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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2,997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6.02.21 10:16
조회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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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9쪽

18화 - 3

DUMMY

“아하, 맛있겠다.”

“……좀 희세, 이상한 것 같지 않아?”



도착한 도시락. 언제나와 다를 게 없는 평범한 반찬. 나는 괜히 오버하는 말을 꺼냈다가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이 되었다. 내 말에 성빈이가 조금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펄쩍 놀라 얼른 변명하려는 찰나.



“오빠도 이상하죠! 말수도 겁나 적고!”

“……내가 뭐.”



이어지는 미래의 말에 다들 시선이 희세에게로 쏠린다. 특유의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답하는 희세. 웅도는 그런 말 안 해…… 적어도, 저런 식으로 기분 별로 안 좋은 걸 대놓고 티내는 감정표현은 어지간하면 안 하니까.



“이, 이상하긴 뭘 이상해! 희세 오늘 텐션 완전 올랐나보지!”

“우웩, 갑자기 3인칭화? 희세 쪽이 좀 더 망가진 것 같은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말을 꺼내보지만 도리어 더 큰 사단을 내는 나. 내가 나희세면서 ‘희세’라고 다른 사람 부르듯 말해버렸다. 물이 새는 구멍을 막으려다 도리어 더 구멍이 커지는 기분.



“……아니거든.”

“진짜 이상하네?!”



볼멘소리라 답하는 희세. 아 그러니까 희세 까는 거에 네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모양새 이상하잖아?! 무, 물론 남자친구 여자친구니까 그 정도는 개입할 수 있겠지만……! 아, 몰라.



“오빠. 시아는 안 불러요? 시아는 이제 필요 없음? 희세랑 사귀니까?”



그러고보니 시아가 없다. 사실 시아, 나 말고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딱히 친하지 않으니까. 기껏해야 모두에게 천사인 성빈이나, 둥글둥글한 민서 정도하고나 친할까. 내가 따로 챙기지 않으면 시아는 보통 자기 친구들과 밥을 먹는다. 애초에 학년까지 다르니. 하지만 지금은, 내가 희세로 바뀐 어이없는 상태이기에 미처 시아를 챙기지 못했다.



“……내가 왜 걔를 불러.”

“와~~! 여러분 보십시오 이게 바로 정웅도입니다! 이렇게 냉혹하고, 잔인하며 인간의 탈을 쓰고 가장 잔혹하고 더러운, 웁웁!”

“시, 끄, 러……!”



물론 희세 입장에서는 시아를 부를 일이 없다. 가뜩이나 지금도 가끔씩 ‘저랑 사귀실래요? 세컨으로.’ 하는 엄한 드립을 치는 시아인데, 사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 시아와 희세 사이이니 신경 써서 부를 처지는 아니다.


……문제는, 그걸 희세 입이 아니라 정웅도의 입으로 말했다는 점. 미래가 떠들어대는 대로, 정식으로 정웅도의 인맥 정리와 여자관계 가지치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 돼 버리는 것이다. 웅도가 그렇게 말해버리면. 황급히 미래의 입을 틀어막는다. 가뜩이나 둘이 바뀌어서 심란한데, 오늘따라 근미래는 이렇게나 X랄이 심한지.



“으음~ 하아.”

“……왜?”

“아니야, 그냥.”



기지개를 쭉 펴는 성빈이. 조금 피곤해 보이는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린다. 과도한 학업으로 피로한 걸까. 가만히 도시락을 먹던 희세, 잠자코 성빈이에게 말을 건다. 고개를 저으며 방긋 웃는 성빈이. 성빈이는 나랑 친한 만큼 희세랑도 친하니까. 희세도 이제는 성빈이를 어떤 연적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친한 친구로 여기는 것 같고. 그래서 성빈이를 대하는 것은 그나마, 다른 애들에 비해 덜 어색하다.



“브라 사이즈 바꿨어? 바꾼다고 했었잖아. 커진 것 같다고.”

“……?!”



희세의 말에 눈이 커진 나. 뭐가 커졌다고……?! 성빈이가, 그렇다고?! 이제 성빈이도, 빈유 캐릭터를 탈피하고 거유 쪽으로!?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성빈이, 충분히 컸거든??!


성빈이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진다. 속옷 사이즈가 어쩌고 하는 말은, 솔직히 내 앞에서 할 말은 아니다. 여자애들만 있다면 상관 없겠지만. 근데 잠깐만, 지금은 내가 희세잖아……? 그걸 말한 건, 웅도 모습의 희세이고……? 그러니까 희세, 나를 나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여자애들만 있다고 생각하고 무심결에 말한거야? 자기가 내 몸이란 건 생각 못 하고?!



“무, 무슨 소리야! 희, 희세 너 그런 것까지 웅도한테 말해?! 너무해!!”

“……아.”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상당한 오해가 있는데 지금!”



당장 울 것 같은 표정이 된 성빈이. 수치심 때문인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믿었던 웅도에게 그런 성희롱 발언을 들은 것과, 마찬가지로 믿었던 희세가 웅도에게 그런 개인적인 것까지 말했다는 사실에 따른 배신감. 잠깐만, 표면상으로는 그렇게 보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니까?! 오해라구 오해! 하지만 어떤 변명을 해도, 이 상황은 솔직히 모면하기 힘들 것 같다.



“웅도 변태! 왕변태! 비니 속옷 얘기는 왜 꺼내! 변태변태 왕변태!”

“아니라니까?! 넌 AA컵밖에 안 되는 주제에!”

“……?!”



잔뜩 희세를 보고 놀리는 리유. 분명 희세를 보고 뭐라고 하고 있지만, 그 희세가 나잖아. 나를 타겟으로 하는 말이기에, 발끈 화를 내며 말했다. 내 말에 흠칫 놀라는 리유. 눈이 휘둥그레져서, 핏기없이 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내가 AA컵인지 히이가 어떻게 알아?! 웅이한테밖에 안 말했는데!!”

“아, 그, 그건……!”



한 번 붕괴되기 시작한 멘탈은 겉잡을 수 없이 내부에서 상호확증파괴 단계를 밟고 있다.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는가. 흥분에서 친 드립이, 리유가 나에게만 말한 사실이었다니. ……아니 근데 리유, 얜 애가 뭐 이래?! 보통 속옷 사이즈는 제일 친하고 사이 좋은 동성친구에게 말하는 거 아니야?! 암만 친해도 남자애한테 그런 거 말하긴 껄끄럽잖아! 나한테는 엄한 거 말해줘놓고 정작 다른 애들한테는 말 안하다니. 그게 더 이상해.



“우와, 이 두 사람…… 비밀을 스스럼없이 공유하다니…… 인성 쓰레기인 부분 인정? 어 인정?”

“아니 그게…… 그…….”

“…….”



타이밍 좋은 미래의 딴지에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성빈이는 이제 거의 훌쩍이고 있고, 리유도 심통이 난 표정. 유진이도 민서도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희세는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다. 분위기가 다소 심각해진다.



“할 말 있어. 우리, 몸하고 영혼이 바뀌었어.”

“……에엥?!”



징조도 없이 뜬금없이 말을 꺼내는 희세. 잠깐만, 그걸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도 됩니까……? 문득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자니 기분이 미묘하다. 내가 저렇게 진지하고 멋진 표정도 지을 수 있었구나.


희세의 말에 다른 의미로 심각해진 분위기. 다들 무슨 얘기인지 단숨에 알아듣지 못하고 벙찐 표정이다. 그럴 만도 하지, 육체와 영혼이 바뀐다니. 무슨 판타지야? 당사자인 나와 희세도 아직까지 얼떨떨한데.



“그러니까! 그,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나랑 희세가 바뀌어 있었어! 너무 어이없지, 하핫!”

“……?”



특유의 허파에 바람 빠진 톤으로 명랑하게 말하는 나. 희세 몸으로 ‘나랑 희세가’ 라고 말하니 애들은 더욱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이, 이걸 어떻게 잘 설명하지?



“그러니까 나랑 웅도랑, 있는 말 없는 말 하고 그런 거 아니니까. 그냥, 몸이 바뀐 거니까.”

“모, 몸이 바뀌다니…… 그게 가능해?”



희세는 특유의 볼멘소리로 뾰로통하게 말한다. 방금 전까지 거의 울먹이던 성빈이. 이제는 진정됐는지 멍한 표정으로 희세를 보며 묻는다. 그렇긴 하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몸이 바뀌었다는 게. 뭔가 장난 같잖아, 둘이 짜고 애들 놀리는 것처럼. ……실은 나랑 희세는 그 정도로 친하지 않지만.



“캐나다의 수도는!”

“어…… 몬트리올?”

“루트 2의 근사값은?!”

“어…… 1.몇 이었는데.”

“소말리아의 GDP는??”

“그걸 어떻게 알아?!”



갑자기, 스피드 퀴즈라도 하듯 빠르게 물어보는 미래.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괜히 당황해서 얼떨떨해서 대답한다. 질문들이 난해하기 그지없다. 종국에는 소리칠 수밖에 없는 퀴즈. 소말리아 GDP를 내가 어떻게 알아?!



“나희세 아니에요! 웅도오빠 인정합니다!”

“무슨 기준인데!”



싱긋 웃으며 결론을 내리는 미래. 퀴즈에 대답하지 못했다고 성급하게 나희세가 아니라고 단정 짓는 미래도 미래지만, 다른 애들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게 더욱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물론 희세라면 다 대답했겠지만.



“그럼 나희세 테스트! 몽골의 수도는?”

“울란바토르.”

“원주율의 근사값은?!”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GDP는??“

“14년 기준 1인당 696$”



다시금 펼쳐지는 미래의 요상망측한 퀴즈. 근데 다 맞춘다?! 아니, 이런 건 어떻게 외우고 있는 거야! 공부 잘 하는 거랑은 별개의 영역이잖아!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그렇지, 똑똑한 것도 정도가 있지!



“미쳤어?! 그걸 다 어떻게 아는데! 너네 지금 짜고 치는 거야?!”

“나희세 맞네! 빼박이네! 이쪽은 태클 거는 거 보면 100% 오빠 맞고! 어쩐지, 이상하더라!”

“아니…… 뭔가, 바뀐 걸 인지한 건 좋은데…… 기분이 나쁘다?”



내 태클에 좋아선 내 어깨를 팍팍 때리며 즐거운 목소리로 말하는 미래. 평소에도 정신상태가 안드로메다에 있는 미래인만큼 이렇게 변한 판타지 상황을 가장 빨리 이해한다. 미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미묘하게 희세에게 진 것 같아서 마음이 언짢다.










--









“그러니까, 두 사람이 몸과 영혼이 바뀌었다는 말이야? 희세는 웅도고, 웅도가 희세?”

“예, 사실입니다.”

“……어.”

“확실히, 말투 보면 바뀐 것 같긴 한데.”



한바탕 난장판이 되고 개판이 된 분위기를 정리하는 성빈이. 명쾌한 정리에 나와 희세의 대답. 분위기와 기분이 그대로 드러나는 서로의 말투를 듣고 유진이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외모가 바뀌어도 나와 희세의 분위기는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 물론 그것도 ‘영혼이 바뀌었다’는 걸 알고 나서야 그렇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그럼, 나나 리유에 대한 것도, 서로 말한 게 아니라 바뀌어서……?”

“응응! 그렇다니깐?! 우리가 미쳤다고 그런 민감한 얘기까지 서로 말하겠어!”

“……그만큼 안 친해.”

“어, 응…….”



성빈이는 미안한 표정으로 힐끔 나와 희세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한다. 이제야 이해해주는 성빈이를 보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이어지는 희세의, 조용하지만 확실한 대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내가 안 친하다고, 혼자 생각하는 건 그렇다고 치지만, 희세 쪽에서 그런 말을 해주면…… 확실하게…… 나와 희세는, 안 친한 걸로…….



“그럼 이제 히이가 웅이고 웅이가 히이야? 웅이만 엄청 이득 아니야? 웅이 변태니까.”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보며 말하는 리유. 하앜하앜 리유 기여어! 지금 보니까 리유, 희세와 나를 대하는 게 눈빛하고 말투부터 달라지는구나. 내 쪽에게 말하는 게 좀 더 귀여운 것 같아.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귀엽지 않다. 도리어 오해의 소지가 가득한 말을. 계속 말하지만, 내가 변태네 어쩌네 하는 논쟁은 이전에 끝났잖아! 난, 변태가, 아니라니깐?!



“……너는 무슨 짓을 했길래 리유가 자꾸 변태 어쩌고 해?”

“아니! 아무 짓도 안 했어! 이 쬐끄만 애한테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말하는 희세. 내 몸인 상태지만 묘하게 귀여운 표정. 눈에서 특유의 희세 같은 기운이 느껴져서, 희세 얼굴이 겹쳐 보일 정도로 평소 희세랑 비슷한 표정이기에. 당황해선 얼른 변명. 아니 변명이 아니라, 진짜 안 했는데! 리유한테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에에~ 그럼 안 쬐끄만 희세한테는 뭐 하려고 했나요~?”

“왜, 사귀는데. 2년 넘게 알고 있는데, 충분하잖아? 할 수도 있지.”

“드립이 과하거든 유진아?! 하긴 뭘 해!!”



드립 몰아가기 전문가 미래의 드립 시발점과, 생긴 것과는 다르게 여고생의 범주를 넘어서는 발언을 하는 유진이. 여자애들 앞에서 이런 말 하고 있으려니 잔뜩 부끄러워져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얼른 대답한다. 하다니, 하긴 뭘 해!



“키스 했는데 키스! 막 웅이 어쩔 줄 몰라 하던데?!”

“에엑─! 히익 페도! 로리콘! 쓰레기!”

“아, 아니이! 그건, 분위기상 그렇게 되는 건데! 그보다 리유 우리랑 동갑이라니까?! 왜 그게 페도고 로리콘이 되는데?!”

“……키스 했어?”

“어, 그…… 그게, 응…… 예전에…….”



싱긋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리유. 깜짝 놀라는 성빈이와 민서의 표정이 눈에 확 들어온다. 아니, 한 때의 추억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애들 앞에서 말하는 건 어느 나라 법도야?!


껀수(?)를 발견한 미래, 내 어깨를 탁탁 치며 몰아가기를 시전한다. 이런 때엔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어떻게든 변명해보려 하지만, 이어지는 희세의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에 순식간에 기세가 죽은 나. 마나님 앞에서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전 여친 얘기를 왜 지금 여친 앞에서 꺼내는 건데. 서로 알지 않아도 될 사실인데, 가뜩이나 사이 안 좋은데. 더 안 좋아질 것 같잖아.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도로 돌아올 수는 없어?”

“……그건 우리도 모르지. 어쩌다 이렇게 바뀐 지도 모르니까.”



희세가 나를 흘겨보고, 나는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때. 마침 타이밍 좋게 민서가 주제를 돌려준다. 민서, 이 착한 녀석. 빠르게 고개를 들어 민서를 쳐다보며 대답한다.



“안 바뀌면 그것도 큰일이잖아? 그치?”

“그치. 오늘도 씻는 데 희세가 절대 보면 안 된다고 눈 가리고 씻겨줬는데.”



성빈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나.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 싶지만,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노력하는 일환이다. 희세는 ‘그런 것까지 말하시겠다?’ 하는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흘겨본다. ……괜히 말했나?



“에에~ 뭔가 웃길 거 같은데. 어─ 그럼 희세는? 희세는 오빠가 씻겨줬어요?”

“아니, 이런 건 명백하게 역차별이니까. 남자는 여자애 몸을 봐선 안 되지만 여자애는 남자애 몸을 봐도 되거든.”

“……뭐라는 거야, 바보가.”



무슨 말을 해도 이 상황이 즐거운 미래. 빙글빙글 웃으며 말한다. 나는 잠자코, 남녀차별 역차별 현실을 고발한다.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나지막이 혼잣말하는 희세.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희세 네가 내 알몸을 봤다고 나도 희세 몸 봐야징~♪ 하는 변태성이 아니라, 나도 눈 가리고 안 봤으니 희세도 눈 가리고 안 봐야 한다는, 공평성과 형평성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건데.



“엑! 그럼 봤어? 봤어 희세?”

“보, 보긴 뭘 봐.”

“그거 그거!”

“커?”

“무슨 얘기 하는 거야 너네는?! 본인 여기 떡하니 있는데!”

“아 맞다. 희세 모습 하고 있으니까 까먹게 되잖아요! 여자애들만 있는 줄 알고!”



대화를 자꾸만 엄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에는 미래만한 녀석이 없다. 거기다 의외의 섹드립 재능이 보이는 유진이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호랑이에 날개를 단 꼴. 아니, 내 그거(?) 얘기를 왜 본인이 듣는 앞에서 하고 있는 건데, 얘네는! 창피하지도 않나?! 괜히 희세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무엇을 보았기에…… 무엇을 보았기에! 끄악!







“어쨌든, 다시 돌아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프로답지 않아요!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 남자로 돌아갈 수 없는 거에요!”

“……노력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엉망진창이 된 상황을 다시 한 번 정리해주는 성빈이. 점심시간도 다 끝나간다. 미래는 여전히 드립모드이기에 들을 가치가 없는 말들을 내뱉는다. 가볍게 제압하곤 한숨을 푹 쉰다. 나도 돌아가고 싶지. 돌아가고 싶은데. 애초에 바뀐 원인도 모르는데, 어떻게 돌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겠어.



“트루─러브 아닐까?”

“……그건 무슨 소리야.”



유진이의 은밀한 웃음에 희세는 조금 불안한 눈초리로 떨떠름하게 대답한다. 나도 뭔가 불안한데. 트루─러브라니, 무슨 왕국에서 나올 법한 얘기를. 그보다, 유진이의 저 눈빛, 뭔가 무섭잖아.



“둘이 바뀐 건, 실은 요즘 권태기여서 그런 거 아닐까?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서로에 대해 진정한 사랑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그게 돼? 너무 얼렁뚱땅 넘어가는 거 아닙니까, 현실적인 문제를?”



즐거운 듯한 눈웃음을 짓고, 나와 희세를 번갈아 보며 말하는 유진이. 뭔가 심오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지라 슬며시 태클을 건다. 의도는 좋은데, 그게 그렇다고 서로의 몸이 바뀌면. 세상 모든 커플들은 한 번씩 이렇게 바뀌어 줘야 하는 거잖아.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말도 있잖아요! 두 사람은 갱년기니까, 대통령님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바뀐 거에요! 아아, 대통령 한 번 더 했으면 좋겠어. 정말, 너무 불쌍해.”

“끔찍한 소리 하지도 마.”



미래 지금, 알고 ‘갱년기’드립 치는 거지?! 바로 앞에 유진이가 ‘권태기’라고 제대로 알려줬는데. 그보다도, 대통령 2선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립으로 치다니, 이 녀석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라…… 하핫, 진짜 우주가 도와줘서 바뀌었으면 좋겠네.



“어쨌든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현실적으로. 그냥, 너희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오해하지 말고. 지금 나랑 얘, 바뀐 상태니까.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지 말고. 말만 안 하면 바뀐지 어쩐지 모르니까. 알고 있는 사람. 너희랑 담임 선생님 정도밖에 없으니까. 알았지?”

“응…….”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는 것을 보고, 모두를 스윽 둘러보며 말하는 희세. 희세 말대로,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점심시간 내내 드립이나 치면서 말장난이나 실컷 했지.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말에, 성빈이는 이제는 살짝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희세를 보며 대답한다. 그래도 다행이네, 오해가 풀려서.



“네네, 잘 알았습니다! 제 입은 무거우니까, 오빤 걱정 마세요!”

“네가 제일 걱정돼.”

“걱정 마시라니까요! 저 어차피 이런 거 말할만큼 친한 친구가 없어서! 데헷☆”

“그건 묘하게 슬픈데.”



미래의 지나치게 솔직한 말에 괜히 나까지 서글퍼진다. 1학년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미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그렇게까지 친구가 많지는 않구나. 뭐, 내가 남말할 처지는 못 되지만.





바뀐 지 반나절, 숨기지 못하고 결국엔 애들에게까지 들켜버렸네. 선생님께는, 아침의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바로 실토했지만. 아아, 괜히 엄청 피곤한데. 아직 점심밖에 안 됐는데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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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97 연필유령
    작성일
    16.02.21 11:56
    No. 1

    어라라 내용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6.02.21 22:29
    No. 2

    ......욕을 좀 먹어서. 빡쳐서, 바꾸려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간고등어
    작성일
    16.02.22 01:31
    No. 3

    저..저기 05화 2에요. 한참 전의 이야기 지만 한마디 하겠습니다. 삼청교육대로 보내버린다 라고 하셨는데 그말은 좀 수정해주시길 바랍니다. 삼청 교육대는 제 5공화국 전두환 시절 한국판 굴라그 라는 악명을 가지 고 있고 깡패들을 잡아 드린다고는 했지만.. 선량한 노동조합원들과 심지어 중학생까지잡혀간 곳 입니다. 꼭좀 수정 부탁 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6.02.22 22:49
    No. 4

    네, 그 부분은 수종하도록 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앞엣부분은 오탈자와 맥락 수정이 꼭 필요했거든요. 지적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간고등어
    작성일
    16.02.22 23:35
    No. 5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6.02.23 10:50
    No. 6

    저도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6.11.12 10:42
    No. 7

    그렇군요~ 희세는 웅도의 몸을 봤던거군요~
    얼굴을 붉히는거보니까~
    근데 왜 웅도에게는 희세의 몸을 볼 기회를 박탈했을까요???
    허허허허헛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6.11.12 10:42
    No. 8

    근데 설정상 웅도의 그기 크기는 큰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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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03화 - 2 +5 16.04.10 894 11 24쪽
241 03화. 꿈도 희망도 없어, 내 앞날은. +3 16.04.04 744 11 20쪽
240 02화 - 4 +3 16.04.03 873 9 18쪽
239 02화 - 3 +3 16.04.02 847 7 21쪽
238 02화 - 2 +1 16.03.30 821 8 19쪽
237 02화. 이제 그만, 안녕, 하고 말하고 싶어도. +1 16.03.29 961 8 16쪽
236 01화 - 4 +1 16.03.25 907 9 20쪽
235 01화 - 3 +3 16.03.23 1,047 10 20쪽
234 01화 - 2 +7 16.03.20 903 9 23쪽
233 01화. 힘든 일은 언제나 예고 없이. +4 16.03.17 896 11 20쪽
232 3부 시작은 웅도인 줄 알았나요? 유감이네요, 미래랍니다......☆ +3 16.03.15 990 10 15쪽
231 18화 - 5 +7 16.02.23 1,062 12 17쪽
230 18화 - 4 +1 16.02.22 829 9 15쪽
» 18화 - 3 +8 16.02.21 938 10 19쪽
228 18화 - 2 +8 16.02.01 906 10 22쪽
227 18화.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을 때! +7 16.01.26 878 12 16쪽
226 촬영은 이제 더는 없는 건가요- +10 16.01.06 1,037 17 7쪽
225 17화 - 4 +7 16.01.06 809 16 22쪽
224 17화 - 3 +8 16.01.05 968 13 19쪽
223 17화 - 2 +8 16.01.03 941 14 19쪽
222 17화. 너에게 하고 싶은 말. +5 16.01.03 954 20 20쪽
221 16화 - 4 +5 16.01.02 791 11 14쪽
220 16화 - 3 +6 16.01.01 913 1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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