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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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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도톨
작품등록일 :
2016.04.12 21:22
최근연재일 :
2016.05.15 21:0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82
추천수 :
314
글자수 :
154,931

작성
16.04.20 22:00
조회
121
추천
14
글자
11쪽

#10 저 할 말이 있어요

DUMMY

【 2013년 12월 4일 】


진영, 경호와 헤어지고 극단을 찾은 선우.


“어머, 김 작가님!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근처에 볼 일 있어 나왔다가 잠깐 들렸어요. 잘 지내셨어요?”


“저희야 작가님 덕분에 잘 지내죠. 대표님 안에 계세요.”


“고마워요.”


대표실로 향하는데, 영민 선배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나오고 있다. 그는 선우를 보자마자 한 손을 올려 인사 하는 손짓을 보이고는 통화를 이어 나갔다.


“응, 최 감독. 보내준 파일 들어봤어. 음악 다 좋던데? 응응. 김 작가도 들어봐야 하니깐 다시 연락 줄게. 고마워, 수고했어.”


전화를 끊은 영민 선배는 선우를 보며 다시 인사를 한다.


“여! 김선우, 여기까지 어인 일이야. 안그래도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


“근처에서 진영이하고 경호 선배 만났다가, 선배 생각나서 잠깐 들렸어요.”


“아, 그래? 그럼 같이 오지 그랬어! 교우회 때 진영이만 왔더라고.”


“약속이 있다고 해서요. 그런데 무슨 연락이요? 연락하려 했다고...”


선우의 질문에 영민 선배는 대답 없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USB를 들고 나온다.


“자, 이거. 뮤지컬 곡이야. 집에 가서 들어봐. 괜찮으면 이대로 진행하게.”


“이게.... 벌써 나왔어요? 하하... 기분 이상하다. 고마워요, 선배.”


USB를 받은 선우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영민 선배는 고개를 돌려 창밖만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네? 뭐가요? 아, 이거? 완전 좋죠.”


“아니... 진영이한테 다 들었으니깐 나한테까지 숨길 필요 없어... 너 많이 안좋다며...”


예상치 못한 영민 선배의 말에 멍해진 선우는, 대답은 커녕 어버버 하기만 했다.


“뮤지컬 진행 빨리 해달라고 어찌나 생떼를 쓰던지... 술 좀 들어가니깐 대성통곡을 하면서, 너 가기 전에 꼭 보여줘야 한다며 내 손을 잡고는 계속 울잖아.”


“아.... 선배 죄송해요.”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그냥 널 위해 기도하는 사람 한 명 더 생겼다고 생각해. 아직 가사는 없어. 들어보고, 네가 작사 해 볼 수 있음 해보던가... 아님 곡 스토리만 작성 해봐도 괜찮고.”


“아... 네, 선배.... 그럼 이만 들어가 볼게요.”


너무나도 창피해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선우는 서둘러 사무실을 나왔다.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애써 괜찮은 듯 보이려 했던 그간의 노력들이, 한 순간에 다 무너져 내린 것만 같은 그녀다.


집에 가는 길이 이리도 멀었던가... 등줄기에선 땀이 흘러내리고, 땅이 꿀렁꿀렁 거리면서 멀미가 나는 듯해 걷다 쉬기를 수십 번. 15분 만에 올 수 있는 거리를 한 시간이 넘게 걸려 집에 도착한 그녀는 신발을 벗기도 전에 쓰러지고 만다.


***


【 2013년 12월 8일 】


공연 시작 15분 전, 매표소 책상 위에는 김선우 이름으로 티켓 한 장이 놓여있다.


“누나, 초대장 찾아 갔어요?”


“아니, 아직... 계속 확인 하러오고, 중요한 손님이니?”


“아... 아니에요. 그럼 수고하세요.”


어두운 표정으로 대기실에 들어온 선우를 본 철민이 다가와 묻는다.


“형, 왔어?”


말없이 고개만 젓는 선우를 보니, 철민 역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에이, 좀 늦나보네. 아직 15분이나 남았잖아.”


선우 역시 철민의 말처럼 그녀가 늦는 거라 생각을 하며, 공연 준비에 몰두한다.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 앞으로 나가기까지 설레고 떨리고... 그 어느 때보다 더 긴장한 기색이 여력하다.


드디어 선우가 무대에 나갈 차례, 앞으로 나가 관객석을 보지만 강한 조명 탓에 그녀의 좌석을 제대로 확인 할 수도 없다. 궁금한 마음이 굴뚝 같지만 마지막 공연인 만큼 평소보다 더 충실해야 하기에, 그녀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연기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어느덧 후반부를 달리는 공연은 관객들과의 소통이 있는 대목으로 들어왔다. 그 소통 좌석은 바로 그녀의 초대석... 빨리 조명이 그녀를 비춰,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고픈 선우다.


그 때 좌석을 비추는 조명, 하지만 두근거리는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텅 비어있는 좌석을 마주하게 된 선우.


순식간에 몰려오는 서운함에 그가 대사를 잇지 못하고 멈칫거리자, 철민이 재치 있게 애드리브를 하며 옆 좌석의 관객을 불러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했다.


실수 없이 성황리에 마친 공연.


배우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환한 미소로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한다. 그에 보답하는 많은 관객들의 박수갈채. 선우 역시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있지만, 몸과 마음은 무거운 1톤짜리 돌을 짊어진 듯하다.


무대 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막공(마지막 공연)이었던 선우, 철민, 보라를 위한 쫑파티가 있습니다. 장소는 문자로 공지한 주막으로 오시면 됩니다. 오늘 다 함께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마셔봅시다!!!”


스텝 한 명이 외치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를 지른다.


즐겁고 들뜬 분위기 속 유일하게 선우의 눈치를 보는 철민, 무어라 말도 걸지 못한 채 주위만 어슬렁거리고 있다.


“정신 사납다. 빨리 정리하고 가자. 늦겠다.”


의외로 담담해 보이는 선우의 모습에, 철민은 의아해 하면서도 큰 실망을 한 것 같지는 않아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 형! 우리 입 돌아갈 때까지 마시자!”


철민의 말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선우. 하지만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복잡해서 터질 것만 같다. 그녀가 안 올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안 한건 아니다. 갑자기 사정이 생겨 못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또 다른 이유들을 끊임없이 생각해 보지만, 그 생각들은 선우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기만 했다.


극단을 나오자마자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선우.


- 마지막 공연 잘 마쳤어요. 지금 쫑파티 가는 중이예요.


이동하면서 그리고 주막에 도착하기까지 어림잡아 5~6분이 걸리는 동안 숫자 1은 사라지지 않았고, 답답했던 선우는 또 다시 메시지를 보낸다.


- 오늘 안 오셨던데, 무슨 일 있으셨어요?


“형! 뭐해! 빨리 들어가자. 아우 추워!”


철민은 입구에서 서성이며 휴대 전화만 들여다보는 선우를 데리고 들어간다.


***


【 2013년 12월 9일 】


서서히 밝아오는 밖, 하지만 주막 안은 파티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듯... 여전히 부어라 마셔라 중이다.


♬ 즐거운~쫑파티 날에! 연출님 카드 긁는 소리~ 어기야 디어차~! 2차를 가잖다~ 3차를 가잖다 ♬


한 명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3명, 5명... 점점 커지는 노랫소리, 그 노래에 몸을 맡긴 철민.


술이라면 어디 가서도 지지 않는 그를 고주망태로 만든 그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한 남자, 선우는 술잔 옆에 놓인 휴대전화만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철민은 가누기도 힘든 몸을 흔들흔들 거리며, 선우 옆으로 다가간다.


“형아~ 형아~, 아! 아니지! 김선우 배우님! 으헤헤헤헤”


옆에 앉아 계속 몸을 흔들며 히죽거리는 철민. 그런 철민을 선우는 말없이 쳐다만 본다.


“앗! 형이 흔들흔들 춤을 추네! 캬캬캬, 촌스러워!! 아니지, 형아! 이 노래엔 이렇게 춰야지! 떽!”


민요 뱃노래를 개사해 무한반복 중인 노래에 맞춰 클럽에서나 볼 법한 그루브를 타고 있는 철민.


“많이 취했다. 적당히 마시다 들어가.”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주막을 나선다.


“형! 그 스텝은 더 아니지! 아니야! 딸꾹! 그렇게 추는게 아니라고!!!”


***


집에 도착 하자마자 소파에 누워버리는 선우. 몸만큼이나 마음도 고단해서인지 갈증이 나지만, 목을 축일 힘도 없다.


“하... 포봉아 형 물 좀 갖다 줄래?”


포봉이가 그의 가슴 위로 올라와 얼굴을 핥자, 선우는 힘없는 웃음을 짓는다.


그때 울리는 메시지 알림.


토크토크.


- 선우씨 : 아, 죄송해요. 메시지를 이제 확인해서... 몸이 좀 안 좋아서 못 갔어요. 이제 연락드려 죄송해요.


그녀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서운함과 미안함 그리고 걱정이 뒤섞인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올라온 선우는, 몸을 일으켜 거실을 왔다 갔다 하기만 한다.


토크토크.


- 선우씨 : 공연 잘 마치신거 축하드려요. 꽃다발 한 아름 안겨드려야 했는데, 아쉬워요. 다음 공연에는 꼭 보러 갈게요.


선우는 그녀의 메시지에 대답이 아닌 통화 버튼을 누를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자로만 대화를 해왔던 사이이기에 첫 통화가 쉽지 않았다.


몇 분을 고민하다 그녀가 안 받을 확률이 높기에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통화버튼을 누르는 선우. 신호가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콜록콜록”


“아... 안녕하세요. 김선우예요. 전화... 받으실 줄은 몰랐는데... 갑자기 전화해서 죄송해요.”


“아니예요. 죄송은 무슨요...”


“많이 안좋으셨어요? 지금은 괜찮으세요?”


“며칠 쉬었더니... 콜록콜록. 많이 괜찮아졌어요.”


의심 섞인 마음으로 건 전화였는데, 아프다는게 정말인지 계속되는 기침에 힘이 하나도 없는 그녀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나니 마음이 좋지 않은 그다.


“기침이 심하시네요. 감기 걸리셨나봐요.”


“아, 네... 감기. 이번 감기 독하네요.”


“어서 나으셔야 할텐데... 약은 드셨어요?”


“네, 먹었어요. 걱정 감사해요. 고단하실텐데 쉬세요.”


“네, 한 숨 자려구요. 아, 저희 공연 아직 일주일 더 하는데... 보시겠어요? 저는 안나오지만... 아니면, 저 다음 작품으로 뮤지컬 들어가요. 지금 공연을 뮤지컬로 제작 한건데... 그 때라도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초대를 하자 말이 없어진 그녀, 기침을 참는 소리만 미세하게 들린다. 선우는 그런 그녀에게 서운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담 안가지셔도 되요. 연극이나 뮤지컬, 어떤 것이던 친구 분하고 보러 오세요. 좋은 작품이라서 보셨으면 해서요. 추천이랄까...?”


전화를 끊은 것도 아닌데, 그녀는 계속 대답이 없다. 서운함이 조금씩 화로 바뀌던 찰나, 갑자기 왜인지 고은이가 떠오른다. 고은이도 오로지 밀어붙이기만 해서 난감한 적이 많았던 선우였기에.... 혹 자신이 고은이 같은 행동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시에 스쳐 지나갔다.


“아! 공연 싫어하세요? 그럼 안보셔도 되요. 너무 제 입장에서만 말했네요.”


그 작품이, 그가 싫을 리가 없기에... 그의 말을 듣고만 있자니 답답한 그녀.


그저 지금 자신의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더구나 은인이자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남자에게 보이기 싫어 계속 피하기만 했다. 그런데 더 이상 변명으로 그가 더 큰 오해를 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콜록콜록. 저 할 말이 있어요.”


기침을 참아가며 간신히 한 마디 하고는 조용해진 그녀, 몇 분간의 침묵 후 몇 차례 기침을 하고는 그녀가 다시 말을 했다.


“저, 한 달 밖에... 시한부....래요.”




J.도톨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콜록콜록.....

미세먼지,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6.04.23 06:28
    No. 1

    안됐군요. 마지막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 J.도톨
    작성일
    16.04.23 09:29
    No. 2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척박한 요즘이라, 즐겁고 밝은 내용으로만 올리고 싶지만... 있었던 그 때의 일을 써야하기에... 마음이 무거우시더라도, 잘 봐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그렇다고봐
    작성일
    16.04.25 04:56
    No. 3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건필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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