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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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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87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5.03 21:10
조회
149
추천
2
글자
9쪽

#30 세상 밖으로 밀려난 그녀 (1)

DUMMY

【 2014년 2월 17일 】


연습실, 수희가 다른 배우들보다 일찍 나와 청소를 하고 있다.


평일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은 회사에서 파트직으로 근무를 하고, 나머지 화요일, 금요일과 주말은 연습실에 나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몸이 조금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너무나도 편하고 즐거운 수희는 뮤지컬 음악을 틀어 놓고 대걸레질을 하고 있다.


연습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지만 수희는 음악소리에 알아채지 못했다.


뚝!


갑자기 끊긴 노래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마자 수희는 화들짝 놀란다.


“수희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렇게 헤어져서 아쉽더라고. 그래서 다시 왔어. 잘 지냈니?”


경호가 수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왜? 뭐라고, 말 좀 해봐... 아! 참, 너 말 못하지...? 그런데 듣는 건 가능 했었나? 하긴... 그러니깐 노래를 틀어놓고, 그러고 있겠지?”


수희는 손에 쥔 대걸레 대를 꼭 쥐고는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너... 선우 죽기 전에... 만났다면서...? 선우가... 무슨 말 안 해? 뭐... 유언이라던가... 나에 대한 말...? 그런 거. 없었어?”


수희가 계속 고개를 젓자, 경호가 웃으며 끄덕였다.


“그랬구나. 내 말 안했다니... 이걸 서운해 해야 하나, 아님 기뻐해야하나... 그런데 너 여기 왜 있어? 청소부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거야?”


“수희, 우리배우야.”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수희와 경호가 동시에 문 입구를 쳐다본다. 문 앞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는 공 대표.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경호 넌 여기서 뭐하니...?”


“아, 형... 다들 연습 잘 하고 있나, 응원 차 왔는데 수희가 있잖아요. 아유! 놀랐네. 어찌나 반가운지... 그래서 인사 중이었어요.”


“아직... 배우들 출근시간 전인데...? 경호야, 나 좀 잠깐 보자.”


***


극단 사무실로 올라온 공 대표와 경호.


대표실에 들어가자마자 경호가 공 대표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형! 미쳤어? 저런 병신을 어디라고 데리고 와! 이러려고 우리가 그 노력을 해서 여기까지 온 줄 알아?!”


“경호야...”


“하아! 진짜 짜증나네! 벌써부터 공기가 탁하잖아?! 쟤 때문에!”


“박경호...”


흥분한 경호와 다르게 공 대표는 의외로 차분했다. 오히려 경호의 흥분을 멸시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형, 그 눈빛... 무슨 눈빛이에요?”


“앉아. 그만 흥분하고...”


단호한 공 대표의 목소리에 경호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앞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너... 왜 그렇게 수희를 싫어하니?”


“..... 제가 언제요...?! 아니지! 나보다 형이 더 싫어했잖아!”


“응, 맞아. 나 수희 싫어했어. 말도 못하는 애가 배우가! 무대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하는데....그땐 철 없는 생각에, 수희가 내 꿈을 업신여기는 것 같아서 싫었어. 그래서 의도적으로 따돌렸던 거... 인정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이제 너도 알잖아?! 말을 못하던, 안 들리던... 다리 한 쪽이 없던! 다 필요 없다는 거... 열정! 그거 하나면 충분 하다는 거! 부족한 나머지는 서로 도우면서 하면, 다 채워지잖아. 뒤늦게라도 그걸 알았기 때문에 난 수희를 우리 배우로 캐스팅 한 거야.”


공 대표의 말을 듣고 있던 경호가 비웃음을 지으며, 그를 쳐다봤다.


“형... 아직도 환상 속에 빠져 있구나...? 열정? 서로 도와? 아니... 여긴, 말 그대로 전쟁터야. 재능과 실력이 있던가, 아님 엄청난 서폿이 있어야 이곳을 벗어나서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누굴 도와줘? 그랬다가는 더 쉽게 보여서 뒤통수 쳐 맞고, 한 순간에 죽는 곳이 여기라고. 멀쩡해도 하루에 몇 십 명씩 죽어나가는 이곳에서, 병신을 안고 나가라고? 전멸 할 일 있어? 자폭 하자는 거야? 쟤 계속 쓸 거면, 내가 여기서 빠질게.”


“하아... 그럼 석 달만... 수희 배우로 쓰자. 지금까지 연습 한 것도 있고, 이제 와서 수화 할 수 있는 사람 찾는 것도 어려워.”


“됐어, 난 그럼 빠질거니깐. 형, 알아서 해.”


공 대표의 말에 경호가 양 손을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뒤 돌아서는 그에게 말을 던진다.


“너... 수희 건들었지...?”


“.....뭐?!”


무섭게 공 대표를 쏘아보는 경호, 하지만 공 대표 역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본다.


“봤어. 우리 엠티 갔던 날... 네가 수희한테 그러는 거....”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그 일이 새어 나갈까봐, 계속 수희를 밀어 내는 거라면... 그러지 말라고. 어차피 수희는 말도 못하니깐....”


***


공 대표와 경호가 올라가고, 신경이 쓰인 수희는 몰래 그들을 따라 극단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안에서 들리는 경호의 격양된 목소리.


밖에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수희의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들린 공 대표의 목소리.


“말도 못하는 애의 말을... 누가 들어주겠니...? 그러니깐, 임마... 넌 그냥 힘 빼고 있어. 너 그러다 진영이가 알게 되면, 좋을 거 하나 없잖아? 임신까지 했는데...”


“..... 형... 그럼 형도 약속해. 그 일 머릿속에서 지우겠다고...”


“알았어, 임마. 참... 신경 쓸 것도 많은데, 몇 년도 지난 일에 아직도 신경 쓰고 있냐?”


수희는 그들의 대화를 듣던 중에 서 있을 수 있는 힘이 없어,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걷고 또 걸었다.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도 기뻤는데, 예전 일은 잊고 그저 선배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보냈는데... 그게 다 거짓이었다는 것이 수희에겐 또 하나의 상처가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 것이 왜 잘못 된 것일까...? 웃으며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을 믿는 것이 왜 바보 같은 행동 인걸까...? 수희는 잘 이해가 안 됐다. 악의를 보이는 사람도 멀리하고, 호의를 베푸는 사람도 의심하며 바라봐야한다면... 누구에게 미소를 보이며, 마음을 보여야 하는 것일까.


순진하고 착하게 살아가기에는 그녀에게 세상은 너무 지랄 맞으며,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이고 다중적이었다.


너무 짧은 기간에 큰 충격을 여러 차례 받아서인지,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꺅!”

“어머! 아가씨! 피가...”

“괜찮아요? 저기요.”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그러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바닥을 내려다보니... 수희의 다리 아래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지럽고 앞이 흐려지면서 그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만다.


쿵!


“아가씨! 정신 차려요!”

“어머, 누가 119 좀 불러요.”

"피...! 아가씨!"


그녀의 귓가에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맴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몸이 무겁고 배가 아파, 움직일 수가 없다.


***


【 2014년 2월 18일 】


눈을 뜬 수희,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하얀색 천장이다.


그리고 창밖은 잔뜩 흐리게 낀 구름과 함께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드르륵.


열리는 병실 문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자주 가는 의원의 간호사선생님이다.


“어머, 수희 깼니?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기에 하열을 해.... 너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몰라?”


[ 아.... 아기는요? 설마.... 아니죠? ]


하열이라는 말에 하얗게 질린 수희의 얼굴을 본 간호사선생님은 웃음으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으이그! 그렇게 걱정하면서, 무리를 했니? 아기는 괜찮데! 너 뭐하고 다녔던 거야...?! 무조건 안정하래!”


[ 오늘 며칠이에요? ]


“18일이야, 하루 꼬박 잤어. 너.... 며칠 더 입원해야 한다니깐.... 꼼짝 말고 누워있어. 알았니?”


[ 아... 안되는데, 저 나가야해요. 가 볼 곳이 있어요. ]


“의원에는 말해놨어. 종일 너 옆에서 지키고 있을 거니깐! 퇴원 할 생각을 하지마라!”


몸을 일으키려는 수희를 다시 눕히고는 먹을 것을 사오겠다고 나간 간호사선생님.


수희는 다시 창문으로 눈을 돌려,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만 봤다.


꿈 만 같았던 지난 일주일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배우들과 살을 부대끼며 연습하던 그 때, 비록 같이 노래를 부를 수는 없지만 함께 속으로 불렀던 그 순간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하지만 경호를 만나고, 잠시 믿고 싶었던 선배의 차가운 말... 다시 숨이 멎을 것처럼 답답해온다. 많은 생각들이 그녀를 다른 세상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누가 날 좀 잡아줘요. 있는 힘껏 안아줘요... 날.... 밀어내지 마세요....’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착하면 바보되는 세상...

참 말도 안되는 세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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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세상 밖으로 밀려난 그녀 (2) 16.05.03 146 3 12쪽
» #30 세상 밖으로 밀려난 그녀 (1) 16.05.03 150 2 9쪽
29 #29 일주일간의 행복 16.05.03 150 2 12쪽
28 #28 미안한 결정 16.05.03 213 4 9쪽
27 #27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2) 16.05.03 145 4 13쪽
26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19 4 11쪽
25 #25 C'mon Through (3) 16.05.02 136 5 12쪽
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7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9 7 11쪽
22 #22 에스프레소 꼼빠냐 +2 16.05.01 175 8 10쪽
21 #21 화양연화(花樣年華) +2 16.04.30 215 7 12쪽
20 #20 곁사람을 잃은 사람들 +2 16.04.30 108 9 11쪽
19 #19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16.04.29 184 9 13쪽
18 #18 악마의 정체 (2) 16.04.28 144 9 11쪽
17 #17 악마의 정체 (1) 16.04.27 156 10 12쪽
16 #16 다시 찾아온 악마 (2) 16.04.26 186 10 12쪽
15 #15 다시 찾아온 악마 (1) 16.04.25 175 11 10쪽
14 #14 걱정, 걱정, 걱정 +1 16.04.24 183 12 12쪽
13 #13 두 사람의 불안 +1 16.04.23 135 12 9쪽
12 #12 악마가 찾아오다. +1 16.04.22 212 12 9쪽
11 #11 아침드라마 주인공들 +3 16.04.21 191 13 13쪽
10 #10 저 할 말이 있어요 +3 16.04.20 122 14 11쪽
9 #9 그녀의 결심 +3 16.04.19 222 14 13쪽
8 #8 그들의 걱정 +3 16.04.18 172 14 10쪽
7 #7 태양과 그늘 +5 16.04.17 213 14 9쪽
6 #6 위로와 초조 +3 16.04.16 111 15 10쪽
5 #5 그 남자에게 그 여자는 +3 16.04.15 187 15 11쪽
4 #4 붉은 꽃이 피었습니다 +3 16.04.14 191 15 9쪽
3 #3 sunshine +3 16.04.13 200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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