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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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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86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22 22:00
조회
211
추천
12
글자
9쪽

#12 악마가 찾아오다.

DUMMY

【 2013년 12월 9일 】


상대방이 전화를 안받으면 다시 전화가 올 때까지 기다리던 그이지만, 어딘지 초조 불안해 보이는 그는 계속 통화 버튼을 누른다. 몇 차례 시도 후에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오, 김썬! 웬일이야?”


“바빠? 통화 괜찮아?”


“응, 지금 괜찮아. 말해.”


“민규야, 폐암 말기면 많이 아파? 아니, 치료 방법 없어?”


“왜? 누가 폐암이야?”


“아는 사람이...”


선우가 알고 지내는 친구 중 유일한 의사, 10년 지기 민규다. 인터넷 정보 보다는 더 정확한 증상 및 치료 방법 등, 그녀에게 최대한의 도움이 되고 싶어 민규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통증이라...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서 암인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말기인 경우가 많아.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대부분 가슴 통증? 아무래도 기침을 많이 하고, 숨을 잘 못 쉬니깐 무리해서 큰 호흡하다보면... 가슴근육이 결리면서 아프지. 어깨 통증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간혹 팔다리가 저리고 아프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또 어떤 증상을 보여? 치료는?”


“음... 체중 감소에 목소리가 좀 많이 변해, 쉰 소리도 나오고. 근데 사실상 치료는 힘들어. 환자만 더 고통스럽게 할 뿐이야. 그냥 전이 안되게 조심하는 방법 뿐... 야, 도대체 누군데 그래? 누가 암이야?”


“알았어, 바쁜데 통화 고맙다. 다음에 소주나 한 잔 하자.”


전화를 끊은 후 선우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만 보았다. 쉰 소리, 잦은 기침. 그녀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통화 내내 기침을 했을 때는 그냥 단순한 감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폐암 증상이었다니... 민규와의 통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녀가 진짜 폐암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


【 2013년 12월 12일 】


진영과 경호의 집으로 들어 온 선우.


기본적인 가구들은 진영이 미리 준비를 해 둔 덕분에, 선우는 간단한 옷 정리로 이사를 일찍 마칠 수 있었다. 1층과 2층이 연결된 거실 한 가운데 놓인 계단으로 올라온 진영.


"선우야, 다 했어?"


"응, 거의 다 해 가."


"거의가 아니라, 다 했네. 고만하고 내려오셔. 고기 파티하자!!! 오빠가 세팅 다 해놨어!"


진영의 손에 이끌려 1층 거실로 내려오니, 테라스에서 경호가 고기와 소시지를 굽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와인 2병과 맥주 5캔이 놓여있고, 경호가 구워진 고기와 소시지를 가운데 접시에 올려놓는다.


"우리 아기새들, 배고팠지. 어서 먹어."


"아기새 오랜만에 듣는다. 다시 대학생 된 것 같네. 꼭 엠티 온 것 같다. 그치, 선우야! 근데 오빠, 우리가 왜 아기새야?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이유를 몰랐네!"


“왜긴, 허구한 날 배고프다고 밥 사달라고, 맨 날 수업 끝나자마자 쪼르르 달려와서는 입 벌리고 있었잖아.”


잔뜩 들떠있는 진영과 그런 그녀를 보며 귀엽다는 듯 웃는 경호, 선우 역시 학부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 땐 너랑 경호 선배가 결혼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었는데. 경호 오빠가 진영이 조금 찔러보다 말 줄 알았어."


“뭐? 선우 너... 날 그런 나쁜 놈으로 봤었단 말이지...”


그녀의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경호, 진영은 옆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선우는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손사래를 쳤다.


“아니, 선배... 그런 말이 아니라. 선배는 인기 많았고, 주위에 여자도 좀 꼬였잖아요. 에이, 솔직히 그건 인정하자! 선배!”


“오케이! 한 인기 했던건 인정!”


“맞아! 난 오빠가 선우 좋아하는 줄 알았었어!"


진영의 말에 경호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자 선우가 맞장구를 쳤다.


“선배가 오해 살만큼 여자들한테 친절하긴 했어.”


두 여자의 공격에 속이 타들어 가는지, 경호는 맥주 한 캔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와... 내가 믿는 이 두 여자한테 이런 말을 듣다니, 정말 서운하다. 서운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너, 진영이에게는 관심과 사랑, 선우는.... 선우는...."


“선우는 뭔데? 왜 말을 못해?! 오빠... 수상해.”


“뭐겠어, 난 오작교겠지. 흥! 둘이 다투기라도 하면 난 여기서 또 오작교 노릇이나 하겠지!”


진영은 그저 재미있다는 듯 웃기만 하고, 이번에는 경호가 어쩔 줄 몰라 쩔쩔맸다. 투덜거리던 선우가 와인 한 모금을 마시자 둘은 놀란 표정으로 동시에 잔을 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얘가! 미쳤나봐! 넌 이거, 오렌지주스! 아, 어머님이 매실엑기스 보내주신거 있는데 그거 줄까?”


하지만 선우는 그들의 손을 뿌리치고 와인 한 잔을 들이켰고, 그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란 진영과 경호다.


“마셔도 괜찮아.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그랬어. 그러니깐 이것도 괜찮겠지?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나도 때깔 좀 좋아져 보자!”


와인을 잔에 따르던 선우는 조명에 병을 살짝 비춰 와인 양을 확인 하더니, 아예 병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경호는 씁쓸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았고, 진영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어두운 하늘을 보며 와인만 홀짝홀짝 마셨다.


***


오랜만에 마신 술에, 이사까지... 피로가 몰린 선우는 2층으로 먼저 올라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약을 손에 쥐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에 털어 넣더니, 곧 침대에 눕는다.


토크토크.


- 베프진영 : 선우야, 마이 프렌. 언제든 널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아. 윗집으로 이사 온거 환영해! 잘 자.


- 언제나, 늘 고마워. 알지? 사랑해, 친구야. 내일 보자.


피로와 술기운, 약기운이 겹쳐 금방 잠에 들 줄 알았지만,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선우는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뒤척이다 눈을 뜬 그녀는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실루엣을 발견한다.


‘응....? 누..누구.... 경호오.... 응?’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그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뒤척였던 몸이 갑자기 나무토막이 된 듯 뻣뻣해져서는 전혀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발버둥을 치려하면 할수록 몸은 더 굳어져만 갔고, 그 낯선 남자와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 낯선 이의 모습에 무서우면서도 궁금함이 더 커, 선우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그 남자의 얼굴을 보려 애를 썼다. 그렇게 희미했던 실루엣은 점점 선명해져 갔고, 그 남자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6대4 가르마에 단정하게 넘긴 헤어스타일, 말끔해 보이는 얼굴에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는 어느새 선우의 침대 옆에 서 있었다.


깔끔한 느낌을 주는 그 남자의 모습에, 무서움은 사라져 갔고 안도감과 편안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는 선우의 팔과 다리.


남자가 입을 뻥긋거리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가 않는다. 몸에 살짝 힘을 주자 아까와 다르게 전신이 움직였고, 선우는 상체를 살짝 일으켰다.


“뭐...라구요...?”


선우의 모습을 한참 내려다보던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빙긋 웃던 그 입 꼬리는 곧 점점 더 위로 올라갔고, 마치 찢어진 것 같은 입은 귀에 걸쳐졌다. 이내 남자의 얼굴에서 눈과 코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렇게 말끔했던 남자는 온데 간데 없고, 선우 눈에는 그저 귀까지 찢어진 하얀 입에 까만 얼굴만 보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끼치면서, 모든 털이 삐죽삐죽 서는 느낌에 몸을 잔뜩 웅크렸다.


“.....아..... 아.....”


[ 키득키득. 놀랬다. 키득키득. ]


그 남자가 웃으며 말을 한다. 그리곤 점점 선우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선우가 도망을 치려 몸을 일으켜보지만, 오히려 몸은 침대 아래로 한없이 내려앉는 듯 점점 무거워지면서 다시 뻣뻣하게 굳어져만 갔다.


우걱우걱.

촵촵.


이상한 소리에 선우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자신의 시선을 가슴으로 옮겨 내려다 보았다.


그 남자, 아니... 그 악마는 붉은 피를 얼굴에 가득 묻힌 채 그녀의 심장을 먹고 있었다.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모습에 선우는 남아있는 힘을 다 해 입을 열었다.


“마... 맛...있어?”


악마가 열심히 움직이던 손과 입을 멈추고는 선우를 쳐보며, 다시 귀까지 찢어진 입으로 말을 했다.


[ 응, 맛있어. 키득키득. 넌 내꺼야. ]


그리고는 피범벅인 채 구멍이 나 있는 선우의 가슴에 그 얼굴을 집어넣고는 온 몸에 남아있는 피 한 방울까지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하.... 하.... 죽는게 이런... 거야....?’


손끝과 발끝이 서서히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찌릿찌릿 거리며, 알 수 없는 통증이 온 몸을 감쌌다.


그리고는 숨소리가 서서히 약해지면서, 그렇게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선우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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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7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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