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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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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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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3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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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9쪽

02화 - 2

DUMMY

“미래야. 근미래.”

“······.”



희세가 미래를 부른다. 멍하니 고개를 들고 창밖을 보던 미래. 꿈에서 깨어나기라도 하듯, 물끄러미 놀라 고개를 돌려 희세를 쳐다본다. 그렇다고 무슨 대답을 하는 건 아닌데. 흐리멍텅한 미래의 눈빛은 꼭 죽은 어떤 인형의 눈 같다.



“점심 먹어야지.”

“······응.”



그나마 죽은 건 아니라는 걸 입증하듯 희세의 말에 대답하는 미래. 그렇다고 해도 생기가 없는 게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요즈음 미래는 거의 ‘응’ 아니면 ‘아니’ 정도 외에는 일절 말을 꺼내지 않는 것 같다. 그나마도 희세가 꼬박꼬박 미래에게 밥 먹자고 말하니까 먹는 거지, 안 그러면 밥도 안 먹고 멍하니 있겠지.


딱히 메뉴를 고른다거나, 그런 일도 없다. 그나마 먹어주는 것만으로 감사히 여겨야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인원구성의 밥 패밀리.


아, 너무 정신 없어서 말을 안 했는데, 겨울방학 보충수업 기간동안 반이 바뀌었다. 나, 희세, 성빈이, 미래가 같은 반, 리유, 유진이가 옆반, 민서는 전혀 동떨어진 다른 반. 그렇다고 해도, 점심은 다같이 모여서 먹지만.


조금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요즈음은 시아까지 찾아와서 같이 점심을 먹는다는 것. 꼭 톡을 보내서 ‘오늘은 점심 어디서 먹어요?’ 하고 물어보곤 한다. 이유야 뭐, 다른 게 있는 게 아니라 미래 때문에.



“언니, 오늘은 어때요?”

“······응.”



어떤 질문이던 대답은 ‘응’ 으로 통일된 미래. 시아의 질문에도 별다른 감응 없이 대답한다. 그럼에도 시아는 시무룩해지지 않고 씩씩하게, 미래에게 말을 건다.


나와 희세의 우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시아는 우리 예상대로 미래에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긴 집념으로, 미래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다. 다른 점은, 이전처럼 대놓고 ‘기운 차리세요!’ 하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말을 거는 방식. 그거 하나는 확실히, 달라진 접근 방식이다. 시아도 희세와의 충돌을 통해 느낀 바가 있는 모양이지.


미래가 뭐라고 대답하던, 시아는 계속 말을 건다. 그렇게 부담 있는 질문도 아니고, ‘오늘 기분은 어때요?’, ‘오늘은 어떤 일 있었어요?’ 같은 자질구레한 질문. 마찬가지로 별다른 대답 없이 ‘응’ 하는 대답 뿐이지만, 시아는 기죽지 않고 계속 물어본다.


그런 시아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희세.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로 안타까운 느낌으로 시아와 미래를 본다. 미래 옆자리는 늘 시아 담당이다.



“미래 아까 퍼질러 잤어! 수업 안 듣고 자던데?”

“에이, 그러면 안 되죠 언니! 이제 곧 고3인데!”



천진난만한 리유까지 대화에 가세하면 그런대로 부드러운 분위기의 대화가 된다. 그런 와중에 ‘고3’ 이라는 아킬레스건을 팍팍 찌르는 시아인데. 미래는 그래도 멍하니, 별다른 대답 없이 기계적으로 도시락을 먹는다.



“······많이 힘드시죠, 언니.”

“······.”



웃는 얼굴로 재잘재잘 일상 얘기를 하던 시아. 문득 무거운 표정이 돼 천천히 말을 잇는다.



“잘하고 있어요, 언니는. 힘들어도, 꿋꿋이 버티면서. 힘든 기억은 떨쳐내고, 좋았던 기억 되새기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거에요.”

“······억.”

“네?”



시아는 훈훈한 표정으로 훈훈한 분위기로 말한다. 시아가 이렇게까지 미래를 따랐나. 이렇게까지 지극정성일까. 이유가 어쨌든 정말, 누구보다 미래에게 열성적으로 대하는 시아다. 시아의 말에 움찔, 고개를 움직이는 미래. 뭐라고 정말 잘 안 들리게 말한다. 시아는 눈이 동그래져서 미래에게 귀기울인다.



“좋은 기억······을······?”

“네, 네, 좋았던 기억, 추억하고, 그러니까 ······”



초점없는 영혼없는 눈으로, 미래는 시아를 보며 말한다. 뭔지 모를 불안감과 엄습하는 두려움에 시아는 얼버무리며 대답한다. 미래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린다. 저번 병문안 이후 처음 보는, 미래의 움직임과 대답.



“좋았던 기억. 준이하고 좋았던 기억.”

“네, 네······ 데, 데이트 라던가, 그······”



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미래. 시아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며 더듬거리며 말한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슬아슬하다.



“······좋았던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떡해. 좋았던 건 단 하나도 안 떠오르는데! 어떡하냐고!!”

“······!”



쉰 목소리의 미래. 갑자기 거친 음색으로 변하는 미래. 순식간에, 큰 소리로 말한다. 슬픔과 분노, 미움과 증오, 말할 수 없는 온갖 감정들로 범벅이 돼 있는 미래의 표정. 시아는 움찔 놀라 말을 잇지 못한다.



“못 해준 것밖에 안 떠오르는데······ 짜증만 내고, 욕하고, 일부러 못되게 굴고, 그 날도 괜히 심통 부리고! 그런 것밖에 안 떠오르는데, 어떡하냐고! 잊혀지질 않는데, 잊으려고 해도! 떠오르는 것도 못해준 것 뿐인데!”

“······나가. 잠깐 나와, 나와서 얘기해.”

“흑! 크흣, 후우······!”



미래는 울음까지 터져서, 더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터뜨린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는 미래의 모습에 시아는 잔뜩 겁먹은 표정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희세. 묵묵한 표정으로 미래의 손목을 잡아 끈다. 별다른 저항 없이 희세의 손에 이끌려 교실 밖으로 나가는 미래. 간신히 울음을 삼키며, 걸어 나간다.







교실은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조용해졌다.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애들도 있는데. 성빈이는 입술을 깨물며 하염없이 밖에 나간 희세와 미래를 보다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간다. 리유는 어쩔 줄 몰라하는 두려워하는 표정. 민서도 불안한 얼굴. 유진이도 다소 언짢은 표정이다. 무엇보다, 시아는. 훌쩍거리면서 뚝뚝, 구슬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흑! 언니······ 흣! 제가, 괜한 말 해서······! 아픈 기억만 끄집어내서······!”

“······네 잘못 아니야. 울지 마. 지금은 미래가 정상이 아니니까. 네 잘못 아니야.”

“흑! 그치만, 그치만······!”



누구를 원망할 수 없다. 갑작스런 죽음은, 모두에게 날카로운 면도날처럼 상처를 입힌다. 그 상처를 달래주고 싶은, 어린 소녀마저도. 함부로 삼킬수도, 내버려둘 수도 없는 냉혹한 현실은 점차 모두에게 조금씩 스크레치를 낸다. 결국에, 할 수 있는 건 상처가 자연치유 되길 기다리는 것. 칼날이 무뎌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 시간······.










--









‘똑똑.’

‘끼익.’

“뭐야. 누구 멋대로 사감실 들어오래.”

“대답이 없으셔서. 죄송합니다.”



뾰족한 선생님의 말에 공손히 대답하는 나. 기숙사, 점호가 끝나고 모든 것이 끝난 밤. 공부를 하든 잠을 자든 멋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가 주어진 시간. 나는 사감실의 문을 두드렸다.



평소와 같은 자유분방한 차림새와 질끈 동여맨 머리 스타일로 앉아 컴퓨터를 하고 계신 선생님.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씀하신다. 공손히 대답하곤 문 앞에서 잠시 선생님을 쳐다본다.



“뭔데, 이 밤중에. 설마, 여친이 혼전순결주의자라 풀지 못한 불끈불끈한 남자 고등학생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선생님 방에?”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여선생님의 개념은 그런 느낌인가요. 지금은 농담할 기분이 아니라서요.”

“흐흥. 조금은 성장했네, 꼬꼬마 주제에.”



선생님은 특유의 느슨하고 팽팽한(?) 옷차림으로 느긋한 투로 말씀하신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더 이상 선생님의 엄한 섹드립에 반응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 엄격·근엄·진지한 상태니까. 선생님은 피식 웃으며 의자를 침대 쪽으로 돌린다. 잠자코, 나는 선생님 침대에 앉았다.



“왜. 왜 그렇게 동정상실직전의 긴장한 아다 대학생 같은 표정 짓고 있어.”

“그, 그건 무슨 표정인데요?!”

“후후훗.”



하지만 선생님은 선생님. 이내 섹드립의 수위를 급격히 올려 나를 당황케 만드신다. 만족한 웃음을 지으시는 선생님. 내가 당황하는 게 재미있으신 모양이다. 아, 난 지금 농담 따먹기 하러 온 게 아닌데.



“그래,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무슨 일인데. 뭐, 진로상담?”

“······그.”



한 차례 나를 놀리고 만족한 표정을 지으시는 선생님. 다리를 꼬고 미묘하게 야시시한 느낌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으신다. 막상 말을 꺼내려니 괜히 긴장하게 된다. 침을 꿀꺽 삼키고, 자세를 바로하고 말할 준비를 한다.



“어른의 지혜를 알려주세요.”

“······뭐라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 나는 아직 어린 고등학생인지라, 어떻게 모르겠으니까. 나 뿐만 아니라 모두들 다. 미래에 대한 것.


엄마에게는 말할 수 없다. 한 마디 꺼냈다가 그런 소리 들었으니 더 얘기해봐야 소용없을 테니. 엄마는 너무 어른이고, 무엇보다 ‘학부모’니까. 선생님은 ‘적당한’어른이시니, 우리 입장을 이해하시면서도 또 동시에 어른의 지혜를 내주실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젊으신데다 교편을 오래 잡고 학생들을 많이 봐 오셨으니까.


미래와 시아, 그리고 우리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굳건히 선생님을 바라보고 말하니 선생님은 가만히 나를 쳐다보신다.



“······그러니까, 여자친구와 첫경험을 치르기 전에 미리, 어른의 지혜를 알고 싶다, 그런 거지?”

“······에?!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 얘기 듣는 데 3년이나 기다렸네. 선생님한테 맡겨, 이론과 실제가 잘 융합된 양질의 수업을 지금 당장 해줄 테니까.”

“아니요!! 그런 「어른의 지혜」 말구요! 그게 아니라!!”



선생님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어른의 지혜」는 순식간에 음란한(?) 어떤 무언가가 되었다.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신지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까지 오신다. 우왓, 잠깐만요, 진짜! 저 처음(?)은 희세랑! 아, 선생님하고도 나쁘지 않으려나······ 이게 아니라!






“헤. 귀까지 빨개졌네. 네 여친도 놀려먹는 재미 있겠네, 이런 반응이면.”

“······희세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 안하거든요.”

“아하. 걔도 그래봐야 처녀일 테니 뭐.”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살짝 그런 욕망도 들었지만, 어쨌든 꾹꾹 참아내고 말았다. 선생님도 숫제 장난이셨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한창 때의 남자 고등학생에게 이런 장난은 너무하다.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나도 모르게 앙탈 부리는 소녀처럼 선생님에게 말한다. 선생님은 잔뜩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나를 쳐다본다.



“알았어,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무슨 말인데. ‘어른의 지혜’라고 하니까 엉뚱한 생각 하게 되잖아. 어른들은 그런 생각밖에 안 하거든.”

“그건 선생님 머릿속에서만 하세요! 왜 멀쩡한 저한테 자꾸!”

“아하하, 알았어 알았어. 말해봐, 고민. 선생님이 들어줄게, 선생님 가슴은 열려 있단다.”



야시시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선생님. 벌컥 화를 내니 아주 기분 좋은 함박웃음을 지으신다. 그저 내가 쩔쩔매는 모습이 좋으신 모양이다.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그런 욕구(?)가 나 놀리는 쪽으로 몰리셨나.


점점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까먹어가는 것 같아. 힘이 쭉쭉 빠진다.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시며 가슴을 쭉 펴고 말한다. ······너무 크잖아. 눈을 어떻게 둘 수가 없을만큼. 희세 것 힐끔힐끔(?)으로 저항력을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미래······ 있잖아요.”

“······으응.”



미래의 이름을 듣자마자, 장난기 가득하던 선생님의 표정이 금세 굳으신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 나와 함께 병원까지 갔던 게 선생님이니까. 미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나와 밥 패밀리 애들이니 기본적으로 알고 계시고. 게다가 미래, 기숙사생은 아니지만 선생님이 담임인 반이니까.



“그 뒤로, 아직까지 멍한 상태거든요. 물론 그렇겠죠, 눈앞에서 그런 일 당했으니. 남자친구랑 그렇게나 좋았는데, 갑자기······ 그랬으니. 그치만, 어떻게든 기운 찾게, 원래대로까진 아니더라도. 그렇게 열심히 해도, 도리어 역효과만 나는 것 같아요. 오늘도, 그랬거든요.”

“······시간이지.”

“······네.”



자세한 정황을 설명드리긴 너무 길고, 해서 간략하게 추려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하신다. 결론은 시간일까. 알고 있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결국 나와 시아가 했던 행동들은 무의미한 걸까. 오히려, 역효과만 낸 것일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게, 절대적으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줘야 하는 것일까.



“네 고민이 뭔지는 대강 알겠어. 시간이 약이라곤 하지만, 그게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 사이에 너흰 고3이 되고, 졸업하고, 대학을 가겠지. 그게 해결되지 못한 채 대학을 가는 건 둘째고, 그 미래라는 여자애 인생이 걸린 일이니까. 고3 한 해동안의 일들은. 수능 성적도, 지망 대학도, 마지막 고등학교 생활 친구들도.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게 되니까, 고3이란 때는.”

“네! 네! 그거에요 그거! 아오, 다들 그 생각은 못 하고 저한테만 뭐라 하고······.”



선생님의 정리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어떻게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하셨지. 역시 선생님은 선생님이신가. 허둥지둥 대충 설명한 내 말만 듣고 저만큼 유추해내신 선생님을 보니 확실히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섹드립만 자제하시면 참 사려 깊고 미인인 완벽한 선생님인데. ······올해로 31인 것만 빼고.



“선생님도 중학생 때, 친구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장례식도 가고 그랬었거든. 그때 친구가 굉장히 힘들어 했었는데.”

“아······ 네.”

“이건 뭐, 누가 더 슬프고 그럴 건 없지만. 지금 보면, 미래 쪽이 더 충격이 큰 것 같은데. 직접 사고 목격한 게 크겠지. 뭐, 내 친구도 아버지니까. 1년 넘게 슬픔에서 헤어 나오질 못 했었지만.”



심드렁하게 말씀하시는 선생님. 선생님이 직접 겪은 일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뭔가 기분이 애잔하다. 어째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천수를 누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 돌아가시는 게 정말 큰 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선생님이 내가 처한 상황을 쉽게 이해하셨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선생님도,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어 힘들어하는 친구를 겪었었다고 하시니까.



“그 때 나랑 내 친구들이 할 수 있었던 건, 그냥 평소처럼 대하는 것밖에 없었어. 우리가 더 현명해서라던가, 세대차이랄까,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린 그렇게 생각했거든. ‘가뜩이나 아버지 돌아가셨는데, 우리가 특별취급까지 하면 얼마나 슬플까’, 하고.”

“······.”



선생님의 말에 묵묵히 듣는 나. 「특별취급」. 나와 애들은, 미래를 특별취급 했었나. 확실히, 눈치 보이긴 했지. 그런 상태의 미래를 데리고, 평소처럼 낄낄대며 드립치고 놀 순 없으니까. 아니, 애초에 평소 분위기 메이커가 미래였는데, 그 흐름 자체가 끊겨버렸으니까.



“그렇게 하니까, 얘 쪽에서 먼저 힘든 일, 얘기하고 싶은 거, 울고 싶은 거 전부, 기대고 싶을 때 말하더라. 나한테. 뭐, 나한테만 한 건 아니겠지, 다른 친구들한테도 했겠지. 어쨌든, 그렇게 몇 개월, 1년 지나고 괜찮아졌어. 어쨌든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죽음이란 건. 나중엔 그냥, 추억할 수 있을 정도로 무뎌지니까.”

“······.”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무엇인가 마음 한 켠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모이는 것 같다. 어차피 시아와 논한 강경파 행동은 먹히지 않았다. 도리어 시아까지 상처 받는 모양새가 되었지. 평소 대하던 대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우선은, 그렇게 해 봐. 별다른 방법도 없지만. 그 녀석, 멘탈 강해서 금방 나을 것 같으니까.”

“······지금 미래 상태를 보시면 그런 말 못 하실 텐데······.”

“슬픈 건 한 때니까. 금방이야, 뭐 그런 거.”

“······아하.”



너무 냉정하고 쿨하게 말씀하시는데. 확실히, 그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지만. 잠시 동안 선생님과 더 얘기하고, 마음 속으로 결론을 지었다. 그래, 평소대로 하자. 더 미래를 배려한다거나 그런 거 없이, 평소 하던대로.











“안녕!”

“······어.”



미래네 집 앞. 미래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나오자마자 싱긋 웃으며 인사한다. 얼떨떨한 표정의 미래.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한다. 희세는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손짓으로 인사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미래. 셋이서 나란히, 골목길을 걷는다.



“나는 왜 데리고 온 거야.”

“지아비 가는 길에 지어미 같이 가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지아비?! 지어미!? 무슨 70년대 가장 나셨어요?”

“핳, 또 미래랑 둘이 왔으면 뭐라 했을 꺼면서! 바람 피운다고!”

“내, 내가 언제 그런다고! 네가 뭔데 내 행동패턴을 예측해!”



툴툴대는 희세에게, 나는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카운터를 건다. 티격태격하는 희세와 나를, 미래는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거, 뭔가 역효과 나지 않을까 싶은데. 평소대로 하자고 마음먹어놓고, 정작 전혀 평소같지 않게 집 앞까지 마중 나와서 같이 등교하다니. 누가봐도 특별취급 하는 것 같잖아.

게다가, 이런 말까지 하면 안 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이니까, 그. 남자친구 잃어서 이런 상태인 미래 앞에서, 나랑 희세랑 티격태격 정다운 모습 보이고 있으면. 거의 이건······ 농락이잖아?!



“······시끄러워.”

“하아?! 평소에 네가 하던 건 생각 안 하고 너!!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다?!”

“······흐흥.”

“갑시다, 가요! 희세는 성격이 너무 모나서 문제야. 뭐든 좋게좋게 둥글둥글 가야지.”

“뭐라고?!”



티격태격하던 나와 희세를 잠시동안 멈추게 한, 미래의 첫 마디. 나와 희세가 동시에 보니 살짝 미소까지 짓는다. 그러다 싹, 다시금 무표정한 얼굴. 희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러면서도 조금 웃음을 머금고 말한다. 나 또한 희망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앞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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