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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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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603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30 22:49
조회
215
추천
7
글자
12쪽

#21 화양연화(花樣年華)

DUMMY

【 2014년 1월 27일 】


[ 선우씨 ]


선우는 그녀의 이름이 적힌 휴대전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한 달 만에 보는 그녀의 이름이고, 한 달 만에 온 연락이었다.


메시지를 확인하지도 못하고, 선우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가득했다.


‘뭐지..? 떠난 게 아니었어? 진짜... 선우씨... 맞아?’


선우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킨 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뚝 끊기는 전화. 다시 걸어도 전화는 받자마자 뚝 끊기기를 반복했다.


그제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선우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 선우씨 : 김선우 배우님이신가요?


- 네, 김선우입니다... 누구세요? 선우씨 휴대전화 아닌가요?


그녀의 이름을 본 순간부터 메시지를 작성하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기까지... 선우의 온 몸은 떨리고 있었다. 철민의 눈에도 보일만큼 바들바들 떠는 선우.


“형! 괜찮아?”


선우는 철민을 힐끗 보고는 다시 휴대전화로 눈을 돌렸다. 답답함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전화는 어김없이 끊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이어 그녀의 이름으로 오는 메시지.


- 선우씨 : 죄송해요. 제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 선우씨 : 저는 선우언니하고 가깝게 지냈던 류수희라고 합니다. 언니가 제게 휴대전화를 주고 가서... 이렇게 언니 번호로 연락드리게 됐어요.


그는 무엇을 기대 했던 것일까... 그녀가 메시지를 보낼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 이름으로 온 메시지가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니 실망스러움에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갔다. 그녀가 정말 떠났음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 아,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을 주셨는지요.


- 선우씨 :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언니를 통해서 김선우 배우님에 대해 많이 들었어요.


- 네...


- 선우씨 :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언니가 김선우 배우님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제게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좀 더 일찍 연락 드렸어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선우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전하고 싶은 말... 그녀의 마지막 말, 유언. 선우는 생각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유언을 남길 만큼, 그녀에게 해준 일이 있었는지... 도움을, 위로를 준 적이 있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지만, 떠오르는 일 하나 없다.


- 선우씨 : [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몸은 아팠지만, 선우씨 덕분에 따뜻한 마음 갖고 떠나요. 선우씨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가 제겐 화양연화 이었어요. 그래서 더 고마워요. 마지막을 웃으면서 떠날 수 있게 해줘서. ] 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에요.


그녀의 마지막 말이 글로 담겨져 선우의 눈을 통해 가슴과 머리로 들어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늘 이런 장면에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통곡을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선우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정말... 떠났구나. 이제 없는 사람이구나....’


그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그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장을 보내고, 다시 그녀의 마지막 말을 읽는 선우. 그런 선우를 보고 있던 철민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부른다.


“형?! ... 울어?”


“울긴 누가 울어...”


그는 말과 다르게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라 있었고, 그 눈물은 곧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 떨어졌다.


“.....어?! 나 왜.. 눈물이..”


그는 전혀 슬프지 않았다. 그냥 마음이 조금 아프고, 먹먹한 정도였다. 그런데 흐르는 눈물이라니... 선우 자신도 이런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지, 닦아도 계속 흐르는 눈물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


선우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드러누웠다.


정신적으로 고단했던 하루... 그는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눈을 감는다.


[ “선우냥이”, “손수건 선우씨가 써야 할 것 같은데요?”, “힘내요, 선우씨.”, “노래 좋네요. 선우씨는 배우다운 배우가 될 거에요.”, “빈속에 술 마시지 말아요.” ... ]


갑자기 그녀와 주고받았던 메시지, 나누었던 대화들이 머릿속에서 가득 차고도 넘쳐 귓가에 맴돌았다. 지금 전화를 하면 받을 것 같고, 메시지를 보내면 답장이 올 것 만 같아 선우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녀와 지금까지 나눴던 메시지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 내려갔다. 알고 지낸지 고작 두어 달인데, 그녀와 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글을 읽는 내내 그의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울고 있었다.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들... 더 이상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공유할 수 없는 사람.


그녀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선우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 남는 거라곤 터질 것 같은 답답함뿐이다. 옛 연인들과 헤어질 때도 이렇게 답답하지 않았었는데... 마지막까지 낯선 감정을 안겨주는 그녀가 이제 없다는 생각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눈을 감고 있는 그는 마치 잠에 든 듯 조용하더니, 곧 허밍을 했다.


흐음~~ 흠~♬


한참 허밍을 하던 그는 휴대전화로 녹음을 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그대는 아시나요~ 그대의 과거에서 나를 보고, 그대의 미래에서 내 꿈을 보았다는 것을~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지금 우린 같은 길을 걷고 있어 ♬ 어때요? 나 많이 늘었죠? 공연 전에는 더 완벽하게 부를 수 있도록 연습할거에요. 아! 그리고 뮤지컬 노래 다 나왔어요. 그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들려줄게요.

흠흠! ♬ 그대와 나,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시간~ 그 사이에 가득 핀 붉은 꽃들.... ♬ 선우씨, 듣고... 있어요? 듣고 있죠...? 저도 고마웠어요. 선우씨 덕분에 따뜻한 시간들을 보냈어요. 선우씨... 아프지 않는, 즐거운 여행 되세요...“


선우는 그녀가 있는 곳까지 닿기를 바라며, 메시지를 통해 그녀에게 녹음 파일을 보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는 맥주 한 캔을 꺼내자마자 한 번에 들이킨다. 샤워 후 찾아오는 갈증이라기보다는 술의 힘이 필요했다. 한 캔을 더 꺼내들고, 소파에 앉아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하지만 그에겐 흥미로운 방송이 없었는지, 이내 볼륨을 최대한 줄이고는 휴대전화로 시선을 돌려 이것저것 뒤적이기 시작했다.


‘.....응?’


[ 토크 1건 ]


- 선우씨 : 언니한테 들은 대로 김선우 배우님 목소리 좋으시네요. 언니도 듣고, 좋아하고 있을 거예요.


- 아... 죄송합니다. 선우씨가 휴대전화를 다른 분께 드렸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어요. 실례했습니다.


- 선우씨 : 아니에요. 언니도 ‘붉은 꽃’ 좋아했어요. 그냥 그 말은 꼭 하고 싶어서, 답장 보낸 거예요.


- 노래 제목... 붉은 꽃 인거 어떻게 아셨어요?


- 선우씨 : 언니가 가사 붙일 때, 옆에서 몇 번 들어봤어요. 언니가 흥얼거리던 노래하고는 전혀 달라서... 가사를 듣고서야 알았어요.


- 가사를 붙여요?


- 선우씨 : 네. 붉은 꽃... 언니가 작사했어요. ‘꿈이라면’도 언니가 쓴 건데... 아... 설마, 배우님... 모르고 계셨던 건 아니죠?


선우는 상황정리가 잘 안되었는지, 대화를 잇지 못하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선우씨가... 꿈이라면 작가라고?’


[ “초본 제가 쓴 거 아니에요. 작가는 여행 갔어요.”, “아끼던 후배가 떠났어.”, “작가가 널 적극 추천했어.”, “조금 전에 받았는데 벌써 노래를 부른다고요?” ... ]


선우는 그녀와의 대화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지난 대화까지 전부다 떠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의아해 하고 눈치 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땐 전혀 예상 못했기에 깊게 생각 안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대화들....


그는 공 대표에게 전화를 걸다, 바로 끊더니 침대에 누워버린다.


***


【 2014년 1월 28일 】


나오자마자 연습실이 아닌, 극단을 찾은 선우는 문을 여는 동시에 공 대표를 찾는다.


“대표님!”


“어?! 선우야! 대표님, 잠깐 나가셨는데...”


“누나, 우리 작품 작가 누구에요?”


“김 작가님?”


“김 작가님이요?”


“응, 김진영 작가님 말하는 거야?”


“아뇨, 뮤지컬 말고... 연극이요. 아니 초본 작가님이요.”


때마침 들어오던 공대표가 선우의 뒷목을 주무르며, 반긴다.


“이 자식! 연습실에 없더니, 여기 와서 농땡이 피우고 있었어?!”


선우는 대표님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자기가 할 말만 했다.


“대표님, 김선우 작가님 알아요?”


“......”


“김선우 작가님이요. 꿈이라면, 우리 공연 초본 쓰신...”


“들어와서 얘기해. 비 오려나... 다리가 아프네.”


공 대표는 선우를 데리고 대표실로 들어갔다.


“대표님,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그 후배... 김선우 작가님... 맞죠? 저 뮤지컬 추천했다는 분도... 그 김선우 작가님이시고요?”


공대표는 대답 없이 담배를 피우기만 했고, 선우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맞군요... 하아, 선우씨가... 맞아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가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공 대표와 진영, 경호에게 부탁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이 작품의 작가라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는 것. 그래서 각색도, 뮤지컬 대본도 공 대표와 진영이 맡아서 작업을 했었다. 의아해하는 그들에게 그녀가 말했다.


[ “단명한 작가의 작품... 누가 좋다고 보러오겠어요. 젊은 나이에 죽어, 극단 떠도는 귀신 됐다는 소리 듣기 싫어요. 하하하... 영민선배 극단에서 전임 해줘요. 각색 필요할 경우에는 진영이가 해주고... 죽으면... 작품을 구워먹어도 모를텐데... 다른 사람이 내 작품 손댄다고 생각하니, 그건 또 싫네.” ]


선우의 바람과 다르게, 그들은 알리고 싶었다. 몇 사람이라도 이 작품이 극단 작품이 아닌, 김진영의 작품이 아닌... 김선우의 작품이라는 것을. 그래서 진영은 선우에게 초본 작가는 여행 중이라고 넌지시 말을 했었다.


고민에 빠진 공 대표, 그 역시 진영과 같은 마음이다.


“선우야, 네가 김 작가를 어떻게 아는지, 그리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 작가가 널 추천한건 내가 봤을 때도 정확한 판단이었고, 휼륭한 캐스팅이었어. 더구나 넌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고. 난 네가 그것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선우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야.”


선우도 알고 있다. 그녀가 초본 작가라는 것을 이제 와 알았다고 해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그저 다시 한 번, 그녀의 흔적을 쫓고 싶은 그의 미련이었다.


극단을 나온 선우는 근처 공원에 앉아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화양연화...라...’


그의 손에 쥐어져있는 초본 시나리오. 그는 그 시나리오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당신은 이제 없지만, 당신의 화양연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당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올릴 거예요. 그럼 사람들은 당신의 이름을 계속 부를 테고, 당신의 화양연화는 이 작품이 없어, 사라지기 전까지... 계속 되겠지... 고마워요, 내게 좋은 작품을 줘서.’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화양연화(花樣年華) _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


내 인생의 마지막 날에만... 알 수 있는 거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6.05.03 10:10
    No. 1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 살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도톨님, 이건 마라톤입니다. 조급해 하지 마시고 좋은 작품 이루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 J.도톨
    작성일
    16.05.03 12:30
    No. 2

    조언과 격려 감사드립니다. ^^
    허산님께서도 매순간 화양연화이시길... 바랄께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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