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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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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91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25 22:00
조회
175
추천
11
글자
10쪽

#15 다시 찾아온 악마 (1)

DUMMY

【 2013년 12월 15일 】


계단 앞에 서 있는 선우.


십분, 십오분... 시간이 계속 흐르지만 움직임 없이 같은 자세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뭐 한 거지? 설마...’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복잡하기만 하다.


토크토크.


- 베프진영 : 일어났어? 일어났으면 내려오세요.


진영의 문자에도 한참을 머뭇거리다 양 손바닥으로 자신의 양 볼을 세게 내려친다.


찰싹.


“정신 차려! 네 착각이야. 착각!”


큰 숨을 내쉰 후 발을 옮기는 선우, 하지만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갈 때 마다 늘어나는 생각들에 머리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조금씩 보이는 일층 거실, 그리고 소파에 경호가 앉아있다.


그를 보는 순간, 선우는 심장이 발끝으로 ‘쿵!’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잘 잤어? 일찍 일어났네?”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한 경호의 행동에 선우는 갸우뚱해진다.


‘뭐야.....?’


“이리와 앉아.”


그에게서 살짝 떨어져 소파에 앉은 선우.


“...진영이는요?”


“화장실에.”


7년간을 알고 지내면서 늘 고맙게 생각하는 선배지만, 선우는 가끔 그와 단 둘이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 할 때가 있었다.


지금은 몇 배로 더 무겁게 느껴지는 어색함이 달갑지 않아, 경호를 쳐다본다.


“..... 선배...”


그는 대답 없이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만 했다.


“.... 선배, 저한테 뭐... 할 말 없어요?”


“무슨 말?”


“아니... 그냥... 있을 것 같아서요. 없으면 말고요.”


진영이 낑낑거리며 물통을 들고는 소파 앞에 놓인 나무통에 물을 붓는다. 그녀의 등장만으로도 흩어져버리는 어색한 기류.


“하아... 무거워! 어쩜 진짜 안도와주냐! 너무해!”


“바~보~! 가위바위보 진건 너잖아!”


선우를 사이에 두고 토닥거리는 두 사람. 선우는 그 둘 보다는 앞에 놓인 나무통이 궁금했다.


“이게.... 뭐야?”


“족욕기. 아! 선우야, 물 식기전에 빨리 발 넣어!”


“응...? 꺅!”


진영은 갑자기 선우의 다리를 들어 나무통 안에 집어넣자마자 선우의 반응을 살핀다.


“어때? 따뜻하지? 피가 통하는 느낌이 들어? 어제 오빠가 엄청 속상해했어!”


“......?”


“내가 너 방 춥다고,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그랬거든. 어제 오빠가 올라갔었는데 너 자고 있어서, 문풍지 못 붙이고 그냥 내려왔데.”


진영의 말에 경호를 쳐다보는 선우, 눈이 마주치자 그가 말을 꺼냈다.


“방이 웃풍이 좀 있긴 하던데... 어제 제대로 못 봐서, 있다가 다시 보고 문풍지 붙여줄게. 근데 선우 너 발이 왜 그렇게 차가워?”


“선배... 그럼 어제 제 발...”


선우는 한 숨도 못자고 생각했던 간밤의 일을, 경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했다.


멍한 표정으로 경호와 진영을 번갈아 바라보는 선우.


“우리 나이에 종아리까지 차가운 사람이 어디 있냐...? 얼마나 혈액순환이 안되면 그렇게 되는거야?”


선우는 그제야 어젯밤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잠시 경호를 안좋은 쪽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이 족욕기... 산거야?”


“응! 내가 이거 갖고 싶다고 말할 때는 들은 척도 안하더니만, 너 발 차갑다고 오늘 아침에 사오더라. 흥!”


“다이어트 한다고 사달라는 거였잖아.”


“그게 왜?! 내가 날씬해지면 나 혼자 좋아? 오빠도 좋지!”


“지난달에도 반신욕 다이어트 한다고, 욕조 사셨잖아요! 와.이.프.님!”


경호는 웃으며, 투덜거리는 진영의 볼을 꼬집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 고마워요, 선배. 잘... 쓸게요.”


선우의 말에 경호는 미소만 보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경호가 들어가던 말던 오로지 족욕기에만 관심을 보이는 진영은 휴대전화 인터넷으로 족욕기의 효능을 검색하고 있다.


“어때? 무슨 느낌 와?”


“응... 발끝이 간질거리고, 좀 찌릿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좋은 것 같아. 진영아, 너도 해.”


“그런 느낌이 들어..? 음.. 아! 혈액순환 될 때 그런 느낌이 든다고 적혀있네. 오~ 정말 효과 있나보다. 신기해! 신기해!”


경호에 관한 오해가 풀린 선우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진영을 대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


♬~♪~~♬~


“네, 선배.”


“그래, 선우야. 가사 좋던데? 음악하고 잘 어울려. 최감독도 좋다고 하네.”


“하아... 다행이에요. 걱정 많이 했는데...”


“방금 배우들한테도 보냈어.”


“벌써요? 아직 오디션도 안봤는데... 보내도 돼요?”


“할 멤버인데, 괜찮아. 그리고 걔네는 첫 뮤지컬이라 미리 연습해놔야 해.”


수정 없이 오케이 싸인이 떨어져 기분 좋은 선우... 작품 곳곳에 자신의 흔적이 남는 것이 더 없이 설렌다.


“고마워요. 선배....”


“힘들더라도 나머지 곡들도 잘 부탁한다... 그럼 좀 쉬어.”


영민선배와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선우씨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네, 선우씨.”


“뭐하고 있었어요? 통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그런데 기분 좋은 일 있어요?”


“네! 오늘 뮤지컬 곡 받았어요. 노래 연습만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곡을 받고 나니깐... 내가 뮤지컬을 진짜 하긴 하는구나... 싶은 게 기분이 이상한 거 있죠.”


한껏 들뜬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녀 역시 기분이 좋아진다. ‘그 뮤지컬 내 작품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애써 웃음으로 참는 그녀.


“노래 정말 좋아요. 한 번 들어볼래요? 아! 아!”


“....지금 불러보겠다고요?”


“네!”


“조금 전에 받았잖아요. 그런데 그걸 벌써 익혔다고요?”


“네... 조금 전에 받긴 했는데... 응? 어떻게 알았어요? 조금 전에 받은 거...?”


당황한 선우와 달리, 그는 크게 궁금하지 않은 듯하다.


“아... 아까 말했잖아요, 선우씨가... 들려주세요. 듣고 싶어요.”


“잠깐만요. 아! 아! 마이크테스트, 아! 아!”


♬ 그대는 아시나요~ 그대의 과거에서 나를 보고, 그대의 미래에서 내 꿈을 보았다는 것을~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지금 우린 같은 길을 걷고 있어 ♬


부드러운 그의 음색, 선우는 자신이 생각한 남자주인공의 느낌과 그가 잘 맞는 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인다. 그녀는 앞으로 더 발전할 그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더 많은 작품을 그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누군가 바늘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 같이 아파온다.


“헤헤... 어때요? 아직 서툴긴 한데... 노래 정말 좋죠? 선우씨, 이번 뮤지컬은 꼭 보러 왔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은 정말 보여주고 싶어요.”


‘저도... 저도 보고 싶어요. 내 작품, 내 배우...’


그녀는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괜한 기대감을 주었다가, 더 큰 상처를 안길까봐... 미안한 마음으로 떠나고 싶지 않다.


“.... 대답 안해도 알아요, 선우씨.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요. 알았어요. 더 이상 말 안할게요.”


“미안해요... 그리고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선우씨는 정말 배우라는 말이 어울릴 그런 배우가 될 거에요. 그렇게 믿어요.”


“쑥스럽게... 한참 부족한걸요. 그래도 고마워요.”


그와의 통화를 마친 선우는 통화 중 녹음한 그의 노래를 다시 듣는다. 듣고 또 듣고... 계속 반복하는 그녀.


순간 바람에 덜컹거리는 창문 소리에 놀라 밖을 내다보니, 나뭇잎 하나 없는 가지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손거울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본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휴대전화로 시선을 옮긴다.


“..... 참... 부드러워, 당신 목소리.”


그녀는 그의 목소리로 가득 차 따뜻한 이 공간과 밖에 서 있는 나무처럼 볼품하나 없는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내내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선우.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달칵달칵.


방문을 여는 소리와 동시에 눈을 감고 자는 척하는 선우, 살짝 한 쪽 눈을 떠보니 경호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눈을 감아서인지 온 신경이 귀에 쏠리기 시작한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경호가 방을 나가거나, 움직이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뭐 하고 있는 거야...? 문풍지 붙이.... 헉!!!’


어젯밤 그 느낌, 그 소름이 손등을 타고 올라와 어깨, 목 뒷덜미를 휘감더니 곧 뇌를 조이기 시작한다.


손등을 쓰다듬던 그의 손은 팔목을 지나 어깨까지 올라왔고, 이내 쇄골과 이어진 어깨선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몇 분이 흘렀을까... 선우에겐 1분도 1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선우의 쇄골을 두 손가락 사이에 두고 쓰다듬던 그의 손길은 천천히 목덜미로 올라와 잠시 멈췄다. 그리고 들리는 그의 큰 한숨소리.


어제와 같이 걱정으로 시작한 그의 행동을 자신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생각들이 선우의 머릿속에서 뒤엉켜 가득 찼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속눈썹... 너무 긴장한 것일까, 선우는 두통에 미간을 찌푸린다.


그 순간 그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 키득키득. 내일 봐. ]


악마의 목소리에 너무 놀라, 경호가 나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눈을 번쩍 뜬다.


하지만 방안에는 있어야 할 경호도, 악마도... 없었다.


그저 눈부신 햇살만이 그녀를 비추고 있다.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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