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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로맨스

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600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5.01 18:16
조회
175
추천
8
글자
10쪽

#22 에스프레소 꼼빠냐

DUMMY

【 2014년 1월 28일 】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비를 좋아했다. 내리는 비에 늘 듣던 음악이 있었고, 그 음악을 곁사람들과 함께 듣거나 공유하는 걸 좋아했다. 그리곤 비에 흠뻑 젖은 길고양이들 추울까봐 걱정을 했고, 배라도 곪지 않게 밥을 챙겨줬다. 선우가 아는 그녀는 여기까지였다.


그 이상이 궁금해졌다. 김선우라는 사람은, 김선우라는 작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해 줄 사람은, 아는 동생이라고 했던 류수희 밖에 없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선우씨 이름에 머뭇거리던 그는 수정을 눌러 그녀의 이름을 지웠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사용하던 번호인데, 바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 류수희(선우) ] 저장.


결국, 옆으로 밀려나 적힌 그녀의 이름... 이조차도 선우는 마음이 아프다.


- 궁금한 게 있어서, 연락드려요. 선우씨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혹시... 선우씨가 신세졌다는 그 친구분... 이신가요?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몇 분이 지나 답장이 왔다.


- 류수희(선우) : 아니에요... 언니 대학후배에요. 한 살 차이지만... 학부 때부터 언니하고 친하게 지냈어요.


- 아, 그렇군요. 그럼 문예창작과 나오신 거예요?


- 류수희(선우) : 연극영화과요. 그런데 언니는 극작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 수업도 듣고 했었어요. 언니에 대해 궁금한 게 많으신가 봐요...


- 아... 너무 질문만 했나보네요. 그냥 팬으로만 알고 지냈었는데... 공연하는 작품의 작가님이라고 하시니깐, 궁금해서요. 꽤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런 말은 전혀 없었거든요.


선우는 수희의 마지막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금까지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의 개인적인 부분은 전혀 물어보지 않았었다.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만 했던 것이,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미안했다.


- 류수희(선우) : 언니가 좀 그래요. 자기 속이야기는 잘 안해요. 그래서 사람들하고 오해도 생기고.... 그렇다고 거기에 또 흔들리거나 그러지도 않아요. 알아주는 사람은 언젠간 알아주겠지.... 하는 뭐, 그런 성격?


- 네.... 전 선우씨한테 힘을 많이 받았었어요. 늘 위로가 되는 말을 많이 해줘서...


- 류수희(선우) : 언니가 배우님은 내 사람 이라고 생각했나보네요.


- ???


- 류수희(선우) : 전 처음엔 잘 이해가 안되었던 부분인데... 언니는 사람을 울타리를 쳐서 구분했어요. 무조건 믿고 챙길 수 있는 100프로 내 사람, 먼저 호의를 보일 수 있는 70프로 사람, 다가오면 웃음 정도는 보일 수 있는 40프로 사람, 뭘 하던 신경 안 쓰는 그 외 사람.


- 아.. 뭔가 복잡한데요...


- 류수희(선우) : 그렇죠? 정말 저렇게 구분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할 때 내 사람이야. 40프로 사람이야... 그런 표현을 많이 썼어요. 배우님은 100프로 내 사람이었을 거예요. 배우님한테 늘 고마워했으니깐....


- 전 선우씨한테 한 게 없는걸요. 힘들다고 투정만 부렸지....


- 류수희(선우) : 아니에요. 전부다 말 할 수는 없지만, 배우님 덕분에 언니가 꿈을 이루면서 행복해 했어요. 제 눈에도 보일만큼이요. 언니가 배우님을 만난 후부터 늘 웃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은 저도 배우님께 감사드려요.


그녀에게 해준 것 하나 없이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꿈을 이루는데 자신이 도움을 줬다는 말을 듣고 난 선우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귀찮을 텐데도 친절하게 답변해주는 수희에게도 고마웠다.


-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해요. 수희씨도 마음이 무거우실 텐데... 제 위로만 해주시네요.


- 류수희(선우) : 괜찮아요. 떠난 사람이라 여기지 않고, 언니를 오래 기억해주셔서 그것만으로도 전 위로가 되요. 언닌 행복한 여행자네요.


사람들은 비슷한 성격, 성향을 가진 이을 곁에 둔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수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선우의 느낌을 받은 그는 조금씩 수희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선우씨와 한 살 차이면... 지금 27 이신 거죠?


- 류수희(선우) : 네, 배우님과 동갑이에요.


- 아, 친구네요. 그럼 수희씨도 연극영화과 나오신 거네요?


- 류수희(선우) : 네....


- 저도 그렇거든요. 그럼 지금 배우로 계신 거예요?


너무 친한 척, 개인적인 질문을 한 것일까... 메시지를 읽었지만 수희는 답을 보내지 않았다.


“아유, 이 미친놈아! 친한 언니 보내고, 유언을 전하려고 연락한 남자하고 개인적인 이야기 하고 싶겠냐?! 이그, 병신아!!!”


비를 피해 들어온 카페 창가에 앉아 구시렁거리는 선우를 옆 테이블 사람들이 힐끗 쳐다본다.


똑똑.


창을 쳐다보니 철민이 선우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개를 저으며 들어오는 철민의 양 손에는 노란 땡땡이 투명비닐우산과 핑크 땡땡이 투명비닐 우산이 들려있다.


“그 표정 뭐냐, 기분 나쁘게 시리... 그리고 설마... 그 우산, 내꺼... 아니지?”


씨익 웃는 철민의 표정이 선우의 눈에는 악랄해 보인다.


“무슨~ 우산~ 줄까~? 노란 우산? 핑크 우산? 냐하하하하!”


우산을 안 갖고 나온 선우가 철민에게 나올 때 우산을 갖고 나오라는 부탁을 했다. 그런데 노란 땡땡이와 핑크 땡땡이를 사온 철민이다.


“하아... 지금 그걸 나보고 쓰라고?”


철민이 두 우산을 선우 곁에 두고는 고민하는 척을 하더니, 핑크 땡땡이를 손에 쥐어준다.


“형은... 하얘서 그런가, 역시 핑크가 어울려. 샤방샤방, 러블리해. 나는 러블리 달달한 에스프레소 꼼빠냐 먹어야지. 흐흐음~♬”


부슬부슬 내리던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면서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고, 선우의 손에는 핑크 땡땡이 우산이 쥐어져 있다. 밖을 한 번, 손에 있는 우산을 한 번 쳐다보던 선우는 입술에 하얀 생크림을 묻히며 커피를 마시는 철민을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토크토크.


- 류수희(선우) : 아뇨... 일반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 아... 그러시군요. 그럼 지금 근무 중이실텐데, 죄송해요.


- 류수희(선우) : 괜찮아요. 파트직이라...


- 아, 네...


대화의 흐름을 잇지 않는 그녀의 문자에 선우는 더 이상 말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생크림을 맛있게 먹는 철민을 바라보던 선우의 시선을 잡은 카페 입구에 서 있는 한 여자.


또각또각.


라인 잡힌 블랙코트, 블랙 니트, 블랙 진에 레드컬러의 구두와 가방으로 코디를 하고, 처음 보는 수수한 화장과 차분한 긴 생머리로 나타난 고은이 철민 옆 의자에 앉으며, 선우를 보곤 생긋 웃었다.


“오빠, 안녕?”


“뭐야... 너 여기 왜 왔어?”


웃기만 하는 고은이는 철민을 툭 치며, 커피를 사오라고 시킨다.


“철민아, 알지? 에스프레소 꼼빠냐.”


평소처럼 투덜거려야 할 철민이 고은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주문하러 간다. 그 모습이 낯설기만 한 선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인다.


자연스럽게 철민의 휴대전화를 열어 뒤적이는 고은이 주문하고 있는 철민을 째려보며 투덜거렸다.


“아나, 이 기집애 하고 또 연락했네? 죽었어! 박철민!”


커피를 사들고 오는 철민의 눈은 고은이만 바라보고 있다. 고은이 옆에 앉아 커피를 내려놓는 철민이 그녀를 보고 웃자, 고은이 귓불을 잡아당기며 휴대전화를 앞에 내보였다.


“이것 봐! 너 또 얘하고 연락했네? 내가 얘하고 연락하지 말랬지!”


이런 상황에서는 철민도 고은이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놓으라고 언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쩔쩔매며 변명을 하고 있다.


“아아아! 그게 아니라, 물어볼 게 있다고 연락이 와서... 대답 한 것뿐이야!”


“너, 얘하고 예전에 키스신 있었지? 좋았냐? 좋았어?”


“하나도 안좋았어, 그냥 일이었잖아! 아파, 고은아...!”


그 공간에 선우는 없었다. 오로지 고은과 철민 만이 있었다. 그제야 멀뚱멀뚱 쳐다보는 선우의 시선을 느낀 고은이, 잡고 있던 철민의 귀불을 놓으며 웃었다.


“선우오빠! 그래도 난 오빠 팬클럽 회장이야. 알았지?”


고은의 말에 발끈하는 철민.


“뭐냐? 야! 남자친구는 팬클럽이 없는데... 여자친구가 돼서 만들지는 못할망정, 뭐? 선우형 팬클럽 계속 하겠다고?!”


철민의 말에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는 고은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 팬클럽을 내가 왜 만들어?”


“당연하지! 여자친구니깐!”


“그러니깐 더 만들면 안되지! 만들었다가 헤어지면 누가 팬클럽을 관리해?”


고은의 말에 시무룩해진 철민이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 너... 나랑 헤어질 거야?”


“하아... 그런 표정 하지마. 하나도 안불쌍하고, 안귀여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그렇지? 선우오빠~?”


둘의 모습에 어이없단 표정을 하던 선우는 웃기 시작했다.


“그렇지, 고은이 말이 맞아. 사람 일은 모르지.. 누가 너희 둘이 사귈 줄 알았겠니...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


선우는 다시 한 번,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와 닿았다. 물과 기름처럼 매일 티격태격 하던 고은이와 철민이 연인이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 좋은 사람을 알게 되어 기뻤던 것도 잠시, 그 사람이 먼 길을 떠나는 것을 보게 될 줄은 또 누가 알았을까... 선우는 욕심 부리지 말고, 현실에 만족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 이상을 바라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어제 처음 먹어봤어요.

에스프레소 꼼빠냐... 맛있더라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6.05.08 12:07
    No. 1

    사랑이 그런 거지요. 티격태격하다가 오기도 하고, 짐짓 멀리 있는 듯 한데 바로 코앞에 있기도 하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 J.도톨
    작성일
    16.05.10 20:56
    No. 2

    네, ^^ 그래도 내 짝꿍 만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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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9 7 11쪽
» #22 에스프레소 꼼빠냐 +2 16.05.01 175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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