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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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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97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5.02 15:16
조회
136
추천
5
글자
12쪽

#25 C'mon Through (3)

DUMMY

【 2014년 2월 1일 】


수희가 강수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리고 그의 눈을 오랫동안 쳐다봤다. 연한갈색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오빠, 나 얼마나 좋아해...? ]


“좋아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는 거야. 우리가 함께한지 벌써 3년이 됐어. 오래만나면 서로 익숙해져서 조금은 지루해지기도 하고, 권태기도 온다는데... 난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 널 만날 때마다 늘 새로웠고, 볼 때마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조그맣게 줄 일 수 있으면, 작게 만들어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어.”


[ 장난치지 말고.... 나 진지하게 묻는 거야... ]


“장난 아냐, 나도 진지하게 대답하는 거야. 널 닮은 주니어, 날 닮은 주니어, 우리 둘을 반반 닮은 주니어... 그렇게 세 명 낳자. 난 할 수 있는데!”


[ 세 명은 힘들어... 안돼, 나도 그렇지만... 오빠도 힘들걸? ]


“아닙니다, 자신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 풉...! ]


강수의 말에 수희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은 반달모양으로 바뀌면서 수줍은 듯 웃었다.


‘그래... 이 사람이 내 남자야... 3년이나 내 곁을 지켜준 사람...’


강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희의 옷과 가방을 챙겼다.


“가자, 공연 늦겠다.”


수희와 강수는 극단 앞 매표소에서 신분증을 보이고, 티켓을 받았다. 그리고 공연을 관람하기위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웅성웅성.


선우가 추천한대로, 이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꽤 많았다. 학부 때 연극영화 전공을 했던 수희는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졌다.


“수희야, 우리 첫 공연관람 사진 찍자.”


강수가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를 열었고, 수희는 강수 어깨에 기대어 손가락으로 브이를 표시하며 포즈를 잡는다.


토크토크. 그때 울리는 강수의 토크 알림.


- 쑤, 내일 소개팅 늦지 마.


화면에 대화 글이 올라왔고, 화면을 보고 있었던 강수와 수희는 둘 다 그 글을 읽게 되었다. 놀란 강수는 사진을 찍지도 않고, 후다닥 휴대전화를 주머니 속에 넣으며 수희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먹먹함과 착잡함이 밀려와 마음이 아프지만, 수희는 강수에게 토크 내용을 못 본 척 할 수밖에 없었다.


[ 오빠, 사진기능 고장났나보다. 화면이 갑자기 꺼져버리네. 내 휴대전화로 찍자. ]


수희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다시 사진을 찍기 위한 포즈를 취한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두 사람의 얼굴...


공연이 시작되고, 수희와 강수는 무대를 바라만 봤다. 수희에겐 앞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장면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텅 빈 머릿속이 복잡했고, 마음이 아프다기보다는 어지러웠다.


공연이 끝나고, 극단을 나온 두 사람.


말없이 공원 근처로 걷던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았다.


[ 오빠, 어땠어? 첫 공연 본 소감! 추천 잘 받은 것 같아, 공연 재미있지? ]


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딘지 모를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이 공연 추천해준 배우님이 다음 달에 뮤지컬 초대 해 주겠다고 했어. 그때도 보러 가자. 그 작품... 오빠도 알지? 선우언니... 그 언니 작품이야... ]


“응, 그 땐... 꼭 보러 가자.”


강수는 수희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그녀의 볼에 손바닥을 가져갔다. 강수의 따뜻한 체온이 고스란히 전달된 수희는 강수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 오늘... 집에... 가기 싫다. 같이 있다가, 내일 조조영화보고 브런치 먹고, 산책도 하고... 어때? ]


평소대로라면 집에 안가면 안되냐고 먼저 붙잡던 그인데, 오늘은 고개를 저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 쉬자... 너도 많이 걸어서 피곤하잖아.”


수희는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이길 바랬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대로 대답하는 그, 먹먹하고 공허해진다.


[ 응, 알았어. 그럼 오늘은 푹 쉬고... 응, 그러자. 그런데 내일은 무슨 약속 있어? ]


“아니, 피로가 쌓여서 그런가... 낼은 종일 자려고. 왜...?”


[ 아니, 많이 피곤해보여서... 푹 쉬라고 말하려고... 그럼 내일은 오빠 쉬는거 방해 안할게. ]


바래다주겠다는 강수를 그냥 보내고, 수희는 버스로도 20분 걸리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걷는 내내, 눈앞에 아른거리는 소개팅 문자. 수희는 왜 강수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물론 소개팅을 한다는 말을 여자친구한테 쉽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마지못해서,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하게 된 소개팅이라면 상황을 잘 설명하고 얼굴만 비치고 오겠다고 말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서운함은 더욱 커졌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별 일 아니라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있었던 일. 한 순간에 보여준 강수의 행동이 그 동안 있었던 둘 사이의 모든 일들을 거짓으로 만들고, 수희의 착각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수희를 슬프고, 아프게 하는 건... 그녀에게 즐겁고 소중한 그 동안이 그에겐 그저 아무것도 아니고, 부담스러운 그 동안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토크토크. [ 김선우배우 ]


- 김선우배우 : 공연 잘 보셨어요?


수희는 집 앞 놀이터 그네에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 네... 덕분에 재미있게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 김선우배우 : 취향에 맞으셨다니 다행이에요. 공연 보고 싶은 거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초대권이나 배우할인으로 빼놓을게요.


- 네, 늘 감사합니다. 배우님 덕분에 공연은 원 없이 보겠어요.


그녀는 메시지를 작성하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이 답답함을 누군가에게 하소연 하고 싶고, 오빠의 속마음을 누군가 시원하게 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지금까지 선우언니가 들어줬었는데... 언니의 빈자리가 수희에게는 너무나도 크다.


- 저... 배우님, 여쭤볼게 있는데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선우배우 : 네, 말씀하세요. 그런데... 뭔가 무서운데요?


- 무서운 건 아니고요... 남자친구하고 좀 일이 있었는데... 저 혼자만의 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남자의 입장에서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선우배우 : 네, 알겠습니다.


수희는 선우에게 남자친구의 휴대전화를 본 것부터 남자친구가 내일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는 것을 말했다. 그리고 자기가 소개팅 메시지를 못 봤다고 생각한 건지, 내일 집에서 종일 잘 거라고 했다는 것, 자신의 생각까지 전부다 상세히 말이다.


선우는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상황을 설명하는 그녀가 귀여웠다. 선우씨와 닮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우는 이모티콘, 좌절하는 이모티콘 등을 보내는 그녀의 문자를 보니 웃음이 먼저 나왔다.


- 류수희(선우) : 배우님, 남자들은... 왜 소개팅 나간다는 걸 거짓말 하는 걸까요...?


- 아... 그걸 말하면, 당연히 여자친구가 속상해하고 싫어하니깐 요.


- 류수희(선우) : 그럼, 안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거짓말을 해가면서 한다는 건... 엄연히 바람이잖아요.


선우는 순간 수희에게서 고은의 모습이 보여, 당황스러우면서도 대화하는 내내 웃음이 나왔다.


- 아마,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 마지못해 나가게 된 걸 거예요. 소개팅에 나간다고 수희씨에게 말하면, 친구들과의 대화까지 설명하게 될 텐데... 그럼 수희씨 마음이 안좋을거고... 그냥 한 번 나가주고, 조용히 시키자. 그런 것 같은데요...?


- 류수희(선우) : 그런 걸 까요...?


- 그럴 거에요. 남자친구가 수희씨를 위해서 수화를 배웠다면서요. 그런 남자는 정말 드물어요. 그만큼 수희씨를 사랑하고, 아끼는 거죠. 서로가 좋아하는데, 주위 말들이 무슨 상관이에요. 그저 작은 소음 일 뿐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 류수희(선우) : 네, 그럴게요. 정말 감사해요. 배우님... 귀찮으실 수도 있는데, 일일이 다 대답해주셔서...


- 아니에요. 친구잖아요. 친구끼리는 당연 한 거죠.


수희는 선우의 말에 위안이 되었다. 그네에 최대한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타기 시작했다. 조금 어지럽지만, 시원하니 기분이 좋다. 그때 그녀의 이마에 툭! 떨어지는 빗방울... 한 방울은 두 방울, 세 방울이 되더니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네에서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해 달려가는 그녀, 발걸음이 가볍다.


***


철민이 거실 한 가운데 누워, 포봉이를 괴롭히며 소파에 앉아있는 선우를 쳐다본다.


“형! 누군데?”


“아는 사람, 고은이 같은 사람이 또 있네...”


“뭐? 우리 고은이 처럼 인형 같은 사람이 또 있다고? 언빌리버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우를 쳐다보는데, 품에 안겨있던 포봉이가 쏙! 빠져나간다.


“야! 어딜 가!”


깨깽! 으르르르릉!


놀란 포봉이가 철민을 보고, 경계태세를 보이자 철민이 불쌍한 표정으로 선우를 쳐다본다. 하지만 선우는 철민이 귀찮은지, 발로 그의 무릎을 툭 치며 말한다.


“야, 넌 집에 안가냐? 그리고 포봉이 좀 그만 괴롭혀! 싫어하잖아!”


선우의 말을 듣지도 않고, 창밖을 내다보던 철민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연 곡, 붉은 꽃이다.


♬ 그대와 나,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시간~♬


선우는 철민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만 있다.


“어! 형! 밖에 비와!”


철민의 말에 선우는 몸을 앞으로 숙여 밖을 내다보더니, 다시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철민이 부르다 멈춘 노래의 뒷부분을 마저 불렀다.


♬ 그 사이에 가득 핀 붉은 꽃들.... ♬


***


【 2014년 2월 4일 】


띵동. 띵동.


“수희야, 나야...”


초인종과 강수의 목소리에 수희가 바로 현관문을 열었다.


[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오늘 학교 안갔어? ]


“응, 교수님 학회 가셔서... 잠깐 나왔어. 점심은 먹었어?”


[ 응, 먹었지. 오빤? 아직 이면 차려 줄게. ]


“아냐, 나 먹고 왔어.”


어쩐 일인지 평소 같지 않은 강수의 모습에 수희는 걱정이 되었다. 졸업학기라 많이 힘들어하던데, 수희는 도움을 줄 수 없어 미안했다.


[ 무슨 일 있어? 논문이 잘 안써져? 안색이 안좋... ]


강수는 수화 중이던 수희의 손을 잡고는 가만히 앉아만 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을 말을 하지 않는 강수, 아직 그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수희의 심장을 떨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입을 떼는 그...


“수희야...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주 많이...”


수희가 수화를 하려하자, 강수는 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 더 힘을 주어 잡았다.


“그냥... 그냥, 내 말 듣기만 해줘. 하아... 우리... 헤어지자. 너하고 결혼 생각 많이 했었어. 생각하면 설레고, 정말 좋은데... 그런데 난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아픈 사람 없이, 다 건강하고 화목한... 너와의 결혼까지는 생각만으로도 좋은데, 딱 거기까지 인 것 같아. 그 이상은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우리 사이에서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난 힘들어서 못 버틸 것 같아.”


참으려 애쓰지만, 마음 같지 않게 수희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 그가 두 손을 꼭 잡고 있어서 수화를 할 수 없는 그녀는 그저, 울면서 고개를 젓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눈이 아닌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과 간절함은 그에게 보이지 않았다.


“내가 행복한 게 너 꿈이라며, 내가 행복하면... 너도 좋다며. 그러니깐... 내 행복을 위해서, 나와 헤어져줘...”


잔인하고도 이기적인 말을 남기고 그대로 나가버리는 강수, 그녀는 쫓아 갈 수가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손에 남은 그의 온기가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있었다.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나쁜 놈! ㅠㅠ 그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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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미안한 결정 16.05.03 213 4 9쪽
27 #27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2) 16.05.03 145 4 13쪽
26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20 4 11쪽
» #25 C'mon Through (3) 16.05.02 137 5 12쪽
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8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9 7 11쪽
22 #22 에스프레소 꼼빠냐 +2 16.05.01 175 8 10쪽
21 #21 화양연화(花樣年華) +2 16.04.30 215 7 12쪽
20 #20 곁사람을 잃은 사람들 +2 16.04.30 108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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