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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거물 연예인들이 집착하는 괴물 신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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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최근연재일 :
2024.06.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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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470

작성
24.06.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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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DUMMY

"무슨 말도 안 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리며 냉수를 들이키는 우재목.

하지만 내 눈엔 확실하게 보인다.

거칠게 요동치는 그의 동공이.


시작이 반이라고, 이쯤 되면 일단 포문은 연 셈이었다.


"혹시 이런 그림 보신 적 있습니까?"

"그림이요···?"


나는 그에게 휴대폰에 저장된 그림 하나를 보여줬다.


두 명의 광부가 보석을 찾기 위해 땅굴을 파는 그림이었는데, 한 사람은 보석을 코앞에 두고 좌절하며 뒤돌아서는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보다 조금 더 땅을 파서 결국 보석을 쟁취하는 모습이었다.


"첫 번째 광부는 코앞에 보석이 있었음에도 지레 포기하고 돌아섭니다. 그리고 여기 보이는 두 번째 광부는 다른 이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땅을 파고 있지만, 아직도 보석을 캐지 못했죠. 주위에 많은 사람이 그를 안타까워하고, 혹은 조롱했습니다. 너는 지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에 보석은 없다. 차라리 다른 길을 찾아봐라고 말이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살짝 피치를 높였다.


"그러나 광부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 길의 끝엔 반드시 보석이 있을 거라고. 무엇보다 광부는 땅을 파는 이 일이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그저 묵묵히 곡괭이 질을 해왔죠. 그리고 마침내 보석을 발견 한 겁니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고, 고난과 역경의 과정이었지만 결국 꿈을 이룬 거죠. 우 배우님은 그토록 오랜 시간 땅을 파왔으면서, 이제 막 코앞에 보석을 두고 그냥 돌아설 생각이십니까?"


"............."


우재목의 얼굴에 침중한 기색이 서렸다.


"감히 제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연기를 꿋꿋하게 이어간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는 동요하는 우재목의 눈을 지그시 쳐다봤다.


"그만큼 연기를 사랑하셨던 거 아닙니까? 그 정도 고생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연기란게 없으면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제 말이 틀립니까? 아니라면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거겠네요. 지금이라도 다른 일 찾아보시면 적어도 월세나 식비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무언가 그의 역린을 건드린 것일까.

우재목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당신처럼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뭘 알아···? 나는 당신이 평생 살아온 시간만큼 연기를 해왔어. 그것도 내 모든 걸 내던져가며! 정말 할 만큼 했다고···! 그 누구도 나한테 돌을 던질 수 없을 만큼! 그런데···. 대체 여기서 뭘 더하란 얘기야? 대체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데······. 대체 뭘···."


막혔던 뚝이 터지듯 묵은 한을 쏟아낸 우재목이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제 더는 못하겠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겁니다. 이제는 어둠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더는 어머니 볼 명목이 없습니다. 이제껏 제 이기적인 꿈 때문에 가족들이 희생을 해왔습니다. 저도 염치라는 게 있는데···. 여기서 더 고집을 부리면 어디 그게 사람 새낍니까? 나는 이제 그렇게 못합니다. 이제 저도 사람 구실 하며 살고 싶습니다. 사람답게요···."


이를 악물며 고개를 털어내는 우재목을 지켜보다가 나직이 한마디 건넸다.


"정말 연기 없이 살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모든 걸 접고, 연기 따윈 쳐다도 보지 않으면서 살 수 있겠어요?"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고통받는 것 보다···. 차라리 저 혼자 고통 받는 게 낫습니다."


"아무래도 우 배우님은 자기 객관화가 별로 안되시나 보네요."

"뭐요?"


"우 배우님은 절대 연기 못 그만둡니다. 잠깐 외면은 할 수 있을지언정 결국 그리움의 몸부림치며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뭘 안다고···!"


"온종일!"


버럭 소리를 지르려는 그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 사나운 일갈에 우재목이 움찔 몸을 떨었다.


"연기 생각만 하시잖습니까. 부업일 다양하게 하는 것도 언젠간 연기에 도움 될 거라 생각했을 거고,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나중에 다 연기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는 거 아닙니까? 우 배우님은 그냥 연기에 미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연기판을 떠난다고요? 아뇨, 절대 그렇게 못 할 겁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무차별 난타에 우재목의 고개가 서서히 아래로 떨어졌다.


"저 보고 뭘 어쩌라는 겁니까···? 제 나이가 이제 쉰이 다되어갑니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거 아닙니까···. 여기서 뭘 더 하라는 겁니까? 이젠 지쳤습니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고요!"


"그래서 제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년만 저랑 해보자고요."


우재목의 텅 빈 동공에 내 모습이 담겼다.


"그쪽은 대체 뭘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매니저가 배우한테 이런 말 하는 거면 뻔하지 않습니까? 성공할 싹수가 보이니까요."


"큭, 그 긴 세월 동안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배우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제가요?"


"왜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25년 이상 쌓아온 연기 내공이 있지 않습니까? 배우라고 말하기 부끄럽다고요? 꼭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인기가 있어야 배웁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연기에 부끄러움이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면 그게 누구든 당당히 배우라고 칭할 수 있는 겁니다. 우 배우님은 자신의 연기가 부끄럽습니까?"


내 물음에 우재목이 발작하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어떤 작품이든, 그 배역이 크든 작든. 누구보다 진심으로 연기 해왔습니다. 그건 자부할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럼 누구보다 떳떳한 배우이신 겁니다. 나머지는 제가 만들어드리겠다는 겁니다. 대중들에게 우재목이라는 배우의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게 말이죠."


가히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내 설득에 우재목의 얼굴에 혼란이 깃들었다.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영입 생각은 없다고 해놓고선, 갑자기 찾아와서 이런 말 하는 것도 그렇고···. 혹시 저한테···."


"사기 치려는 게 아니냐고요? 이런 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사기라는 것도 뜯어낼 뭔가가 있어야 치는 것 아닙니까? 막말로 제가 우 배우님한테 돈을 요구하면 만들어오실 수 있습니까? 월세 내기도 빠듯하시다면서요."

"그건···. 그렇죠."


반박할 수 없던지 우재목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우 배우님을 반드시 우리 회사로, 아니 내 배우로 만들 겁니다."

"네···?"


우재목이 입을 벌리고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우재목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면 알수록 오히려 내가 갈증이 생겼다.


'25년 이상, 묵혀 온 한이라니···. 이런 인재를 또 어디서 구해?'


남들은 미친놈 아니냐고 손가락질하겠지만, 내 눈에 그는 땅에 묻혀있는 원석이나 다름없었다.

대화하면 할수록 진한 욕심이 든다.

저 머리 반쯤 벗겨진 아저씨를 반드시 내 배우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우 배우님 같은 숨은 능력자가 연기를 그만두는 것을 절대 원치 않습니다. 그건 정말 영화나 드라마 업계에서도 불행한 일입니다. 그냥 미친놈한테 물렸다고 생각하시고, 눈 딱 감고 저랑 같이 일 해보시죠. 하늘에서 연기하라고 내려준 사람이 연기를 그만둔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저 절대 우 배우님 포기 안합니다. 그러니 그만둘 생각하지 마세요."


목에 핏대까지 새우며 열변을 토하는 나를 말 없이 바라보던 우재목.

이내, 그의 볼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져 내렸다.


"어흑···. 미안합니다. 주책맞게."


하지만 뇌의 통제를 벗어난 안구는 닭똥 같은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옷소매로 눈가를 닦아낸 우재목이 고개를 들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미안합니다. 하하···. 참···. 배우 생활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 그런 소리는 또 처음 들어봐서.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철이 없습니다 제가."

"방금 제가 한 말은 진심입니다."


"압니다. 그런 눈빛으로 얘기하는 데 누가 모르겠습니까. 아니, 빈말이라도 감사했을 겁니다. 어쩌면 지금의 저는···. 누군가의 진심 어린 응원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맞습니다. 저 연기 포기 못 합니다. 죽어도 못합니다. 성공한 배우가 되지 못해도 좋습니다···. 그냥 마음 편히 연기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그러니···. 저 좀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절절히 느껴지는 그의 간절함이 나를 흡족하게 만든다.


"그런 마음가짐이면 충분합니다. 저와의 만남이 우 배우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겁니다. 약 파는 것처럼 느끼시겠지만 전 자신 있습니다."


다 됐다고 생각한 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는 우재목.

뭐지? 아직도 나를 사기꾼으로 보는 건가? 싶어 쳐다보니 그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저···. 한가지 말씀드려야 할 게···. 당분간은 배달 일에 전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아! 물론 연기를 포기하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른 무슨 이유가 있으신 겁니까?"


"저 혼자 먹고 사는 거야 야간에 부업하는 걸로 어느정도 충당이 가능한데···. 어머님이 지금 좀 편찮으십니다. 허리가 안 좋으신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수술비를 구해야 해서···."


그의 얼굴에 참담함이 엿보였다.

지천명(知天命)에 가까운 나이에 노쇠한 부모님 수술비도 없다는 사실이 그를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우리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죄인마냥 고개 숙인 우재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턱을 긁적였다.


'너무 내 생각만 했구나.'


내 입장에선 그가 긁지 않은 오래된 복권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마음만 앞섰던 것 같다.

고민에 빠진 내 모습을 본 우재목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한 6개월만···. 아, 아니. 4개월만 시간 주시면 그 안에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보겠습니다."


기다릴 수 없었다.

들어온 대복을 놓치면, 언제 또 들어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기에.

기회는 주어졌을 때, 반드시 움켜잡아야 했다.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힘듭니다."

"그, 그럼···."


우재목의 얼굴에 절망의 그늘이 드리워질 찰나.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해보겠습니다. 일단 믿고 기다려주세요."


나는 그를 향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다음 날, SH엔터테인먼트 대표실.


탁!


유리 탁자에 찻잔을 내려놓은 문서현 대표가 특유의 서늘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다시 한번 말씀해보시겠어요?"


분명 별다른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인데 이상하게 사람을 옥죄는 압박감이 전해진다.

물론 일반 사람의 기준이었다면 말이다.


"김지원 배우, 제가 회사로 데려오겠습니다. 대신에 부탁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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