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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거물 연예인들이 집착하는 괴물 신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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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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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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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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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8화 친해질 필요 없어요

DUMMY

최원우라면 나도 들어본 적 있었다.

원래 아이돌 출신이었는데, 타고난 외모 덕에 연기 판에 기웃기웃하더니 운 좋게 드라마 하나로 떡상한 케이스.


당시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남동생 역이었는데 말수가 없는 시크한 캐릭터여서 대사도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매력이 되며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고,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비추게 된다.


이후, 최원우의 연기력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운이 좋은 것인지 그가 하는 작품 대부분이 대박이 난다.


그러다 보니 연기력 논란은 자연스럽게 묻혔고, 배우로서 가치가 무섭게 치솟으며 전년도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뽑히기도 했다.


한마디로 운이 지지리도 좋은 놈이라는 소리였다.


"하하하, 우리 매니저 운전 실력이 영 별로여서 조금 늦었습니다. 제 자리는 어디죠?"


지각한 주제에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홍슬기의 옆자리에 털썩 앉은 최원우.

분명 연차 많은 선배들도 있는 자리이건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새였다.


"안녕하세요. 작품에선 처음 뵙는 것 같네요."

"아, 네. 안녕하세요."


최원우가 건네는 인사에 홍슬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그나저나 실물이 훨씬 이쁘시네요? 왜 예전에는 미처 몰라봤지? 하하하, 아무튼 '독화' 진짜 잘 봤습니다. 연기보고 소름 끼쳐본 게 얼마 만인지. 나중에 촬영 들어가면 한 수 가르쳐주세요."

"아닙니다. 제가 무슨···."


다른 배우들에겐 눈인사 한번 없이 오직 경주마처럼 홍슬기만 보며 주절주절 떠드는 최원우였다.


"자, 그럼 마지막 한 분도 오셨으니깐 본격적으로 대본리딩 시작해보시죠.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진 것을 감지한 김정남 감독이 곧장 시작을 알렸다.


"저는 '오, 주여, 오 나의 신령님' 연출을 맞은 김정남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짝짝짝


이후, 박정아 작가가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고, 출연 배우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윤청아' 역을 맡은 홍슬기입니다. 이런 멋진 작품에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무척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작품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겸손한 자기소개에 힘 있는 박수가 쏟아졌다.


다음은 남자 주인공을 맡은 최원우의 자기소개였다.


"안녕하십니까! 남자 주인공 '최성수' 역의 최원우입니다. 하하하,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저와 초면일듯한데요. 제가 연기할 때는 조금 까탈스러운 편이라 이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우리 작품, 엄청 잘 될 겁니다. 사실 캐스팅 제의 들어온 작품들이 제법 있었는데 이 대본 보자마자 전부 까버렸거든요. 그만큼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는 얘기죠. 하하하, 앞으로 잘해봅시다."


짝짝짝


최원우의 소개가 끝나자 어색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저게 자기소개야, 자기 자랑이야?"


스텝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내 귀에 들려왔다.

요즘 잘나간다는 라이징 스타답게 얼굴 하나는 기가 차게 잘생겼다.

하지만 다소 경박한 목소리와 가벼워 보이는 행동거지가 외모의 매력을 대폭 깎아 먹었다.


나는 안면이 있는 조연출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조용히 물었다.


"최원우 배우. 혹시 언제쯤 캐스팅이 확정된 건가요?"

"아, 원우씨요? 으음···. 잘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홍슬기씨 확정되고 일주일 후쯤이었을 겁니다."


참으로 공교롭지 않은가.

분명 내 눈으로 봤던 탄탄한 황금빛 대로가, 남자 주인공 캐스팅 확정으로 한순간에 검은색 가시밭길이 되다니.

분명 저 뺀질뺀질하게 생긴 놈이 원흉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아···. 저는···."


뒤이어 비중이 적은 조연 배우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당당하게 본인을 소개하는 배우도 있었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소심하게 하는 배우도 있었다.

연차가 있는 중견 배우들은 비교적 담담하고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하는 편이었다.


문제는···.


"헐···. 지금 휴대폰 하는 거야?"


다른 사람의 소개 시간에 당당한 태세로 휴대폰을 잡고 있는 최원우를 보며 스텝들이 수군거렸다.


"다른 사람 소개할 때 휴대폰은 잠깐 넣어두는 게 어떤가?"


참다못한 중견 배우 한 분이 최원우를 나무랐고.


"아휴, 죄송합니다 선배님. 중요한 광고 건 때문에···. 이게 사이즈가 좀 크거든요. 폰 만지면서도 사실 다 듣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반가워요 조현승씨."


졸지에 노현승에서 조현승이 된 조연 배우가 썩어가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나도 알 것 같았다.

최원우라는 배우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그러면서 그의 관상을 유심히 살폈다.


'이마와 광대뼈 즉, 양쪽 관골이 푹 꺼져있어 관운이 좋지 않아 조직 생활이 힘든 타입, 이마가 좌우로 좁아 마음의 골이 좁은 사람.'


한마디로 심보가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얘기였다.


'얼굴에 비해 코가 지나치게 높아 남의 말을 듣지 않고 거만한 타입, 얼굴빛이 살짝 자줏빛이 나는 걸 보니 성격이 급하고, 말을 잘 가려 하지 못하는 타입.'


뭐 이 정도만 봐도 대충 사이즈가 나왔다.

물론 관상만으로 한 사람의 전체를 재단할 순 없지만, 경지에 이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본질을 엿볼 순 있었다.


어쨌거나 살짝 어수선한 분위기에 본격적인 대본 리딩이 시작됐다.

그래도 다들 프로답게 대본을 손에 쥐자마자 바로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봐 청년! 그대에게 삿된 것이 붙었어. 당장 떼어내지 않으면 큰 화를 당하게 될 거야. 으으으. 잡귀야 물럿거라! 어디 감히 생자에게 해를 끼치려고! 훠이! 훠이!"


정말 무당이라도 된 듯, 눈깔까지 뒤집으며 대사를 치는 홍슬기의 연기에 소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쭉 화기애애할 것 같던 현장에 복병이 하나 있었으니.


"이거 완전 미친 똘아이년 아냐? 여기와서 이러지 말고 병원을 가봐요. 병원을."


"저···. 그, 최 배우님? 미친년이 아니라 정신 나간 여자라고···."


작가가 대사의 오류를 지적하자 최원우가 능글맞게 웃으며 받아쳤다.


"에이, 이게 훨씬 리얼리티가 살죠 작가님. 누가 현실에서 '야잇 정신 나간 여자야!' 이래요. 안 그래요들?"


최원우가 주변을 둘러보며 동조를 구했지만, 다들 눈길을 피하며 모른 척 외면했다.

하지만 최원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계속 대사를 이어나갔다.

서로 눈이 마주친 감독과 작가가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자꾸 나를 따라다니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사탄 들린···. 거 아니에요?"


대본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는지 리딩 중간마다 최원우가 대사를 저는 모습을 보였다.


자꾸 그런 모습이 반복되다 보니 모닥불에 물을 끼얹은 것처럼 달아오르던 분위기가 팍 식어갔다.

문제는 본인은 전혀 그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아니 의식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적반하장으로 자기 분량이 끝나면 대사가 이상한 것 같다고 연신 구시렁거리기 바빴다.


"저, 원우씨. 조금만 조용히 해주시겠습니까? 다른 사람 대사하는 게 잘 안 들립니다."


배우 중 누군가가 참다못해 최원우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했지만.


"제가 뭘요? 주연배우가 혼자 연기 피드백도 못 합니까?"


그야말로 안하무인의 정석을 보여주며 당당히 본인의 이미지를 지켜갔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걸 직감한 것인지 그때부터는 다른 배우들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일단 대본 리딩은 끝이 났고, 그제야 배우들도 몰입을 풀고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됐다.

최원우가 옆에 앉아있던 홍슬기에게 집요할 정도로 말을 걸기 시작한 게.


"작품으로 뵙는 건 처음이네요. 그죠?"

"아, 예. 그러네요."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연기 경력이 많다고 해도 저보다 나이는 어리니 선배님이라고 하긴 좀 그렇잖아요."

"그냥 슬기씨라고 불러주세요."


"에이, 슬기씨는 너무 거리감 느껴지지 않아요? 그냥 서로 말 편하게 하면 어때요?"

"아···. 그, 좀 더 친해지면 그때 하는걸로 해요. 제가 낯을 좀 가리다 보니···."


"허얼, 낯을 가려요? 와. 이미지는 되게 안 그럴 것 같은데 의외네요. 오히려 잘됐어요! 그럼 좀 더 친해질 필요가 있으니 오늘 저녁에 식사 안 하실래요? 제가 이태리 음식점 근사한데 아는데."

"예? 둘이서요?"


대놓고 들어오는 개수작에 홍슬기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하하, 그럼 주연배우가 우리 둘 말고 또 있나요? 어차피 이 드라마는 우리가 얼마나 호흡이 잘 맞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겁니다. 그러니 일찌감치 단합하는 자리를 갖는 게 좋지 않겠어요?"

"아, 저 그게···. 오늘은 일정이 있어서."


"그럼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될 수 있으면 제가 맞출게요."

"어, 음···. 그게."


마땅히 거절할 명분이 없어 난감해진 홍슬기가 우물쭈물할 때쯤.


"슬기씨? 대본 리딩 끝나면 바로 이동해야 합니다. 첫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광고랑 화보 촬영 일정으로 꽉 차 있는 거 까먹으신 거 아니죠?"


시기적절하게 툭 치고 들어온 나를 보며 홍슬기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구세주라도 본듯한 얼굴이었다.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홍슬기가 자리를 주섬주섬 정리하자 입맛을 다신 최원우가 나를 한차례 째려보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 끝난 거면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요. 다음엔 제가 회식이라도 쏘겠습니다."


거의 통보식으로 작별인사를 마친 최원우가 매니저를 이끌고 바람같이 사라졌다.

웃긴 건 최원우가 사라지자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는 점이었다.


"우리 남자 주인공이 아주 개성이 넘치는구랴."

"그러게요. 어디서 저런 대단한 배우를 데리고 온 건지."


두 중견 배우가 능숙한 돌려 까기를 시전하자, 주변에서 옅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충 인사하고 나가버린 최원우와 달리 홍슬기는 한 명 한 명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혹시 저 기억하시겠어요? 한 십 년 전쯤에 '소원'이란 작품같이 했었는데."

"으응? 거기에 나왔다고?"


"똑순이 기억 안 나세요? 최봉주 선생님 손녀로 나왔던."

"아아아! 기억난다! 어머머! 그 쪼꼬만했던 애가 이렇게 큰 거야? 어쩜! 너무 예쁘게 잘 컸다. 오호호, 그때도 어린 게 연기가 범상치 않더니, 어머나, 너무 잘됐다 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선배들한테는 깍듯했고, 신인이나 무명배우들에게는 붙임성있게 먼저 다가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홍슬기.

덕분에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훈훈하게 달궈지며 그럭저럭 유종의 미를 거둔 첫 상견례가 될 수 있었다.


탁!


차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으며 몸을 늘어뜨린 홍슬기.

운전대를 잡은 나는 백미러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고생했어요."

"하하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네요. 주연으로 참석한 대본리딩은 처음이라 더 긴장했어요. 그래도 얼추 잘 마무리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상대 배우 느낌은 어땠어요?"

"아, 최원우씨요? 뭐랄까···. 좀 자유분방한 느낌?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친해져 봐야 알겠죠?"


"굳이 친해질 필요 없어요."

"네···?"


놀란 토끼 눈이 된 홍슬기가 내 뒤통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제 생각엔 조만간 최원우씨한테 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내 생명 연장에 치명적인 방해물을 이대로 놓아둘 순 없다.

제 발로 곱게 걸어 나갈 생각이 없다면,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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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독도 잘만 쓰면 약이 될 수 있는 법 +9 24.06.13 13,704 30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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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변수 발견 +7 24.06.11 13,842 29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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