뀐다.


그러다 그는 앨범을 한 장씩 넘겨보더니, 그 앨범과 같이 택배 상자를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고는 그 자리를 벗어난다.


“씨발....”


***


웅성웅성.


“안녕하세요! 저희 공연 ”꿈이라면“ 을 보러 오신 관객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곧 공연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휴대폰은 전원은 꺼주시기 바라며.....”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커튼이 내려옴과 동시에 모든 조명이 다 꺼졌고... 그렇게 공연장 안은 암흑으로 변했다.


팟!


조명이 무대 한 가운데를 비추자, 한 여배우가 휴대전화를 한 손에 들더니 누군가의 전화를 받는다.


“네, 아빠! 식사 하셨어요?”


“네가 내 걱정 할 때냐!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을껴!”


여배우의 연기가 무르익을 무렵 남자 배우 한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와 그 여배우를 애타게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데... 선우다.


“아씨, 아씨!! 계신데요? 소인 용서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선우는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쳐다만 봤고, 숨을 죽인 채 공연에 집중을 하던 관객들은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 동정..... 이었습니다. 그리고 연민.... 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랬습니다.”


선우가 대사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웅성거림을 멈추며 다시 공연에 집중하지만, 무대 뒤는 혼란의 시작이다.


“뭐야? 쟤 뭐라는 거야?”


“우리 대사 바꿨어?”


“아냐! 선우 쟤, 대사 까먹은거 아냐?”


배우들, 스텝들, 무대 뒤, 모두가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동요 없이 그런 선우를 조용히 바라만 보는 철민.


이런 상황을 알 리가 없는 관객들은 선우의 표정, 말투, 숨소리 하나하나에 집중을 했다.


“그녀는.... 제게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하는 그저 작은 새 한 마리에 불과했습니다.”


공연을 처음 보는 관객들은 연기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며 집중을 했고, 이 공연을 몇 차례 본 관객 몇 명은 이상함을 느꼈는지 웅성거리지만 다시 흘러내리는 선우의 눈물에 조용해졌다.


“그녀는 제게 너무나도 작고 이쁜 새였습니다. 그렇게 작은 새 한 마리 돌보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나보다 키도 작고, 어깨도 좁고, 손도.... 발도.... 다 작은 그런... 작고 연약한 사람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나.... 궁금했고, 신기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울타리가 되어주고, 보호해주자.. 그럼 괜찮겠지... 그녀도 좋아하겠지.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는 선우...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오는 울음을 꾹꾹 눌러가며 한마디 한마디 이어나간다.


“..... 그런데, 그녀는 그렇지 않았나봅니다. 제 울타리가, 제 손길이... 오히려 그녀를 더 힘들고, 아프게 했는지... 말도 없이 제 곁을 떠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붙잡고 있을 수가 없어,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를 놓아주려 합니다.”


대사를 마친 선우는 무대 뒤로 갔고, 그런 그를 배우와 스텝들이 붙잡지만 철민이 그들을 제지한다. 덕분에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선우의 손에는, 형형색색의 새들이 들어있는 커다란 새장이 들려있었다.


관객들과 스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새장을 바라보았고, 선우가 천천히 새장 문을 열자 관객들의 웅성임은 곧 비명으로 바뀌었다.


푸드득, 푸드득!


꺄악!


공연장 안을 날아다니는 열댓 마리의 새들에 관객들 뿐 아니라 무대 뒤에 있던 스텝들이며 배우들도 무대 위로 뛰쳐나왔고, 이내 공연장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선우는 새 한 마리, 한 마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중얼거린다.


“안녕, 나의 작은 새... 널 사랑했었어.”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J.도톨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시작하니, 즐겁게 봐주시고 좋은 평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만 아는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32 뽀빠이 16.05.15 199 1 11쪽
31 #31 세상 밖으로 밀려난 그녀 (2) 16.05.03 146 3 12쪽
30 #30 세상 밖으로 밀려난 그녀 (1) 16.05.03 149 2 9쪽
29 #29 일주일간의 행복 16.05.03 149 2 12쪽
28 #28 미안한 결정 16.05.03 213 4 9쪽
27 #27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2) 16.05.03 144 4 13쪽
26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19 4 11쪽
25 #25 C'mon Through (3) 16.05.02 136 5 12쪽
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7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8 7 11쪽
22 #22 에스프레소 꼼빠냐 +2 16.05.01 175 8 10쪽
21 #21 화양연화(花樣年華) +2 16.04.30 215 7 12쪽
20 #20 곁사람을 잃은 사람들 +2 16.04.30 107 9 11쪽
19 #19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16.04.29 183 9 13쪽
18 #18 악마의 정체 (2) 16.04.28 144 9 11쪽
17 #17 악마의 정체 (1) 16.04.27 155 10 12쪽
16 #16 다시 찾아온 악마 (2) 16.04.26 185 10 12쪽
15 #15 다시 찾아온 악마 (1) 16.04.25 175 11 10쪽
14 #14 걱정, 걱정, 걱정 +1 16.04.24 183 12 12쪽
13 #13 두 사람의 불안 +1 16.04.23 135 12 9쪽
12 #12 악마가 찾아오다. +1 16.04.22 211 12 9쪽
11 #11 아침드라마 주인공들 +3 16.04.21 191 13 13쪽
10 #10 저 할 말이 있어요 +3 16.04.20 121 14 11쪽
9 #9 그녀의 결심 +3 16.04.19 222 14 13쪽
8 #8 그들의 걱정 +3 16.04.18 171 14 10쪽
7 #7 태양과 그늘 +5 16.04.17 212 14 9쪽
6 #6 위로와 초조 +3 16.04.16 111 15 10쪽
5 #5 그 남자에게 그 여자는 +3 16.04.15 187 15 11쪽
4 #4 붉은 꽃이 피었습니다 +3 16.04.14 190 15 9쪽
3 #3 sunshine +3 16.04.13 200 1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