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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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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81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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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추천
10
글자
12쪽

#17 악마의 정체 (1)

DUMMY

【 2013년 12월 17일 】


선우는 초점이 없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계속 깨어있었는지, 아님 잠에서 깬 건지 알 수 없는 그녀의 얼굴은 처음 이 집에 온 날보다 많이 야위어 있다.


조금만 몸을 뒤척여도 몇 대 얻어맞은 것처럼 온 몸이 쑤셔, 그녀는 몸을 일으키는 내내 미간을 찌푸렸다.


모래주머니 열 개는 달아둔 것 같은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일층 계단으로 향한다.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토스트와 계란프라이 냄새. 진영은 토마토를 갈아 주스를 만들고 있었다.


“아침... 준비해?”


“좋은 아침~! 일찍 일어났네? 안그래도 깨우려고 했는데.”


토마토주스 두 컵을 식탁에 내려놓던 진영은 선우의 얼굴을 보며, 놀란 표정을 보였다.


“야! 너 얼굴 왜 그래? 몸 안좋아?”


“아... 밤에 좀 그랬어. 지금 괜찮아.”


진영은 선우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어 체온을 체크했다.


“미열 있는데? 병원 가자. 패딩 입고 나와.”


“그 정도는 아니야, 진영아. 괜찮아.”


만사가 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선우는 식탁 의자에 앉았다.


토스트와 계란프라이 두 접시, 토마토주스 두 컵이 아침식사로 식탁위에 올라와 있다.


“선배는 아침 안먹어?”


“칫... 외박하셨어요!”


“뭐...?!”


“뻔하지! 밥만 먹었겠어? 그놈의 술!!!!”


“선배... 새벽에 잠깐 들어오거나 그러진 않았었고?”


“무슨 소리야. 외박했다니깐... 아주... 들어오기만 해봐!”


진영의 말을 들으며 토스트 한 장을 조금씩 뜯어 먹는 선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인다.


그럼 어제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 자신이 겪은 그 일은 꿈이었던 것일까... 선우는 혼란스러움에 진영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드르륵.


“.... 진영아, 나... 왔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들어오는 경호를 진영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눈이 마주친 경호와 선우, 흠칫 놀라는 건 선우뿐이다. 경호는 진영의 눈치를 살피며, 선우를 보고는 양손가락을 머리 위로 올려 그녀가 화가 났냐는 제스쳐를 보였다.


선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경호는 큰 숨을 내쉰 후 진영이 옆에 앉아 아담한 꽃다발을 그녀 앞에 살며시 내밀었다.


“...흥! 저리 치워...!”


진영이 꽃다발을 밀치자 경호는 그녀의 팔을 감싸고 안으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미안해, 진영아. 진짜 술... 마셔도 집에 들어올게. 응? 이제 조금만 마실게.”


“뭐야.. 안마시겠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안마실 수는 없으니깐.... 그래도 난 지킬 약속만 하잖아. 응? 응? 용서해주라.. 우리 젤리도 아빠가 엄마한테 혼나는거 싫어 할거야. 그치, 젤리야?”


젤리라는 말에 진영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경호를 살짝 흘겨본다. 그런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는 경호. 선우가 있어도 그들의 애정표현은 계속되었다.


잠시 후, 경호가 선우에게 커다란 스케치북을 건넸다.


“아! 선우야. 이거, 무대스케치.”


“벌써 나왔어요?”


“백프로는 아니고.. 그냥 느낌만 봐봐. 추가했으면 하는 부분 있으면 말해주고.”


“나도 볼래.”


선우가 스케치북을 한 장 넘기자, 진영은 선우 옆으로 자리를 옮겨 같이 보기 시작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무대가 선우는 마음에 들었다. 진영도 그녀와 같은 마음인지 스케치북을 넘길 때 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 멋져! 역시 내 남편이야!”


진영이 부엌에서 음료수를 준비하는 동안, 자세한 일 이야기를 위해 선우와 경호는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무대스케치와 대본을 맞춰보며 경호의 설명을 듣던 선우는 스케치북에서 눈을 둘려 그를 빤히 쳐다본다.


“선배...”


“응?”


“제 방에 왜 오셨어요?”


“무슨 말이야? 언제?”


“어젯밤에요..”


“밤엔 극단에 있었지? 어제 누가 왔었어?”


“아니에요... 꿈 꿨나봐요.”


“짜식, 싱겁긴...”


갑작스레 툭 던진 질문에 대답하는 경호의 눈은 흔들림 하나 없다. 그런 그의 모습에 선우의 혼란스러움은 한 방향으로 모여지고 있었다.


회의의 마무리가 보일 무렵, 선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 [ 김선우배우 ]


“제 생각은 여기까지고... 나머지 더 디테일한 부분은 무대팀에서 잘 마무리 해주세요.”


“응, 고생했다. 올라가서 쉬어.”


선우는 전화를 받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이층 계단으로 향했다.


“네, 선우씨.”


갸우뚱하며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보던 경호는 진영에게 물었다.


“선우?”


“왜... 전에 말한 그 배우. 연극 주인공.”


“아... 그 배우 이름도 선우야? 이번에 뮤지컬도 한다는?”


“응, 맞아. 선우는 아니라는데, 내가 봤을 땐 그 배우한테 마음 있는 것 같아.”


진영이 속삭이듯 말하며 웃고, 경호는 선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녀를 응시했다.


방에 들어온 선우는 창문에 놓인 의자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그와 통화를 이어나갔다.


“레슨 끝났어요?”


“네,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여서인지 잘 못했어요.”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고... 그러니깐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그녀와 통화하며 집으로 향하던 선우는 발걸음을 돌려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구석 소파에 가방을 내려놓고, 카운터로 가는 그.


“뭐 마시면 기분전환이 될까요?”


“카페에요? 음... 그럼 난... 민트모카에 휘핑크림 가득!”


“아... 그건 너무 달 것 같은데요?”


“기분전환에는 달달한게 최고죠!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싶다. 후후...”


주문한 커피를 받고 다시 자리에 앉은 그는 괜찮아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슬며시 물어본다.


“... 간밤에 문 꼭 잠그고 잘 잤어요?”


“네... 잘 잤어요. 아주 잘!”


“아무 일 없었고요?”


“음.... 네!”


“정말요?”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의 대답이 반 템포씩 늦다. 무언가 생각하며 대답하는 그녀, 그리고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와 중간 중간 내뱉는 한 숨에 선우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에...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꼭 말해요. 내가 아니더라도 그 친구한테. 같이 산다는....”


“그럴게요. 아! 참! 내 친구 임신했데요. 정말 잘 됐죠....”


“잘 됐네요. 축하드린다고 대신 전해주세요.”


“네... 그럴게요.”


예전과 다르게 겉도는 그들의 대화. 두 사람 다 느끼고 있지만 내색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통화를 마친 그들은 답답함에 각자의 공간에서 한숨을 내뱉는다.


그녀가 추천한 민트모카를 마시며, 악보를 보고는 있지만 머릿속은 다른 생각들로 가득하다.


토크토크.


- 선우씨 : 선우씨한테 말 할게요. 무슨 일이 생기게 된다면... 그러니깐 걱정 말고, 음악공부에 열중하세요. 남은 하루도 아자아자!


그녀의 메시지에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지며 웃음이 나온다.


- 고마워요. 선우씨도 아자아자!


***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가사를 작성하던 그녀는 찌뿌둥한 몸을 풀고자 힘껏 기지개를 편다. 간밤에 이상한 꿈을 꿔서 그런지, 유독 노곤 노곤한 저녁이다.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진정제 한 알 꺼내던 그녀는 잠시 멈칫거린다.


이 약을 복용 하고나면 어지럽고,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 후 악마를 보았고, 이제는 경호를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하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부분들이 마음에 걸린 선우는 약을 다시 통 안에 넣는다.


‘하루 안먹는다고 뭔 일 생기겠어?’


그대로 침대에 눕는 선우. 잠이 쉽사리 들지 않는 걸 보니, 약 복용에 차이가 있는 듯하다.


뒤척인 지 몇 십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는데 누군가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서서히 열리는 방문.


끼이익.


밝은 거실 불빛을 등지고 서 있는 악마, 얼굴은 안보이지만 실루엣만으로도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곧 방문이 닫히며 방 안은 다시 어두컴컴해졌다.


저벅저벅.


침대 끝이 살짝 눌리더니 곧 침대위로 올라와 이불 안으로 들어오는 악마. 그리고는 바로 손을 선우의 옷 안에 넣어 가슴을 쓰다듬으며, 목덜미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순간 선우의 심장을 철렁 내려앉으며, 미친 듯이 뛴다. 그녀가 침을 꼴깍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악마의 손 움직임에 참고 참던 그녀의 입에서 소리도 새어나왔다. 그녀가 깨어 있음을 표현하는데도 멈추지 않는 악마의 움직임.


악마가 그녀에게 들어가는 순간, 놀란 선우가 악마를 뿌리치면서 얼굴을 긁었다.


“아야!”


외마디 소리와 함께 움직임을 잠시 멈춘 악마는 선우의 양팔을 제압하고는 다시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기를 시도했다.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면서, 더 이상 저항 할 수 없는 선우는 그저 그렇게 누워만 있다.


악마의 움직임에 그녀의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작게 흔들렸다.


창밖은 오늘도 보름달이 밝은 빛을 비추고 있다. 그 빛에 악마의 옆모습이 살짝 보였다. 피.... 악마의 얼굴에 생긴 상처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다.


‘상처.... 피....’


악마는 한결같이 웃고 있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다시 창밖의 보름달로 눈을 돌린 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방이 고요하다.


몸이 무거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든 선우는 간신히 베드에 몸을 기댔다. 아까의 일이 없었다는 듯 그녀는 옷을 입고 있다. 그리고 정돈되어 있는 이불, 굳게 닫혀 있는 문.


‘내가.... 미친 걸까...?’


그녀는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선우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다 멈추는 손가락... 다시 글을 지웠다.


‘후... 이건... 아니지...’


창밖을 보는 초점 없는 그녀의 눈에 보름달이 들어왔다.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보름달, 하지만 저 보름달은 말을 하지 못한다.


선우는 창밖으로 보이는 보름달 사진을 한 장 찍어 포토램램에 올렸다.


[ 매일 밤 악마가 찾아온다. ]


***


【 2013년 12월 18일 】


달이 지면서 조금씩 밝아오는 하늘.


아침이 올 때 까지 선우는 그렇게 베드에 몸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새들이 지저귀고, 사람들 소리, 지나가는 찻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토크토크.


- 베프진영 : 일어났어? 우리 있다가 나가야해서 지금 아침 먹을 건데, 일어났으면 내려와. 아직 자고 있으면... 차려놓고 갈 테니깐, 일어나면 먹고.


진영의 메시지에 선우는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었다.


달칵. 잠궈 놨던 문이 열리고, 선우는 일층으로 내려갔다.


‘맞다! 나 문 잠궜지... 진짜 가위에 눌린건가...’


“어? 일찍 일어났네?”


계란프라이를 하던 진영이 고개를 휙 돌려 선우를 보고는 놀란다.


“야, 너 얼굴 왜 그래? 뭐야? 밤 샜어?”


“... 얼굴이 왜?”


“팬더가 친구하자고 하겠어. 다크서클이 장난 아닌데? 너 살 빠졌니? 얼굴이 더 야위는 것 같네.”


선우는 진영의 걱정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식탁의자에 앉아 올려져있는 토스트를 조금씩 뜯어 먹기 시작했다.


“야! 오빠 나오면 같이 먹자!”


“그런데 이 시각에 어딜 가?”


달칵. 경호가 씻고 나왔다.


“응, 어머님 모시고 아기 보러.”


“또 가? 어제 갔다 왔잖아.”


“어제 심장소리 못들었거든. 그래서 오늘 다시 가서 듣기로 했어. 너무 설레여. 요 조그만게 뭐 얼마나 심장이 뛴다고 소리까지 들릴까? 꺅....”


경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선우의 귀에는 더 이상 진영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상처. 그의 왼쪽 뺨에 난 상처가 낯이 익다.


“....선...배, 얼굴... 상처...”


선우의 말에 경호는 손가락으로 상처부위를 살짝 만지며 그녀를 보고 웃는다.


‘꿈이.. 아니었어.’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춘곤증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편두통이라는 친구도 데리고 왔어요.

노곤노곤, 지끈지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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