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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7.15 18:00
연재수 :
259 회
조회수 :
11,958
추천수 :
697
글자수 :
1,391,524

작성
24.04.30 22:53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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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245. 신념

DUMMY

수백 년 전.


용, 아니, 용의 시체를 뒤집어 쓴 절망 앞에 한 사내가 피를 토하고 있었다.

사내가 입은 갑옷은 형편없이 깨져있었으며 그가 지금껏 쥐고 싸웠던 검은 두 동강이 나있었다.


- 그깟 쥐꼬리만한 힘 좀 얻었다고 이 몸에게 까불다니. 이건 죽일테니 다시 뽑아라.


거대한 발톱을 들어 쓰러진 사내를 짓이기려는 것을 기만이 말렸다.


- 좋은 말로 할 때 발톱 내려놔라. 저 정도로 뛰어난 제사장을 뽑기가 쉬운 일인 줄 알아?

- 닥쳐라 쬐끄만 놈. 이 몸에 비하면야 다들 벌레 같은 녀석들 뿐이잖나.

- 효율이 좋지 않아 그 몸뚱아리 뒤집어 쓰고 조금 움직이는 것도 버거워 하면서 허세는. 이 멍청이는 힘 쓰는 것 말고는 도무지 쓸모가 없어.

- 뭐라고! 이 쬐끄만 놈이. 잡아 먹어주마.


기만과 절망이 서로 투닥거리고 있는 사이 웅크리고 있던 사내가 옆에 뒹굴고 있는 검을 집어들었다.

이미 날이 부러진 검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히펠이 흘러나왔다.

절망은 저것 보라며 발톱을 들어 사내 위로 떨어트렸다.

이번에는 확실히 짓눌러 죽이겠다는 의미였다.


카각


- 하?


이전에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부러졌던 사내의 히펠이 이번에는 절망이 내리누르는 힘을 견디고 있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자신에게 기어오르는 것이냐며 절망이 힘을 더 주려고 하자 기만은 한숨을 쉬며 사내를 안고 공간 이동을 펼쳤다.


멀리서 절망이 화가 나서 성질을 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여파로 태풍이라도 온 것처럼 폭풍이 불어닥쳤다.




품에 안아 들었던 사내를 한쪽으로 집어 던지며 기만이 물었다.


-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쯤은 내 기억을 물려받아서 알고 있었을 텐데... 왜 그리 죽지 못해서 안달인 거지? 살고 싶어서 싸워 온 것 아니었나?

- ...


아무런 답이 없는 사내는 그저 검을 다시 집어들 뿐이었다.


- 에휴. 그래. 뭐가 되었든 저 멍청한 녀석과 한 번 싸울 수 있게 해달라는 약속. 나는 지켰다. 이제는 저 녀석에게 싸움 걸지 말도록.


자식 주제에 대답도 안하는 사내가 질렸는지 기만은 사내를 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 ... 기만님.


몇 발 가지 않아 기만을 붙잡는 목소리.


- 저는 살려고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 그래? 그건 흥미로운 이야기네. 그래서 넌 왜 싸우는데?

- 저는... 증명하기 위해서 싸우는 겁니다.

- 무얼?

- 당신들이 나약한 인간이라 부르는 제가... 고작 인간인 저희가 홀로 설 수 있음을 말입니다.

- 홀로 선다고 하기에 네가 사용하는 그 힘은 내가 준 건데?

- 힘을 주신 것은 당신이어도 받아들인 것은 접니다.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저처럼 뛰어난 재사장을 찾기는 어렵다고.

- ... 그건 그렇지. 그래서?

- 저희 인간을 다스리는 것이 당신들이라면 혹은 다른 어떤 존재라면... 언젠가 저는 제 힘으로 당신들을, 다른 모든 존재를 뛰어넘을 겁니다.


사내의 말에 기만이 빙긋이 웃었다.


- 내가 준 힘으로 나를 뛰어넘겠다고 말하는 것이 뻔뻔하지만 뭐... 마음가짐이 우리와 어울리기는 하네.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뭐 됐고. 그래. 너에게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


기만은 손을 가져가 사내의 머리에 올려놨다.


- 지금부터 너의 이름은 유스티티엔.


환한 빛이었는지 혹은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어둠이었는지 모를 무엇인가가 깜빡거리며 그의 영혼에 이름을 새겼다.


- 정의로운 존재야. 어디 한 번 내가 있는 곳까지 올라와 보렴.


***


현재의 유스티티엔을 만든 것은 꺾이지 않는 히펠과 더불어 완벽에 다다른 기술이었다.

이 중에서 히펠은 사실 그가 그의 기술을 완벽하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 쯤에 불과하지 실제로 그의 강함은 극한의 기술에 있다 할 수 있었다.


단단하게 웅크린 적을 부술 때는 강하게.

이리저리 몸놀림이 재빠른 적을 벨 때는 빠르게.

적의 눈을 속일 때는 화려하게.

상대의 힘을 역이용 할 때에는 부드럽게.

공간 일대를 장악할 때는 무겁게.


모든 검술에 통달했다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야말로 검의 극의에 오른 자가 바로 그였다.


다만 여러 검술의 형태 중에도 그가 선호하는 것이 있고 또 반대로 쓰기를 꺼려하는 기술도 있었다.


그에게 있어 검은 스스로를 증명하는 수단이자 본인을 나타내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

상대방의 눈을 속이는 검은 저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 같았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것은 본인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으며, 공간 일대를 장악하는 검은 결국 히펠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에서 그가 추구하는 검과는 결이 맞지 않았다.


물론 현 위치에 오르기 전부터 강했던 것은 아닌지라 여러 검술을 익히는 과정을 거쳤기에 그가 좋아하지 않는 검술도 익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긴 했지만 결국 그 끝에 남은 검은 강한 검과 빠른 검 이 두 가지였다.

전투에 있어 여러 형태로 히펠을 운용하는 다른 자들과 달리 오직 신체를 강화하고 베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은 그의 나름의 신념이 담긴 것이었다.


이러한 신념은 일 대 다의 전투에 임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슈슈슉


멀리서 날아드는 수많은 마법을 막을 때에도 히펠을 주변에 펼치면 더 쉽게 막을 것을 유스는 일일이 검을 휘둘러 베어냈다.

인간을 초월한 자의 움직임이니 대부분의 마법을 벨 수 있었지만 모두 베기에는 날아드는 마법의 궤도가 하나같이 까다로웠고 미처 베지 못한 마법은 유스에게 꾸준하게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이번에는 율트나가 던진 쇠꼬챙이가 유스의 어깨를 뚫어내며 잠시 유스의 중심이 흐트러졌다.


"이 놈!"

"하압!"


그 틈을 파고든 두 사람.

앞에서는 장로의 히펠이 유스의 목을 노렸고 뒤에서는 날카로운 바람을 두른 하람의 손날이 그의 두 다리를 노렸다.


"!"

"쯧. 피하거라!"


쇠꼬챙이에 중심이 흐트러졌다고 생각했지만.


빙글


쇠꼬챙이가 어깨에 가한 힘을 이용해 그대로 몸을 회전시킨 유스는 검을 휘둘러 원을 그렸다.

대각으로 그려진 원은 먼저는 몸을 낮춘 하람을, 다음으로는 목을 노리는 장로를 거의 동시에 노리고 있었다.

원을 따라 대기에 균열이 일었다.


쩌저적


검이 찢은 균열이 하람에게 닿기 전에 그녀의 앞으로 이트나가 나타났다.


콰아아앙


방패를 들어 유스의 검을 막아낸 이트나는 하람과 함께 멀리 날아갔다.

적을 떨쳐 냈음에도 유스의 날선 눈빛은 여전히 예민하게 공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노인 쪽을 베었을 때의 감각 때문이다.

완벽히 베어내지 못했을 때의 감각.


쇄애액


"참 성가시고 특이한 능력이군."


아니나 다를까 굉음과 함께 일어난 먼지 바람을 가르며 히펠이 예기를 흩뿌리며 날아들었다.

유스의 예상대로 장로는 그의 공격에 날아가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켜냈고.


"하압!"


저를 노리는 균열을 넘은 장로는 끈질기게 자신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한 바퀴를 돌며 검을 휘두르는 큰 동작에 틈이 만들어질 법도 한데 유스는 저를 향해 떨어져내리는 장로의 검에 반응해 검을 마주 휘둘렀다.


쩌엉


유스의 검과 맞닿은 장로의 히펠이 산산조각 나 허공에 흩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장로는 유스의 검격에 날아가지 않았다.

원래대로면 그대로 장로를 날려야 할 균열이 처음의 기세는 어디가고 중간에 뚝 하고 멈췄기 때문이다.


히펠이 부서져 무방비 상태가 된 장로를 마무리하려던 유스는 때맞춰 저에게 쏟아지는 마법을 막기 위해 검을 휘둘러야 했다.

그 틈에 몸을 빼낸 장로는 다시금 검에 히펠을 둘렀다.

부서진 히펠을 다시 뽑아낸 것이 벌써 마흔 번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의 상태를 짐작한듯 율트나가 물었다.


"장로님. 얼마나 더 가능하시겠습니까?"


지금의 전선을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은 근접전에서 유스의 발을 묶어 둘 사람이었다.

멀리서 공격하는 마법사들이 그에게 거리를 내주는 순간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튼튼한 방패를 가진 이트나 혼자 수행하기에는 마치 공간까지 가르는듯한 유스의 강력한 검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없었기에 무리였다.

유스의 검격을 맞고 날아간 이트나가 다시금 유스에게 다가갈 시간을 벌어줄 사람이 한 명 더 필요했고 그 역할을 장로가 수행하고 있었다.


"백 번, 천 번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저것은 숫제 괴물이다. 앞으로 많아야..."

"약한 소리 하면 안되죠."


장로의 말을 끊은 것은 펠페림 가주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작된 기억을 되돌리며 받은 충격이 가시고 있는지 현재 가장 활발하게 마법을 날리는 중이었다.


"이 전투가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 지는 몰라도 전위가 무너지는 순간 모든 게 다 끝입니다."

"끄응... 알겠네 알겠어!"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자에게 쓴소리를 들은 장로는 투덜 거리며 다시 유스의 발을 묶기 위해 달려 나갔다.

이트나도 방패의 힘을 빌어 겨우 막아낼 수 있는 유스의 검을 장로가 막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의 히펠의 특성 덕이었다.


닿는 것의 방향을 튼다는 특성.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는 장로의 검술에 더해 방향을 틀 수 있는 특성이 합쳐져 유스의 검격이 향하는 방향을 조금씩 틀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대에 퍼져있는 히펠의 밀도가 적은 곳을 파고들어 쭉쭉 뻗어나가야 할 유스의 검격이 히펠이 뭉쳐있는 곳에 틀어박혀 위력이 반감된 것이다.


"슬슬 한계인 것 같군."


저에게 다시 달려온 장로의 떨리는 손을 보며 유스가 말했다.


"괜찮다. 네 놈이라고 상태가 괜찮아 보이진 않으니."


장로의 말대로 유스의 몸에도 자잘한 상처가 남아있었다.


"뭐... 내 몸에 상처가 난 것을 본 게 오래간만이기는 하지."

"흥. 허세는."


유스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그가 그리도 자신하는 것은 그의 몸에 난 상처가 더 이상 회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처음 몇 번은 강력한 마법에 맞고도 곧잘 몸을 회복하더니 지금은 얕은 상처라도 영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즉, 쌓아둔 힘을 그만큼 많이 소모했다는 뜻.


전투가 길어진만큼 마법사들도 덩달아 힘을 많이 소모해 처음만큼 강력한 마법을 펼치고 있지 못했지만 전투가 장기전으로 가면 유리한 건 장로쪽이었다.


방패를 들고 쫄래쫄래 검을 막으러 다니고 있어서 착각할 수 있지만 본래 이트나는 '물의 기둥을 세우는 자'다.

그리고 물의 기둥을 세우는 자의 능력은 다른 이에게 본인의 힘을 나눠주는 것.

이트나가 적극적으로 유스를 공격하지 않고 방패로 공격을 막는 데에 집중한 것은 힘을 아껴 다른 이에게 흘려주기 위함이었다.


장로와 이트나가 번갈아가며 유스의 검을 몇 번 더 받아내는 사이, 이번에는 유스에게 파고든 하람이 유스의 팔 한쪽을 날리는 데에 성공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내뻗은 장로의 검이 기어코 유스의 목에 틀어박혔다.

그는 이어서 목에 박힌 검 끝으로 히펠을 있는 그대로 집어 넣어 유스의 몸 속의 장기며, 혈관이며, 근육이며 진탕으로 만들어놨다.


후우웅


확실히 인간보다는 괴물에 가까운 존재인지 그대로 절명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처에도 불구하고 유스는 검을 휘둘러 장로를 노렸다.

다만 이전과 다르게 확연히 약해진 위력에 장로는 그의 공격을 쉽사리 튕겨냈다.


"장로님 물러나세요!"


하람의 신호에 장로가 물러남과 동시에 유스의 위로 강력한 마법이 떨어져 내렸다.


"..."


유스를 상대하던 자들은 모두 숨 죽여 이번 공격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왕이면 이번 공격으로 끝나면 좋고, 설령 끝나지 않더라도 죽음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상처를 치료하는 데에 그의 기운이 많이 소모될 터이니 유리한 국면으로 이어질 심산이 컸다.


방패를 고쳐 쥔 이트나가 말했다.


"전투는 지금 그대로 가겠습니다."


이 와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힘을 흘려 마법사들에게 흘려 보내고 있었다.

자신들의 공격이 얼마나 먹혔는지 결과를 기다리며 각자 상태를 점검하고 있으니 이윽고 연기가 걷혔다.


드러난 것은 홀로 떠있는 심장.

심장 안에는 새까만 구체 너댓 개가 자리잡고 있었다.


두근


"... 저건."


전투가 끝나지는 않아도 적어도 제사장이 보유한 기운은 많이 소모시켰다고 생각하던 그들이었다.


두근


그러나 구체마다 느껴지는 밀도 높은 어둠에 그 자리에 있는 자들 모두 아연한 얼굴이었다.


"아직도 저렇게 많이 남아 있다고?"


두근


쩌저적


까만 구체 중 하나에 균열이 가더니 그 안에서 막대한 양의 기운이 파도처럼 심장 밖으로 몰아쳤다.

이리저리 날뛰던 기운은 다시 심장으로 몰려가 사람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어둠은 차근차근 인간의 육체를 이루더니 기어코 지금껏 그들이 싸워온 유스티티엔을 만들어냈다.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한 상태의 유스티티엔.

다만 항상 얼굴에 올리고 있던 엷은 미소를 지운 그는 어째서인지 씁쓸해 하는 것 같았다.

날카롭게 벼린 기세도 무뎌져 있었다.

마치 더는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손을 뻗어 검을 집어들었다.

무수한 마법에도 꺾이지 않은 자신의 순백의 애병에 히펠이 얽혀 올라갔다.


치잉


"모두 전투 준비!"


어딘지 화가 난 유스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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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50. 격 24.05.30 16 1 14쪽
249 249. 짜릿해 늘 새로워 24.05.21 9 1 13쪽
248 248. 꺾이지 않는 신념 24.05.18 11 1 14쪽
247 247. 하나를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24.05.16 13 1 13쪽
246 246. 포기를 모르는 남자 24.05.04 17 1 12쪽
» 245. 신념 24.04.30 1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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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242. 달갑지 않은 재회 24.04.15 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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