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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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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77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26 22:00
조회
185
추천
10
글자
12쪽

#16 다시 찾아온 악마 (2)

DUMMY

【 2013년 12월 16일 】


따사로운 햇살이 간밤에 있었던 일은 그저 꿈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뭐야... 또 가위 눌린 거야...? 선배는....?’


경호를 생각하는 순간 어깨와 목 뒤가 찌릿하며, 저려온다. 사람의 뇌는 거짓말을 해도, 몸과 감각은 진실만을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선우는 자신이 또 착각한 것이길, 꿈이었기를 바라며 일층으로 내려갔다.


“..... 진영아! 선....배....!”


텅 빈 집은 너무나도 고요하고,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진영과 경호가 집을 비운지 꽤 됐는지, 집 공기가 서늘하다.


다시 이층으로 올라온 선우는 방문을 잠그고는 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려다봤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일까... 혼돈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허우적거리던 그녀를 잠시나마 현실로 끌고 온 전화 벨소리.


♬~♪~~♬~


“네, 선우씨...”


“응? 왜 이리 힘이 없어요?”


“.... 아니에요.”


“무슨 일 있죠? 네?! 선우씨!”


어디서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 것일까, 내 사람이라 믿고 있는 그들을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혼자 생각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고 판단한 선우는 그에게 상담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엊그제 밤에 선배가... 방에 들어와서 제 발을 만졌어요.”


“.... 선배라면? 그 친구하고 결혼했다던...?”


“네... 다음날 제 발이 차다고 걱정하면서 족욕기를 사왔더라고요. 그 상황을 친구도 알고 있고.. 그래서 내가 안좋게 착각을 했구나... 생각했는데... 선배가 어젯밤에 제 손하고, 어깨를 만진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같다는 건... 무슨....”


“갑자기 악마가 웃는 소리가 들려서...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선배가 진짜로 방에 들어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제가 또 가위에 눌린건지... 놀라서 눈을 떴는데 아침이더라고요. 꿈을 꾼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횡설수설하는 그녀의 말을 듣는 선우 역시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그녀가 환각을 본 것이라면, 만약 환각이 아닌 진짜라면... 그는 마음이 아려왔다.


신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큼만 준다고 했는데, 이게 그녀가 감당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시련인걸까...?


시한부? 친구 남편의 성추행? 어느 쪽이 더 그녀에게 위안이 되고, 버틸 수 있는 시련인걸까...?


그는 어느 쪽이던 이렇게 상상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간간히 들리는 숨소리 외에 침묵만이 감돌았다.


“... 문... 잘 때, 방문 꼭 잠그고 자요. 꿈이었던, 아니던... 꼭...”


“...네, 그럴게요... 선우씨! 고마워요.”


“.....”


“.... 미안해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고작 방문 잠그고 자라는 말이라니... 그런 성의 없는 말에도 그녀는 고마워하고 미안해한다.


일층에서 인기척이 들린다며 갑자기 전화를 끊는 그녀.


끊긴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으니, 답답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개쓰레기.....!!!”


욕을 내뱉으며, 담벼락을 수없이 발로 차대는 선우.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철민은, 좀처럼 진정을 못하는 그의 낯선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대로 담벼락에 기대어 주저앉는 선우의 눈은 빨갛게 충혈 되어 있다.


“.... 혀.... 형, 왜... 무슨 일이야?”


철민을 바라보는 선우의 눈에, 조금씩 차오르던 눈물은 그대로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형?!”


***


일층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진영의 목소리에 선우는 일층으로 내려갔다. 진영은 들어오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가 오렌지주스를 꺼내 마셨다.


“김선우~! 어?! 일어났네?”


“어디... 갔다 와? 선배도 없던데.”


“시댁!”


진영은 결혼하기 전, 일 년만 시어머님과 함께 살고 분가하기로 경호와 약속을 했다. 약속을 지킨 경호, 하지만 아래층으로 분가 한 것이 불만이었던 진영은 분가 같지 않은 분가라며 선우에게 자주 투덜거렸다. 몇 달 후, 시어머님께서 근교로 이사하시면서 진영은 진짜 분가가 되었다.


“아... 시어머니는 괜찮으셔?”


“응, 우리가 없어서 더 편하시데. 그 말 들으니깐 살짝 서운한거 있지?! 혼자 계시는 모습 보니깐 마음도 안좋고.”


“그럼 다시 어머님 뫼시고 와~”


“에이, 그건 또 아니지~”


진영의 웃는 모습을 보니 선우는 어젯밤일이 더 마음에 쓰였다.


“저기... 진영아, 할 말... 있는데...”


“응? 뭔데?”


“음... 이상하게 생각은 하지 말고... 선배가....”


“오빠! 어머님이 주신 김치 먼저 넣어줘!”


진영의 말에 놀란 선우는 뒤를 돌아보니, 경호가 서 있다. 그를 본 순간 선우의 심장은 100미터를 전력질주 한 것처럼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뭘 이상하게 생각해?”


“아... 아니야. 나 먼저 올라갈게. 쉬어...”


다용도실에서 나오는 경호와 잠시 눈이 마주친 선우는 고개만 끄덕 거리고는 바로 눈을 돌렸다.


“진영아, 선우한테도 말 해야지.”


경호의 말에 진영은 잠시 홍조를 띄우더니, 선우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넸다. 검은색과 하얀색이 뒤섞인 사진 한 가운데 조그마한 땅콩 모양의 무언가 있었다.


“아... 진영아, 이거...”


“거기, 젤리곰 보여? 귀엽지? 나 임신 8주래. 아침에 오빠랑 병원 갔다 왔어.”


“축하해, 진영아! 정말 축하해. 그럼 나 이모 되는 거야?”


코끝을 찡끗거리며 환하게 웃는 진영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예쁘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경호, 두 사람을 바라보는 선우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 너 지난번에 와인 마셨잖아. 괜찮아?”


선우가 이사 오던 날, 와인을 마셨던 진영이 걱정이 됐다.


“괜찮데. 앞으로만 안마시면 된다고, 걱정 말라고 하셨어.”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선배, 아빠 되신거 축하드려요.”


“그래, 고맙다.”


경호의 목소리를 듣자 선우는 다시 지난밤 일이 떠오르지만, 경호 옆에서 행복해하는 진영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말 할 용기가 안생긴다.


이층으로 올라오던 선우는 걸음을 멈춰 일층을 내려다 봤다. 소파에 앉아 초음파사진을 들여다보며 아빠엄마 미소를 짓는 그들.


“하아... 또 착각 한 거야. 가위 눌렸던가...”


선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


그날 저녁, 아래층에서 진영이 선우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내려가니 경호는 어디가고 없고, 진영 혼자 저녁을 차리고 있다.


“밥 먹자, 선우야.”


“같이 하지, 힘든데 왜 혼자 저녁을 차려. 선배는?”


“오빤 미술팀하고 저녁약속 있어서 나갔어. 또 술 마시겠지, 뭐.”


“... 으응...”


밥 한 숟가락 뜨던 선우는 진영을 힐끗 올려다본다.


엄마가 된다는 건, 저런 것일까...? 진영의 표정은 전과 다르게 부드럽고, 여유로워 보였다. 여자라면 당연히 한 번쯤은 생각해 보고 언젠간 겪을 일이지만, 선우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삶... 엄마로써의 삶.


“.... 어떤... 기분이야?”


“뭐가?”


“엄마가 되는... 기분? 임신 했다는 말 들었을 때, 어땠어?”


“음... 기쁨과 걱정이 동시에 몰려왔어. 생각도 많아지고, 살짝 무서움? 떨림?”


“왜? 무슨 생각?”


“그냥... 음... 내가 엄마 자격이 있을까,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이제 4cm정도 된 이 아이를 사람답게 잘 성장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


선우는 그 순간 진영의 눈에서 엄마의 책임감을 봤다. 그녀는 대학시절 함께 지낸 친구 김진영이 아닌, 엄마 김진영이 되어 있었다.


“걱정 하지 마. 넌 이미 좋은 엄마니깐.”


“풉, 무슨 벌써 좋은 엄마냐? 엄마소리, 낯설어!”


“진짜야. 넌 엄마자격 충분해. 아이를 키운다가 아니라 돕는다고 말했잖아.”


“그게 왜?”


“난 옛날부터 키운다는 표현이 좀 거슬렸거든.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사람으로 크게끔 만든다는 느낌? 아기 때는 키운다는 말이 어울리겠지만, 아이가 주관이 생기는 무렵부터는 돕는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진영은 멍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봤다.


“....왜? 뭐...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야.”


“알아, 너 생각인거. 갑자기 우리... 교양으로 아동심리 들었던 게 생각나서. 아마 너 혼자 에이뿔 받았었지?”


“아, 뭐야... 뱃속에 아기도 있는데. 이제 그만하지? 왜?! 아기 태어나면, 이모 때문에 엄마가 컨닝을 못해서 재수강 했었어~ 라고 말하지?!”


“응! 안그래도 선우이모는 약속 안지키는 나쁜이모라고 말하려고!”


“야, 좋은 엄마 취소해야겠다!”


깔깔거리는 진영의 웃음소리가 집안에 가득 찼다. 선우는 진심으로 행복한 여자 김진영을 눈에 담았다. 그러다 눈 한번 깜빡임에 그 모습이 지워졌을까봐, 다시 담고 또 담는다.


***


진영과의 수다로 길어진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온 선우는 방문을 잠그고 침대에 눕는다.


“.... 엄마라.. 엄마...”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그 역할. 선우에게는 주어질 수 없는, 남의 일이기에 엄마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진다.


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 C'mon Through.


비가 내리는 날, 찬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 행복할 때, 슬플 때... 그녀는 늘 이 노래를 들었다. 그때 마다 이 노래는 선우의 친구가 되어줬고, 때론 응원을, 위로를 해줬다. 하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그저 먹먹하기만 하다.


달칵달칵.


‘.....으...음...’


음악을 들으며 잠에 들었던 선우는, 방문소리에 잠에서 깼다.


달칵달칵.


방문을 잠궜기에 안심한 선우는 달칵거리는 문고리를 쳐다만 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달칵달칵.

끼이익.


‘.....?!’


거짓말처럼 열리는 방문. 그리고 경호가 들어왔다.


그가 들어옴과 동시에 방안에 풍기는 술 냄새, 경호는 비틀거리며 선우의 침대 곁에 앉았다.


술에 잔뜩 취한 그는 선우가 깨어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지, 쳐다보고 있음에도 그녀의 얼굴에 손끝을 가져다 댔다. 그저 손끝 조금 닿았을 뿐인데, 머리끝이 삐죽 서는 느낌이 너무 싫은 그녀는 몸을 살짝 움츠렸다.


볼을 만지던 그의 손은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선우는 “싫어!” 라고 외치며 뿌리치고 싶지만, 다시 가위에 눌린 것 마냥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선우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길 기도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 나갔나...?’


그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아, 눈을 뜨니 경호는 어느새 침대 위로 올라와 선우를 내려다보고 있다.


선우의 온 몸에 경호의 피부가 닿으면서 그들의 체취 역시 뒤섞이기 시작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 말을 했다.


“..... 서... 선배, 제발....”


[ 키득키득 ]


잊을 수 없는 목소리. 선우는 그 목소리에 놀라 경호 얼굴을 다시 쳐다봤다.


새까만 얼굴이 웃고 있다. 그러다 다시 경호 얼굴이 보인다.


계속해서 교차하는 악마와 경호의 얼굴.


무서움에 선우는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방안을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이 원망스럽다.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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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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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7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8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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