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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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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93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5.03 23:03
조회
146
추천
3
글자
12쪽

#31 세상 밖으로 밀려난 그녀 (2)

DUMMY

【 2014년 2월 18일 】


프리뷰 이틀 전이다.


연습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긴장이 고조되어 있다. 초연이기에 프리뷰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배우들은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그 누구도 어제 수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심지어 선우와 철민도 알지 못했다.


연습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점심을 거른 배우들, 그들을 위해 진영과 경호가 연습실을 찾았다.


“똑똑똑! 배우님들~ 잠시 쉬세요.”


“아! 감독님! 작가님!”

“와아아아! 먹을 거다!!!”

“뭐예요? 배고팠어요!”

“치킨 냄새야! 대박!”


또 다시 좀비처럼 몰려드는 배우들에 진영이 움찔거리자, 경호가 그녀의 어깨를 감싼다. 그런 진영과 경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들은 오로지 먹을 것에 집중되어 있다.


“아하! 또 좀비들 납셨네! 어째 너희가 오면... 애들이 좀비가 되는 것 같아...”


공 대표가 왔는지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는 배우들을 진영이 안쓰럽게 바라본다.


“선배... 좀 적당히 시켜요. 너무 안쓰러워서 볼 수가 없어요.”


“아냐, 내가 시킨 거 아냐... 지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그래도 기특하지 않냐? 예쁜 내 새끼들...”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공 대표. 그 모습에 진영과 경호도 뿌듯하다.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경호가 공 대표를 쳐다보며,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


“형...! 그 사람은...?”


“아... 오늘 안 나오는 날이야. 화요일, 금요일에만 나와. 아, 주말하고...”


“누구요...?”


진영이 경호와 공 대표를 번갈아보며 묻자, 공 대표가 웃으며 진영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 그 수화하는 배우 있어.”


“맞다! 그 배우... 그러고 보니 난 못 봤네? 프리뷰 때나 볼 수 있으려나?”


“아마도...? 그런데 너 몸 괜찮겠어? 병원에서 안정 취해야한다고 그랬다며...”


“그래도 프리뷰는 봐야죠. 어찌됐든 첫 무대에 서는 건데... 우리가 봐야죠!”


웃으며 경호를 바라보는 진영의 이마에 경호가 입을 맞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공 대표의 웃음이 그리 곱지는 않아 보인다.


***


고은이 어김없이 카페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휴대전화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고은... 갑자기 머리가 아픈지, 가방에서 약을 꺼내 한 알 먹는다.


“어?! 우리 자기, 아파? 어디 아파?”


어느새 고은이 옆에 앉은 철민, 그리고 맞은 편에 앉은 선우...


고은이 뒤돌아 카페 문을 바라보더니 다시 선우와 철민을 쳐다본다.


“언니는?”


“누구?”


“지난번에 같이 왔던 그 언니. 수..... 수....”


“아, 수희누나? 오늘 연습 없는 날인데? 왜? 누나, 보고 싶어?”


“아니...”


평소 분위기와 다른 고은... 그녀는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를 만지기만 했다. 그런 모습이 선우는 신경이 쓰였다.


“철민아, 나 아메리카노 한 잔만...”


“아, 왜! 형꺼는 형이 시켜!”


“자, 너 마시고 싶은 것도 사.”


선우가 철민에게 카드를 쥐어주자 그는 벌떡 일어나, 카운터로 달려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더니, 고은에게로 눈을 돌리는 선우.


“고은아... 너 그 날, 무슨 일 있었지?”


고은이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여력 하지만 애써 웃는다.


“얼굴에 다 쓰여 있어. 말해... 무슨 일이야.”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선우의 표정과 눈빛에 고은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 저 남자, 마주하지 마요. 절대 마주치지 마요. 말 걸면 무시하세요. ]


휴대전화를 한참 바라보던 선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은이를 쳐다본다. 선우의 눈을 피해,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연다.


“아니... 그 날, 그 감독인가 뭔가.. 그 사람... 여기 왔잖아. 그때, 언니가 나한테 적어준거야. 그 감독... 마주하지 말라고...”


조금씩 일그러지는 선우의 얼굴... 그의 무서워지는 모습에 고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 뭐...?! 자세히 똑바로 말 안 해?!”


움찔하던 고은이 다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날의 일들을 상세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선우의 얼굴은 조금씩 흙빛으로 바뀌어갔다.


선우는 고은이의 말을 들으면서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박 감독님이 고은이한테 안좋은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수희가 남긴 글을 보고 어림 남짓해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김 작가님한테 하는 모습을 보면, 전혀 나쁜 행동을 할 사람으로 보여 지지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못해 더럽고, 찝찝하다.


“내가 그랬잖아... 그 감독님, 난 별로라고. 기분 나쁘니깐... 오빤 가까이 하지 말라고...”


“그러게 왜! 전화를 나가서 받아?!”


“여긴 너무 시끄러우니깐...! 그래서... 그리고 뭐... 내가 그 감독이 뒤에 서 있는 줄 알았나?!”


언성을 높인 선우의 목소리에 놀란 고은은 울먹이더니,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하아... 씨... 발... 후우...”


커피와 케익, 쿠키 등을 잔뜩 갖고 오던 철민이는 울고 있는 고은이를 보고는 놀라, 허겁지겁 의자에 앉는다.


“왜? 고은이 왜 울어? 형... 형이......!”


너무 안좋은 선우의 얼굴에 철민이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고은이의 등을 다독여 주기만 했다. 철민이 테이블에 내려놓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선우가 고은이의 팔을 톡톡 두드렸다.


“고은아... 당분간 여기 오지 마. 응? 오빠가 왜 이런 말 하는지 알지?”


선우의 마음을 잘 알기에 고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철민은 그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고, 그냥 고은이의 등을 조용히 쓰다듬기만 했다.


선우는 휴대전화를 꺼내 수희에게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그녀가 나오는 날임에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이 나면서, 신경이 쓰였다.


- 수희씨, 어제 왜... 안 나오셨어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문자 보시면 꼭 연락 주세요. 금요일에 뵐게요.


***


【 2014년 2월 20일 】


프리뷰 날 아침.


오후 시작이지만, 그들은 다시 한 번 동선을 확인하고, 연습을 하기위해 일찍 모였다.


웅장한 무대와 조명에 놀라는 배우들.


“와! 진짜 무대 멋지다.”

“박 감독님... 짱인데?”

“헐... 대박....”


선우도 무대를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동시에 화가 났다. 그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녀에게서 연락이 없을수록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수희는 보이지 않는다.


“철민아, 혹시... 수희씨 봤어? 밖에서라 던지...”


“아니, 못 봤어. 그러고 보니, 수희누나가 안보이네? 형, 연락해봐.”


선우가 휴대전화를 꺼내는데, 관객석 뒤에서 공 대표가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진영과 경호도 내려오고 있다. 선우는 공 대표에게 뛰어갔다.


“대표님, 류수희 배우님이 안 보이는데요...?”


그의 질문에 경호가 대답을 한다.


“아, 배우 교체 됐습니다. 제가 미리 전달을 안했네요...”


갑자기 수희씨와 고은이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선우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네?! 갑자기 배우가 교체되다니요?! 교체된 배우는 어디 있어요? 저희는 동선을 맞춘 기억이 없는데요?”


“그래서 동선 맞추자고 일찍 모인 거잖아요.”


태연하게 말하는 경호의 모습이 능구렁이를 백 마리는 삼킨 것 같아 보였다.


“동선 한번 맞추고 프리뷰 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평소보다 더 흥분하는 선우를 철민이 뒤에서 잡아 말린다.


“형! 왜그래... 참아... 감독님, 배우가 바뀌고 동선을 다시 맞춰야 하는 거면 적어도 미리 말씀을 해 주셔야죠. 저도 기분이 안좋습니다.”


선우의 팔을 잡고 있는 철민의 손에 힘이 살짝 들어가 있다. 선우는 잠시 뒤에 서 있으니, 철민이 박 감독에게 항의를 했고... 배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뭐? 배우교체?”

“뭐야, 갑자기 역할 집어넣더니, 뭔 또 갑자기 교체를 해?”

“아.. 뭐야... 짜증나게...”


배우들이 웅성거리며, 불만을 토하기 시작했다.


“에헤이! 기자들 밖에 있는데 그만하자. 갑자기 바뀌게 된 건 미안한데, 어차피 작은 역할이라... 크게 맞출 것도 없잖아? 응? 그리고 프리뷰 보다, 첫 공연이 더 중요하잖아! 프리뷰 끝나고도 열흘 더 연습 할 수 있으니깐... 다들 진정들 해~!”


공 대표가 나서서 배우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배우들의 웅성임은 줄어들었지만, 쌓인 불만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배우들 간의 합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한 역할에 캐스팅이 된 배우가 두 명, 세 명이면 그 배우 수만큼 더 배로 연습을 해야 한다. 한 명의 호흡이 흐트러져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곳이 무대 위인데... 그 사실을 공 대표가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프리뷰 몇 시간 전에 배우 교체라니... 공 대표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선우는 그런 공 대표의 결정이 납득이 안됐다.


“형... 이제 연습하자. 지금은 코앞에 있는 프리뷰가 먼저잖아.”


철민의 손에 이끌려 무대 위로 올라가는 선우, 휴대전화를 보지만 여전히 수희는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


병실 안, 잠에 들었던 수희가 눈을 떴다.


“수희, 일어났니?”


오늘도 옆을 지켜주고 있는 간호사 선생님이다. 수희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수희는 비몽사몽으로, 눈에 초점이 없다.


“아직도 졸려? 약이 독한 거 아냐? 너무 계속 잠만 자는 것 같은데?”


[ 선생님... 몇 시에요? ]


“조금 있으면 점심 먹을 시간이야. 졸려도 조금만 참아. 밥은 먹어야지.”


[ 네... 그런데 며칠이에요? ]


“오늘? 20일.... 너 며칠째 잠만 잤는지 몰라. 아무래도 물어봐야겠다. 임신해서 졸린 것 치고는 너무 자는 것 같아!”


간호사선생님이 병실을 나갔다. 수희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푸르고 높은 하늘이 참 예쁘다. 문득 선우가 가사를 적을 때, 옆에 앉아 같이 끄적이던 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생각에 번뜩 눈이 떠졌다.


‘아...! 프리뷰! 오늘 20일이랬지... 어떻게... 늦었어...!’


수희는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간신히 버티며,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병원을 나와 공연장으로 향했다.


헐레벌떡 공연장으로 뛰어가는 수희.


서서히 들려오는 노래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덜컥!


문을 열자,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이 보였다.


♬ 그대와 나,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시간~ 그 사이에 가득 핀 붉은 꽃들.... ♬


‘아... 붉은 꽃... 이다...’


프리뷰는 어느덧 마지막을 향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수희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수희는 자신이 프리뷰를 망쳤다는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어떻게... 나 때문에... 프리뷰가... 다들 열심히 연습 했는.... 어...?’


그녀가 등장해야 하는 장면에 낯선 배우가 나와 연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엉터리 수화를 하고 있다.


고작 수요일 하루 빠졌을 뿐인데, 그 사이에 언제 배우를 캐스팅해서... 동선까지 저렇게 맞춘 것일까... 배우들과 낯선 배우 사이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저들이 지금까지 연습을 했던 것 같았다.


참 많이 속상하다. 마음이 아프고, 슬픈 수희는 무대를 향해 서운하다고 외친다. 또 외치고, 외치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허공에 소리 없는 메아리만 칠뿐이었다.


그녀는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다, 곧 등을 돌려 공연장을 나왔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행복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그녀의 마지막 세상에서 밀려나 사라져버린 순간이다.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바람이 많이 붑니다.

빗소리도 참 좋습니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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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뽀빠이 16.05.15 200 1 11쪽
» #31 세상 밖으로 밀려난 그녀 (2) 16.05.03 146 3 12쪽
30 #30 세상 밖으로 밀려난 그녀 (1) 16.05.03 150 2 9쪽
29 #29 일주일간의 행복 16.05.03 150 2 12쪽
28 #28 미안한 결정 16.05.03 213 4 9쪽
27 #27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2) 16.05.03 145 4 13쪽
26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19 4 11쪽
25 #25 C'mon Through (3) 16.05.02 136 5 12쪽
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8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9 7 11쪽
22 #22 에스프레소 꼼빠냐 +2 16.05.01 175 8 10쪽
21 #21 화양연화(花樣年華) +2 16.04.30 215 7 12쪽
20 #20 곁사람을 잃은 사람들 +2 16.04.30 108 9 11쪽
19 #19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16.04.29 184 9 13쪽
18 #18 악마의 정체 (2) 16.04.28 145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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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다시 찾아온 악마 (2) 16.04.26 18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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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두 사람의 불안 +1 16.04.23 135 12 9쪽
12 #12 악마가 찾아오다. +1 16.04.22 212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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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위로와 초조 +3 16.04.16 112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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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sunshine +3 16.04.13 200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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