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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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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80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5.03 19:53
조회
149
추천
2
글자
12쪽

#29 일주일간의 행복

DUMMY

【 2014년 2월 14일 】


수희가 공연 연습에 참여하여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다들 처음에는 말 못하는 그녀를 어색하고, 불편해 했으나 작은 역할에도 열심히 하는 그녀를 보고는 다들 조금씩 마음을 열고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습실 한 쪽 벽에는 칠판을 붙여놓고, 각 테이블에는 메모지도 준비해 놨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언제든지 말 할 수 있도록... 다들 배려를 한 것이다.


수희가 연습을 해야 하는 부분이 많지 않아, 그녀는 주로 틈틈이 연습실 청소를 했다. 다들 만류했지만, 그녀에겐 청소를 하는 것조차 행복했다.


선우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조그마한 키에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걸 보면, 햄스터 같기도 하고, 쫑쫑거리며 걷는 작은 새 같기도 하고... 그녀를 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선우도 늘 웃고 있었다.


“형! 수희누나, 귀엽지?”


“응... 귀엽지.”


“풉... 그치, 귀엽지. 큰일 났네. 우리 형... 수희누나한테 푸욱 빠졌네, 빠졌어.”


철민의 말에 화들짝 놀란 선우는 우왕좌왕이다.


“아니... 무슨... 동물 같다고! 조그마한 햄스터 같기도 하고, 새 같기도 하고, 뭐... 새끼 강아지 같기도 하고.... 무튼!”


“수희누나! 선우형이 누나, 쥐 같다고 그랬어요!”


“야!”


철민은 쫓아오는 선우를 피해 도망가며 계속 말을 했다.


“그리고 누나 닭 같고, 개 같다고 그랬어요!”


“아오, 저 새끼...! 야, 이리 와! 이리 오라고!”


“메롱~ 나 잡아 봐라! 어디, 그 다리로 쫓아 올 수 있으면 와봐!”


아직 낫지 않아, 절뚝이며 철민을 쫓아가는 선우. 그런 그들의 장난스런 모습에 수희는 활짝 웃었다.


그때 열리는 연습실 문, 그리고 효준과 고은이 들어온다.


“어? 선우네 클짱이다.”

“어서 오세요, 클짱님~”


다들 고은이를 반기며,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쭈뼛거리는 효준이를 고은이가 툭 치자, 반사적으로 효준이의 몸이 90도로 접혀졌다.


“아... 안녕하십니까! 시금치통조림의 클짱입니다. 당차게 인사드립니다!”


우렁찬 효준의 인사에 다들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이다. 그 중에서도 철민은 창피한지 슬금슬금 선우의 등 뒤로 몸을 숨기고 있다.


“시금치... 뭐요?”

“통조림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누구셔?”

“클짱이래. 누구 클짱이지?”


웅성임에 고은이 효준이를 흘겨보며, 다시 한 번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배우님들! 저는 김선우 배우님 팬클럽 클짱이고요, 여기는... 새로 창단된 박철민 배우님 팬클럽 클짱입니다. 박철민 배우님 팬클럽 이름은 ‘시금치통조림’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리겠습니다.”


고은이 배우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철민의 얼굴사진 스티커가 붙어있는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건넸다. 초록색 배경에 근육을 뽐내며 잔뜩 힘을 준 철민의 사진, 아래 적힌 ‘시금치통조림’ 글자에 배우와 스텝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철민이, 아니.. 우리 통조림 어딨니?”

“와... 철민이네 클짱님도 한 근육 하시네...”

“철민이, 어디 갔어?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팬클럽 생긴 거 축하한다! 박철민!”


선우가 한 걸음 옆으로 옮기자, 철민의 모습이 드러났다. 벌게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철민.


선우가 철민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 먹을게요. 박철민 배우님...”


***


테이블에 이마를 붙이고 풀이 죽은 효준, 그 앞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하게 커피를 마시는 고은. 선우와 철민을 기다리며 앉아있는 두 사람은 카페에 들어 온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이 자세, 그대로다.


고은이는 한숨을 푹푹 내쉬는 효준의 의자를 발로 툭툭 치더니, 그를 일으켜 세웠다.


“..... 왜....”


“효준아, 처음엔 다 그래! 그런데 너 완전 잘 했어! 난 처음에 너처럼 말도 못 꺼냈었어.”


“..... 진짜?”


“응! 완전! 대박! 너 짱이야. 철민이가 완전 뿌듯해 하고 있을 걸?”


고은이의 칭찬세례에 조금씩 눈빛이 사는 효준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칭찬을 들을 준비를 했다.


“나 정말, 실수 한 거 없었어?”


“응! 없었다니깐. 다들 속으로 철민이 부러워하는 눈치던데?”


고은의 말에 효준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그제야 다 식은 커피를 마시는 효준. 그의 눈에 선우와 효준, 또 한 여자가 카페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 선우형이랑 효준이다! 그런데.... 옆에 누구지?”


효준의 말에 고은이 뒤를 돌아 카페 입구를 쳐다본다. 그리고 그 낯선 여자가 거슬리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성큼성큼 씩씩거리며 고은이와 효준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온 철민이, 고은이 옆에 앉았다. 그리고 효준이 옆에는 선우와 수희가 앉았다.


철민이 앉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둘 다 오늘 뭐야!!!”


“왜? 완전 감동이었지? 이게 바로! 팬클럽의 힘이라는 거야!”


고은이 뿌듯해하며 윙크를 했고, 효준이도 내심 기대에 찬 눈빛으로 철민을 바라보았다.


“하아! 감동? 어디? 어디서 내가 감동을 받아야 하는데?”


“어디 냐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야! 난 처음에 효준이처럼 하지도 못했었어. 말도 못해서 쩔쩔매고... 부끄러워하고.”


고은의 말이 답답했는지, 철민이 머리카락을 뒤엉키며 테이블에 얼굴을 붙였다. 하지만 고은이도 그런 철민이 이해 안되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고은아! 말을 쩔쩔 매고.. 그게 아니라... 하아... 형.. 형이 뭐라고 말 좀 해줘... 하아...”


“아니, 이해가 안되네. 야! 팬클럽에서 수고한다고 음료수랑 샌드위치 해다 받치고 그러면 고맙다고 말은 못할망정... 넌 지금 오자마자 뭐하는 거야?”


“시금치통조림... 하아... 그건 또 언제 정해진 건데... 왜 나한테는 상의도 안하고...”


“아나... 그걸 일일이 다 배우한테 상의하면서 만드는 팬클럽이 어디 있어?! 만들어주고, 활동해주면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야지! 너, 이거 노력하는 효준이한테 실례야!”


고은이의 말이 맞다. 샌드위치며 음료수며 가져다준 것도 고맙고, 팬클럽을 만들어 준 것도 고맙다. 하지만 뭔지 모르게 답답하고, 창피했다.


계속 토닥거리는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있는 세 사람... 효준과 선우, 수희다. 그들은 그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안절부절이다.


특히 더 불쌍한 효준... 선우가 효준이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오늘... 샌드위치 잘... 먹었어. 효준아... 고생했다.”


“.... 고마워요... 형.... 근데, 옆엔... 누구...”


“아! 류수희 배우님이셔. 늦게 합류하셨어.”


배우라는 호칭이 부끄러운 수희의 양 볼은 붉어졌다.


“아, 안녕하세요. 전 시금치통조.... 아... 아니, 박효준입니다.”


효준의 인사에 수희도 미소를 살짝 머금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고은과 철민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테이블 내에 5명의 대화에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누군가 그 테이블로 다가왔다.


“어머! 우리 배우님들 또 뵈네요.”


진영이 웃으며 인사를 했다.


선우와 철민이 살짝 일어나 인사를 하자, 진영이 앉으라는 손짓을 한다.


“김선우 배우님, 다리는 좀 어때요? 다쳤다는 말 들었어요.”


“아... 네... 지금은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박철민 배우님... 팬클럽 생기신거 축하드려요.”


“아... 그 소식을 벌써... 들으셨어요? 축하는 감사하지만, 다시 없앨까 생각 중이에요.”


철민의 말에 고은이 팔을 꼬집지만, 꿈쩍도 안한다.


“어머! 왜요. 배우님들한테는 팬클럽이 있고 없고가 얼마나 차이가 큰데요. 정말 축하드려요.”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진영 뒤에, 경호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아! 박 감독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감독님.”


선우와 철민이 다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경호는 가벼운 목인사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리곤 선우 옆에 앉아있는 여자를 힐긋 쳐다보지만, 그녀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다.


“그럼 대화 나누세요. 저희도 미팅이 있어서...”


진영과 경호가 그 자리를 벗어나자, 고은이 경호를 슬쩍 쳐다봤다.


“아... 진짜 저 남자, 볼수록 기분 나쁘게 재수 없단 말이야...”


“에헤이! 김고은! 또 그런다!”


“왜? 형, 왜? 응? 수희누나... 누나?”


철민의 부름에 그제야 고개를 살며시 드는 수희... 얼굴이 빨갛고, 미세하게 떨고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선우가 걱정스런 표정을 보였다.


수희가 선우를 보며 수화를 하다가... 멈칫 거리고는 종이와 펜을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아까, 그 분들... 누구... 세요...? ]


“저희 작품, 극작가님하고 무대감독님이요.”


[ 지금... 작품이요? ]


“네...”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혹시.... 그 무대감독님이라는 분.... 성함, 박경호.... 맞아요? ]


“어! 네! 수희씨도.... 박 감독님 아세요?”


수희는 선우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


그 때 울리는 고은이의 휴대전화 벨소리.


“잠깐, 나 전화 좀...”


“누군데?”


“정환이!”


휴대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가는 고은.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철민은 다시 선우, 효준과의 대화에 웃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고은이를 끝까지 쳐다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


“응 오빠.”


“어디야?”


“나 지금 선우오빠하고 효준이랑, 철민이랑 같이 있는데. 오빠도 올래?”


“피곤해. 늦지 말고 일찍 들어오라고 전화 한 거야. 철민이 보고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


“알았어, 걱정 마세요! 들어갈 때 연락할게.”


정환이와 전화를 끝내고 뒤를 도는 순간 누군가 부딪힌 고은.


“꺅! 아! 뭐야....”


부딪힌 이마를 만지며, 고개를 드는데 경호가 서 있다.


“아... 박.... 감독님.... 아, 안녕하세요.... 그리고 죄송합니다.”


경호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오른쪽으로 발을 옮기는데 같은 방향으로 발을 옮긴 경호와 마주하게 된다. 민망함에 고은이는 목인사만 하고는 왼쪽으로 발을 옮기지만, 또 다시 경호와 마주한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고은이 경호를 올려다보는 순간, 누군가 고은이의 팔을 잡아끌었다.


“앗!”


이끌려 마주한 경호한테서 벗어난 고은, 그녀의 팔을 잡은 사람은 수희였다.


“응...? 수희... 언니...”


“이게.... 누구야? 21기 류수희?”


경호가 한걸음 다가오면서 수희를 아는 척 하자, 수희와 고은은 덩달아 한걸음 뒷걸음질을 했다.


“와... 류수희.... 오랜만이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구나?”


고은이의 팔을 잡은 수희의 손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때마침 울리는 경호의 휴대전화 벨소리.

♬~♪~~♬~


경호는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는 웃더니, 고은과 수희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경호의 모습이 멀어지자, 고은이 비틀거리는 수희의 어깨를 부축했다.


“언니, 괜찮아요....?”


고은을 쳐다보며, 수희가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수화로 말하는데 고은은 알아볼 수 없기에 수희를 멍하니 쳐다만 봤다.


답답함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 수희는 고은이 손에 있는 휴대전화를 보자마자 뺏어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 저 남자, 마주하지 마요. 절대 마주치지 마요. 말 걸면 무시하세요. ]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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