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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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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78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14 22:00
조회
190
추천
15
글자
9쪽

#4 붉은 꽃이 피었습니다

DUMMY

【 2013년 11월 13일 】


겨울이 가까이 오고 있는지, 낮과는 다르게 밤공기가 제법 차다.


밤 10시가 넘어가는 늦은 시각임에도 공연으로 골목마다 몇몇 여성들이 차가워진 손을 호호 불어가며 서성이고 있다.


선우와 철민이 있는 극단 골목도 마찬가지다.


퇴근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위해, 잔뜩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극단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여성 팬들...


문이 열리고, 배우들이 하나 둘씩 나오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들은 미동도 없이 문 너머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몇 십 분이 흘러 계단에서 내려오는 선우와 철민, 그 둘의 모습이 보이자 여성 팬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오빠! 멋있어요. 오늘 공연 정말 좋았어요!”


“같이 사진 찍어주시면 안돼요?”


여기서 배우 6년차 선우와 이제 3년 밖에 안된 철민의 행동이 차이를 보인다.


팬들과의 대화가 꽤 익숙한 선우는 같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하며... 건네는 선물을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잘 받는 반면...

철민은 팬들이 다가오자 쭈뼛거리면서, 선우를 쳐다보며 무언의 SOS를 청한다.


“다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도 추운데 일찍 들어가세요.”


“배우님, 다음 주에 또 올게요!”


선우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철민을 끌고 그 속에서 나왔다.


“정말 무서웠어....”


“하아, 너 바보지...? 팬 관리 잘 해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하냐... 평소처럼만 해도 팬클럽 진작에 생기고도 남았겠다.”


“여자들은 무서워... 난 형이 제일 좋아... 히히”


“너, 고은이도 무섭냐? 아... 걘 좀 무섭지....”


“...형! 고은이가 여자였어? 걔는 치마를 자주 입는 화장한 남자야!”


“에휴... 저러니 고은이한테 쳐 맞지!”


통닭이 먹고 싶었던지 철민은 가던 길을 멈추고, 트럭에서 파는 3마리에 만 원짜리 통닭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선우를 연신 부른다.


하지만 못 들은 건지, 척을 하는 건지... 가던 길을 계속 걷는 선우.


철민은 마지못해 선우를 쫓아가며, 통닭에 맥주 한잔 하자고 쉬지 않고 말을 하지만 선우는 대답이 없다.


“형! 진짜 너무한거 아냐?”


갑자기 철민이 가던 길을 멈춰 큰 소리로 말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조금씩 느린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시켰고... 선우 역시 멈춰서 철민을 쳐다본다.


“.........”


“난 이렇게 일편단심인데!! 형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미안하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형! 안돼! 그러지마!”


“늦었어...”


“내가 다 잘못했어. 다시 돌아와줘!”


무릎을 꿇는 철민을 바라보며, 뒤돌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선우.


선우가 한참 걸어간 후에야 철민은 일어나 선우를 쫓아가고, 사람들은 그런 철민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형! 형! 사람들 표정 봤어? 봤어?”


“아, 쪽팔려! 빨리 가자!”


이런 돌발 행동은 학부 때 배운 연기 연습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어, 선우와 철민은 무대에 서고 있는 지금도 가끔 오늘처럼 연습과 장난이 섞인 행동을 한다.


겉모습은 담배를 구입할 때도 주민등록증 검사 따위 필요 없는 성인이지만, 속은 여전히 장난이 재미있는 짖궂은 어린아이다.


이렇게 철없는 사람들과의 철없는 행동이 당연한 선우에게 sunshine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가장 성숙한 진짜 어른이였다.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서 더 맴도는 그녀다.


***


【 2013년 11월 14일 】


“포봉아~ 형아 왔다~”


왈왈! 왈왈왈!


“집 잘 지켰어? 착하네.”


선우는 집에 오자마자 포봉이를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아 메시지를 다시 확인한 후 그녀의 번호를 저장한다.


[ 선우씨 : 010-72××-×××× ]


“포봉아, 어쩌지? 문자 보낼까?”


대답이라도 하듯, 선우의 턱을 핥는 포봉이.


“콜!”


- 안녕하세요. 김선우입니다. 제 번호입니다.


전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선우는 포봉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는 소파에 누워, 발을 동동 굴리다가 기지개를 편다.


“으아아, 나도 이제 모르겠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시계를 보니, 12시가 조금 넘어 있다.


그 때까지도 조용한 휴대 전화를 보며, 선우는 괜히 문자 보냈나 하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다.


“포봉아, 자자! 이리와!”


침대 위로 올라온 포봉이를 품에 안고, 잠을 청한지 한참이 지나서 울리는 메시지.


토크토크.


“으....음.....”


토크토크.


“이 시간에 누구야, 매너 없게....”


잔뜩 짜증이 난 상태로 토크를 확인하던 선우는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 앉아서는 휴대전화를 다시 한 번 보고, 시계를 본다.


새벽 2시...


- 선우씨 : 이제 확인했어요. 답장 늦어서 죄송해요.


- 선우씨 : 잠... 깨운 건 아닌지... 좋은 밤 되세요.


- 아니에요, 대본보고 있었어요. sunshine님은 늦게 주무시네요?


이 문자가 친구들이었다면, 무시 또는 쌍욕을 날렸을건데.. 신기하게도 문자를 읽는 순간 잠이 깼고, 거기에 안자고 있다는 거짓말까지 술술 나왔다.


- 선우씨 : 네.. 뭣 좀 하느라... 이 시각까지 대본 보시고.. 정말 열심히세요. 보기 좋아요. 참, 이름 편하게 부르세요.


거짓말 한 것에 잠시 쑥스러워진 선우는... 문자를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 열심히까지는 아니고... 그럼, 이름 부를께요. 선우씨.


- 선우씨 : 네, 좋아요. 선우씨. ^^


우연히 같은 이름인 사람을 만나 서로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이 상황이 괜스레 웃기고, 흥미로우면서도 운명 같아... 선우는 살짝 설렘을 느낀다.


- 고양이 사진이 많던데, 고양이 키우세요?


- 선우씨 : 집에서 키우는 건 한 마리요.


- 밖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있어요?


- 선우씨 : 길고양이요.


- 아, 네....


- 선우씨 : 틈틈이 길고양이들 밥 챙겨줘요. 지금 키우는 아이는 엄마 없던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온.... 안쓰러운 아이예요.


- 우와, 길고양이들까지 챙기시고... 대단해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은 정이 많고, 따뜻하고, 마음이 여리다고 하던데... 그녀가 길고양이까지 챙긴다는 말을 들으니, 선우는 그녀에게서 느꼈던 따뜻함이 무엇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선우는 선우씨와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토크를 주고받았다.


- 선우씨 : 어머, 벌써 아침이예요. 공연 가셔야 하지 않아요?


- 오늘은 공연 없어요. 괜찮아요. 선우씨, 피곤하죠?


- 선우씨 : 조금 졸립네요. 우리 이만 잘까요?


- 그럼 우리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시 봐요.


- 선우씨 : 네, 있다 뵐게요. 주무세요.


- 삐리리 삐리리


아침 7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자, 선우는 웃음이 나왔다.


예전 만났던 사람들과는 밤새 연락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아침이 온지도 모르고 문자를 하다니.... 신기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 왈! 왈!


“일어났어? 우리 포봉이, 밥 먹자”


포봉이가 밥을 먹는 사이, 선우는 샤워를 마치고 나갈 채비를 했다.


오전에 특별 공연이 있지만, 그녀가 미안해할 것 같아 공연이 없다고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거짓말로 인한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그에게 어제 오늘의 거짓말은 타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선의의 거짓말로 가끔 사용 할 것이기 때문이다.


***


“하암....”


“형, 잠 또 못 잤어?”


극단에 와서부터 연신 하품을 하는 선우를 걱정스레 쳐다보는 철민에게 차마 여자와 밤새 문자하느라 잠을 못 잤다고 말은 할 수 없었다.


“응, 약이 안 듣네.”


“어떡해... 형, 병원 한 번 가보라니깐.”


“괜찮아... 뭐, 한 두 번인가....”


평소보다 더 과하게 걱정을 하는 철민이 부담스러워진 선우는,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간다.


하루가 다르게 더 쌀쌀해지는 바람에 몸이 움츠려 들었다.


“어후, 추워서 이제 담배도 못 피겠네.”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며, 포토램램을 확인하니 몇 분전 그녀의 계정으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안자고 있네?”


선우는 그녀의 사진을 보다 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어깨를 들썩인다.


지금까지 브라운과 그레이 톤의 사진들뿐이었는데, 오늘 올라온 사진 2장은 분홍색이다.


연한 분홍색의 풍선 사진과 분홍색 바탕에 빨간 꽃 한 송이의 사진. 그리고 그 아래에는 처음으로 글이 덧붙여져 있었다.


[ 붉은 꽃이 피다... ]


선우는 그녀의 속마음을 100% 안다고 장담 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와 같이 그녀에게도 낯선 변화가 시작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낯설음이 싫지 않다는 것.


선우는 처음으로 포토램램에 댓글을 작성했다.


그녀의 붉은 꽃 아래...


[ 또 하나의 붉은 꽃이 피었습니다 ]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J.도톨 입니다.

포봉이는 포메리안입니다. 그래서 포봉이구요.

말티즈를 키울 예정인데, 그 아이 이름은 말봉이로 지을겁니다.

여보는 여봉이....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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