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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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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75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5.1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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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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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2 뽀빠이

DUMMY

【 2014년 2월 20일 】


시작은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성황리에 마치게 된 프리뷰.


기자들의 후한 평에 기분이 좋은 공 대표와 진영, 경호 및 스텝들과 달리 무대 뒤로 내려온 배우들의 표정은 썩 좋지가 않다.


“다들 고생했어! 오늘은 다들 푹 쉬고, 내일부터 다시 파이팅 합시다! 자, 다들 가볍게 맥주 한 잔 할까? 어때?”


“하하하, 좋죠! 대표님.”


경호가 한층 업 된 목소리로 대답하지만, 배우들은 대답 없이 눈치를 보며 쭈뼛거리고만 있다.


“........”


“피곤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혀... 형! 같이 가!”


선우가 스타트를 끊고 철민이 뒤따라 나가자, 다른 배우들도 서둘러 집에 갈 채비를 하고는 하나 둘 씩 극단을 나가기 시작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내일 연습실에서 뵙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는 배우들의 모습에 멋쩍은 공 대표와 경호는 흐트러져 있는 의자를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어머, 다들 그냥 가는 거예요? 수고들 했어요."


기자들을 보내고 대기실로 들어온 진영이 아쉬운 표정으로 배우들에게 인사를 했다.


"다들 고단한가보네? 안색이 안좋아. 선배, 내일은 배우들 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뭘 쉬어... 공연 처음하나...."


"흐음... 그래도.... 그런데 아까 선우배우는 왜 그런 거예요? 뭐.... 배우가 바뀌었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무슨 말이야?"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경호와 공 대표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는 진영에게 공 대표가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이... 별거 아냐. 그 수화하는 배우, 원래하기로 했던 배우가 갑자기 몸이 안좋다고 그만뒀거든. 그거 말하는 거야...."


"아... 네... 갑자기 배우 바뀌게 돼서, 선배가 고생 좀 했겠네요."


"괜찮아. 경호가 많이 도와줬어."


공 대표의 말에 진영은 신랑 허리를 감싸며 그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유~ 그랬쪄요? 우리 신랑, 그래서 요즘 예민해있었구나? 고생했어요."


"뭘... 우리도 들어갈까? 형, 저희 이만 들어갈게요."


"선배, 수고 많으셨어요. 첫 공연 때 뵐게요."


경호와 진영이 대기실을 나가고, 공 대표는 혼자 공연장 안을 둘러보다 무대바닥에 드러누웠다.


"하아... 선우야. 보고 있니? 오늘 프리뷰... 잘 끝났다. 하핫.... 하아... 이 공연 끝까지 잘 나갈 수 있게 너도 거기서 응원 좀 해줘... 수희일은 나중에 만나면 그때 욕먹을게. 지금은... 공연 무사히 잘 마칠 수 있게... 도와주라."


***


병맥주 바를 찾은 7인방.


그들이 앉은 테이블 한 가운데 길게 파인 홈에는 얼음이 가득 담겨져 있으며, 그 안에는 국내 맥주부터 수입 맥주까지 각 종류별로 꽂혀있다.


"와와! 이 맥주는 뭐야? 맛있겠다!"


장난감 코너에 온 아이처럼 신이 난 고은이는 처음 보는 맥주만 골라 테이블 앞에 놓고 있다.


"야야! 김고은! 누가 안 뺏어먹어!"


"아, 싫어! 내놔! 전부다 내가 처음으로 마실 거야!"


효준이가 얼음에 꽂아 넣으면, 고은이는 다시 꺼내서 앞에 올려놓기를 반복한다.


"아 쫌! 그냥 두라고! 난 미지근한 맥주가 좋단 말이야!"


"맥주는 시원해야 제 맛이지! 무슨 미지근하게야?"


"미지근해야 탄산이 덜 느껴져서, 맥주 맛이 강해진단 말이야."


"소믈리에 나셨네.... 쯧쯧..."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차는 효준을 고은이는 평소처럼 투덜거리기보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봤다.


"맥주도 소믈리에가 있어?"


"있지... 않을까? 있겠지? 찾아볼까?"


고은과 효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머리를 맞대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그들이 무얼 하던 보이지 않는 선우와 철민이 연신 맥주만 들이켜고 있다.


"형, 오늘 대표님... 좀 이상하지 않았어? 그렇게 배우들 간의 호흡을 중시 여기시는 분이 어떻게 프리뷰 당일에 새 배우를 데리고 와?"


철민의 말에 선우는 말없이 한 숨만 내 쉬며, 맥주 한 병을 꺼내 마시다 그를 쳐다본다.


"그리고 박 감독님, 원래 그런 느낌이었어?"


"뭐가...?


"아니... 사람이 좀... 지난번과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뭔가 숨기는 게 많은... 찝찝한 느낌...? 아씨!!! 설명하기 어렵네."


철민은 앞에 놓인 나쵸를 한 입 베어 물고, 선우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손에 쥔 맥주병을 철민의 맥주병에 살짝 가져다 대며 말했다.


"철민아, 박 감독님... 하고는 웬만하면 부딪히는 일 만들지 말자."


"무슨 말이야...?"


"너 뿐만 아니라 오늘 다들 기분 안좋았을 거야. 프리뷰가 잘 끝나서 다행이지만, 분위기를 그렇게 만든 건 나니깐... 내가 잘못한 부분은 내일 사과 할 거고..."


"도대체 뭔 소리야! 형이 왜 사과를 해. 당일에 배우를 바꾼 대표님하고 감독님이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해야지!"


"철민아, 다른 건... 다 됐고. 박 감독님이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하더라도... 우린 그냥 피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너 말대로 나도 감독님하고는 이상한 쪽으로 엮이면 안 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


선우의 차분하고도 단호한 말투에 철민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그들에게 다가오는 정환.


"어! 정환이 형, 여기 앉으세요."


철민이 테이블 위를 정리해 의자를 내어주자 정환이 앉으며, 선우와 철민의 어깨를 다독인다.


"땡큐! 다들 오늘 프리뷰는 잘 했어?“


철민이 맥주뚜껑을 열고, 병 입구를 휴지로 깨끗하게 닦은 후 정환이 앞에 놓는다.


“뭐... 그냥 그냥요..”


“그냥이라... 어째 둘 분위기가 그렇네?”


정환이 선우를 힐끗 쳐다보며 맥주 한 모금 넘겼다. 그리고는 테이블 끝에서 정환이 온 줄도 모르고 인터넷검색에 열중하고 있는 효준과 고은을 턱으로 가리키며 철민을 쳐다본다.


“축하한다. 효준이가 너 팬클럽 회장이라며?”


“하아.. 형 그 말은 마세요. 저 더 우울해지려 그래요.”


“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들어요. 고은이가 만들어줬으니깐... 그냥 있는 거지... 에휴”


철민이 고개를 숙여 테이블에 이마를 맞대며 투덜거리자, 정환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는다.


“뭐가 그렇게 다 마음에 안들어? 짜식! 그래서...”


정환의 말을 끊고는 벌떡 일어난 철민이 고은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정환을 바라봤다.


“형! 도대체 시금치통조림... 하아... 진짜 다시 생각해도 마음에 안드네?!”


“.....응?”


“하아... 고은이 휴대전화에 저 시금치통조림으로 저장되어 있어요. 심지어 팬클럽 이름도 시금치통조림이고요. 아니...!! 그 많고 많은 감성적이고, 의미가 깊은 이름들 중에 왜 하필 시금치통조림이냐고요!”


철민은 격양되어 있는 와중에도 혹여나 고은과 철민이 들을까봐 목소리를 낮추며, 정환에게 투덜거렸다.


“풉....!”


“형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죠?”


“너 고은이하고 결혼 할 생각은 있어?”


갑작스런 결혼이야기에 철민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선우는 그 옆에서 킥킥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저희 아직... 한 달도 안됐는데.... 무슨 결혼이에요... 형도 참....”


“사귄 기간이 그런거지, 알고지낸지는 십년이잖아... 난, 뭐... 너 괜찮아... 우리 식구로...”


“형... 갑자기 왜... 그래요. 선우형... 웃지만 말고 뭐라고 말 좀 해줘.”


“이 자식 보게... 좀 서운하다?! 너 그럼, 고은이하고 사귀다 헤어지려고 그랬어? 십년지기 우리들 모임이 어색해지던 말던 상관없이?!”


언성을 높이며 서운함을 보이는 정환의 반응에 화들짝 놀라는 철민은 손사래를 쳤다.


"아뇨! 누가 헤어질거 생각하고 사귀어요...?! 저 고은이하고 평생 갈 건데요!"


철민의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을 보며, 웃고 있던 선우는 정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맥주를 마신다.


“정환아, 우리 철민이가 진국인 건 알지만... 그래도 너는 무슨 네 동생을 떨이로 처분하듯 그렇게 보내려 하냐? 고은이가 들으면 서운해 하겠어...”


“서운은 무슨... 고은이는 이미 철민이 하고 결혼 생각하고 있고만...”


정환의 말에 놀란 철민과 선우는 고은을 동시에 쳐다보다, 철민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정환에게 시선을 옮겼다.


“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고은이가 저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그랬어요?”


“고은이가 너한테 뽀빠이 이야기 안했어?”


“.... 했어요. 저 보면 뽀빠이 생각난다고....”


“응, 그러니깐.”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철민을 보며, 정환은 흐뭇한 표정으로 웃으며 맥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였다.


“난 연년생은 별 차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난 아직 아버지가 생생하게 기억나거든... 그런데 고은이는 아버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해. 나보다 고은이를 더 예뻐하셔서, 품에서 거의 내려놓지 않으셨는데도 말이지.”


메모지까지 꺼내 효준과 무언가를 필기하는 고은이를 선우와 철민이 한 번 바라보다, 다시 정환이에게 집중했다. 십년지기해도 그들은 서로의 가정사에 대한 상세한 속마음을 보이거나,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그저 힘들어 보이면 조용히 옆에 있어주고, 어깨를 빌려주는 사이들이었다.


“뭐,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고은이한테 아버지란 존재도, 결혼 이상형도 건강한 사람, 먼저 세상을 떠나지 않을 사람, 혼자 외롭게 두지 않을 사람, 언제 어디서든 지켜 줄 수 있는 사람... 그렇더라고. 어릴 적부터 뽀빠이를 좋아하고, 늘 뽀빠이 같은 사람하고 결혼 할 거라고 노래를 불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


맥주를 한 모금씩 넘기며 말하는 정환을 철민이는 빤히 쳐다보며, 경청을 했다. 그런 철민의 눈을 쳐다보며 정환이는 웃었다.


“지금 보니... 찾은 것 같네. 뽀빠이... 우리 고은이, 잘 부탁한다. 철민아.”


“.....네, 형... 고은이의 뽀빠이가 될게요. 고마워요, 형.”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비가 참 많이 내리고 있어요.

정말 좋습니다. ^^ 빗소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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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세상 밖으로 밀려난 그녀 (2) 16.05.03 146 3 12쪽
30 #30 세상 밖으로 밀려난 그녀 (1) 16.05.03 149 2 9쪽
29 #29 일주일간의 행복 16.05.03 149 2 12쪽
28 #28 미안한 결정 16.05.03 213 4 9쪽
27 #27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2) 16.05.03 145 4 13쪽
26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19 4 11쪽
25 #25 C'mon Through (3) 16.05.02 136 5 12쪽
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7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8 7 11쪽
22 #22 에스프레소 꼼빠냐 +2 16.05.01 175 8 10쪽
21 #21 화양연화(花樣年華) +2 16.04.30 215 7 12쪽
20 #20 곁사람을 잃은 사람들 +2 16.04.30 107 9 11쪽
19 #19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16.04.29 183 9 13쪽
18 #18 악마의 정체 (2) 16.04.28 144 9 11쪽
17 #17 악마의 정체 (1) 16.04.27 155 10 12쪽
16 #16 다시 찾아온 악마 (2) 16.04.26 185 10 12쪽
15 #15 다시 찾아온 악마 (1) 16.04.25 175 11 10쪽
14 #14 걱정, 걱정, 걱정 +1 16.04.24 183 12 12쪽
13 #13 두 사람의 불안 +1 16.04.23 135 12 9쪽
12 #12 악마가 찾아오다. +1 16.04.22 211 12 9쪽
11 #11 아침드라마 주인공들 +3 16.04.21 191 13 13쪽
10 #10 저 할 말이 있어요 +3 16.04.20 121 14 11쪽
9 #9 그녀의 결심 +3 16.04.19 222 14 13쪽
8 #8 그들의 걱정 +3 16.04.18 171 14 10쪽
7 #7 태양과 그늘 +5 16.04.17 212 14 9쪽
6 #6 위로와 초조 +3 16.04.16 111 15 10쪽
5 #5 그 남자에게 그 여자는 +3 16.04.15 187 15 11쪽
4 #4 붉은 꽃이 피었습니다 +3 16.04.14 190 15 9쪽
3 #3 sunshine +3 16.04.13 200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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