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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2,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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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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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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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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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8쪽

02화 - 4

DUMMY

“왔냐. 타라.”

“넵.”



예상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승용차를 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누가 있겠어. 선생님 뿐이지. 주말임에도, 말끔한 복장에 말끔한 머리를 하고 계신 선생님. ······아무리 매정한 선생님이라지만, 납골당 가는데 씻지도 않고 그런 복장으로 가시진 않겠지.


조수석에 내가 타고, 뒷좌석 세 자리에 미래, 희세, 시아 셋이 탔다. 아무 말도 없는, 침묵의 차 안. 힐끔 거울을 통해 미래를 쳐다본다. 묵묵히, 말없이, 그렇지만 조금 불안해 보이는 표정. 시아가 미래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게 보인다. 긴장되려나. 떨리려나. 나에게까지, 그 감정이 전달되는 것 같다. 나까지 떨리는 것 같아.






─납골당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교외에 있었다. 아무렴, 3대 혐오시설인데 그럴만도 하려나. 님비 현상은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선생님 차로 한 30분 정도 달려서, 논밭이 펼쳐진 시골길을 한참 달려서야 겨우, 납골당 건물에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에 그리 많지 않은 차들. 딱히 어떤 날은 아니고 평범한 주말이니까 온 사람이 많지는 않은 모양. 착찹한 기분으로, 차에서 내렸다.


어째서인지 날이 우중충한 느낌이다. 아까까진 맑았는데. 나도 선생님도 다른 애들도, 모두 미래를 쳐다본다. 망설이는 표정의 미래.



“······괜찮겠어?”

“······응.”



혹시라도 미래가 힘들어 할까봐, 걱정스런 투로 물어보는 희세. 잠시, 회색빛 납골당 건물을 보고 침을 꿀꺽 삼키는 미래. 간신히, 고개를 끄덕인다. 천천히, 다섯 명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제사 때 쓰는 향 냄새. 아닌 게 아니라, 입구 옆 창구 같은 곳에 제사 지내고 버린 것 같은 과일들이 있다.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나보다. 생각해보면 참, 그렇다. 한 해에 몇 만 건의 교통사고가 나고, 그만큼 사람들이 죽는다면. 1년이 365일인데, 하루에 백명 넘게 죽거나 다치는 거잖아. 송준이도 그런 어이없는 죽음 가운데 한 명이었고.



“······.”



저쪽에서 아주머니 우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납골당에 들어왔는지 우는 소리가 무척이나 서럽다. 괜히 그런 것들 때문에 우리까지 더욱 기분이 우울해진다. 여기 납골당인 것만 알지 송준이가 어디 쯔음에 있는지는 모르기에, 그렇지만 미래에게 ‘어디쯤 있는 지 알아?’ 하고 물어보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기에, 입을 꾹 다물고 천천히 미래를 따라간다.


혼이 빠진 사람처럼, 미래는 천천히 납골당 내부를 걷는다. 칸칸히 붙어 있는 사진들. 화관 같은 것으로 장식한 사진도 있고, 거치대 같은 것을 달아 그 위에 맥주나 기타 먹을 것들을 올려놓은 호화판 사진도 있다. 돌로 만든 신발장 같기도 한 돌벽들을 찬찬히 지나며 하나하나 살피는 미래. 우리의 시선도, 미래를 따라간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주머니. 수많은 사람들의 평범한 얼굴들. 간혹가다 보이는, 젊은 청년이나 아가씨. 저 사람들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송준이처럼 빨리 하늘나라에 갔겠지. 이유가 어쨌든, 큰 슬픔을 보냈겠지, 주위 사람들은.


아니, 할아버지, 할머니의 죽음이라도, 수명이 다한 죽음이라도 슬프지 않은 건 아니다. 어찌됐던 이별이고 작별이고, 영영 못 만난다는 게 슬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 그래서 납골당의 분위기는 무겁고 적막하고, 별로 있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멈춰섰다. 미래는 제자리에서 멈춰섰다. 미래의 시선이 멈춘 곳. 사진들이 빼곡이 붙어 있다가, 이쪽 칸부터는 절반 부근부터 사진이 없다. 아직 다 차지 않은 부근. 송준이가 하늘나라 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이 부근이겠지. 하고 위로 올려다보니 과연, 송준이의 사진이 붙어 있다. ······미래와 함께, 셀카모드로 찍은 것 같은 사진으로.


















말할 시간도 없었다.






작별을 고할 틈도 없었다.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그저 벌벌 떨면서, 현실을 부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이 있다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유치원 때부터 배웠지만 어째서, 아무 잘못도 없는 준이에게 왜. 잘못을 저질렀다면 차라리 내가 더 많이 저질렀는데.





















무서웠다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좋아해주고, 나와 이야기해주는. 처음 만나는, 남자친구 이전에 죽이 잘 맞는 친구를 잃어버린다는 게.




















두려웠다

나 때문에 준이가 죽었다고,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까봐. 가장 가까이에서 사고를 목격했지만, 그게 단순한 내 말 한 마디 때문에 뛰어나간 준이의 행동 때문인 것 때문에.




















보고 싶지 않았다

준이의 발인식 날, 그 모습을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밖에 나와 있었다. 준이 가족들이 울며 바깥으로 나갈 때, 나는 혼자 바깥 구석 의자에 앉아, 숨죽여 울었다.










































천천히, 준이에게 다가간다. 납골당의 다른 사진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준이의 사진만 빛나는 것처럼 준이 사진만 보인다. 나와 함께 찍은, 사고가 나기 얼마 전에 찍었던 사진. 그래서 더 생생하고, 그래서 더 슬픈 그 사진. 불과 얼마 전이라서, 그 때 그 순간이 떠오르는 것 같아 속이 울렁거린다.




벽에 살짝 부딪혔다가, 방향을 바꿔 계속 걸었다. 준이 앞에까지 왔다. 액자에 걸린 사진 옆에, 붙어있는 작은 글귀. 포스트잇에 적힌, 몇 자의 글.




「사랑하는 우리 준이! 너무너무 슬프지만, 우리는 너를 보낼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너무너무 행복해 보이는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으로 붙였어. 여자친구,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준이가 하늘나라에서, 지켜줄 거라고 믿어. 엄마는 준이랑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 누나도! 형도! 아빠도!」



“······흣.”



눈물이 또르르, 어찌할 겨를도 없이 볼을 타고 흐른다. 그 작은 포스트잇 한 장에, 구원이라도 받은 듯 마음 한 켠이 녹아버릴 것처럼 아프다. 원망하지 않았어. 미워하지 않았어.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모든 게 다 사라지고, 빈 공간에 있는 것 같다. 다리에 힘이 풀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문득, 준이가 눈앞에 서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긋 웃으며. 말하고 싶은데,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입만 뻐끔뻐끔,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눈물만 줄줄, 볼을 타고 뚝뚝 떨어진다.



“습─ 쭈니쭈니!”



이제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온 힘을 쥐어짜 소리쳤다. 내가 놀랄 정도로 큰 소리로, 대번에 목이 쉬어 버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나, 어떻게, 못 볼 것 같아서, 흑! 봐 버리면, 정말 더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많이, 많이 힘들었어, 너 없어서, 너랑 못 보니까, 그렇게 갑자기 일어났으니까! 그치만 흑! 하아, 후읏······!”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감정이 봇물 터지듯 한 번에 몰아쳐서 도리어 말이 잘 안 나온다. 눈물만 흐르던 울음도 같이 터져서 말하는 걸 방해한다. 준이는 말없이 웃고만 있다.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순간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한다. 이번이 아니면, 더 이상 작별인사를 할 수 없으니까. 이제는, 이제는 정말 안녕이니까.



“······흑! 준이 너랑 같이 사귀어서, 같이 놀아서, 같이,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정말정말 행복했어!! 나, 나······! 흑! 이제, 이제 안녕이라고 할께! 못 해준 것밖에 안 떠오르지만······! 정말, 흑! 정말 고마웠어! 안녕, 안녕······!”

“······.”



알고 있다. 준이는 이미 예전에 하늘나라에 갔잖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준이도, 내 망상 속의 그런 존재라는 걸. 그렇다고 해도, 지금 만나서 진짜 작별하는 것처럼,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준이에게, 직접 말해주고 싶다. 안녕, 잘 있으라고. 행복했었다고. 종종 찾아오겠다고. 잊지 않겠다고. 준이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하겠다고. 내 망상일지 모르겠지만, 준이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안녕.』

“······흑!”



며칠간, 몇 주간, 넋이라도 나간 듯 멍하니 살아왔다. 준이가 없는 삶은 더 이상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고.



오늘, 여기에 와서, 준이와 만나고, 준이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다시금, 삶의 의미를 찾았다. 하늘에서 보고 있을 준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다시, 일어나서 걸어가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가 계속 괴로워한다면, 준이도 슬플 테니까.









































서럽게 운다. 미래는 아주 서럽게 운다. 내가 본 어떤 사람보다도 서럽게. 비교해선 안 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보다도 훨씬 슬프게. 당연한 거잖아, 이건 정말정말 슬픔이 극한에 달하는 울음인데.



혼자서, 송준이에게 하는 작별인사를, 꽤나 큰 소리로 쩌렁쩌렁 울리게 말한 미래. 그리고는 그대로, 허물어지듯 쓰러져 벽에 머리를 대고 운다. 지금까지 그렇게나 많이 울었는데, 아직까지도 털어낼 슬픔이 남은 것처럼. 그건 그렇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계속해서 슬픔이 생성되겠지. 송준이를 기억할 때마다, 그 때를 생각할 때마다. 그러니까 지금은, 슬퍼하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시아는 미래 옆에서 미래 손을 꼭 붙들고 있다 자기도 같이 펑펑 운다. 희세는 미래 옆에 멀뚱히 서 있기만 하지만 눈에 핑 눈물이 고여 있다. 선생님은 도저히 못 보겠는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서 계신다. 나도, 괜히 마음이 울컥 한다. 나는 눈물이 나는 사람이 아닌데 눈물이 나려 하네. 병X아, 지금은 드립칠 때가 아니잖아.
























미래는 그렇게, 한동안 펑펑 울었다.
























한참이나 울고, 겨우 울음을 그친 미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미래. 힘없이 일어나, 송준이 사진을 빤히 본다. 사진 가까이에 다가가, 송준이에게 입을 맞춘다. ‘다시, 또 올게. 안녕.’ 하고 다정하게 말하는 미래. 이렇게나 애틋한 미래를, 예전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만큼 너무 큰일이었으니까. 작별인사를 마친 미래. 천천히, 납골당 바깥으로 나온다.



“······배고파요.”

“그럴 만도 하지. 많이 울었으니까.”



시무룩한 말투로 나를 보고 말하는 미래. 흠칫 놀랐다. ‘요’라고 존댓말을 쓰는 미래가 대체 얼마만인지. 울음 섞인 퉁명스런 말투지만 뭔가 말하는 것도 예전 같은 느낌이 돌아온 것 같아 가슴마저 울렁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미래가, 드디어, 드디어······! 완! 전! 부! 활!!! 아니, 드립치지 말라니까 지금은?!



“······밥 사주세요.”

“아니, 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딸린 처자식이 있는데.”

“······누가 처자식이야!? 자식은 있지도 않은데! 자꾸 그딴 드립 칠래?!”

“아하핫,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요즘 흥하는 희세 놀려먹기. 부부 컨셉으로 놀려먹으면 금세 창피해하며 나를 응징하려 한다. 선생님이나 시아 같은 다른 사람들까지 있으면 더욱 많이 부끄러워한다. 귀엽게시리. 지켜보던 선생님은 피식 웃는다. 시아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미래 옆에 찰싹 붙고.



“거참, 남자친구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어요. 없는데.”

“아······ 그, 음, 미안, 그,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아 농담이잖아요?!”

“그런 농담을 펑펑 울고 납골당 앞에서 하냐!? 회복이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

“왜 기운 차려도 X랄인데요?!”



아니, 강철멘탈도 정도가 있지, 방금 전까지 그렇게 짠하게 펑펑 울고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감성적으로 작별인사 하던 여자애가, 자기 남자친구 가지고 고인드립 치는 건 또 뭔데! 너무 당혹스러워서 말도 잘 안 나오잖아. 미래는 싱긋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드립을 치며 나를 몰아세운다. 원래대로 돌아와도 너무 일찍 돌아왔잖아!



“그게 하나님의 뜻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요. 아무래도 하늘나라에서, 저희 준이를 애타게 찾았나봐요. 쓰임이 있으니까, 먼저 데려가신 모양이에요.”

“······그거, 진심이냐.”

“정말 이젠 하나님 뿐이에요.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세요. 구원 받으셔야죠.”

“하지마, 진짜 같아서 무섭잖아. 의지할 게 없어서 진성 기독교도가 된 것 같아서 무섭잖아.”

“에헤헷☆ 교회나 다닐까요, 마음의 평안이나 얻게?”

“······너 진짜 강철멘탈이다.”



장난스럽게 말하는 미래를 보고, 내가 더 혼란스럽다. 진짜 회복한 건지, 아니면 맛이 가 버려서 그런 건지. 반신반의하게 된다. 한달 가까이를 그렇게나 힘들어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스위치 껐다 켠 것처럼 바로 회복이 되다니. 싱긋 웃으며, 미래는 앞으로 빠르게 걷는다.



“이제, 괜찮아질 거에요. 그렇게 되도록, 노오오오력할 거니까요. 슬퍼할만큼 많이 슬퍼했어요. 계속 슬퍼한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아─ 작별인사 하니까, 속이 다 후련하네요. 진작 올 걸 그랬네.”

“······그래.”



뭔가 드립과 진심이 섞인 미래의 말에 섣불리 드립을 얹을 수가 없다. 미래다운 표현 방식인 것 같다. 그래, 어쨌든. 그렇게나 바라고 바라던, 미래가 툭툭 털고 일어서는 모습. 간만에 활기찬 미래의 모습을 보니 나까지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미래 옆에 붙어 있는 시아도 방긋방긋 웃는다.









--






선생님 차를 타고, 시내로 도착했을 때엔 벌써 저녁. 모처럼만에 선생님이 저녁을 사 주셨다. ‘······이번달 돈 아끼려고 대충 떼우려고 했는데. 꼬꼬마 덕에 통장 거덜나겠네.’ 하는 농담을 들으며. 밥까지 다 먹고, 미래와 시아와 헤어지고, 나와 희세는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숙사 쉬는 날이 아닌 담에야, 기숙사엔 늘 불이 켜 있다.



“공부.”

“아 좀. 오늘 같은 날은 쉬면 안 돼?”

“오늘 하루종일 놀았잖아. 그러니까 공부해야지.”

“하아.”



배도 부르고, 마음도 시원하고,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있는데 문이 열리고 희세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쉬는 것을 갈구하는 마음으로 항변해보지만 소용없다. 마나님의 기세는 너무나 강대해서, 나로서는 거역할 수 없다. 가방에 대충 수학참고서 챙기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봐봐, 성빈이도 열심히 공부하잖아.”

“응, 안녕~ 헤헷, 방금 전에 올라왔는걸.”

“안녕. 하아.”



결국엔 억지로 열람실로 끌려온 나. 한숨을 푹 쉬며, 인사하는 성빈이에게 마주 인사한다. 고3이라는 절대명제는 너무나 잔인하구나. 미래의 일을 끝낸 게 겨우 오늘인데, 그것과는 상관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니.





“뭐 얼마나 했다고 쉬자고 그래.”

“도끼질만 몇시간 한 나무꾼하고, 50분마다 10분씩 도끼를 갈고 나무를 팬 나무꾼하고, 효율이 몇 배나 차이났데. 쉴 때는 쉬어야지.”

“······피이. 집중도 안 하고 멍 때렸으면서. 말은 청산유수야.”



나는 열람실하고 체질이 안 맞는 것 같다. 희세 말대로, 멍때리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희세에게 옆구리 꼬집혀 정신 퍼뜩 들고, 한 20분 집중해 공부하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열람실 밖으로 나왔다. 희세까지 덤으로 데리고서. 바깥은 겨울이라 추워서 못 나가겠으니, 열람실 밖 쉼터 의자에 앉았다. 아, 시원하다.



“미래, 잘 해결된 것 같네.”

“응. 확실히. 너무 멘탈회복이 빨라서 내 쪽이 더 당황스러울 정도지만.”



나와 마주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는 희세. 나 또한 희세를 보고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희세는 내팽겨쳐두고 자꾸 미래, 미래 하고 미래 얘기만 한 내 자신에게 조금 질책하고 싶다. 그동안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날 지원해준 희세에게 고맙다고도 하고 싶고.



“고마워.”

“뭐가?”

“묵묵히 도와줘서, 미래 그렇게 하는 거.”

“뭘, 미래가 너만 친구야? 나랑도, 우리랑도 전부 친구인데.”

“그렇네.”



내 고맙다는 말에 뾰로통하게 말하는 희세. 그 말에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도리어 난 이번에, 웅도 다시 봤는데.”

“응?”



지그시 나를 쳐다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희세. 고개를 갸웃거리며 희세를 쳐다본다.



“주위에서 오지랖이라고, 그렇게나 뭐라고 하는데도 꿋꿋이 미래 위해서 뛰어 다녔잖아. 공부는 안 하지만, 그건 멋있었어.”

“후후. 그냥 오지랖 맞지. 엄마한테 그것 때문에 한 소리 들었는데.”

‘쪽!’

“?!”



희세의 말에 살짝 부끄러워져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한다. 내 대답이 채 끝나기 전에 갑자기 희세가 몸을 쭉 뻗어 내 볼에 뽀뽀를 한다. 흠칫 놀라 얼굴이 화악 달아오른다.



“······상.”

“······아.”

“······엣.”



‘상’, ‘아’, ‘엣’ 세 개의 한 단어들이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울려 퍼진다. ‘상’이라고 말한 건 희세. ‘아’라고 말한 건 당연히 나. 그런데, ‘엣’은? 열람실 문을 열고 막 나오려던 성빈이. 나와 희세를 빤히 둘러보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다.



“미, 미안, 방해하려던 건 아닌데······ 하, 하던 거 계속 해~”

“아, 아니 성빈아! 뭘 하던 걸 진행하라는 거야!? 이, 이거는 그게!”

“······뭘 변명하는데! 여자친구가 남자친구한테 뽀뽀하는 게 잘못이야? 바보, 멍청이.”

“아니, 그냥, 그······ 본능적으로 변명하고 싶잖아, 이런 건.”



성빈이는 싱긋 웃으며 그대로 다시 열람실로 돌아간다. 열심히 변명하려 하니 상여자(?) 희세가 옆에서 볼멘소리로 말한다. 어차피 성빈이는 도로 들어갔고, 어차피 보여버렸으니 돌이킬 수 없으려나. 뒷머리를 긁으며, 볼이 화악화악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자리에 도로 앉는다.










어쨌든, 뭐. 잘 되었으니 좋은 게 좋은 것일까.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지만, 미래, 다시금 활기차게 돌아왔다.









이제, 고3이다! 야, 신난다! 아, 안 돼! 돼!


작가의말

이렇게, 미래의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2화밖에 안 되는데, 뭔가 되게 길게 느껴지네요. 원래는 3화 정도로 해서, 중간 1화는 미래 방황하고 아파하는 걸 쓰고 싶었는데...... 쓰는 제가 다 무기력해지더라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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