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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로맨스

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94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5.03 02:07
조회
119
추천
4
글자
11쪽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DUMMY

【 2014년 2월 4일 】


강수의 이별통보를 받은 지 두어 시간이 지났다. 멍했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자, 그녀는 가방 안에 들어있는 휴대전화를 찾아 꺼낸다. 멈추지 않는 손 떨림에 휴대전화를 몇 번 놓친 후에야 제대로 전화를 걸 수 있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


- 오빠... 전화 좀 받아, 아니... 메시지 확인하면 대답 좀 해줘. 응? 그렇게 일방적으로 나오는 게 어디 있어. 이런 문제는 같이 대화를 해야 하는 거잖아.


수희가 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사라지는 숫자... 하지만 강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 오빠... 오빠가 그랬잖아. 나랑 닮은 아이, 오빠 닮은 아이, 우리 반씩 닮은 아이 낳으면서 행복하게 살자고... 오빠가 그랬잖아. 혹시... 친구들이 나랑 왜 만나냐고 그래서 그래? 주위에서 나 말 못한다고 그래서... 신경 쓰여서 그러는 거야? 그럼 앞으로 수화 안할게. 안하고 문자로 이야기할게. 응?


- 내 사랑 : 그만해... 네가 이러면 나 힘들어.


- 헤어지자는 말이 나와서 지금 우리 이러는 거잖아. 일요일에 소개팅해서 그래? 나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거면... 괜찮아. 나 이해해... 한 번 쯤은 다른 사람이 궁금하기도 할 거고, 또 친구들 성화에 못 이겨 그럴 수도 있고... 알아, 다 알아... 나한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니깐, 이러지 말자. 오빠.... 응?


- 내 사랑 : 소개팅 했어. 너랑 만나는 중간에 한 눈 판 건 미안해. 그런데... 나 새로운 사람 만나보고 싶어. 밤늦게까지 통화도 해보고 싶고, 같은 곳을 보고 걸으면서 대화도 나눠보고 싶어. 너와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하고 싶어졌어. 평범한 삶을 원하는 날... 이해 해 주면 안되겠니...?


평범한 삶을 원한다는 강수를 수희는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그 평범한 삶은 수희가 노력을 한다고 해서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는 그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다는 대답 그 한 마디가 이리도 어렵고, 무서운 말이었을까...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던 그녀는 이내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 2014년 2월 5일 】


종일 침대 베드에 기대어 앉아 있는 수희.


강수가 나간 후부터 수희는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분명 몇날며칠을 눈물과 아픔 속에서 보냈는데, 정신차려보니 겨우 하룻밤 밖에 지나 있지 않다. 이제 괜찮다고 그만큼 슬퍼했으면 충분하다고 애써 위로하지만, 그녀의 몸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자신의 마음을 속인 죄, 몸이 대신해 벌을 받는다.


우웩!


수희는 지난 번 공연관람 이후, 메슥거리는 속 때문에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그가 오면 아프다고 투정을 부릴 생각이었다. 그러면 그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약국에 달려 갈 거고, 그녀는 그가 사온 약을 먹은 후 그의 품에서 잠을 잘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없다. 투정을 부리기도 전에 그는 떠나버렸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되는 메슥거림에 화장실 변기를 붙잡고, 빈속을 게워내고 있다.


수희에게 강수는 유일한 가족이었으며, 그 이상도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한 사이, 눈빛만 봐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 많은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도 모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 속에서 지워야 한다는 것이 무섭고 슬펐다. 그 생각만으로도 몸은 무서웠는지, 거부반응을 보인다.


띠링띠링.


문자소리에 혹시나 강수가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방으로 뛰어 들어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 류수희님 01월 카드대금 3,763,210원입니다. ]


‘......!’


감당하기 힘든 금액에 놀란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카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미납금액 1,282,320원, 현금서비스 1,500,000원, 이번 달 금액... ]


수희와 강수는 3년이라는 시간 대부분을 함께 지내다시피 했다. 강수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수희가 생활비 외 여기저기 보태는 부분이 많아졌다. 하지만 일정한 쥐꼬리 같은 수입에 조금씩 카드대금은 연체되고있었다. 그래도 수희는 금전적으로 힘들다는 내색 한 번 없이, 강수의 부족한 학비에 보태기위해 현금서비스도 받았다.


그와 영원을 생각했기에 괜찮았던 일 들... 지금은 그 것이 그녀의 심장을 조이기 시작한다.


컴퓨터 앞에 앉은 수희의 표정은 슬픔보다 걱정으로 가득하다. 강수 생각으로 복잡하던 머릿속도 지금은 카드대금 숫자들로 뒤엉켜있다. 순간 그녀는 계산기를 꺼내, 숫자를 두드리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 3,763,210 ÷ 36 = 10,453.6111... ]


수희는 그와의 사랑을 현금으로 환산해봤다. 한 달에 10만4백5십3원... 그는 매달 수희에게 십 만원어치의 사랑을 주고 떠났다.


‘고작 사백만원도 안되는 사랑 때문에 울고불고 한 거야? 후우...’


카드대금과 사랑을 비교하자, 막막하던 카드대금은 ‘사백만원 밖에 안 돼?’ 로 바뀌고, 영원할 것 같던 그와의 사랑은 한 달에 고작 십만 원 밖에 안되는 3년짜리 사랑에 불과했다.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어느새 자라고 또 자라 괴롭히겠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수희는 과감하게 휴대전화 목록에 있는 그의 이름을 지웠다.


***


카페 내 미팅룸에 앉아있는 고은과 효준.


둘은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워! 둘이 뭐야, 당장 떨어져! 좋지 않아! 이런 모습....!”


철민이 가까이 앉아있는 둘을 보고는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고은이 옆에 앉았다. 곧 뒤따라 들어온 선우도 미팅룸을 훑어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왠 미팅룸? 근데 너희들 요즘 너무 자주 모이는 것 같지 않아?”


“형~ 클짱하고 배우는 자주 보면 좋데!”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던 철민이 상체를 일으켜 세워, 효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누가 클짱이야? 야! 박효준! 너 진짜 클짱 하려고?”


“응! 고은이하고 팬클럽 이름 짓고 있었어.”


진지하게 임하는 효준의 태도에 고은이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선우와 철민은 그런 효준이 낯설고, 반갑지 않았다.


“집중해봐! 선우오빠도 마음에 드는 이름 있으면 말해줘.”


고은이 A4용지를 테이블 한 가운데 올려놓자, 선우와 철민이 몸을 가까이 대서는 종이에 적힌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


[ ‘뽀빠이와 시금치들’, ‘뽀빠이와 올리브’, ‘시금치통조림’ ]


종이를 보던 철민과 선우의 표정이 어리둥절하다.


“왜 뽀빠이하고 시금치 밖에 없어? 도대체 뭘 고르라는 거야?”


고은이 철민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저렇게 센스가 없다니. 딱 보면 모르겠어? 다 너하고 연관 있는 것들이잖아.”


“맞아! 얼마나 고심한 끝에 후보를 정한건데!”


옆에서 고은이 말을 거들며, 투덜거리는 효준. 철민이 효준이가 쓴 모자를 툭 쳤다.


“아야! 비 온 후에 클짱님! 배우가 클짱을 폭행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야! 김철민! 클짱을 소중히 대해야지!”


고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적이 흐른다. 효준이도 고은이를 방어해 줄 수 없는지, 철민의 눈치를 살피기만 했다. 그 정적을 여전히 모르는 고은이 갸우뚱거렸다.


“왜? 클짱 소중히 하라는 말에 다들 감동 받은 거야? 아얏, 야야야!”


철민이 고은의 양 볼을 꼬집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김고은! 도대체... 그 김철민은 누구야...? 왜 자꾸 김철민이 튀어나와?”


양 옆으로 길게 늘어난 고은이의 입술, 선우는 애써 웃음을 참는다. 하지만 선우가 웃는 모습을 이미 본 고은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야! 다화해서 그러 거자나 (당황해서 그런 거잖아)!”


철민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고은이의 휴대전화를 잽싸게 잡았다.


“야! 내놔! 왜 휴대전화를 봐!”


“아씨... 비밀번호 뭐야?”


“아! 내놓으라고!”


방방 뛰는 고은이를 제지하며, 철민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고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 시금치통조림 ]


철민은 휴대전화 화면에 뜬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고은이에게 건네며, 투덜거렸다.


“또 시금치야? 도대체 그게 뭔데?”


“너 근육 보면, 뽀빠이가 먼저 생각나. 그리고 뽀빠이는 시금치 먹으니깐! 그래서 뽀빠이와 시금치, 뽀빠이와 올리브, 시금치통조림... 철민의 철! 캔! 깡통! 통조림!”


“올리브는 뽀빠이 여자친구!”


고은이 말에 덧붙인 효준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선우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풉...!”


“오빠! 웃지마! 우리 세 시간 넘게 고민 한 거란 말이야!”


뾰로통해진 효준과 고은이를 철민이가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다시 생각해보니깐... 나 팬클럽 없어도 될 것 같아... 고은이 너... 하아, 남자친구가 통조림이어서 좋겠다...”


***


【 2014년 2월 6일 】


하루 하고도 반나절 넘게 구토를 한 수희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간신히 일어나, 병원을 찾았다.


“어머, 수희 왔니? 어디가 아파서 온 거야?”


어릴 적부터 다닌 동네 의원이라, 간호사선생님들하고는 언니 동생하며 지내는 사이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수화를 할 수 있어서 그녀에게는 최적의 병원이다.


[ 요즘 속이 메스껍고, 요 며칠 계속 토해서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


“그렇네.. 얼굴이 너무 안됐어... 열 좀 재자.”


수희의 귀에 온도계를 갖다 대고는 갸우뚱하더니, 차트에 체온을 적는다.


“미열이 조금 있네? 마지막 생리가 언제야?”


순간 멍해지는 고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평소 생리가 불규칙적이기는 했지만, 건너 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내려 해도, 최근에 생리를 한 기억이 없다.


[ 잘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나요. ]


“그래? 혹시 모르니깐, 검사해보자... 소변 받고, 위에 올려놔.”


화장실을 다녀와 긴 의자에 앉은 수희는 초조함에 손톱을 뜯고 있다.


그때 수희를 부르는 간호사 선생님.


“수희야, 잠깐 이리로 와봐.”


주사실로 가자, 간호사 선생님이 낯익은 플라스틱 막대를 그녀에게 내보인다.


플라스틱 한 가운데 그어져 있는 짙은 보라색 두 줄...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미련이라는 싹은

자를 수 있을 때, 바짝 잘라야 해요.

싹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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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2) 16.05.03 145 4 13쪽
»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20 4 11쪽
25 #25 C'mon Through (3) 16.05.02 136 5 12쪽
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8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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