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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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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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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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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150.

DUMMY

아담한 석실 안에는 삼인이 앉아 있었다.


위진성, 장우극, 굽타.


“굽타, 천혈사는 어떤 곳이오? 처음부터 자세히 말해 주시오.”

“그건 왜? 갑자기 배화교에 대해서 관심이라도 생겼나?”

“···.”


위진성은 냉엄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가 이럴 땐 무게감이 있어서 상대방은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절대 기도가 흘러나왔다.


“크흠~.. 우리는 오백 년 전, 천축에서 중원으로 온 혈풍사의 후신이다. 말했다시피 도둑 맞은 영겁의 성화를 찾기 위해서 왔었지.

그런데 그게 크게 실패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습하고 천축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그곳의 배화교가 탄압으로 위태로워졌다. 해서 오도가도 못하고 중원에 뿌리내리게 됐지.”



오랫동안 이들은 눈에 띄는 외모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많았었다. 그렇게 조심조심 숨죽인 오백 년의 세월이 흐르고 굽타가 마하테라에 올랐다. 그는 오르자마자 심혈을 기울여 실혼인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실혼인은 오래전부터 배화교에 전해지는 비전인데 교가 몰락하면서 천축이나 중원에서도 실전됐었다. 그걸 오랜 연구 끝에 실혼인은 완성 직전까지 갔었다.


저 빌어먹을 놈만 아니었다면 천여 명의 실혼인들로 성화도 되찾고 이 땅에 배화교를 부흥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저놈만 아니었으면···.


“으드득!”


굽타의 턱에서 절로 갈리는 소리가 났다.


“굽타, 그리 억울해 마시오. 내가 아는 마교는 실혼인 따위에 무너질 곳이 아니니.”

“그걸 네놈이 어찌 아느냐?”

“싸워 왔으니까!”

“이미.. 벌써 마교와 싸웠다고?”

“··· 그럼 다음으로 어떻게 사람에게서 영겁의 불을 뽑아내는지 말해 보시오.”

“쩝!, 그건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생각해야 될 게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있고.”

“준비? 뭐가 필요하단 거요?”

“당연하지 않겠느냐? 그냥 될 거라 생각한 것이냐?”

“말해 보시오.”

“패천신검에게서 성화를 분리해 모실려면 귀색령이 필요하다.”

“왜 그렇소?”

“귀색령이 뭔지 아느냐? 귀색령은 아후라 마즈다가 대마족이었을 때, 신족과 마족을 쓰러뜨리고 영, 혼이 흩어질 때 일부를 담은 귀물이다.

그게 마즈다가 변해서 신장으로 화생할 때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그게 우리 배화교에 성화와 함께 전해진 것이지.”


이 말을 하는 굽타의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게 어떻단 말이오?”

“성화는 귀색령과 동질감을 갖는다. 귀색령에 반응하지.”

“흠~.. 그건 그렇고. 또 있소?”

“꼭 필요한 게 하나 더 있지. 불러낸 성화를 모실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

“마화령을 말함이오?”

“그렇지, 성화령.”

“여기 천혈사에도 마화령이 있소?”

“오백 년 전 선조들이 준비도 없이 그냥 왔겠느냐? 그때 혈풍사가 무너지면서도 다행히 성화령만은 무사했지.”

“그게 지금 여기 있다는 말이오?”

“나만이 아는 장소에 있다.”

“그게 여기요?”

“그건 차차 얘기하자.”


피식


“협조하기로 했지 않았나?”

“네놈한텐 협조고 노부에게는 심문이겠지.”


위진성은 굽타가 고분고분하진 않을 거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초장부터 이럴지는 몰랐다.


“성화령과 귀색령만 있으면 노부의 힘으로 어떻게든 가능하다. 성화령도 이곳 모처에 있으니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된다.”


굽타가 한 발 물러섰다.


“굽타, 협조든 심문이든 날 시험하지 마시오.”


다시 절대 기도가 좌중을 압도해 간다.


“영겁의 불을 빼내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오?”

“그건··· 먼저 패천신검을 제압해야 한다. 그리고 본사의 이환대법으로 성화를 깨우고 귀색령으로 밖으로 인도한다. 그렇게 인도 되신 성화를 성화령에 모시면 끝이다.”


복잡한 것처럼 말하더니 그렇진 않다.


“지금 말한 것이 맞는 방법이오?”

“노부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패천신검을 제압해야 한다는 게 맞소?”


‘요놈이 뭘 알고 하는 소린 아니겠지?’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 대법을 펼쳐야 하니···”

“···.”


위진성은 손가락으로 턱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마화를 빼내고 나면 그 사람은 어찌 되오?”

“패천신검이 궁금한 것이냐? 그거야 패천신검이 어떻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정신이 굳세면 돌아올 수도 있고 아니면 혼백이 흩어진 반송장이 되겠지. 미치거나.

변수가 많으니 뭐라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 없다. 이 외에도 성화가 몸에 머문 시간도 관계있을 테고.”


‘정신력. 시간이라···’


척군영의 정신력이 어땠는지는 모른다. 다만 사부에게서 들은 것들을 돌이켜 보면 강인한 정신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마화가 몸에 머문 시간? 무려 사십 년이 넘는다. 이 정도 기간이면 아무리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못 버틸 시간의 무게다.


마화가 빠져 나온 척군영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 전에 자신이 척군영을 꺾을 수 있을까? 왠지 의심이 가지만 굽타의 말대로면 자신이 그를 제압해야 다음 진행이 있다. 그러니 지나치게 앞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한데 지금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위진성은 고개를 좌우로 몇 번 돌리면서 생각들도 털어냈다.




밖은 깜깜한 한밤중이었다. 장우극은 말리는데도 위진성을 동굴 밖까지 배웅했다. 그건 손을 맞잡은 협력자 보다는, 가까운 벗을 대하는 모습이었다.


그건 위진성도 마찬가지.


그도 장우극과는 손발이 잘 맞는 느낌이었다. 소위 합이 좋다고 할까? 이번 일도 많은 피를 보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한 걸 봐도 그렇고···


“장형, 마하테라는 나중에 데려갈 사람들을 보내겠습니다.”

“월하장 사람들 말합니까?”

“아마도 그리될 겁니다.”

“걱정 마시오. 내 잘 감시하고 있겠소. 그리고 마화령도 빨리 실토하게 하겠소.”

“하하.. 그래 주면 좋구요.”


역시 장우극과는 일하기가 편하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그가 먼저 말해주니 대화하기가 힘이 하나도 안 든다.


“그리고··· 장형, 귀색령 말입니다.”

“예에?”

“그건 내가 소지하고 싶군요. 어떻습니까?”

“흠~. 그리 합시다. 굽타도 그쪽으로 가게될 테니 귀색령, 마화령 모두 위형이 갖고 있는 게 맞겠소.”

“이해 해주니 고맙습니다.”

“허허. 감사라니요, 위형의 활약으로 큰 일을 빠르게 처리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거지요.”


만약 군무수가 이 소리를 들었다면 놀라 자빠졌을지도 모른다. 그가 아는 장우극은 과묵하고 이렇게 쉽사리 말하거나 사람과 가깝게 지내지 않는다. 흔한 말로 그는 쉽게 곁을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군무수만 하더라도 장우극과 허물 없는 사이가 되는데 오 년 이상이 걸렸다. 그 호쾌하고 유들유들한 군무수가 말이다.


더구나 장우극은 본인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서 좀처럼 자신을 상대방 보다 낮추지 않는다. 굳이 나눈다면 겸양보다는 자신감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 그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위진성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는 품에서 방울 달린 한 뼘 길이의 물건을 건넸다.


방울을 가만히 보던 위진성은 문득 궁금해졌다.


‘마즈다의 숨결? 그거 묻는 걸 깜박했군’


그는 품에 갈무리하며 장우극에게 작별을 고했다.


“장형,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그럽시다. 아, 위형. 최근 무림 소식은 들었소?”

“최근 소식?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끄덕


“결국 무림맹과 혁련세가 간에 충돌이 있었다 하오.”

“무력 충돌을 말함입니까?”

“그렇소. 나도 아직 회에서 연락 전이라 자세한 내용까진 모르오. 듣기로 장로로 구성된 조사단이 혁련세가 가까이에서 세가원들과 충돌이 있었던 것 같소. 하다보니 싸움이 커져서 양측의 피해가 좀 있나 봅니다.”


이건 쉽게 볼 사안이 아니다. 쉽게 일어날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 파장도 큰 사건이었다.


‘싸우더라도 좀 이른 거 아닌가?’


그는 그렇게 생각됐다. 혁련세가가 무림맹에서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싸운단 말인가?


무림맹 입장에서도 이제 두 번째 조사단이 파견된 것이다. 혁련세가와 대화할 시기이지 무력 충돌 할 상황은 아니잖은가?


그런데 싸움이 있었다는 건 뭔가 돌발 상황이 있진 않았을까? 자세한 건 장우극도 모른다 하니 차차 더 알아 봐야겠다.


“뭔가 무림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구려! 이번 충돌은 그 시작이 아닐까 싶소.”

“나도 장형 의견에 동감이오. 음모를 꾸미는 곳들이 한, 두 곳이 아니니 무림에 큰 혼란이 있지 않을까 싶구려.”


위진성은 고개를 들어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낀 하늘에 달무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붉은 색 달무리가 꼭 피를 흘리는 달처럼 생각되는 건 그의 마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일의 전주곡인가?


위진성의 입매가 한 일자로 굳게 다물렸다.


“위형은 어디로 갈 생각이오?”

“일단 월하장으로 갈까 하오. 거기서 생각을 좀 정리해야겠소.”


‘돌아가는 상황도 지켜보고···’


이럴 땐 한 발 물러서서 관망하는 게 나쁘지 않다. 삐끗해서 격랑의 중심부로 빨려들어갈 필요는 없을 테니.


“위형, 조만간 또 봅시다.”

“물론이오. 장에서 그 날을 기다리겠소.”


위진성은 남쪽으로 신형을 뽑아올렸다. 그는 찜찜한 기분을 날려버리려는 듯 힘차게 땅을 찍었다. 장우극이 보니 위진성은 수직으로 높이 솟구쳐 하늘을 달렸다.


그의 신형이 달무리에 잠겼다. 그를 둘러싼 붉은 바탕색이 핏빛 안개 같다고 장우극은 생각했다. 위진성이 핏무리로 뛰어드는 것 같았다.



#



쨍----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을 보니 신이 계절을 착각한 게 분명하다. 봄인데도 한여름 같은 태양이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다. 그런 태양에 연신 투덜거리며 산길을 오르는 장한이 하나 있다.


밤송이 머리에 주사를 바른 듯한 붉은 입술은 툭 튀어나와 있다. 큰 체구, 긴 팔, 솟은 어깨.


“갑자기 왜 이래? 이거 봄 맞아?”


투덜대는 이는 통천장 이곤이다. 그는 악양루에서의 추억(?)을 뒤로 하고 악양에서 먼 낙양으로 향했었다.


그는 낙양에서는 만족할만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나 그가 백마사를 구경하던 중 있었던 일은 그의 두 다리가 공중에 둥둥 뜨게 만들었다.


이곤이 그 유명한 천년 고찰, 백마사를 둘러보고 내려가던 때였다. 하산할 땐 작은 소로를 택해 풍광을 즐기려 했었다. 그런데 그 앞에 불한당들에게 희롱당하는 여인들이 나타났다.


평소 스스럼 없이 자신을 정천회주라 칭하던 그가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이곤은 통천장으로 어설프게 무공을 펼치던 불한당들을 때려눕혔다. 그리고 여인들에게 둘러싸여 협객이란 칭송을 받았다.


씨익


“으-흐흐흐~!”


덥다고 투덜대던 그가 생각만 해도 흐뭇한지 히죽거렸다. 이제서야 자신의 본래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래, 이거지! 이게 나, 이곤님의 본 모습이지~.”


낙양 다음은 개봉이다. 무림맹아! 기둘려라~.


자연스럽게 입술은 산 모양이 만들어졌고 걸음은 팔자가 됐다.


“크흠~!”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괜히 목청도 가다듬는다. 그렇게 한껏 고양된 이곤이 왕후장상처럼 걷다가 우뚝 멈춰섰다.


“ ! ”


저 앞에서 누군가 빠르게 접근하는 게 감지됐다. 그런데 신법을 펼치는 그 누군가에게선 사이한 마기가 전해졌다.


이곤은 즉시 수풀 한쪽으로 몸을 날렸다. 큰 나무들이 우거지고 잔풀들도 무성해서 몸을 가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가 몸을 숨기자 감쪽 같다. 누구도 여기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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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262. 23.05.29 138 2 12쪽
261 261. 23.05.28 134 3 12쪽
260 260. 23.05.27 156 4 11쪽
259 259. 23.05.26 217 4 11쪽
258 258. 23.05.25 130 4 11쪽
257 257. 23.05.24 153 4 12쪽
256 256. 23.05.23 132 3 11쪽
255 255. 23.05.22 154 4 11쪽
254 254. 23.05.21 174 4 11쪽
253 253. 23.05.20 151 4 12쪽
252 252. 23.05.19 154 3 11쪽
251 251. 23.05.18 186 4 11쪽
250 250. 23.05.17 190 4 11쪽
249 249. 23.05.16 19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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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247. 23.05.14 18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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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3. 23.05.10 19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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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1. 23.05.08 18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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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239. 23.05.06 208 4 11쪽
238 238. 23.05.05 1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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