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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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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85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30 00:42
조회
107
추천
9
글자
11쪽

#20 곁사람을 잃은 사람들

DUMMY

【 2013년 12월 24일 】


형형색색의 밝은 전구들이 어둑해진 밤거리를 밝히고 있다.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환해진 거리는 낮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고 있다.


어느 바의 한 테이블에도 7인방이 모여 앉아있다. 연예인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힘을 주고 나온 고은은 한층 더 들떠 있다.


"우리 크리스마스에 모인 건, 정말 오랜만이지 않아? 완전 좋아!"


"넌 이런 날, 만날 남자 없냐?"


또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는 철민, 무시할 법도 한데 고은은 철민의 말장난에 늘 발끈한다.


"흥~! 남이사! 모솔이 간섭하실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야! 누가 모솔이야! 나 연애경험 있거든?!"


"바보세요? 사귄지 하루 만에 차인 걸, 사귄거라고 생각하게?"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안절부절...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는 선우.


그녀의 계정이 사라지고, 메시지 앞에 적힌 숫자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은 지 시간이 제법 흘렀다.


선우는 처음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일 때에는 나름 견딜 만해, 내색 없이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잘 지내고 있다는 그녀의 연락은 마치 하늘에서 온 편지 같아, 만감이 교차하면서 마냥 기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한순간에 그녀의 모든 흔적이 사라지고, 이후 연락도 끊겼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그의 휴대전화 속 대화 내용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사진.


얼굴을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과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감정소모에 큰 차이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본 후 라서 그런걸까... 선우는 그녀의 죽음을 다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오빠! 선우오빠! 무슨 일 있어?"


"아니... 괜찮아."


그의 말과 다르게, 표정과 행동에서 불안함이 가득했다. 유일하게 눈치를 챈 민규... 하지만 그 역시 선우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사람이던 동물이던... 이별을 받아들이고 감당 해야 하는 건, 오로지 혼자남은 자의 몫이기에... 민규가 할 수 있는 건, 선우의 빈 잔에 술을 따라주는 것 뿐이었다.


***


【 2014년 1월 14일 】


뮤지컬 연습실, 노랫소리가 아닌 이곳저곳에서 앓는 소리와 다그치는 소리가 들린다.


"힘! 힘을 빼라고! 힘! 철민아!! 힘을 빼야 근육이 안다치지!"


"아~~~아아아! 힘을 얼마나 더 빼요. 다 뺐다고요!"


큰 동작이 많은 작품이기에, 노래와 연기 연습 전에 배우들이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키고 있다. 스트레칭이라기보다는 요가에 가까운 동작들에, 늘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철민은 연기 시작도 전에 죽을상이다. 그런 철민의 요상한 표정에 선우와 몇몇 배우들은 웃음이 터져, 수업 진행이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때 양 손 가득 무겁게 먹을 것을 갖고 들어온 남자와 여자. 낯선 이의 방문에 다들 어리둥절하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공대표.


남자는 가져온 간식거리를 한켠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수고가 많으세요. 이거 드시면서, 잠시 쉬세요..."


"우와아아아"


배우들에게는 낯선 이가 누군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먹을 것이 있다는 것과 이 틈에 쉴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했다.


득달같이 먹을 것에 달려드는 배우들, 그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란 공대표가 무용선생님을 보며 말한다..


"아니.. 우선생, 무슨 애들을 좀비로 만들었어... 무섭게 달려드네."


"하아.. 대표님, 좀비로 만든게 아니라... 다들 그냥 좀비에요. 느릿느릿, 뻣뻣. 특히 철민이는..."


"좀 나은 애는 없어?"


"뭐.. 그나마... 선우?"


그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보인 공대표는 앞을 스쳐 지나가는 선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격려를 표했다.


"아! 다들 주목! 여기 방문하신 분은 우리 작품 김진영 작가님이시고, 옆엔 무대감독 박경호 감독님이십니다. 연습하는 모습 보면서,, 동선 체크 좀 하려고 들린 거니깐 다들 집중해서 연습하도록! 그리고 주막 예약했으니깐, 끝나고 참석하고!"


진영과 경호가 꾸벅 인사를 하자, 다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들의 앞에서 연습하는 배우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진영과 경호 그리고 공대표.


"영민 선배... 저기... 회색 후드티 입은 사람이 김선우 배우에요?"


"응, 쟤가 선우야. 왜?"


".... 아니에요. 그냥요."


"참 잘해.. 선우... 기대되는 배우야..."


진영은 의자에 앉아 선우가 연습하는 모습을 주시했다. 그를 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애틋함이 묻어나 있었다..


***


연습실 건너에 위치한 주막집은 공대표와 우선생, 진영, 경호, 배우들로 만석이다.


어느새 회식자리는 시파티가 되어, 배우들이 한 명씩 일어나 각 맡은 역할과 포부를 말하고 있다. 스텝으로 참석한 진영과 경호도 인사를 하며,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마주 앉은 선우와 진영, 경호... 진영이 선우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김선우... 배우님.. 앞으로 우리 잘 해봐요. 삽사리역도 잘 부탁하고요."


"아.. 아닙니다.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작년에 작가님 초본보고 팬 됐어요. 그래서 이렇게 좋은 작품을 또 할 수 있는 기회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아... 그 초본은... 제가 쓴 거 아니에요."


"...네?"


"초본 쓴 작가가.. 따로 있어요."


"아... 그 작가님은 오늘 안오세요?"


"음... 네, 여행 중이라..."


"아... 네..."


선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술을 마시기만 했다.


즐거운 분위기의 시파티, 그 속에서 분위기를 더 업 시키는 사람은 역시나 철민이다.


"와와! 파도타기!! 대표님부터 시작!"


파도를 타며 술을 마시던 중, 진영의 차례에서 옆에 있던 경호가 대신 술을 마셨다. 쏟아지는 사람들이 야유. 하지만 경호가 진영의 어깨를 감싸곤 웃으며 말을 했다.


"제 와이프가... 지금 임신 중이라서..."


"와! 축하드려요!!"

"두 분이 부부셨어요? 멋지다!"

"박감독님, 멋지세요!"


사람들의 축하세례와 환호... 수줍게 웃는 진영, 그 옆에서 웃는 경호.


좋은 사람들, 좋은 시작... 평안한 이 분위기가 선우에겐 조금 먹먹하게 다가온다. 올라오는 술기운에 잠시 밖으로 나온 선우는, 구석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오는 진영과 경호, 그리고 공대표.


"오늘 와줘서 고맙다. 진영인 몸 생각해서 어서 들어가 쉬고."


"네, 선배..."


"형, 저희 들어갈게요."


진영과 경호가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옮기다 공대표의 말에 멈칫거렸다.


"..... 잘... 보내줬니?"


진영이 몸을 돌려 공대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껜 정말 연락 안드렸어?"


"네... 마지막까지 말하지 말라고 그래서... 연락 안드렸어요."


"그래, 그걸 바랬다면.. 그래야지. 잘 했다. 둘 다 고생했어... 짜식... 조금만 더 버티지. 그럼 배우들 연습하는 모습까지는 봤을 텐데..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후..."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마는 진영, 공대표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아.. 미안, 너희가 더 힘들 텐데... 진영인 울지 말고. 아기한테 안좋아. 경호야, 진영이 데리고 어서 들어가..."


진영과 경호는 다시 공대표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들이 안보일 때까지 지켜보고는 다시 주막으로 들어가려던 공대표는 계단 옆에 앉아 있는 선우를 발견했다.


"너 언제 나왔어?"


"아까요."


평소 담배를 잘 안피우는 공대표가 선우에게 담배를 달라고 했다. 선우는 공대표에게 담배 한 개피와 불을 건네며, 무심히 물었다.


"들으려고 한건 아닌데... 누가... 돌아 가셨나 봐요..."


"응, 아끼던 후배."


"아... 대표님 후배면, 젊을 텐데..."


"응, 젊고 예쁘고. 참 예뻤지...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쁜 아이였지. 내 모진 말에도 눈물 따위 보이지 않는 당찬 구석도 있었고, 뭘 하던 크게 될 아이였지..."


담배 연기를 내뿜는 공대표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다. 그 후배를 향한 그리움으로,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 그 후배라는 분, 정말 많이 아끼셨나 봐요. 대표님... 그런 표정 처음 봐요."


공대표는 선우를 잠시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앞만 응시하고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선우야..."


"네...?"


".... 선우야..."


"네, 대표님."


"하아... 선...우야..."


공대표는 말을 잇지 못하고, 선우의 이름만 계속 부른다. 그런 그의 행동이 의아하지만... 선우는 곁사람을 잃은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말없이 공대표 옆을 지켰다.


***


【 2014년 1월 27일 】


한 달 남짓한 공연에 모든 배우와 스텝들이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극만 했던 선우와 철민에겐 춤과 노래까지 더해져, 평소보다 더 바쁜 연습기간이다. 특히 선우는 첫 뮤지컬에 주인공을 맡아, 어깨가 더 무거웠다.


쉬는 시간에도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선우. 하지만 철민의 눈에는 그런 선우의 모습이 위태위태해 보이기만 한다.


"형! 공연 시작도 전에 쓰러지겠어. 쉬면서 해."


"안돼... 아직 부족해."


철민은 sunshine의 계정이 사라진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일과 부쩍 힘들어 보이는 선우의 행동에 연관이 있는 듯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철민은 무리하는 그의 모습을 마냥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 답답하다.


"형! 나 더워! 커피 마시러 나갔다오자."


"혼자 다녀와."


"그러지 말고... 같이 나가자. 나 혼자 가기 무서워!"


"대낮인데 뭐가 무서워! 난 네가 더 무서워!"


철민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온 선우, 연습실에 온지 6시간 만에 처음 취하는 휴식이었다. 푹신한 소파에 앉으니, 그제야 피로가 몰려오는지 선우는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어 눈을 감았다.


철민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를 부르지는 않았다. 선우는 제일 먼저 연습실에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고, 심지어 집에서도 불면증으로 잠도 제대로 못자는 날의 연속을 보내고 있기에... 잠시나마 눈을 감고 쉬는 지금을 방해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의 휴식을 방해 한 건 메시지 알림이었다.


토크토크.


무심히 휴대전화를 확인하던 그의 표정은 어느새 넋이 나가 있었다.


"....형?!"


그의 부름에도 화면만 쳐다만 뚫어져라 보는 선우, 그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메시지를 보낸 수신자 이름이 적혀있다.


[ 선우씨 ]


그녀다.


그녀가... 보낸 메시지다.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곁”,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따뜻하게 다가오다가도,

슬프게 들릴 때가 있어서... 참 묘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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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미련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1) 16.05.03 1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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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C'mon Through (2) 16.05.02 11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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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곁사람을 잃은 사람들 +2 16.04.30 108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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