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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로맨스

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89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28 22:00
조회
144
추천
9
글자
11쪽

#18 악마의 정체 (2)

DUMMY

【 2013년 12월 18일 】


진영이 계란프라이를 각 접시에 올려놓으며 투덜거렸다.


“고양이한테 긁혔데! 오빠, 어디? 뒷마당?”


“응... 뒷마당.”


“생뚱맞게 무슨 고양이야?! 흥...! 선우야, 상처 보기 싫지? 잘생긴 얼굴에 흉터 남을 것 같아.”


경호의 상처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선우, 경호가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응... 선우야, 흉터... 남을까? 상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그가 미소를 짓었다.


상처에서 시선을 돌려 경호의 눈을 보는 순간, 선우는 기억나지 않았던 어젯밤 일이 마치 영화를 보듯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옆으로 길게 찢어진 새까만 라인에 작고 검은 눈동자가 위에서 선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선우의 몸을 덮고도 남는 넓은 어깨, 탄탄한 가슴과 희미하지만 잡혀있는 복근, 달빛에 비춰 얼굴 반쪽만 보인 그의 긴 입 꼬리는 귀에 걸쳐질 듯 올라가 있었고, 하얀 치아는 어두운 곳에서도 도드라져 보였다.


상상 하는 것만으로도 목덜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해 선우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그의 목소리.


[ “맛있다.”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달콤해.” ]


갑자기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무언가를 참지 못해 그녀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우웩! 웩!

콜록콜록!


당황한 진영이 선우를 쫓아 화장실로 가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선우야! 괜찮아? 김선우!”


“.... 가!”


“문 열어봐! 선우야!”


“가.... 가라고!”


더 이상 나올 것도 없는데 토악질은 멈출 생각을 안한다. 몸속에 있는 모든 장기를 밖으로 끄집어내기라도 하는 듯 계속되는 토악질에 위와 장이 꼬이고, 결려 숨을 쉬기조차 힘든 선우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헉... 허억... 콜록콜록... 엄...마....”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결국 엄마를 찾으며 아기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그 와중에도 중력을 거슬러 목구멍 밖으로 나오는 것을 게우면서 그녀는 변기통을 붙잡고 울고 또 울었다.


화장실 밖에서 안절부절인 진영이 선우의 울음소리에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경호가 진영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며 다독인다.


“병원시간 늦었어, 진영아. 나가자.”


“오빠, 선우는.. 저대로 놔둬?”


“우리가 있어도 도움 줄 수 있는 건 없잖아. 어쩌면 혼자 있는게 더 나을지도 몰라.”


진영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선우에게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선우야... 우리 다녀올게...” 말을 남기고는 밖을 나갔다.


차디찬 화장실 바닥에 옆으로 몸을 구부리고 누운 선우, 일어나 이층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손가락만 까닥까닥 거린다.


***


카페 의자에 몸을 잔뜩 기대 눕다시피 하고 있는 선우는 귀찮은 표정으로 철민을 바라보고 있다.


“형, 안들어가?”


“좀 더 있다가... 오늘 왤케 하기가 싫냐. 쨀까?”


생각 없이 던진 선우의 말을 덥썩 무는 철민은 기다렸다는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효준아! 지금 나와! 선우형하고 소주 빨자!”


“형들도?”


“응, 다 불러. 오랜만에 뭉치자!”


“고은이도?”


고은이라는 말에 철민이 선우를 힐끗 쳐다본다.


“아니, 걘 부르지 말고...”


“알았어, 있다 봐.”


철민이 전화를 끊으며 선우를 보곤 씨익 웃자, 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새끼... 겁나 빠르네. 난 안간다.”


“아 왜! 가자, 가자, 형아~ 응응? 고은이 안불렀어. 진짜야!”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던 선우는 대답하기도 귀찮은지,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보이고는 다시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본다.


“....어, 형?!”


“......”


“형! 형아~”


“아! 왜!”


“악마가 뭐야?”


“뭐긴 뭐야, 악마가 악마지.”


“아니... sunshine... 그 선우누나... 악마가 찾아온다는데? 무슨 말이야?”


철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우는 벌떡 일어나 포토램램을 확인했다.


어제 올라온 그녀의 계정에는 펄럭이는 커튼과 창문 그리고 창밖에 보이는 작은 보름달 사진에 그 아래 적힌 [ 매일 밤 악마가 찾아온다. ].


선우는 그 사진과 글을 보자마자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초조한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치며 계속 걸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아... 미치겠네.”


“....형, 왜...? 그 누나한테 무슨 일 생긴 거야?”


“그런 것 같아...”


불안해하는 선우의 모습에 철민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계속 전화하는 그를 쳐다본다.


***


찬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오싹하지만, 뒷덜미에서는 식은땀이 계속 흐른다. 선우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엉금엉금 기어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하아....”


♬~♪~~♬~


아까부터 계속 들려오는 전화벨소리. 전화가 끊겼는가 싶으면 다시 울리고, 또 울리기를 반복한다.


거친 숨을 내쉬며 선우는 등반을 하듯 계단을 올라, 이층 거실에서 다시 쓰러져 눕는다.


빙글빙글 도는 천장에 몸은 바닥으로 푸욱 꺼지는 것 같고, 속은 계속 울렁거려 헛구역질은 멈출 생각을 안한다. 너무 힘이 드는지 선우는 차라리 이대로 기절하고 싶다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


다시 울리는 전화벨소리. ♬~♪~~♬~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켜 엉금엉금 기어 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협탁에 놓인 휴대전화를 쥐자마자 드러누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선우씨! 괜찮아요?”


“선우씨....”


“네, 저에요. 괜찮냐구요. 목소리는 왜 그래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녀는 다시 복이 받치면서 울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서...선우씨... 어떡해요...”


처음 듣는 그녀의 울음소리에 선우의 심장은 내려앉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선우의 손.


“무...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말없이 울기만 했고, 선우는 답답하지만 그녀를 재촉할 수 없었다. 그녀가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밖에는....


“악마... 악마가... 선배... 였어요.”


다시 우는 그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악마는 환각증세가 가져오는 허상 일 수도 있다는 것과 그 환각은 시한부로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시간을 더 단축시킬지도 모른 다는 것을.


선우가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할 때, 그녀는 이미 답을 내린 후였다. 차라리 단축된 시한부이길, 환각을 본 것이길... 그녀는 기도하고 또 기도했었다.


“차라리... 환각...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저, 이제.. 어쩌죠?”


“매일.... 밤... 악마가 찾아온다던 그 글이... 그럼... 선배가....”


“네...”


그 선배가 어디까지 어떻게 괴롭힌 건지 물어 보고 싶지만, 그녀에게 실례가 되는 말이기에 선우는 머뭇거리기만 했다.


“심장...까지 다... 전부다... 먹었어요.”


“지금... 혼자에요?”


“네... 병원 갔어요. 아기... 심장소리 들으러...”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욕을 꾸역꾸역 삼키는 그의 눈에는 핏대가 서고 있다. 그때 힘이 없어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던 그녀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웃기다. 그쵸? 하하하!”


“....네?!”


“내 심장은 야금야금 갉아 먹으면서, 지 새끼 심장은 건강한지 확인하러 가는 것 봐. 하하...하하하...!! 선우씨, 그런 말 들어본 적 있어요? 별 하나가 져야만, 새로운 별 하나가 태어난다는 말...”


“.....”


“우리가... 그런가 봐요. 내가 죽어야, 우리 진영이... 아기가 태어나나봐...”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친구한테 말해요. 오늘 당장! 아니, 지금 저랑 전화 끊고, 친구한테 전화해서 말해요. 그리고 그 집 바로 나와요!”


선우는 카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격양된 목소리로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와 통화를 했다. 갑자기 일어나 큰 소리로 통화하는 그의 행동에 놀란 철민이 선우의 옷 끝자락을 잡아당기지만 선우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나오라고요, 그 집에서! 도대체... 거기에 있는 이유가 뭔데요?!”


“안돼요. 여기... 있어야 해요.”


“그럼 친구한테 말해요.”


“안돼요. 진영인... 지금 너무나도 행복하단 말이에요.”


그녀의 말에 어이가 없는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아! 그럼 선우씨는요? 친구만 행복하면 뭐해요? 선우씨는 힘들잖아요! 불행하잖아요!”


“나... 불행하다고 말... 한적 없는데...”


“무....뭐라고요?!”


“어차피 갈 사람이잖아요. 난 떠나면 그만인데... 내가 말하면, 내 친구는 어떡해요? 이제 아기 생겨서 행복해하는데... 내가 말하면...? 그리고 나 죽고 나면 내 친구는 혼자 힘들어하면서, 불행한 하루하루를 살게 될 텐데...?”


“그런 남자인지 모르고 평생을 살 바에는 차라리, 알고 헤어지는게 나을 수도 있어요!”


“아니야... 선우씨. 차라리 선배가 그랬다는 걸 모르는 게 더 행복한거에요... 내가 그 입장이라면...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사람이 그런 남자라는 거 알면, 너무 아프고 버티기 힘들 것 같아요. 차라리 모르는게 나아요. 평생을 거짓된 모습만 보며 살지언정 모르고 행복한게 낫지. 나만... 나만 조용히 있으면 되니깐.”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인 대화에 그는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전혀 말 할 생각이 없었고, 심지어 이 상황을 유지할 생각까지 갖고 있는 듯 했다.


“.... 그럼 나한테는 왜 이야기하는 거예요? 나보고 뭘 어쩌라고?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면! 내가 뭘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냐고요!”


“바라는 거... 없어요. 아무도 없잖아.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그냥... 선우씨가... 아니, 선우씨만이라도 내 이야기... 내 마지막 시간을... 알아줬으면 해요. 선우씨... 만약에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안되면, 멀리... 만날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구나.. 생각해줘요. 기다리지 말고, 눈물을 보이지도 말고... 그냥 선우씨는 선우씨의 일상을 보내요. 우리가 모르고 지내던 그 때처럼..."


다리에 힘이 빠져나가, 서 있는 것도 힘든 선우는 그대로 의자 위에 풀썩 앉아버렸다.


누군가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본다는 것이 이토록 무거운 것인 걸까...


그는 처음으로 후회했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을... 이렇게 무거운 짐을 자신에게 안겨주는 그녀가 미웠다.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내가 떠나도... 눈물을 보이지 말아요.

그냥 멀리... 만날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해주세요.

여행 떠난 친구를 보며 울거나, 그리워하지 않듯....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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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일주일간의 행복 16.05.03 150 2 12쪽
28 #28 미안한 결정 16.05.03 213 4 9쪽
27 #27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2) 16.05.03 145 4 13쪽
26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19 4 11쪽
25 #25 C'mon Through (3) 16.05.02 136 5 12쪽
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7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9 7 11쪽
22 #22 에스프레소 꼼빠냐 +2 16.05.01 175 8 10쪽
21 #21 화양연화(花樣年華) +2 16.04.30 215 7 12쪽
20 #20 곁사람을 잃은 사람들 +2 16.04.30 108 9 11쪽
19 #19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16.04.29 184 9 13쪽
» #18 악마의 정체 (2) 16.04.28 145 9 11쪽
17 #17 악마의 정체 (1) 16.04.27 156 10 12쪽
16 #16 다시 찾아온 악마 (2) 16.04.26 186 10 12쪽
15 #15 다시 찾아온 악마 (1) 16.04.25 175 11 10쪽
14 #14 걱정, 걱정, 걱정 +1 16.04.24 183 12 12쪽
13 #13 두 사람의 불안 +1 16.04.23 135 12 9쪽
12 #12 악마가 찾아오다. +1 16.04.22 212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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