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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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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96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24 22:00
조회
183
추천
12
글자
12쪽

#14 걱정, 걱정, 걱정

DUMMY

【 2013년 12월 14일 】


시끄러운 음악소리, 청소기와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 잠에서 깬 선우. 아무 일 없이 간밤에 편하게 잔 그녀는 그의 말대로 가위에 눌린 거였다는 생각에 다시금 안심을 하며, 기분 좋게 일어난다.


일층에 내려가니 꽃무늬 앞치마에 두건을 두르고는 걸레질을 하고 있는 경호가 그녀를 제일 먼저 반긴다.


“어! 선우 잘 잤어?”


“아, 네... 선배... 그 모습.... 하하하하하”


경호는 선우의 웃음에 의아해하며 잠시 갸우뚱하다 자신이 걸치고 있는 앞치마를 보더니 빨개진 얼굴로 허겁지겁 앞치마와 두건을 벗는다.


“아, 이건... 그러니깐.. 대청소 중이라서...”


“하하하, 가정적인 모습 멋져요. 그런데 진영이는요?”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양 손에 무언가를 한가득 들고 들어오는 진영은 바로 부엌으로 간다.


“선우야 이것 좀 도와줘! 오빠! 청소 다 했어?”


“으... 응. 다 해가.”


진영은 근처 카페에서 사온 커피와 샐러드, 샌드위치 등을 접시에 담는다.


“또 빵이야? 와, 누가 빵순이 아니랄까봐... 뭘 이렇게 많이 샀어?”


“나 주말에는 집안일 휴무야. 점심은 브런치, 저녁은 외식 또는 배달! 헤헤~”


“경호선배, 불쌍해. 학부 때는 그렇게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선배한테 가정적인 모습 어필하더니... 그 사실을 선배는 아직 모르지?”


“야! 쉿! 오빠~ 밥 먹자~!”


선우와 진영, 경호는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참, 선우 너 악몽 꿨다며...? 간밤에는 괜찮았어?”


“네, 어제는 완전 푹 잘 잤어요. 그날은 가위에 눌렸나봐요. 술까지 마셔서...”


“것 봐! 우리가 하지 말라고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오빠, 선우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뭐라고 한 줄 알아? 날 보더니, 여기 천국이야? 이랬다니깐. 내가 좀 천사 같긴 해. 그치?”


“선우야, 네가 봤다던 그 악마... 혹시 진영이 닮지 않았었어?”


늘 조용한 집에서 혼자 밥 먹거나 귀찮아서 굶는 날도 많았던 선우는 이렇게 매일을 수다와 웃음 속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아, 참! 선배, 무대 작업 시작했어요? 지난주에 음악은 받아왔거든요.”


“응. 어제 1차 회의 했어. 이번 주 안에 무대 스케치 완료 될 거야.”


“진영이 고생이 끝나니, 이젠 선배 차례네요. 다음 회의 때는 맛있는거 사들고 응원 갈게요.”


“우리 도시락 싸서 가자! 오호~ 신나! 참, 오디션은 언제야? 몇몇은 내정 된 거지?”


“응. 전에 말한 그 배우들은 그대로 올라오고, 오디션은 다음 달 중순에 잡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주 내로 연락 준댔어. 영민선배가 그 날 오라고 하던데... 선배랑 둘이 가.”


“왜? 넌 같이 안가? 네 배우, 네가 뽑아야지.”


선우는 커피 몇 모금을 마시며 씁쓸한 미소를 보인다.


“.... 그때도... 나, 여기 있으면... 그럼 같이 가고.”


선우의 말에 진영도 경호도 말을 잇지 못한다. 그녀가 요양하러 자신의 집에 들어 왔다는 것을 깜빡하는 그들은 미안함과 속상함이 교차한다.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어?! 당연히 여기 있지! 네가 어딜 가?!”


진영은 마음이 불편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부엌에는 선우와 경호만이 남아있다.


“선배... 나 또 미운 말 했나 봐요. 나한테는 당연한 말이었는데...”


닫힌 방문을 바라보던 선우는 죄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는 옷 끝자락을 만지작거린다.


“아니야... 네 입장을 헤아리기에 우리가 한없이 부족 한 거지. 미안하다, 선우야.”


선우는 가득 고인 눈물을 떨구지 않으려 눈을 최대한 크게 떴다. 하지만 또르르 떨어지고 마는 눈물. 선배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떨리는 목소리에 눈물을 들킬까봐 선우는 고개만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층으로 올라갔다.


***


젊은이들의 거리, 어느 카페에서 철민과 효준, 민규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때 창밖에 서 있는 고은을 발견한 철민.


“어! 고은이다!”


고은은 어떤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은이 주변 남자들은 웬만해서는 거의 알고 있는 그들인데, 저 남자는 낯이 익지 않다. 그리고 어딘지 불편해 보이는 고은의 모습.


“저기요...”


“저 결혼했다고 몇 번을 말해요. 계속 쫓아오시면 경찰에 신고 할 거예요.”


“진짜요? 진짜 결혼하셨어요? 아직 어려... 보이시는데...”


안에서 지켜보던 철민이 밖으로 나와 고은이 뒤에 선다.


“고은아, 안들어오고 뭐해?”


“여봉아! 이 남자가 자꾸 귀찮게 해!”


“.... 뭐?! 여....여ㅂ...”


고은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철민을 바라보며 팔짱을 끼고는,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움찔거리며 고은의 맞장구를 받아주는 철민.


“당신 뭐야? 왜 남의 와이프한테 치근덕거려?!”


남자는 철민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185cm 넘어 보이는 키에 넓은 어깨, 다부진 근육, 외국인 느낌을 주는 진한 얼굴선... 남자가 봐도 매력이 넘치는 철민의 모습에 쭈뼛쭈뼛 거리며 뒤돌아 간다.


그 남자가 점점 멀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눈빛. 고은이는 팔짱을 풀며, 철민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왜?!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 너 좀 쓸 만하다 했는데, 다시 보니 아니네!”


고은이는 검고 긴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기며, 고맙다는 말도 없이 카페 안으로 쏙 들어간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조차 얄미운 철민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따라 들어간다.


“내가 저 남자 인생을 구제 해준 거야. 어떻게 너 같은 애한테... 아! 아까 그 남자 혹시 눈이 불편하가?! 그런가보네. 아유! 역까지 모셔다 드릴걸 그랬다.”


“아, 거참 말 많네!”


“왜왜? 무슨 일이야? 아까 그 남자 누군데?”


효준이 다가오는 고은과 철민을 바라보며,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장난 아냐! 나 아까 잠깐 고은이 남편 됐었는데, 소름! 귀신의 집, 갈 필요가 없어. 그냥 고은이 남편 잠깐 체험해보는 걸로도 충분해!”


“아오! 김철민 진짜!”


고은이 철민의 다리를 발로 차자, 철민이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야! 나 박철민이거든?! 김철민은 누구냐? 와... 이제 이름도 막! 자기 마음대로 부르고!”


효준과 민규가 눈물을 보이며 웃자, 민망해진 고은이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꼬며 투덜거린다.


“칫, 내가 밖에서 얼마나 인기 많은지 알아?!”


“아~ 네네~ 그러세요? 그런데 여기는 안이거든요?!”


“하아... 짜증나, 짜증나!!!! 민규오빠! 얘 좀 집에 가라고해! 나 혈압 올라 죽을 것 같아.”


“힝힝힝~ 죽을 것 같아~”


철민이 고은의 말투를 따라하자, 고은이 다시 한 번 그의 다리를 발로 차는데 선우가 카페로 들어오면서 그들을 본다.


“공공장소에서 왜 이렇게 떠들어? 들어오는데 너희 목소리 밖에 안들리더라!”


“선우형, 왔어요? 형! 형! 아까 고은이...”


“야! 박효준! 너도 맞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해라.”


고은이 째려보자 효준은 입술을 앙 다물고는 조용히 커피만 마신다.


“참! 오빠, 뮤지컬 연습하는거 팬카페에 올려도 돼?”


“안돼.”


단호하게 딱 잘라 말하는 선우의 소매를 붙잡고 흔드는 고은.


“아! 왜~ 오빠, 뮤지컬 한거 말하면 팬들 엄청 좋아 할 건데! 왜 안돼?”


“야! 오디션 시작은커녕 말도 안나온 작품인데, 선우형이 그거 한다고 해봐! 나 내정자입니다! 자랑하냐?! 아무튼... 김고은... 으이그!”


고은이의 툭 튀어나온 입술을 철민이 잡아당기자, 고은이는 철민이의 귀를 잡아당기며 다시 토닥거리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만 내젓는 선우와 민규.


“아 참! 선우야, 지난번에 말한 그 사람 누구야?”


“누구? 그 사람이 누구야? sunshine?”


“뭐?! 오빠 아직도 그 여자랑 연락해?!”


어느새 둘의 대화에 끼어드는 철민과 고은. 선우는 큰 숨을 내쉬고는 대답을 안한다. 선우의 표정을 읽은 민규는 이런 자리에서 꺼낼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해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때 울리는 민규의 메시지.


- 선우 : 그 사람, 환각 보는 거 같아... 네가 전에 말해줬던 증세를 다 보이고 있어. 어쩌지....?


토크토크. 이번에는 선우의 메시지가 울린다.


- 민규 : 일시적인 증상일 수도 있어. 다음에도 환각을 봤다 그러면 병원 가서 검사 받아보라고 권해봐. 나도 아직 배우는 중이고, 내 전공이 아니라 더 이상 조언은 힘들고... 도움 못줘서 미안해. 동기 중에 그쪽으로 간 애 있으니깐, 도움 필요하면 연락 줘. 그 친구한테 물어볼게.


선우는 메시지를 쓰지 않고 휴대전화를 겉옷 안에 넣으면서, 민규를 쳐다만 본다.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그리고 둘 만이 알 수 있는 눈빛.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선우, 애써 참으며 그들과의 대화에 함께 웃지만 마음은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


침대베드에 몸을 기대어 앉아, 뮤지컬 음악을 들으며 글을 써 내려가는 선우. 침대 이불 위에는 시나리오와 대본, A4 종이들이 널브러져 있다.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을 살며시 빼고는 대본을 표지를 쓰다듬는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난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학비 마련을 위해 방송프리뷰알바를 하던 그 때. 좋은 무대에 좋은 작품을 올리고픈 꿈을 품고 동기 그리고 선후배들과 의기투합을 하던 그 때. 마음만 먹으면, 생각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 줄만 알았던 혈기왕성했던 시절이었다.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쓰레기 작품이라는 소리도 듣지만, 두툼해지는 통장을 보며 꾹 참아왔던 시절. 우연찮게 가게 된 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고, 좌절했던 그 날. 영민선배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선우배우를 만나면서 뮤지컬 작업까지....


멀리 돌아오는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 날들을 고이 접어 상자에 담아 넣었다. 더 이상 과거는 보지 말고, 다가오는 좋은 미래만 생각하자, 행복한 지금만 생각하자... 그녀는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잠을 청했다.


진정제 도움으로 잠에든지 얼마나 지났을까... 몸을 뒤척이던 그녀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끼면서 살며시 눈을 뜬다.


방문 앞에 서 있는 사람형태의 실루엣.


‘... 또 가위에 눌렸나?’


발가락 끝에 힘을 주니, 까닥까닥 움직인다.


‘무시하자. 선우씨 말대로 모르는 척 하자. 제발...’


주문을 읊듯 중얼거리며 눈을 감고 있지만, 거리가 가까지고 있음이 느껴질수록 그녀의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드르륵.


‘.......?’


창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던 악마는 선우가 바닥에 내려둔 대본과 공책을 정리하더니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진영....?’


보일 듯 말 듯 실눈을 뜨는 선우... 그리고 그 순간 발끝에서 느껴지는 누군가의 손길.


선우의 발끝을 만지는 사람은 악마도, 진영도 아닌... 경호였다.


‘서... 선배...?’


양 발끝을 만지던 그는 곧 발등을 쓰다듬는가 싶더니, 발목에서 종아리로 천천히 손길을 옮겼다.


그의 손길이 닿을 때 마다 느껴지는 기분 나쁜 소름, 그것은 철과 철이 긁힐 때 온 몸에 전달되는 그런 느낌이다.


발등부터 종아리까지 몇 차례 천천히 쓰다듬던 경호는, 선우를 잠시 바라보더니 걷혀진 이불을 그녀의 발끝까지 덮어주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뭐.... 야....? 선배.... 뭐.... 한 거야?’


선배의 행동을 되뇌는 순간, 온몸을 감싸는 한기와 몸서리에 그녀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만다.


‘.... 싫어!’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또 있죠...?

분필을 칠판에 잘못 그을 때...

‘끼이이익!’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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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2) 16.05.03 145 4 13쪽
26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2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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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8 6 13쪽
23 #23 C'mon Through (1) +2 16.05.01 28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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