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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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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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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01
추천수 :
5,519
글자수 :
1,67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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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0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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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
추천
21
글자
23쪽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19)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9.

공동묘지는 도시외곽에 위치해 있다. 죽은 자가 쉬는 장소라는 경건한 의미는 퇴색되어, 가끔 언데드가 출몰하기도 하는 으스스한 장소로 바뀐 지 오래. 당연히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곳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안개까지 낀 날씨라면 더욱 꺼릴만하다. 왜냐하면 해가 중천에 떠 있음에도 안개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헌데 이 인위적인 안개 속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다.

공동묘지를 배회하는 사람들은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낡고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흔한 들꽃조차 들려있지 않았다. 이 무례한 참배객들은 무덤 위로 거리낌 없이 지나다녔다. 그들이 밟은 땅이 들썩거리다가 멈추길 반복했다.

“역시 짜증날 정도로 멍청해. 구울은.”

빙글뱅글은 방패치기로 무덤에 올라선 구울을 밀어냈다. 그러자 무덤 속에서 반쯤 썩어 너덜거리는 팔이 쑥 올라왔다. 그 손이 흙을 헤집으며 버둥대길 몇 분. 곱게 갈려진 흙에서 한 구의 시체가 몸을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구울이었다.

다시 자리를 옮긴 빙글뱅글은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무덤위에 올라가 있는 구울을 발견하면 밀쳐내어, 새로 일으킨 구울이 빠져나가기 좋게 만들었다.

애초부터 거치적거리는 구울을 공동묘지 밖으로 몰아내면 이렇게 수고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공동묘지에 몰아넣은 건, 정예병 급의 언데드로 정련하기 위해서다.

이미 묘지에서 일으킨 구울만 800마리다. 기존의 구울들이 약 400마리 가까이 되니, 이미 목표치인 1천 마리는 훨씬 뛰어넘었다. 그러자 네크로맨서의 상위 스킬이 활성화되었다. 그것도 네 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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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시]/[액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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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방패] [조건:1000의 언데드 보유]

네크로맨서가 받는 피해를, 대신 받도록 할 수 있습니다.

고기방패 사용 후 근처의 동종 언데드는 내구도를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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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시]/[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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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의 저울] [조건:1000의 언데드 보유]

언데드가 쓰러지면, 네크로맨서가 마력을 회복합니다.

마력의 저울 발동 후 10초안에 주문을 쓰면, 스턴 효과가 추가됩니다.

====================================

[타락의 오러] [조건:1100의 언데드 보유]

시체를 일으킨 장소에 오래 머물면, 어둠의 마력을 흡수하여 오러를 발생시킵니다.

오러의 영향권에 든 언데드는, 모든 능력치가 50% 가산됩니다.

[ TIP! 15분간 오러를 쐰 언데드는, 10%의 확률로 엘리트급으로 성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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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조건:1200의 언데드 보유]

동종의 언데드로만 구성된 병력에 한해 협공을 할 확률이 80% 증가합니다. 또한 아군의 죽음에 분노하여 30초간 버서커 모드에 들어갑니다.

버서커 상태인 언데드는 공격속도 5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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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뱅글은 타락의 오러를 이용해 엘리트 급을 만들 생각이었다.

벌써부터 키가 3m에 달하는 덩치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엘리트 구울은 내구도가 300이나 되고, 버서커에 걸리지 않은 상태인데도 공격속도 50%가 붙어 있었다. 게다가 구울 주제에 생각이란 것을 한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무덤을 밟고 서 있는 구울들을 멀리 치워버린다. 어떤 녀석은 무덤 속에서 구울을 쑥 뽑아내기도 한다.

이정도면 구울치고는 충분히 쓸 만하다.

“엘리트급만 50마리다. 싸우면서 더 늘어나겠지.”

이미 공동묘지는 포화상태. 구울들로 빽빽해져 지나다니기조차 힘들다.

빙글뱅글은 진군을 명령했다. 이정도 숫자면 성직자 한둘이 가세한다고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혹시 모를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엘리트 구울들만 추려서 한데 모아두었다.

“별동대는 그때그때 상황 봐가면서 투입해도 되겠지.”

빙글뱅글을 중심으로 구울들이 이동을 시작했다. 헌데 명령을 받은 구울들이 주춤거리는 게 아닌가.

“에이. 멍청한 것들. 그냥 앞으로 걸으란 말이다!”

하지만 구울들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었다. 오히려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폭발음이 들리고, 구울 몇 마리가 소멸했다.

빙글뱅글은 입술 끝을 밀어 올렸다.

“화염속성의 원거리 공격이라?”

직감적으로 W가 찾아왔다고 여긴 빙글뱅글은 엘리트 구울 두 마리를 보냈다.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


◇◇◇◇◇◈◇◇◇◇◇◇◈◇◇◇◇◇◇◈◇◇◇◇◇


붉은 화염이 날개를 활짝 펼치며 십여 미터를 뻗어나갔다. 화염은 구울 무리의 한복판에서 폭발했다.

화염의 발자국을 밟아 위력을 증폭시킨 코로나다.

삽시간에 구울들의 내구도가 깎여나가는 것을 확인했지만 위즈는 추가공격을 날려 해치우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

공동묘지에 버글거리는 구울들에게 이상한 버프 같은 게 걸려 있었다.

하나라도 해치우면, 근처의 다른 구울들이 미쳐서는 날뛰었다. 게다가 언데드 주제에 협공까지 해댄다. 그 협공의 위력은 몸으로 충분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를 날리고 돌려차기 자세를 푸는 몇 초간의 짧은 틈을 노리고 구울들이 손톱을 찔러 넣었다. 위즈는 급히 진각을 밟으며 몸을 눕혔다. 그러자 원래 자리에서 1m가량 뒤로 밀려났고, 구울의 손톱은 허공을 갈랐다.


<고난이도의 전투를 속행한 결과 스탯이 상승합니다.>

<근성 스탯이 2 상승합니다.>


근성은 그야말로 죽을 고비를 넘겨야 겨우 생겨난다는 스탯.

‘온갖 버프가 걸린 구울들을 홀로 상대하니 근성이 안 오를 수 없겠지.’

하지만 실제로는 버틸만 했다. 언데드와 상극인 화염돌격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형의 이점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언덕배기야. 그리고 위에서 내리찍는 공격이 강한 것은 당연한 일.’

그 결과 위즈의 물리공격은 +20% 되어서 강해진 반면, 구울들의 공격은 -20% 되었다. 언덕배기를 차지하여 좋은 점은 또 있었다.

“진각! 진각! 진각! 진각!”

위즈는 이제 막 언덕배기로 올라온 구울에 대고 진각을 사용했다.

경사로에서 평지에 막 올라온 구울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거기에 대고 진각을 써버리자 구울은 그 자세 그대로 뒤로 자빠져버렸다. 그 뒤는 경사로. 이제 막 경사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다가온 구울은, 갑자기 날아온 동족의 몸뚱이와 충돌해야 했다. 두 번째 구울 역시 균형을 잃은 것은 당연한일. 진각의 운동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지자 구울은 발끝에 힘을 주어 버티며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위즈는 그런 녀석들만 골라 무릎을 걷어 차주었다. 그러자 완전히 균형을 잃고 뒤로 자빠져버리는 구울들. 데굴데굴 구르는 구울들이 뒤따르던 녀석들을 덮치자, 와르르 소리가 나며 연쇄작용이 일어났다. 구울들이 쓸려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위즈는 손을 털었다.

“또 한건 했군.”

듬성듬성 기어 올라오는 녀석들도 같은 방법으로 다시 굴려버리자, 언덕배기는 다시 한산해졌다.

그 틈을 타서 위즈는 화염의 발자국을 중첩시키고는, 언덕 아래에 대고 코로나를 날려주었다. 내구도가 간당간당한 구울 십여 마리가 불길에 휩싸여 쓰러졌다. 근처의 구울들이 양손을 붕붕 휘두르며 위즈를 노려보았다. 붉은 안광이 흉흉하다. 멀리서도 알아볼 정도로.

“그래봐야 여기까지 못 오면 소용없지.”

분노한 구울들은 위즈가 앞서 날려버린 구울들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그 중 몇 마리는 앞을 가로막은 다른 구울들을 헤치고 달려오는데 성공했지만, 이미 그 눈은 흐리멍덩한 회색으로 죽어 있었다.

“대충 30~40초정도 지속되는군.”

구울들을 꾹꾹 밟아주며 위즈는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구울들의 광화 상태 때문에 공동묘지를 지키지 못하고 밀려나야만했다. 하지만 빈틈을 발견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바로 근접공격밖에 못하는 구울들만 있다는 점이다.

이게 제대로 된 군대라면, 근접공격을 하는 자들을 백업해주는 병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힐을 해준다거나, 뒤에서 화살을 쏘아준다거나, 부상자를 대신해 나갈 2진이 존재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하지만 위즈가 상대하는 언데드 무리는 그렇지 않았다.

앞의 구울이 쓰러지면 뒤의 구울이 자리를 메운다. 그것뿐이다. 마치 로마시대의 방진을 보는 듯 했다. 그렇다면 실제 싸우는 건 바깥쪽, 그것도 위즈와 가까운 곳뿐이다. 안쪽의 수많은 구울들은 잉여병력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위즈는 잉여병력부터 노리기로 했다. 지형의 이점을 살려 선두의 구울들을 밀어서 넘어뜨리고, 화염돌격 스킬로는 먼 거리의 구울들을 해치운다.

그게 반복되자 구울들의 숫자는 50마리 가량 줄어들었다. 마력 포션을 많이 사용한 걸 제외하면, 위즈가 입은 피해는 미미하다.

광장에서 상대한 구울과 달리 상중하를 노리고 협공이 들어오긴 했다.

하지만 위즈에겐 위협적이지 않았다. 다년간의 용병생활로 실전경험이 풍부한 편재다. 그런 편재가 움직이는 캐릭터 위즈는, 평타만으로도 구울들과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미묘한 비틀림과, 적절한 힘 배분이 비결이었다. 가급적이면 관절을 노려 공격을 흩뜨리기 위해서였다.

‘만약 전사로 전직했다면, 공격 하나하나가 좀 더 위력적이었겠지.’

하지만 그것도 게임 초반에나 통하는 것. 그걸 감안하더라도 공동묘지에서의 전투는 지나치게 평이했다.

빙글뱅글이 봐주고 있는 건지, 아니면 여기까지가 한계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위즈는 이대로 버티기만 해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때, 구울들을 짓밟으며 덩치 큰 구울 두 마리가 달려들었다. 3m가까운 높이에 위치한 머리 위에는 엘리트 구울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위즈는 대번에 엘리트 구울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다른 구울들이 엘리트 구울을 중심으로 뭉치며 보다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찌르고 할퀴는 공격에서 벗어나, 위즈를 끌어안으려는 녀석들이 생겨났고, 몇 마리는 슬라이딩을 하면서 다리를 노렸다. 말하자면 자신을 희생해 위즈의 움직임을 묶어 놓겠다는 것.

“흥! 이거나 처먹어라!”

위즈는 인벤토리에 남아 있던 얼음족쇄 스크롤을 사용했다. 하얀 서리가 덮이면서 구울들이 멈췄다. 오직 엘리트 구울만이 느릿하게나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스탯이 몇 배나 뻥튀기 된 모양이네.”

연달아 얼음족쇄를 사용하자, 엘리트 구울도 다리가 얼어붙었다. 움직이지 못하게 해놓고 때리는 것은 정말 쉬운 일. 하지만 위즈는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발이 얼어붙자 엘리트 구울이 빠르게 손을 휘저으며 발버둥을 쳤는데, 그게 초당 대여섯 번은 공격하는 수준이었다. 그냥 스치기만 해도 살이 갈라질 것만 같은 속도.

게다가 머리도 영리한지, 자신들의 발에 매달린 얼음을 내리치고 있다. 위즈가 할 수 있는 일은, 얼음이 깨져나가기 전에 스크롤을 찢어 얼음족쇄를 유지하는 것밖에 없었다.

“이러다 진짜 지겠는데?”

엘리트 구울에 발이 묶인 사이, 언덕배기를 올라온 구울들이 수십 마리나 되었다. 그것들이 일제히 위즈를 향해 다가오니, 자연스레 GAME OVER가 머리에 떠오른다.

‘밤 하늘 아래 어둠 가시밭을 써야 하나?’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화염돌격만으로 버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나 밀집도가 높은 적이라면, 광역스킬을 쓰는 게 더 효율적이다. 위즈는 포션을 두병 연속으로 들이키면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바닥에서 삐죽 솟아나온 작은 가시들이 구울의 몸을 뒤덮었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엘리트 구울들은 너무 많은 가시가 돋아나, 털옷을 걸친 것처럼 보였다.

마력이 쭉쭉 빨려나갔다. 바닥까지 내려간 마력을 확인한 위즈는 재차 포션을 마셔두었다. 이번엔 신발에다 정령강화를 걸고 구울들을 피해 다닐 생각이었다. 하지만 포션을 들이부은 보람이 무색하게도 마력은 다시 0이 되어버렸다.

“뭐야? 어떻게 된 일이지?”

위즈는 다시 마력 포션을 입에 물었다. 그러자 마력이 간당간당하게 30정도를 남기고 깎여나갔다. 무엇보다 황당한 일은, 분명 스킬을 사용했는데도 데미지가 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신 위즈의 앞에는 다른 시스템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둠의 피조물에게 당신의 마력을 강제 주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구울(엘리트) A~B. 구울(노멀) 1~30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주입한 마력총량은 900입니다. (9분간 통제 지속)>

<언데드를 휘하에 거느리게 되셨습니다. 일시적으로 ‘네크로맨시’가 생성됩니다.>


“뭐?”

놀라는 것은 잠시뿐, 서둘러 스킬창을 확인해보자 네크로맨시 카테고리가 생겨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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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시]/[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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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거스르는 자] [조건:1의 언데드 보유]

‘최초로 언데드를 일으킨 그대에게, 죽음마저 거스르는 진리를 부여하노라.’

네크로맨시에 입문하셨습니다.

보유한 언데드의 숫자에 따라 사용가능한 네크로맨시가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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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경직] [조건:10의 언데드 보유]

휘하 언데드에게 육체가 있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체력이 내구도로 전환됩니다.

내구도는 체력과 달리, 쉽게 깎이지 않습니다.

일반 공격 100회를 허용해야만 내구도 0.1을 깎을 수 있습니다. 또한 언데드가 물리공격을 가할 경우에도, 1회당 0.05의 내구도가 깎입니다.

대신 이동속도 -20%, 공격속도 -10%의 패널티를 받습니다.

또한 마법피해에 취약해집니다.

====================================

[시독(Ⅰ)] [조건:30의 언데드 보유]

휘하 언데드의 물리 공격에 독성이 함유됩니다.

5%의 확률로 중독. 초당 1의 피해를 입히며, 자연 치유력을 약화시킵니다.

(생명체에게만 통용됩니다.)

====================================

[네크로맨시]/[액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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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빈저 소환] [조건:파괴된 언데드 발생]

언데드의 잔해를 먹고 자라는 마계의 벌레를 소환합니다. 식사를 마친 벌레는, 자신이 먹은 만큼 성장하여 마물로 변태합니다.

강력한 마물을 부르고 싶다면, 더 많은 먹이를 공급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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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시선]

[조건:언데드를 이용한 전투로 승리(기여도 30%부터)]

승리를 거둔 당신을 눈여겨본 마계의 군주가 임의로 버프를 줍니다. 이때 받은 버프는 다음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투가 끝나면 버프효과는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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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설명을 읽어본 위즈는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

자신은 학자군의 직업을 가진 적이 없다. 그러니 네크로맨시 스킬을 얻을 수 없어야 한다.

게다가 카피캣으로 훔쳐 배우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아직 ‘마력을 보는 눈’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역데미지를 주려고 스킬을 쓴 건데, 적의 소환물을 빼앗았다고? 별 하늘 아래 어둠 가시밭은 데미지를 입히는 것 말고 다른 용도가 있었나?’

하지만 혼자서 고민해봐야 소용없는 일. 이 스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핏스톤은, 대련모드 속에까지 들어오지는 못했다.

“일단 거저 생긴 부하들이니 실컷 부려 먹어주지.”

스킬창을 살펴보는 동안 통제가능 시간은 8분으로 짧아져 있었고, 구울들에 포위당한 상태였다. 위즈는 휘하의 구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공동묘지 입구까지 길을 뚫어라!”

명령을 내리고 보니 대번에 성능차가 드러났다.

그냥 구울들은 무작정 손을 휘두르며, 앞에 거치적거리는 녀석들과 싸우려고 했다. 반면, 엘리트 구울들은 그 큼직한 손아귀로 구울들의 머리를 붙잡아 들어 올리더니, 멀리 던져버렸다. 밭에서 감자를 캐내듯, 쑥쑥 뽑힌 구울들이 하늘을 날았다. 구울들이 떨어진 곳은 와르르 전열이 무너져 내렸다. 그것만으로도 위즈는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지금쯤이면 병사들이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위즈는 초조해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


빙글뱅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엘리트 구울이 두 마리나 사라졌다?”

다시 확인해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안개 때문에 제대로 확인하긴 어려웠지만, 일반 구울들의 숫자도 100여 마리나 줄어든 것 같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무덤 속에서 기어 나오는 구울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어서, 전체적인 숫자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일반 구울이야 얼마든지 채울 수 있는 소모품들. 하지만 엘리트로 바뀐 놈들을 잃은 건 뼈아프군.”

이미 잃은 건 잃은 것. 지금 빙글뱅글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대체 무슨 스킬을 사용했기에, 엘리트 구울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나.

원래 계획은 구울들과 W를 비롯한 병사들을 상잔시킨 뒤, 엘리트 구울들과 직접 나가 싸워 뒤처리를 하는 것이었다. 엘리트 급의 구울이라면, 지금 당장 나가 싸우게 해도 적을 몰살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뜸을 들인 것은, 저렙인 W가 쉽게 나가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에제키엘은 W를 가리키며 ‘강하진 않지만 충분히 무서운 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같은 학자군 직업이자 라이벌인 에제키엘이 한 말이니,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빙글뱅글은 직접 확인해보려고 한 것이다.

그 결과 W는 화염돌격을 사용해 구울들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통 유저들이 보이는 보편적인 대응.

빙글뱅글은 그 모습에서 어떤 위협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난이도를 올려서 엘리트 구울을 보낸 거였는데, 그게 단숨에 사라져버렸다.

네크로맨서로서 강력한 소환물을 잃는 건 매우 경계해야만 하는 비상사태다.

이런저런 스킬들의 조합으로 자체 방어력을 올리고 방패까지 끼고 다니지만, 지금의 빙글뱅글이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네크로맨서는 소환물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는 직업이다.

빙글뱅글은 이제 결정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계속 미적거리다가 저렙에게 질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고렙답게 밀어붙여서 확실하게 끝내야 하는가를.

“뭐, 답은 정해져 있지.”

빙글뱅글이 몸을 일으키자, 엘리트 구울들이 따라 움직였다.

“곡사! 라이트닝 오브!”

어느새 꺼내든 스태프에서 파르스름한 방전이 일어나며, 작은 빛 덩어리들을 연거푸 쏟아내었다. 그것들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공동묘지의 입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


안개 너머에서 3m가 넘는 구울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숫자를 세어본 위즈는 픽 웃어버렸다.

“엘리트니까 얼마 없을 줄 알았는데 50마리나 있어?”

위즈는 휘하의 구울들을 추슬러 입구를 지키게 하고, 불을 피워 화염의 발자국을 밟았다. 이 짓도 계속 하다 보니 제법 익숙해졌다. 처음엔 겨우 두 번밖에 중첩을 못했는데, 이젠 기본이 세 번 중첩이다.

“코로나!”

마음은 급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던 때문일까. 지금 위즈가 날린 코로나는 화염의 발자국을 4번이나 중첩시킨 것이었다. 위력도 뻥튀기 되었다. 여태까지 날린 코로나가 화염병의 강화판 정도의 위력이었다면, 지금 날린 코로나는 고폭탄을 투하한 수준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주변의 공기를 태워 들어가며, 후폭풍까지 발생시키는 수준.

그럼에도 소모되는 마력은 여전히 걸음 당 10.

화염의 발자국을 밟는 번거로움을 감안해도, 소모치는 여전히 낮다.

“중첩숫자만 늘릴 수 있다면, 폭탄하나 먼저 던져놓고 시작하는 셈이군.”

덕분에 공동묘지를 뒤덮은 안개는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네크로맨시 ‘부정한 숨결’이 해제되었습니다.>


“무슨 효과가 있는지는 안 나타나는군.”

위즈는 직감적으로 구울들에게 적용되는 것임을 알아챘다.

“분명한 건, 상위 네크로맨시라는 것.”

알 수 없는 것을 고민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다. 안개가 걷혀 시야가 확 트이자, 공동묘지의 전경이 드러났다.

“이제까지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군.”

위즈는 이마를 탁 쳤다. 지금까지 위즈는 1000마리도 못되는 병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헌데 확인해보니 1000마리는 진즉 넘어섰고, 잘하면 2000마리도 넘을 것 같다.

발 디딜 틈도 없이 구울들이 바글거리는 것을 보니, 자연스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반면, 이쪽은 병사들을 박박 긁어모아도 200명이 채 못 된다.

“신전에서 얼마나 많이 긁어모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절대 천 단위는 못 넘겠지.”

숫자상의 열세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위즈는 더 이상 현 위치를 고집해봤자 불리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위즈는 신전 쪽으로 퇴각했다. 신전에는 생존한 성직자도 있고, 구해준 병사들도 몰려가 있으니 혼자 맞설 때보단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전에 도착해보니 공동묘지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3m짜리 구울들이 돌아다니며 부상자들을 학살하고 있었던 것이다. 병사들이 구울들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엘리트 구울의 힘에 자꾸만 밀려났다.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어!”

위즈가 달려가는 와중에도 엘리트 구울의 기다란 손톱에 어깨를 꿰뚫린 병사들이 속출했다.

“크아악!”

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병사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구울을 공격해 나갔다. 다른 곳도 아니고 어깨를 다쳤는데도 몸을 사리지 않는 병사들을 본 위즈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무기를 드는 것도 힘든 주제에 무슨 공격이야? 저렇게 무식하게 싸우면서 어떻게 버틴 거지?”

위즈의 궁금은 금세 풀렸다.

“힐!”

구울이 입힌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성직자들이 구울과 싸우는 병사들을 향해 힐과 각종 축복을 난사해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눈은, 병상에 누운 채 속수무책으로 구울에게 당하는 부상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위즈는 지체 없이 부상자들을 유린하는 엘리트 구울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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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4) +2 13.11.30 1,025 23 27쪽
33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3) +2 13.11.29 1,153 30 21쪽
32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2) +3 13.11.28 1,051 25 20쪽
31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1) +4 13.11.23 1,523 20 19쪽
3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ED) +1 13.11.22 1,149 22 15쪽
2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1 13.11.19 1,219 24 34쪽
2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7) +1 13.11.16 1,515 29 24쪽
2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13.11.15 1,557 28 23쪽
2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5) +1 13.11.13 1,753 28 21쪽
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5 25 14쪽
2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3) 13.11.11 1,135 31 21쪽
2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2) +2 13.11.08 1,564 39 18쪽
2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1) +1 13.11.07 2,193 36 23쪽
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40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2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5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4 32 23쪽
1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6) 13.10.29 1,152 31 23쪽
1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5) 13.10.28 1,144 27 14쪽
1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4) 13.10.26 1,477 36 17쪽
1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3) +1 13.10.25 1,587 36 16쪽
1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2) +1 13.10.24 2,421 40 21쪽
1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 13.10.22 2,118 32 15쪽
11 1. 계절이 바뀌는 때 (ED) +1 13.10.19 2,873 138 19쪽
10 1. (9) +1 13.10.16 1,913 42 23쪽
9 1. (8) 13.10.14 1,704 29 23쪽
8 1. (7) +1 13.10.05 3,286 60 25쪽
7 1. (6) 13.10.04 2,229 42 22쪽
6 1. (5) 13.10.02 2,267 39 17쪽
5 1. (4) 13.09.29 2,360 4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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