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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로맨스

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88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16 22:00
조회
111
추천
15
글자
10쪽

#6 위로와 초조

DUMMY

【 2013년 11월 24일 】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하나씩 벗는 선우, 살짝 마른 듯 그러나 잔잔한 근육들로 다져진 그의 상체가 거실 조명등에 비춰졌다.


선우는 바로 욕실로 향했고, 그의 동선에 따라 벗겨진 허물들을 포봉이가 킁킁거리다 입에 물고 거실을 돌아다닌다.


토크토크.

♬~♪~~♬~


허물 어딘가에서 계속 울리는 메시지와 전화 벨소리, 하지만 샤워 중인 선우에게는 들릴 리가 없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는 것으로 피로를 풀고자 했지만 몸도 마음도 전혀 나아지지가 않는다.


나오자마자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시기 시작하는 선우.


토크토크.


메시지 소리가 연이어 울리자, 그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허물 속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소파에 앉아 확인한다.


[ 부재중 전화 28통, 토크 132건 ]


- 철민 : 형, 전화 왜 안 받아!!! 고은이가 형 데리고 오라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야!

- 정환 : 야, 이 새끼! 하아.. 고은이 저것도 미친년이지만 너도 진짜 나쁜 놈이다.

- 철민 : (아이스크림 선물)

- 철민 : 형.... 설마, 열 받아서 한강에 뛰어 내린 건 아니지? 이거 먹고 열 좀 식혀.

- 효준 : 형, 미안한데 고은이 마음 좀 이제 받아주면 안돼? 고은이가 또 내 팔 물었어. 이럴 때마다 죽겠어... 정말!!!

- 민규 : 고생이 많다. 이제 고은이 없을 때만 와라.... 근데 그 여잔 누구? 진심 궁금함!

.

.

- 선우씨 : 저녁 드셨어요?


쓸데없는 메시지 속에서 선우가 제일 기다렸던 메시지... 시각을 보니, 두 시간 전. 그러니깐 포장마차에서 난리를 치고 있을 때 왔던 것이다.


- 답장이 늦었죠. 죄송해요. 지금 맥주 마시는 중이에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그녀가 삐지거나 답장을 안보내면 어쩌나, 내심 걱정을 하던 그 때 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 선우씨 : 설마... 안주 없이 맥주만? 그러다 속 버려요!


그녀의 걱정에 괜스레 웃음이 나오는 선우, 냉장고에서 육포 하나를 꺼내들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메시지를 보냈다.


- 딱히 먹을 게 없어서, 육포에 마시는 중이예요.


- 선우씨 : 아, 육포! 우리 고양이들이 좋아하는데.. 우리 선우냥이도 좋아하는구나...


- 선우냥이?


- 선우씨 : 선우고양이 = 선우냥이


- 아.... 고양이...


- 선우씨 : 2% 부족한 선우씨의 센스! 어쩌지?


- 여자가 눈물을 보일 때, 손수건을 건네는 센스는 있어요.


선우는 바로 겉옷에서 손수건을 꺼내 사진을 찍어 그녀에게 전송했고, 바로 보내온 그녀의 엄지 올린 이모티콘.


그가 메시지를 보내려던 그 때, 다시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 선우씨 : 그런데 무슨 일 있었어요? 그 손수건, 오늘은 선우씨가 써야 할 것 같은데요?


메시지를 읽는 순간 놀란 선우는, 엉겁결에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펴본다.


‘뭐지? 어떻게 알았지?’


- 선우씨 : 설마... 주위를 둘러 본건 아니겠죠? 후훗..


거실 구석구석을 살피던 선우, 그러다 다시 소파에 앉아 메시지를 보낸다.


- 뭐... 뭐예요? 어떻게 알았어요? 나 진짜 둘러봤거든요. 와, 대박! 나 방금 소름 돋은 거 알아요?


- 선우씨 : 정말요? 후훗. 저녁도 안 먹고, 이 시각에 혼자 술 마시고 있음 뭔 일 있을 확률이 50% 이상이니깐... 이런 거에 속고... 선우씨, 귀여운 면도 있네요. 새로운 모습 발견!


그녀의 메시지를 받은 선우는 순간 멍해졌다. 천하의 김선우가 얼굴도 모르는 여자한테 낚이다니... 지금까지 팬, 여자친구, 썸... 그 어떤 관계에서든 자신이 리드하고, 또 원하는 방향으로 다 이끌었던 그다. 그런데 김선우... 그녀는 지금까지의 여성들과는 달랐고, 신선하면서 감도 잡히질 않았다.


- 역시... 선우씨는 사람이었어요.


- 선우씨 : ???


- 아니에요. 좋은 말이예요. 좋다는 뜻!


- 선우씨 : 오케이! 칭찬으로 받고, 오늘은 이만 푹 쉬세요.


- 네, 일찍 누워야겠어요. 선우씨도 좋은 밤 되세요.


그렇게 그녀와의 대화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그 역시 침대에 눕지만, 몇 십분 째 뒤척이기만 한다.


다시 몸을 일으켜 침대 베드에 등을 기대고 앉은 그는 휴대전화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300개를 넘긴 친구들의 토크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던 선우, 자신이 그 자리를 떠난 후 고은의 술주정 영상을 올렸다는 철민의 글에 바로 포토램램으로 들어간다.


첫 화면으로 보이는 건 영상이 아닌 sunshine의 사진이었다. 검은 바탕에 하얀 선들이 뒤엉켜있는 그림을 보는 순간, 선우의 심장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내가 뭐 실수했나? 그녀의 글을 확인하기까지의 짧은 순간에, 선우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A는 B가 기대 이하의 행동을 보이면 실망을 하고, 서운한 감정을 B에게 내비친다. 그러면 그 감정을 받은 B는 불편한 마음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만약 A와 B가 감정 그 이상을 공유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A의 착각에서 시작된 것으로 B는 감정 소모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B에게 기대라는 기준을 정한 것은 A이며, 그 선을 지켜 줄 것이라 정한 것 또한 A이기에 서운한 감정은 어디까지나 A의 착각이 만든 감정이 된다. 그러니 타인과의 관계로 인해 힘들어하지 말아요. 타인의 기준에 맞추지 않아도, 당신은 당신 자체로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니깐... ]


그는 그녀의 글을 읽고 또 읽었다. 그 글은 선우에게 하는 말이였기 때문이다.


알고 지낸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신기할만큼 자신의 기분을 잘 알아주는 그녀. 더 없이 고마웠던 그는 그 대화를 캡쳐하여 휴대전화 사진첩 한 폴더에 간직했다.


침대에 누워 하루를 정리하던 선우는 그녀의 글을 다시 읽어 보며 피식거리다가,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 아, 초대....!!”


새벽 두 시를 넘어가는 시계 바늘을 보며 메시지를 보낼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 곧 용기를 내는 선우.


- 너무 늦은 시각에 죄송해요. 아까 못한 말이 있어서요. 다다음주가 마지막 공연인데, 그 전에 초대하고 싶어서요. 시간 되시면 공연 보러 오실래요?


메시지를 보내고 1분, 2분, 5분.... 시간은 흐르지만 앞의 숫자 1은 사라지지 않는다.


‘음.... 벌써 잠들었나?’


그녀와의 대화와 공연 초대에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다시 침대에 누운 선우는 그제서야 올라오는 취기로 잠에 들 수 있었다.


***


토크토크.


이른 아침, 쉴 새 없이 울리는 메시지 소리에 잠에서 깨는 선우.


토크토크.

토크토크.


“아나...”


- 고은 : 오빠,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 고은 : 내가 또 술 마시면 진짜 미친년이야. 그 땐 내가 포봉이 딸이다!

- 고은 : 미안해. 응? 오빠... 나 정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요....


선우는 어제의 일에 화가 날 법도 하지만, 고은이의 메시지를 보는 순간 웃음이 먼저 나왔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포봉이 밥을 챙기고 있는데, 다시 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 고은 : 오빠! 읽은거 확인했어! 근데 왜 답장 안보내?!!!

- 고은 : 화 많이 났어?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고! 이렇게까지 사과하는데 화 좀 풀어라!


쉬지도 않고 연이어 메시지를 보내는 고은, 무조건 밀어붙이는 성격답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에게 사랑도, 이해도, 용서도 이렇게 재촉했던 그녀였다.


이쯤 되면 그녀는 답답해서 전화를 걸 것이다. 너무나도 잘 알기에 답장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역시나 그녀에게서 전화가 온다.


“오빠! 미안해. 정말 미안해. 용서해줘. 잘못했어. 일어나보니깐 나 무릎 다 깨지고, 피나고 화장도 못 지워서 팬더 되어 있고... 그리고 나 정환이한테 엄청 혼났어.”


“.........”


“여보세요? 듣고 있어? 여보세요?”


“응, 말해.”


“나 혼났다고. 엄청! 효준이한테 들었는데... 내가 팬클럽 해체 한다고 그랬다며? 헤헤... 미안.... 진심 아닌 거 알지?”


“해체 해. 팬클럽 없어도 상관없어.”


“아니야! 무슨 소리야! 배우는 팬클럽이 생명인데! 내가 더 잘할게요...”


“하아... 김고은.”


“응! 오빠!”


“너 한 번만 더 그렇게 술 마시면, 진짜 혼난다.”


“알았어요. 역시 내 걱정해주는 사람은 오빠뿐이야... 히히.. 오빠, 그럼 화 푼 거야?”


“속은?”


“조금 쓰려. 오빠! 우리 모닝 해장국 할래?”


“오늘은 안돼. 철민이나 효준이하고 먹어.”


“치, 뭐야...!”


“진짜 일 있어. 다음에 먹자. 끊어.”


아침부터 선우와 통화를 한 고은은 기분이 한층 업이 되었지만, 그녀와 반대로 선우는 전화를 끊은 후에도 머리의 지끈거림이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나갈 준비를 하다 말고 토크를 확인하는 선우, 그녀가 메시지를 읽은 후다.


‘왜 답장이 없지... 역시 부담스러운가...’


휴대 전화를 손에 쥔 채 거실을 서성이며, 뭐라고 메시지를 보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 잘... 잤어요? 전 지금 일어났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숫자 1, 하지만 대답 없는 그녀. 그리고 점점 초조해져만 가는 그.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J.도톨 입니다.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보게되는건... 저만 그런건가요?

숫자가 사라지고도 답장이 없으면 더 신경이 쓰이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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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2) 16.05.03 145 4 13쪽
26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19 4 11쪽
25 #25 C'mon Through (3) 16.05.02 136 5 12쪽
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7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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