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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거물 연예인들이 집착하는 괴물 신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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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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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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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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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화 맹목적 믿음

DUMMY

"여러분들 저희 영화 보러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저희가 900만을 넘어서 천만까지······. 갈 수 있겠죠?"

"갈 수 있어요!!"


주연배우답게 마이크를 잡은 김지원이 능숙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내 신경은 오직 무대 가장 뒤편에 동동 떠 있는 황금빛에 매몰되어 있었다.


'아오씨, 어두워.'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쳐다봐도 정확히 식별이 불가능했다.

사람도 워낙 많고, 조명도 어두침침했으며 거리까지 있다 보니 대체 누구에게 들어온 대운인지 잘 보이지가 않았다.


'일단···. 침착하자.'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호흡을 정돈했다.

뜬금없이 운명의 나침판을 보게 되어 놀랐을 뿐이지 급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성을 찾으니 어느정도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일단 남자인 건 확실해 보이고.'


선 굵은 실루엣에 짧은 머리가 남성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어차피 모두가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할 것이기에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안녕하십니까······. 배우 우재목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무대 위에 선 게 얼마 만인지···. 너무 감개가 무량합니다. 좋은 기회 주신 감독님께 감사의 인사 드리겠습니다. 찾아와 주신 관객 여러분도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마이크를 잡아야 할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단역들은 거의 인사만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이름 하나는 확실히 머리에 박아넣었다.


"우재목이라···."


이름까진 좋았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에 비친 그의 모습은···. 내 예상을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이거 맞아···?"


일단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빈약한 머리 숱이었다.

조명을 받아 번들거려 더욱 부각이 되는 느낌이었다.

작은 키에 체격은 전체적으로 왜소해 보였다.


독화에서 어떤 배역이었는지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 같았다.


'내시부 상선(尙膳) 밑에 있던 내시 중 한 명이었던 것 같은데 저 사람한테 갑자기 왜?"


이놈의 신안(神眼)은 참 변덕스럽기도 하다.

촬영장에서는 아무런 작동없다가 뜬금없이 무대 인사에서 이게 보인다고?

뒤집어 생각하면 '인연'과 '운'이라는게 얼마나 많은 가변성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했다.


"여기저기에 우리 영화 재밌다고 소문 많이 내주시고요. 오늘 자리 빛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짝짝짝!


정 감독의 마무리 멘트에 관객들의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그렇게 무대 인사는 끝이 났고, 배우들은 들어왔던 입구로 우르르 퇴장했다.

나는 우선 홍슬기를 에스코트하여 차에 먼저 태웠다.


"슬기씨. 죄송한데 차에서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무선 이어폰을 주섬주섬 꺼내던 홍슬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오빠? 무슨 일 있어요?"

"아, 잠깐 만나볼 사람이 있어서요.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알겠어요. 천천히 일 보고 오세요."


영화 관계자를 만난다고 생각했는지 홍슬기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르륵 탁!


그렇게 차 문을 닫고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새 떠나버렸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살짝 초조함이 들었다.


"대체 어디···. 아! 저깄네."


다행히 버스에 오르려는 남자를 아슬아슬하게 붙잡을 수 있었다.


"저···. 우재목 배우님?"


뒤에서 들려오는 부름에 화들짝 놀란 남자가 나를 돌아봤다.


"누구···?"

"아, 저는 홍슬기 배우 매니저 송주포라고 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내 말에 우재목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저랑요?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신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우재목 배우님 맞습니다.“


"혹시 계약 관련···?"


순간 우재목의 얼굴에 옅은 기대감이 떠올랐다가.


"아, 그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어서요. 혹시 서울 도착하시면 잠깐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럼그렇지 하는 얼굴로 픽 웃음을 내뱉었다.


"이거 어쩌죠? 서울 도착하자마자 볼일이 있어서 힘들 것 같은데..."

"시간은 언제든 괜찮습니다. 우선 연락처라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우재목은 선뜻 내게 연락처를 찍어주고선 버스에 올랐다.

다른 배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앉아 멀뚱멀뚱 밖을 쳐다보는 모습을 힐끗 쳐다보다가 발걸음을 돌려 차로 향했다.


"오래 기다렸죠? 바로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던 홍슬기가 귀에서 이어폰을 떼어냈다.


너무 늦지 않게 서울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했기에 서둘러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았다.

검은색 밴이 대전IC를 통과했을 때쯤,

홍슬기가 넌지시 물었다.


"사실 다 봤어요. 오빠가 누구랑 얘기하는지."

"아, 봤어요?"


전세버스와의 거리가 제법 돼서 못 봤을 줄 알았더니 그걸 봤을 줄이야.

설마 나를 쭉 지켜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내시 배역 맡으셨던 선배님 맞죠? 성함이···. 우재목 선배님이셨나?"


홍슬기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맞아요. 성함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워낙 열심히 하셔서 왠지 모르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근데 얼핏 보니 명함을 주신 것 같던데···."


"그냥 연락처만 받고 돌아왔어요."


백미러를 힐끔 쳐다보다가 홍슬기의 게슴츠레한 눈과 딱 마주쳤다.


"흐음···. 되게 궁금하네. 당연히 감독님이나 제작부장님한테 가는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해봐요. 따른 꿍꿍이가 있는 거죠?"


이런 눈치 빠른 계집애 같으니.

하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었다니까요."

"매니저가 명함까지 줘가면서 궁금할 게 뭐가 있을까아. 너어무 궁금하네요. 저한테만 알려주면 안 돼요?"


"비밀입니다."

"와, 변했어. 나한테 비밀도 다 만들고, 설마 마음이 변한 거에요?"


이젠 이런 장난도 곧잘 치는게 그만큼 내가 편해진 탓이겠지?

어찌 됐건 나쁘지 않은 변화였다.


"정말 별 것 아니에요. 슬기씨가 신경 써야 할 건 다음 차기작입니다. 보내준 시나리오는 다 살펴봤어요?"


독화의 폭발적인 흥행으로 초린 캐릭터까지 떡상하면서 홍슬기 앞으로 시나리오가 제법 많이 들어왔다.

이제 더는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극 중에서 보여준 남다른 연기력도 있었고, 인기 또한 무섭게 치솟고 있으니, 아마 제작사 측에서도 지금이 가장 저점이라 생각한 듯싶었다.


"봤죠···. 없는 시간 쪼개고, 쪼개서 살펴봤는데. 하아, 솔직히 못 고르겠어요. 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워낙 큰 배역들이기도 하고."


실제로 홍슬기에게 들어온 대부분의 배역이 제법 비중이 높은 조연이었고, 12부작 미니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주연 섭외로 들어온 것도 있었다.


"그냥 지난번 처럼 오빠가 골라주는 작품 할게요."


민감한 얘길 천진난만하게도 하는 홍슬기를 향해 핀잔하듯 말했다.


"본인이 할 작품인데 그래도 본인 의사가 많이 반영돼야죠."

"오빠가 골라주는 작품이 제 의사에요."


세상에···. 이런 맹목적인 믿음이라니.

매니저로서 고맙긴 한데, 살짝 부담되기도 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너무 그렇게 사람 쉽게 믿고 그러면 안 됩니다. 특히 이 바닥에서는 더더욱."

"그걸 제가 모를까요? 연차가 몇 년인데?"


아 맞다. 쟤 연차로 따지면 중견배우 급이지?


"그런데 왜···."

"오빠잖아요. 저를 진흙탕 속에서 꺼내준 사람이고. 그런 사람을 믿지 누굴 믿어요. 안 그래요?"


저런 낯간지러운 소리를 사람 면전 앞에서 하다니.


"오빠 저 배신할 거에요? 저 망하게 할 거 아니잖아요."

"설마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내 목숨줄이 걸려있는데 그럴 리가.

홍슬기는 무조건 성공시킬 것이다.

그동안 쌓아왔던 한이 모조리 풀릴 때까지.


"제가 최근에 하나 깨달은 게 있어요."

"....?"


"지금까지 저는 스스로에 대해 굉장히 객관화가 잘 되어있고, 내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잘 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그게 패착이었던 거에요. 아주 오만한 생각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당장 이불킥 하고 싶을 만큼."


홍슬기의 뜨거운 시선이 뒤통수로 전해진다.

일단은 모른 척하고 전방만 주시했다.


"그리고 이제는 알게 됐어요. 적어도 배우라는 직업에 있어서는 곁에 있는 매니저가 나도 모르는 내 다른 면을 볼 수도 있구나라는 걸. 솔직히 이전까지 매니저라고 하면 그저 운전해주고, 배고프면 먹을 거 사주고 그런 일만 하는 줄 알았거든요. 오빠를 만나기 전까지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있는 나를 보며 배시시 미소를 지은 홍슬기가 차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되긴 해요. 너무 파격적이었고···. 무엇보다 제 이미지랑 너무 상반되기도 했고···. 회사 사람들 모두가 뜯어말렸는데 오빠만 유일하게 초린을 해야 한다고 밀어붙였죠. 너무나 확신에 찬 눈으로."


그때를 회상하는 건지 홍슬기가 실소를 터트렸다.


"내가 그 눈에 홀라당 넘어 갔거든요. 너는 반드시 이걸 해야 하고, 내가 반드시 성공시켜줄 테니 그냥 닥치고 따라와! 뭐 그런?"


"누가 들으면 협박이라도 한 줄 알겠네요. 오해하겠습니다."


"그 정도로 오빠가 저를 확 끌어당겼다는 말이에요. 그게 아니었으면 아마···. 초린 역을 거절했을 거예요. 용기도 없었고 나와는 절대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깐."


"그런 것치곤 너무 잘 해내지 않았습니까? 지금 와서 얘기하지만 슬기씨 초린 연기할 때면 혹시 저런 성격을 감춰두고 있던 건 아닌지 헷갈릴 때도 있었습니다."


"저도 놀랐어요. 제 안에 그런 면이 있는 줄 몰랐거든요.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결론은 오빠의 안목을 믿는다는 거예요. 솔직히 오빠 마음속에 찜해놓은 작품이 있을 거 아니에요."


눈치가 백 단인 계집애일세.

사실 여러 시나리오 중 그녀에게 길운이 들어오는 작품이 딱 하나 존재했다.


로코물 미니시리즈였는데 무려 여자 주인공으로 섭외가 들어왔다.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작가가 생짜 신인이라는 점, 동시간대 경쟁작들이 어마무시하다는 점 정도?

듣기론 다른 여배우들한테 까이고, 까이고, 까여서 홍슬기한테까지 온 거라고 들었다.


"조금 더 고민해보고 이번 주 내로 말씀드릴게요."

"알겠어요. 오빠만 믿을게요."


그 말을 끝으로 노곤한 하품을 뱉어낸 홍슬기.


" 하암···. 저 잠깐 눈 좀 붙일게요. 죄송해요."


밀려오는 수마를 버텨내지 못한 홍슬기가 쿠션을 끌어안고 금세 곯아떨어졌다.


"으음···. 거기 말고 여기 썰어···."


혼자 히죽대며 헤실헤실 웃는 모양새가 좋은 꿈이라도 꾸는 모양이었다.



***


삑삑삑삑

철컥


"으어···. 피곤하다."


하루 온종일 운전만 했더니 몸뚱이가 나무토막처럼 굳은 느낌이다.

비록 허름한 투룸 자취방 일지라도 내 집에 들어오니 무릉도원마냥 안락하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연락이 없네."


홍슬기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오는 길.

우재목한테 연락을 해봤지만 무슨 일인지 받지를 않았다.

다짜고짜 들이대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깨톡도 확인해봤지만 읽지조차 않았다.


"에효···. 모르겠다. 언젠간 연락 오겠지. 배고픈데 밥이나 먹자."


집에 음식물이라고는 유통기한 지난 인스턴트 밖에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배달 앱을 실행했다.


"고생한 나를 위해 치느님을 선물하겠어."


그렇게 치킨 한 마리를 시켜놓고,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 띵동 띵동♬


오매불망 기다리던 치킨이 도착했다.

배가 등가죽에 들러붙기 일보 직전이었기에 한걸음에 현관문으로 달려갔고.


철컥.


문이 열리며 배달 기사가 내게 치킨을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


그리고 내 얼굴을 확인한 기사는 그대로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우재목···. 배우님?“


물론 나 역시 입장은 다르지 않았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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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평생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9 24.06.06 14,288 3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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