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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거물 연예인들이 집착하는 괴물 신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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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최근연재일 :
2024.06.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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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470

작성
24.06.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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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6화 걔 존재가 설명이 안 돼요

DUMMY

"아니!? 본부장님! 지금 무슨 말씀입니까? 멀쩡히 일 열심히 하고 있는 애를 왜 가수 1팀으로 보내라는 겁니까!?"


콰당!


"아오, 깜짝이야!"


귀를 후비적대던 장현석 본부장이 이기백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급발진 하지 말고 일단 앉아."


"지금 제가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이건 진짜 아니지 않습니까!?"

"어허, 이 팀장! 일단 앉으래도!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알만한 양반이 회의하다가 이게 뭐 하는 추태야?"


언성을 높이는 본부장을 지그시 노려보던 이기백이 쓰러진 의자를 일으켜 세워 다시 자리에 앉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그의 심경을 말해주는 듯했다.


"쯧쯧, 저놈의 성질머리하고는. 그래, 탁 팀장. 계속 얘기해봐. 그래서 인원 충원이 왜 필요하다고?"


본부장의 호명에 발언권을 잡은 탁호경이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힐끗 이기백을 쳐다봤는데 그 눈빛 저변에는 미약한 조롱이 담겨있었다.


"본부장님도 아시다시피 이번에 데뷔조 후보생들을 뽑아놓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뭐, 일반 연습생들이야 지켜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내보내면 그만이지만 데뷔조는 다릅니다. 회사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애들이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동반되어야 하죠."

"알아, 안다고. 뭔데 그렇게 서두가 길어?"


"초짜 매니저로는 제대로 된 관리가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연차 있는 실장급을 붙이기엔 여유 인력이 없고요.

"하나도 없다고? 그 많은 애들이?"


"지금 지역 행사 시즌이라 정신 없기도 하고, 다른 것보다 블랙워크 애들 일본 투어 일정 때문에 다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본부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탁호경의 호소에 턱을 쓰다듬던 본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신없이 바쁠 시기긴 해. 회사 입장에선 대목인 거고."


"솔직히 지금 일본 넘어간 애들, 인원 더 붙여달라고 매일 전화 와서 징징댑니다. 이러다가 과로사하겠다고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가며 일 시키고 있는데, 데뷔조 애들 관리시킨다고 인원을 빼간다? 이거 진짜 폭동 일어납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예전에 배우팀처럼 실장급 애들 담합해가지고 한 번에 튀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가장 아픈 흑역사를 언급하자 본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뭐? 그건 절대 안 돼! 내가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아오! 지금 생각해도 열 받네? 애들한테 그런 조짐이 보였으면 진작 상황 보고하고 조치부터 취할 생각을 해야지. 애들 다 도망가고 나서 보고하면 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는 거야 뭐야?"


들으라는 식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본부장을 보며 배우 매니지먼트 팀장들의 얼굴이 썩어갔다.


'지랄. 그때 몇 번을 얘기했는데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인력 부족하다고 백날 얘기하면 뭐하냐고. 소귀에 경 읽기지. 회사 생활 진짜 뭣 같네.'


그렇게 속으론 온갖 참신한 욕을 쏟아냈지만, 대외적으론 죄인처럼 고개만 푹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잡혔다고 생각했는지 탁호경의 목소리 데시벨이 조금씩 높아져 갔다.


"뭐, 까놓고 얘기해서 배우 팀 일이었으니깐 다행이었지 가수 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제 막 입사한 초짜 애들이 뭘 하겠습니까? 스케쥴 관리 안 돼서 여기저기에서 보이콧 쏟아질 거 뻔하지 않습니까? 여기 업계가 입소문이 얼마나 빠른지 잘 아시죠? SH엔터 문제 많더라, 일 더럽게 못 한다더라 이런 소문이라도 돌면 이미지에 얼마나 타격이 있겠습니까? 어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안되지! 그런 일은 절대 벌어져선 안 돼.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구만."


몸서리 치며 몸을 부르르 떤 본부장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탁호경을 응시했다.


"그러니깐, 배우 1팀 송주포만 보내주면 된다는 거지?"


본부장의 직접적인 언급에 이기백이 펄쩍 뛰었다.


"아니, 그래! 다 좋다 이거야. 근데 왜 하필 우리 주포를 데려가겠다는 거냐고!? 아니면 경력직 인원을 따로 뽑던가! 우리도 바빠! 더구나 주포 걔는 관리하는 연예인이 둘이라고."


이런 이기백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탁호경의 입에서 준비된 답변이 술술 흘러나왔다.


"이 팀장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근데 저희가 상황이 워낙 급해서 그렇습니다. 아, 같은 식구 좋다는 게 뭡니까? 이럴 때 도움 좀 주십쇼."

"그러니깐 왜 그게 하필 주포냐고."


"그럼 누굴 데려갑니까?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실장급은 있어야 하는데 배우 팀에 실장급 누가 남아있습니까?"

"아, 그야······."


당황한 이기백이 말끝을 흐렸다.

실장급 대탈주 사건 이후 남아있는 실장은 거의 없는건 팩트였기 때문이었다.


"주포 그 녀석. 이제 겨우 2년차야. 따지고 보면 초짜 매니저나 다름없다고."


"에이, 이거 왜 이러십니까? 회사에 직급보다 확실한 증표가 어딨습니까? 연차고 나발이고 대표님이 걔를 실장급으로 인정했기에 진급시킨 것 아닙니까?"


대표까지 걸고넘어지자 이기백이 거칠게 입술을 짓이겼다.


"걔 요즘 진짜 무진장 바쁘다고. 사정은 알겠는데 자기 일 내팽개치고 남 도울 순 없잖아."


"홍슬기는 이제 드라마 촬영 들어갔으니, 당분간은 집하고 현장에 데려만 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 나이많은 무명배우야 당연히 바쁠 일도 없을 테니 신경쓸 것도 없을거고. 시간 널널하네요 뭘."

"탁 팀장, 너 무슨 말을 그렇게 싸가지없게···!"


흥분하여 노발대발하려는 이기백의 말을 싹둑 끊어버린 탁호경.


"냉정하게 일의 경중만 놓고 얘기하자는 겁니다. 저라고 뭐 욕 얻어먹어 가면서까지 이러고 싶겠습니까? 저도 죽겠습니다. 이런 싫은 소리 하기도 싫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으니 이러는 거 아닙니까?"


본인도 피해자라고 호소하는 탁호경을 향해 이기백은 더 몰아붙이지 못했다.

나름 산전수전 다 겪어봤기에 눈치챈 것이었다.

여기서 더 다그쳤다간 그저 자기 식구만 생각하고 회사 따윈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인 놈이 되리라는 것을.


승기가 넘어왔다고 생각한 탁호경이 마치 달래는듯한 말투로 태세를 전환했다.


"누가 영영 보내 달라고 했습니까? 제대로 된 사람 뽑을 때까지만 좀 맡아달라는 겁니다. 일종의 파견 형식인 거죠. 이번 데뷔조의 성공 여부에 제 인생도 걸려있습니다. 이 팀장님이 저 싫어하는 거 압니다. 그래도 이번만 좀 도와주십쇼 이렇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연기자 뺨칠 정도의 호소력에 주변에서도 보내자 라는 여론이 우세해졌다.

이기백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자코 듣고만 있던 본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탁 팀장이 저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웬만하면 좋게 좋게 보내주지 이 팀장? 탁 팀장도 얘기하잖아. 잠깐 파견 형식으로 보내 달라고."

"본부장님! 주포 그 친구. 말이 실장이지 가수 매니지먼트 쪽으로는 제대로 경험도 해본 적도 없는 친굽니다. 걔가 거길 가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상 신입 보내는 것과 별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에이, 그 친구는 남다르지 않습니까? 입사 초창기부터 감독한테 어필해 자기 배우 분량을 늘려오질 않나, 천하의 김지원을 회사로 데려오는데 큰 공을 세우지 않나. 그게 어디 신입 매니저가 할 법한 일입니까? 누가 그렇게 생각할까요? 길가는 사람 붙잡고 한번 물어볼까요?"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거친 한숨을 내뱉은 이기백이 잠깐 허공을 쳐다봤다.

미간은 사정없이 구겨져 있고, 관자놀이에는 푸른 핏줄이 돋아 있었다.


“씹···. 후우, 그래서 뭐 얼마나 보내 달라고?”

"2개월에서 3개월, 딱 그 정도만 빌립시다.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사람 구해볼게요."


끝끝내 이기백은 승복할 수 밖에 없었다.

더는 거부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그 이상은 안 돼. 슬기도 오래는 못 기다릴거고, 무엇보다 김지원 휴식기 끝나기 전까지는 무조건 돌아와야 해. 김지원씨 성격 어떤지 너도 잘 알지?"

"어휴, 물론이죠. 걱정마십쇼."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던 본부장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렇게 잘 협의하니깐 얼마나 보기 좋아. 예전에도 인력 부족하면 품앗이처럼 서로 빌려주고 그랬잖아. 오히려 다양한 업무 경험해보고 좋지 뭐. 안그래? 아무튼, 이걸로 얘기는 끝난 거야? 다들 회의하느라 고생했어. 오늘은 이만 해산하는걸로 하자고."


목적을 이뤘다는 듯 본부장은 서둘러 폐회 선언을 했고, 강 건너 불구경하던 팀장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별 표정 없이 자리를 정리하는 탁호경에게 이기백이 다가갔다.

수틀리면 한 대 칠 것 같은 살벌한 기세로.


"내가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괜한 텃세 부리거나 꼬장 부릴 생각은 절대 하지마라. 나 진짜 가만 안 있는다. 내 성질 알지? 한번 야마돌면 뵈는거 없는 미친개인거."


"애도 아니고 다 같은 SH식구끼리 텃세는 무슨 텃셉니까?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쇼. 제가 예뻐라 하면서 잘 챙겨주겠습니다."


깐족거리는 탁호경을 죽일 듯 노려보던 이기백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선 힘없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이기백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탁호경이 슬그머니 본부장 쪽으로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크흠, 고맙긴 뭘.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그나저나 이기백이 저건 나이를 처먹어도 성질머리가 죽질 않아 쯧쯧. 근데 정말 이거면 되는 거야? 확실히 문 대표한테 한 방 먹일 수 있다 이거지?"


의심 섞인 본부장의 말에 탁호경이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다니까요. 무슨 연줄인지는 모르겠지만 송주포란 놈, 문 대표 낙하산이 확실합니다. 그게 아니면 걔 존재가 설명이 안 돼요."


"그래, 나는 탁 팀장만 믿고 있을 테니 알아서 잘 처리해놔. 문 대표 설치는 꼴 더는 보기 싫으니까. 요새 그 여자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러다 제 명에 못 살겠다고."


본부장의 말에 탁호경의 한쪽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능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한 인간.'


그게 장현석 본부장을 바라보는 탁호경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정성껏 비위를 맞춰오고 있었다.


"걱정 마십쇼. 그 낙하산 놈, 온실 속에서 안락하게 지내다가 이제 진짜 지옥이 뭔지 맛보게 될 겁니다."

"기껏 연습생 애들 좀 돌보는 건데 오바는 쯧."


"그냥 연습생이 아닙니다. 걔내들···. 일반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지금 벌써 매니저 몇 놈이 떨어져 나간 지 아십니까?"


탁호경의 말에 본부장의 얼굴이 떨떠름해졌다.


"그 정도야? 근데 그런 애들을 왜 뽑은거야?"


"비주얼도 그렇고, 실력이 제일 좋으니까요. 말을 좀···. 안 들어서 그렇지. 다른 회사에서 걔내들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관리를 철저히 해야겠구만."


"문 대표가 전략적으로 송주포를 밀어주고 있는 이 시점에 제동 한번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 대표에겐 압박이 될 겁니다."

"기왕 하는 거 제동만 걸지 말고 아예 폐기처분 해버리는 건 어때?"


"말해 뭐하겠습니까. 저만 믿고 기다려주십쇼."

"크흐흐, 역시 믿을 건 탁 팀장밖에 없어."


마주 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 비슷한 느낌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때 두 사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착각으로 빚어진 문 대표의 숨겨진 검이 방향을 틀어 자신들의 폐부를 찌르게 될 거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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