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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2,980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6.02.23 11:44
조회
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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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7쪽

18화 - 5

DUMMY

두둥.


크고 아름다운 나무.


우리 동네에 이런 나무가 있었나, 싶은데. 소위 ‘정자나무’라고 불리는, 마을마다 한 그루씩 있는 수호신 같은 나무인가보다. 정자나무니까 여자애들은 함부로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된다. ……그런 질 낮은 섹드립은 속마음으로만 생각하고.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란다.”

“하아.”



희세는 날카로운 톤으로 말한다. 그래봐야 정웅도 상태라 평소의 희세 같은 높은 츤데레 톤의 목소리가 아니지만. 반면 나는 평소처럼 차분하게 말해도 희세 목소리라 톤이 상당히 높다. 한숨을 낮게 쉬는 희세.


나와 희세는 선생님의 말대로 그 전설이 담긴 정자나무 앞으로 왔다. 교무실로 가서, 이런 거 저런 거 여쭤본 뒤. ‘야자 빼먹어도 오늘은 퉁 쳐줄게’ 하는 선생님의 관대한 처사를 받고, 학교에서 꽤 오래 걸어 이 정자나무 앞에 도착했다.


도심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으니까 당연히 모르지, 이런 게 있었는지 어쩐지도. 가만 보니 참 크고 아름다운 나무다. 겨울 가까이 다가오는 계절에도, 아직까지 푸른 기운이 남아 있다.



“……근데 뭘 해?”

“……그러게.”



막연하게 오긴 왔지만 무얼 해야 하는지는 나도 희세도 잘 모른다. 그저 선생님 말만 듣고 무작정 온 건데. 정말 말장난 했던 것처럼 나는 목매달고 희세는 미친 듯이 뛰면 되는 걸까. 아니, 그러면 둘 다 죽는 거잖아?!



“트루─러브에요!”

“?!”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어깨를 들썩일 만큼 놀란 희세. 얼마나 놀랐는지 ‘힉!’ 하는 소리를 낼 정도. 나는 희세가 놀란 소리에 덩달아 덜컥 놀랐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근미래.



“모두의 심장에 도큥! 러브 애로우 슛! 사랑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당신들이 불쌍해!”

“다, 닥쳐!”

“여, 여기는 어떻게……?”



제멋대로 주문과도 같은 드립을 쳐대는 미래. 잔뜩 즐거운 웃음을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얼른 드립을 받아쳐준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몸이니까.


미래와 함께 뒤로 우르르 같이 오는 리유, 성빈이, 유진이, 민서, 시아. 희세는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으로 얼떨떨하게 모두를 쳐다보며 묻는다.



“성빈이한테 부탁해서, 테이블에 도청장치를 설치했었거든. 어디로 갈지 다 들었지. 의외로 선생님도 선선히 협조해주셔서.”

“서, 성빈이 너마저…… 여러분 제 귀에 도청장치가 설치돼 있습니다! 테이블 밑에 도청장치가!”

“미안, 헤헤헷. 다들 부탁하니깐.”



예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무서운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유진이. 도청장치라니…… 우리가 어찌 알았겠는가. 어쩐지, 성빈이가 움찔움찔 거리면서 안 가고 나랑 희세 눈치 빤히 살피더라니. 임성빈, 이 무서운 여자애. 잠깐만, 어디서부터 도청이 된 거야. 설마, 그럼…… 나랑 희세랑 허심탄회하게 서로에게 속내 밝히는 부분까지 전부……?!



“나 궁금한 거 있어! 히이랑 웅이, 왜 자꾸 원래대로 돌아오려고 안달인 거야?”

“다, 당연하잖아?! 이 상태로 천년만년 산다고 생각해 봐!”

“우웅? 재미있잖아! 나도 웅이 돼 보고 싶어!”



대화의 흐름을 바꾸는, 리유의 뜬금없는 질문. 게다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절로 태클을 걸게 만드는 물음이다. 당연하잖아, 이런 상황이면! 나나 희세나, 이 상태로 계속 있으면 서로의 인생에 폐 끼치는 게 너무나 명백하잖아! 나는 나고 희세는 희세인 게 원래 상태인데!



“조급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잘 되지 않는 게 우리네 인생사지요.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요. 그렇게 짧지 않잖아요, 우리 인생. 무엇이 그리 급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나 바쁘고 조급하게 달려만 갈까요. 천천히, 느림의 미학을 즐겨보세요.”

“……교양 라디오 채널 어떤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좋은 말씀 같네.”

“아줌마 아니거든!? 나름 생각해서 해준 말인데!”

“너야 네가 이 입장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지! 얼마나 조급한데!”



유진이는 산들산들 산들바람을 맞으며 시라도 읊듯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어둑어둑해지는 분위기와 참 안 맞는다. 잠자코 태클을 거니 ‘아줌마’라는 어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진이. 나도 나대로 흥분해선 말한다. 이러니까 그냥 희세랑 유진이랑 흔하게 다투는 것 같은 모양새인데.



“조급하게 생각할 거 없잖아! 둘 다!”

“우리 다 버리고 사귄 주제에, 배려해주지 말란 말에요! 어차피 다 먹고 버린 주제에!”

“누가 뭘 먹고 버려! 난, 그냥…… 그…… 하아.”

“……역시 다 들었네. 후우.”



유진이를 옹호하는 듯 말하는 민서. 그러나 민서가 말하는 ‘조급한 생각’은, 서로의 몸을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 조급함이 아닌 것 같다. 이어지는 시아의 말을 들으면 그 맥락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지. 나하고 희세의 허심탄회한 속마음, 다들 들은 모양이다. 희세도 알아 차렸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푹 쉰다.



“문제의 핵심은 이거잖아요? 오빠는, 본처하고 알콩달콩 하고 싶은데, 5첩들이 뻔히 친구로 있으니까, 그게 껄끄럽다 그 얘기잖아요?”

“누가 본처고 누가 5첩인데! 여자애 주제에 자꾸 처첩제 언급하지 마! 그리고, 그런 거 아니니까!”

“에헷☆ 부끄러워하긴. 저는 벌써 출가외인이니까 아무 상관 없잖아요? 아니면, 유부녀 NTR까지?! 정말 엄청난 변태네요, 오빠는.”

“아니라니까!”



확실히 들었구나. 희세의 1처 5첩 드립까지. ‘여자애 주제에’ 하는 식으로 말하니 괜히 희세까지 겸연쩍어 하는 게 보인다. 어쨌든 지금은 미래에게 뭐라고 하는 거니까. 눈을 찡긋하며 드립의 향연을 즐기는 미래.



“희세는, 다른 애들에 비해 하위호환 같은 면들이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오빠한테 제대로 말을 못 하겠다는 거 아니야? 욕심도 많네, 완벽주의자. 그만큼 가졌으면 됐지, 뭘 더 가지려고! 이거 봐! 이만큼 가지고 있으면 됐지! 이 밸런스 파괴자!”

“아, 아.”

“……하지 마?!”



타겟을 희세에게 돌리는 미래. 드립충만하게 말했던 나에게 대하던 태도와는 상반되게, 희세에겐 무언가 비꼬는 것처럼 말한다. 가슴을 꾹꾹 찌르려다 ‘아 맞다.’ 하고는 내 가슴을 덥썩 잡으며 말한다. 어딜 만져요! 어딜…… 아, 지금 내가 희세 몸이지. 희세는 잔뜩 불쾌한 표정으로 미래에게 말한다.



“해결책은─”

“트루─러브!”

“아 그러니까 그 놈의 트루 러브가 뭔데!”



마치 짜고 치는 것처럼, 미래가 ‘해결책은─’ 하고 말하니 다른 모든 애들이 다함께 ‘트루─러브!’ 하고 외친다. 뭐, 민요에 나오는 메기는 소리, 받는 소리 이런 겁니까. 발끈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아까부터 말하는 그 놈의 ‘트루 러브’가 뭔데.



“키스해! 키스해!”

“무,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에에! 왜에, 웅이 히이 안 좋아해?”

“좋아한다고 아무데서나 막 하냐!?!”



선동꾼 기질이 다분한 미래. 금세 무슨 응원이라도 하듯 키스를 유도한다. 잔뜩 당혹스러운 나. 희세를 한 번 쳐다본다. 마찬가지로 어이없어하는 희세. 얼른 한 마디 외치니 리유의 물음. 아니 물론, 좋아하면 키스도 하고 그러겠지만, 나는, 그 나는……!



“웅도는 다른 애들 앞에서 희세랑 키스해서, 예전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거야. 리유랑 사귀었던 것도, 다른 여자애들 차 버렸다는 죄책감도. 당사자들이 아무 상관없다는데 왜 본인이 벌벌 떨고 있는지 모르겠네.”

“난 안 괜찮은데? 유진이 덕분에 웅이랑 헤어졌는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히히힛.”



느긋하게 나와 희세를 쳐다보며 말하는 유진이. 말은 그렇게 쉽게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눈치 보는 게 쉽게 없어지겠냐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그런 이상한 미끈미끈한 느낌인데. 이 와중에 리유의 한 마디 말에 다시금 사죄 모드가 된 유진이. 리유도 숫제 장난이라 킬킬 웃는다.



“희세는, 웅도랑 키스해서, 다른 어떤 애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모두에게 알려주는 거……야. 누구보다 덜 귀엽고, 누구보다 부족한 걸 떠나서 어쨌든, 웅도랑 사귀고 있는 건 희세니까! 그리고 희세, 사실은 이미 다른 모든 여자애들이 부러워할만큼 대단한 애인걸!”

“…….”



이어지는 민서의 말. 진심이 담긴 듯한 민서의 말에 희세는 입을 다물고 뚱한 표정으로 그런 민서를 쳐다본다. 나도 희세도 힐끔 눈치를 보며 애들을 쳐다본다.



“아, 잘 모르겠으니까 그냥 해 버려요! 모두 앞에서 해버려서 아예 싹 종결 지으라구요! 초─ 귀여운 제가 세컨드 돼 버리기 전에!”

“세, 세컨드라니! 여자애가, 그런 말을 함부로 쓰면!”



보다 못한 시아가 왈칵 화를 내며 말한다. 반은 드립이지만 반 정도는 진심인 것 같은데. 희세 눈치를 보며 얼른 태클을 건다. 옆에서 싱긋 웃는 미래. ‘그럼 남자애는 써도 되나요? 아~ 세컨드도 자기가 정하겠다~ 역시 조선시대 유학자 정웅도 씨~!’하고 비꼬는 미래 녀석.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그러면…….”

“…….”

“……아아아─! 창피해서 못 하겠어! 너네 저쪽 풀숲에 숨어 있어! 아오!”

“에에, 뭐에요 그게! 희세 몸 들어가니까 남자로서의 패기도 다 사라졌어요?! 상남자 정웅도라고 맨날 지껄이면서! 고추 어디 갔어요! 여기 있나? 어머나~”



모두의 성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몸을 돌려 희세를 바라본다. 우르르 뒤쪽으로 빠져 무슨 관객이라도 되는 양 반짝이는 눈으로 나와 희세를 쳐다보는 애들.


……부담되! 미친 겁나 창피해! 이게 뭐야! 공개키스쇼냐?! 게다가 이거, 이상하다고! 차라리 희세 얼굴이 보이면서 희세랑 키스하면 할 수 있겠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 나라고 나! 자기 자신하고 키스한다고 생각해봐! 물론 안에 들어 있는 영혼은 희세가 맞지만, 근본적으로 키스는 육신과 육신의 결합이라고! 이게 뭐야 이게!


미래의 비아냥거림에 몸을 부들부들 떤다. 저 녀석, 내가 언젠가 때린다. 진짜. 아, 지금 여자애 상태니까 그냥 때릴까. 그 정도로 화나는데.



“뭵! ……!”

“우우우우우~~!!”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미래를 쳐다보다, 문득 고개를 강제로 앞쪽으로 돌리는 거친 손길. 움찔 놀랄 틈도 없이 바로 덮쳐오는 거센 입술. 희세…… 상여자…… 아니, 지금은 상남자인가. 잘은 모르겠고, 키스나 합시다.


……키스라는 거, 상당히 좋은 것 같다. 혀와 혀가 얽히고, 뭐가 뭔지 모르게 서로의 타액이 섞이고, 온통 얽히는 것 같은 기분. 입에서만 무엇인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미묘한 몸동작이나 숨결, 밀착한 서로의 신체 등등등. 분명히, 키스를 하는 중에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한다.



“…….”

“……바뀌었나요?”

“……아앗?!”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찐한 키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서로의 혀를 떼고 떨어졌다. 침이 슬쩍 늘어지는 게 보였는데. 문득 엄청나게 부끄러워진다. 옆에서 들리는, 미래의 목소리가 모든 산통을 다 깨놓는다. 아 맞다, 저 녀석들 보고 있었지. ……우와아아아아! 미친 X나 부끄러워─!!!



“바뀌었어요? 바뀌었나요? 도로 돌아왔어요?”

“안 바뀌었어! 됐냐, 이제!”

“데헷☆ 아 왜 안 바뀌죠?! 이렇게까지 했는데!”

“애초에 될 리가 없잖아, 그렇게 간단하게에에에!!”



미래의 기대에 찬 목소리에 대답하는 나. 안 바뀌었다. 오늘의 상식! 키스를 한다고, 연인의 영혼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원래 당연한 거잖아! 우와아아악! 괜히 창피하기만 창피하고! 여자애들 다 보는 앞에서 키스 하다니! 진짜…… 진짜…… 너무 좋다. 음?






--






“결국, 해버렸네?”

“성빈이 너까지 그런 식으로 이상하게 말하지 마!”

“에이, 내가 뭘 어떻게 말했다구. ‘키스’ 했다는 얘기잖아?”

“으우우…… 휴우.”



야자가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싱긋 웃으며 말하는 성빈이에게 벌컥 화를 낸다. 이제는 성빈이도 믿을 수가 없다. 검은 진흙 사이에 흰 모래는 물들이지 않아도 검어진다고, 성빈이도 이제는 거짓말도 하고 드립도 치는 녀석이 돼 버렸으니까. 싱긋 웃으며 대답하는 성빈이에게,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삭힌다.



“좋았어. 키스.”

“아니 넌 또 왜 갑자기 그렇게 상남자가 됐는데!? 부끄럽지도 않아, 응?”

“……뭐. 좋은 걸 좋다고 하는데.”

“크…… 하아, 됐다.”



뜬금없이 말해서 나를 더욱 당황하게 만드는 희세. 분명히 희세 이런 성격 아니었는데!? 그보다, 나도 이런 성격 아니었는데. 서로의 몸에 하루 정도 있다보니까 어째 성격이 육신을 따라가나 보다. 나는 여자애처럼, 희세는 남자애처럼. 이거 큰일인데. 좀 더 있다간 나, 여고생 되는 거야? 정신까지?!




“잘 자, 웅도…… 희세야.”

”?”

“……어. 성빈이도. 다들 모두. 잘 자.”



밑에서 들려오는 성빈이의 목소리. ‘웅도’ 라는 말에 다른 애들이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가만히 대답. 사실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싶다. 여자애들 방인데. 어쨌든 육체는 희세니까, 성빈이 윗자리 기숙사 방에서 자는데. 평생토록 처음인데, 이런 경험은. 여자애들이랑 여자 기숙사에서 자다니.


너무 피곤하다. 뭐가 어찌됐든, 오늘 하루는 참 피곤하고 이상한 하루였어. 희세 몸이 돼서, 왼갖 고생에 결국엔 키스까지…… 우와아아! 또 창피해졌어! 이불을 뻥뻥 발로 찬다. 얼굴까지 이불로 덮어 버린다. ……나 이러고 있는 거, 되게 소녀스럽지 않아? 이제 완연하게 여고생 나희세가 되는 것일까.








‘덜컹.’

“……?”



문이 열리는 소리에 흠칫 놀라 눈을 떴다. 어두컴컴한 방 안. 아주 작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 때문에 방의 조도는 상당히 약한 편. 열린 문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에, 문 앞의 사람은 그림자 같은 느낌으로 어둡게 보인다. 선생님인가……?



“일어나, 멍청아.”

“……응.”



높은 톤의, 새침하면서 귀여운 예쁜 목소리. 조금 산발인 웨이브 기운 있는 머리칼에, 싱긋 웃으며 말하는 희세. 가만히 보니까 여기, 내 방이다. 2평 남짓 되려나, 하는 여고 기숙사에 있는 유일한 남자애인 내 방. 아, 도로 돌아왔구나. 하는 기쁜 마음에, 몸을 일으켜 희세를 쳐다보며 싱긋 웃으며 대답한다.


원래대로 돌아오고, 기쁜 마음에 그 사실을 알리려고 후다닥 내려와서 나를 깨워준 것일까. 그런 희세의 모습 상상하니 묘하게 귀여워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여. 일어났네. 아직도 그대로야?”

“네! 어휴, 전 이대로 그냥 여자애로 살아야 하려나 봐요.”

“야, 야?! 원래대로 돌아왔잖아!”

“무슨 소리야, 희세야.”

“어어?! 야!”

“히히히히♪”



뒤에서 들려오는 선생님. 전혀 희세답지 않게 능청을 떠는 희세. 순간 진짜 안 바뀐 건가, 하고 내가 나를 의심하게 된다. ‘무슨 소리야, 희세야.’ 하는 거 듣고 진짜 놀랐어. 희세의 영혼은 어디론가 가 버리고, 나랑 희세 몸에 들어있는 나만 남은 줄 알고. 자가번식이냐, 무슨. 잔뜩 귀여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희세. 정말, 희세 님은 못 말립니다.





“가자!”

“놔아.”

“왜에.”

“……됐어.”



학교에 가는 길. 이라고 해봐야,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가는 150m 정도 되는 짧은 거리. 기숙사에서 씻을 수 없기에, 나는 체육관에서 대충 씻고 입구에서 희세가 나오기를 기다리다 나오는 희세의 손을 덥썩 잡으며 말했다. 옆에서 같이 나오던 성빈이와 친구들이 ‘에에에~’ 하며 놀리는 표정으로 말한다. 살짝 창피하지만 꼬옥, 희세의 손을 잡는다. 희세도 조금 뻗대다가 이내, 싱긋 웃으며 내 손을 마주 잡는다.




어째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다 도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그 덕에, 어색했던 게 풀리고 원래의 친한 사이로 돌아왔으니까. 신이 이런 장난을 쳤다면, 충분히 감사하게 여긴다. 희세와 나는 이제부터, 제대로 사귀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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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3부 시작은 웅도인 줄 알았나요? 유감이네요, 미래랍니다......☆ +3 16.03.15 990 10 15쪽
» 18화 - 5 +7 16.02.23 1,062 12 17쪽
230 18화 - 4 +1 16.02.22 828 9 15쪽
229 18화 - 3 +8 16.02.21 937 10 19쪽
228 18화 - 2 +8 16.02.01 905 1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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