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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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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83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5.01 22:22
조회
288
추천
7
글자
11쪽

#23 C'mon Through (1)

DUMMY

【 2014년 1월 30일 】


한 달 남은 뮤지컬 첫 공연에 배우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체력소모가 큰 탓에 점심을 먹은 지 한 시간 조금 지났을 뿐인데도, 배우들은 배고프다며 아우성이다. 그 속에서도 제일 큰 목소리로 투덜거리던 철민이, 양손을 무겁게 하고는 연습실 안을 기웃거리는 고은을 발견한다.


“앗! 고은이다! 제 여자친구 왔어요!”


철민의 외침에 배우들의 연습을 중단되고, 다들 고은의 예쁜 외모에 휘파람을 불었다.


“안녕하세요... 커피하고, 쿠기 좀 가져왔어요. 쉬면서 연습하세요. 쿠키는 직접 구운건데... 맛이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평소와 다르게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말하는 고은이 마냥 예쁘고 뿌듯한 철민이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고마워... 이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나 완전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 보여줄게...”


쑥스러워하는 철민을 힐끗 보더니, 그를 살짝 밀치고는 한 걸음 앞으로 간 고은이 배우들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한다.


“아! 참! 이 커피와 쿠키는 김선우 배우님 팬클럽 ‘비 온 후에’에서 드리는 겁니다. 저희 김선우 배우님, 잘 부탁드릴게요.”


고은의 말에 얼어버린 철민, 괜스레 철민에게 미안해지는 선우, 멀대처럼 서 있는 철민을 보며 웅성거리는 배우들.


“아! 선우 팬클럽에서 온 거구나?”

“잘 먹을게요! 그럼 클짱님?”

“우와, 선우야! 넌 좋겠다. 클짱님이 미인이셔서...”

“근데, 아까 철민이가 여자친구라고 하지 않았어?”

“그랬어? 난 못들었는데?”

“나도 그렇게 들었어! 여자친구라고...”


웅성임은 잦아들 생각을 안했다. 시뻘게진 얼굴을 푹 숙인 철민이 고은을 스쳐지나가며, 조그마한 소리로 중얼 거렸다.


“나쁜 기집애...!!!”


철민이 바닥에 앉자 그 옆에 있던 배우가 그를 툭 치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아까 여자친구라고 하지 않았어?”


철민이 한층 더 강한 행동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고은이 가져온 쿠키를 입에 넣으며 선우를 째려본다.


***


고은이 연습실 건너 카페에 앉아, 선우와 철민을 기다리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카페 내에 구비된 잡지 한 권과 에스프레소 꼼빠냐가 있고, 그녀는 다른 잡지 한 권을 꼬고 앉은 다리 위에 올려놓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고 있다.


“흐으음~~♬ 이 카페 괜찮네, 음악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흐음음~♬”


잠깐 고개를 돌려 본 창밖에는 선우와 철민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양손을 높이 들어 힘차게 흔드는 고은이. 하지만 선우와 철민은 그 모습을 외면하고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카페에 들어온다.


“응? 둘이 왜 그래? 표정들이 왜이리 안좋아?”


전혀 이유를 모르겠다는 평온한 표정을 한 고은이한테 선우가 한소리 한다.


“고은아! 철민이가 너 그렇게 반기는데, 넌 팬클럽에서 왔다고 말만 하고 나가버림 어떻게!”


“왜? 팬클럽에서 온 걸, 팬클럽에서 왔다 그러지... 그럼 뭐라고 그래?”


“됐어... 그만해, 형... 난 괜찮아... 난 고은이보다 형이 더 미울 뿐이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철민. 고은이 그런 그를 슬쩍 보더니 웃는다.


“풉! 뭐야, 박철민! 너 삐졌어?”


“뭘 삐져! 아니거든?! 하나도 안삐졌거든?!”


“쯧쯧! 삐졌네, 삐졌어! 애냐?! 그런 걸로 삐지게? 안그래도 있다가 너 팬클럽 회장 오기로 했어.”


고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철민, 그녀의 손을 양손으로 꼭 잡으며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에휴, 그 말에 또 좋단다... 철민아... 너 아직도 고은이 믿냐? 저 말... 듣지 않는게 좋을 것 같은데...”


선우의 말에 철민이 그를 흘겨보며 투덜거렸다.


“팬클럽 있는 형은 내 마음을 몰라! 그리고 형은 고은이도 몰라! 우리 고은이가 얼마나 배려심이 깊은 아이인데... 나 안삐졌어, 자기야. 난 우리 자기가... 이렇게 내 팬클럽까지 만들어 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고마워요. 앞으로 잘 할게.”


“칫, 바보! 이제 아는구나? 그러니깐 나한테 잘해! 알았지?”


어느새 고은의 어깨에 기대어 순한 양이 되어 눈을 감고 있는 철민... 덩치에 맞지 않는 그의 애교가 낯설고, 더는 보고 싶지 않았던 선우는 한숨을 내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


창밖을 보던 선우는 무언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의 시선은 창밖에서 카페 문으로 옮겨졌다. 철민도 선우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


“어?! 효준아! 여기 웬일이야?”


“응? 고은이가 불러서.”


효준이는 선우 옆자리에 앉아 고은이와 철민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그때 갑자기 선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하! 고은아... 크크크... 혹시, 철민이 팬클럽 회장이 효준이야? 크크크... 설마, 아니지? 하하하!”


웃는 선우를 보곤 고은이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효준이야. 오~! 선우오빠, 역시 눈치 빨라!”


“뭐!”

“뭐?!”


정작 해당 배우와 회장만 모르고 있는 팬클럽 창단. 철민이와 효준이 인상을 쓰며, 고은이를 향해 항의하기 시작했다.


“야, 김고은! 내가 무슨 철민이 팬클럽 회장이냐?!”

“고은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자가 뭐야...”


“아아아아!!! 시끄러! 한 사람씩 말해!”


고은이 짜증 섞인 말투를 보이며 쏘아보자, 철민과 효준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야! 박효준! 친구 좋다는게 뭐야? 얘 언제까지 혼자 두니? 우리라도 철민이 팬클럽을 만들어줘야 할 거 아냐?! 그런데 난 이미 선우오빠 팬클럽 회장이고! 그럼 누가 남았어?”


“나...”


“그래! 그럼 네가 해야지! 그래? 안그래?!”


“그래...”


효준은 어느새 고은에게 설득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철민을 쳐다만 봤다.


“그럼 됐고! 박철민! 팬클럽 없다고 징징거려서 만들어주겠다는데, 뭐?! 팬클럽회장이 남자라서 싫다 그거야?”


“아니... 그래도 난 남잔데... 팬클럽회장이 남자는 좀... 보통은.. 여자가 하잖아.”


“하아! 뭔 개똥같은 소리야?! 팬클럽회장이 여자면 어쩌려고? 팬클럽회장이랑 잘해보려고?”


“아니, 그건 당연히 아니지...”


“그게 아니면, 남자던 여자던 무슨 상관인데?! 팬클럽 운영 잘하고, 너 서폿 잘하면 됐지! 여자?! 딴 년이 팬클럽 회장이랍시고, 너한테 연락하고 앵앵 거리는 거 내가 어떻게 보니?! 너 그거, 바람이다~?! 나 두고 바람피우려고?!”


“아니!! 바람은 무슨! 내가 널 두고, 누굴 만나!”


손사래 치며, 고개까지 흔드는 철민의 머리를 고은이 쓰다듬는 걸로 대화의 마무리가 지어졌다.


고은이와 대화할 때는 납득이 돼서 둘 다 오케이 했지만, 여전히 철민과 효준의 얼굴은 억울하단 표정이다.


그 모습이 마냥 웃긴 선우는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다.


토크토크.


그렇게 선우는 한참을 웃다 메시지를 확인했다.


- 류수희(선우) : 안녕하세요, 류수희입니다. 여쭤 볼게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혹, 실례가 안되다면 연극이나 뮤지컬 한 편 추천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 실례는 무슨... 전혀 아닙니다. 워낙 괜찮은 작품들이 많아서... ‘캔들’, ‘연꽃이 피다’, ‘유희’ 우선 이정도요? 어떤 타입의 작품을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제 취향으로 말씀드려요.


- 류수희(선우) : 감사합니다. 남자친구는 처음 보는 공연이라, 아무거나 다 잘 볼 거예요.


- 아! 처음 보시는 거면... 유희가 괜찮을 거예요. 내용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어요. 보시려는 날짜 알려주시면, 제가 표 빼놓을게요. 저희 사무실에서 하는 거라서, 초대권 받을 수 있거든요.


- 류수희(선우) : 그렇게까지 안해주셔도 되는데... 우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주 일요일 저녁에 볼 예정이긴 한데..


- 하하, 네. 그럼 일요일 저녁 공연으로 빼놓을게요. 매표소 앞에서 제 이름 말씀하시면, 표 줄 거예요.


연이어 오가던 수희와의 대화가 잠시 끊겼다. 몇 분 후 다시 온 메시지.


- 류수희(선우) : 저... 표 예약을 제 이름으로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 아... 네, 그럼요. 수희씨 이름으로 할게요.


- 류수희(선우) : 한 가지만 더... 신분증 보여줘도, 표 주나요? 사실... 제가 말을 못하거든요. 그래서... 신분증도 되는지...


언어 장애가 있다는 수희의 갑작스런 고백에 선우는 멈칫거렸다. 순간 수희가 선우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대학을 다녔다는 말이 떠올랐다.


선우, 그녀라면 충분히 도움을 주고도 남았을 거다. 길에 다니는 고양이도 안쓰러워 사비로 사료를 구입하는 그녀니깐... 수희를 얼마나 도와주고, 아꼈는지 말을 안해도 알 수 있었다.


- 그럼요! 신분증이 더 확실하고 좋죠. 그렇게 하세요. 제가 매표소에 말 해 둘게요. 시간 되시면, 다음 달에 올리는 제 공연도 보러 오세요. 그때도 초대 할게요.


- 류수희(선우) :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배우님...


선우는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는 같은 전공자 입장에서 수희가 공연 일에 미련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장애로 인해 제약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이 길에서 등을 돌려야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수희가 안쓰러워졌다.


“에휴.... 우린 참, 행복 한 거야. 그렇지?”


“그럼, 오빠. 우린 행복한거지.”


“뭐가요?! 그럼 형이 철민이 팬클럽회장해요!”

“형, 그럼 내 팬클럽회장하고 형 팬클럽회장하고 바꾸자!”


쌩뚱맞은 선우의 말이지만, 받아치는 고은과 반대로 철민과 효준은 여전히 울상이다.


***


어둑한 하늘, 한강 다리 위를 달리는 버스 안.


수희는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얼굴을 맞대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선우와 수희의 사진이 휴대전화 배경으로 되어 있다.


화면 속 선우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수희는 미소를 보였다.


‘언니... 언니 말대로 김선우 배우,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언니하고 이름이 같아서 그런 걸까? 토크하고 있으면, 언니하고 존대하면서 대화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아직 언니가 여기 있는 것 같아. 언니가 언니를 대신해서 보내 준.... 선물 같아. 왜 이렇게 보고 싶니, 언니...’


달리는 버스 창밖으로 눈을 돌린 그녀는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음악을 듣고 있다. 선우가 좋아하던 음악이다. 그리고 수희에게도 꼭 들어보라며 추천했던 곡이다. 그래서 수희도 덩달아 좋아하게 된 음악.


[ C'mon Through ]


♬ It ain't so easy to love you true, account of all the rattlesnakes and all that makes you blue But it's worth it, I, I love the thrill ♬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C'mon Through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에요.

음악이 필요한 날... 전 이 한 곡만 무한반복해서 듣습니다.


당신의 단점이나 약점에도 게의치않고,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라는 가사입니다.. 참 멋지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6.05.15 23:53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4 J.도톨
    작성일
    16.05.22 23:04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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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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