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231,819
추천수 :
5,519
글자수 :
1,674,356

작성
13.11.08 19:09
조회
1,561
추천
39
글자
18쪽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2)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2.

인육만두 사건의 공식수사결과가 발표된 건, 위즈가 만테코른 군도에 있을 때였다. 주범인 인육만두가 처형되자마자 발표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 발표한 것은, 사후처리문제 때문이었다. 죽은 사람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볼 수 없었다. 제3왕자는 잔당 역시 빠른 시일 내로 잡아들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위즈는 왕자의 영리한 처세에 감탄했다. 도망친 자들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이미 성문을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크다. 잡아들이도록 ‘노력하겠다’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대신 인육만두의 죄과는 다양한 수식어를 사용하여, 더욱 추악하고 악랄하게 포장해놓았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

……인육만두는 피해자의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내 부정한 의식을 치렀으며……, 피해자들이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며 그 모습을 즐겼다. 크로델 보육원 출신들은 평소에도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누구하나 이에 따르질 않았고 결국 비참하게…….

====================================


‘아주 한편의 막장신파극의 대본 같았지.’

진상을 아는 위즈야 이런 반응이었지만, 다른 유저들은 분개했다. 인육만두 때문에 받았던 잠재적 범죄자 취급의 설움까지 한꺼번에 폭발시킨 듯 했다. 유저들 사이에 자정의 움직임이 생겨났다. 빨간 이름을 가진 PK들이 연일 처형대로 올라갔다. PK들도 멍청이들은 아닐 테니 한동안은 잠잠해질 듯하다.

‘더 오션이 가상현실 게임인 만큼, 몰입도가 높았으니까 가능한 일이었어.’

다른 게임 같았으면 이렇게까지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한편, 인육만두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았던 자의 죽음도 있었다.

아르비튼 자작의 자살.

제3왕자가 발표한 내용에는, 아르비튼 자작이 초록의 단검을 매수하려다 실패한 이야기가 빠져 있었다. 하지만 세간에 떠도는 소문들이 모자란 이야기를 보충하고 있었다. 아마도 왕자의 소행일 것이다. 자작은 왕자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고 봐야한다.

아르비튼 자작은 친척에게 재산의 처분을 맡긴다는 내용의 유서만을 남겼다.

딱히 인망이 있던 사람은 아니어서 장례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 고리대금업을 하다가 죽은 셈이니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아니, 딱 한사람-위즈는 아쉬워했다.

“설마하니 아르비튼 자작이 관련되어 있을 줄이야.”

노상강도들에게 유저들의 동향을 알려준 자들의 정체가 밝혀지자마자, 위즈는 그들이 행한 다른 위법행위를 찾아내려 했다. 노상강도의 건은 동영상을 찍을 수 없어서, 팬사이트에 올려도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한다.

바하르칼 용병단은 레드 오션 때부터, 유저들과 이런저런 문제로 다투어 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행한 구린 일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니 노상강도들과 짬짜미를 했다고 해도 놀랄 유저는 없다. 그러고도 남을 녀석들이라며 혀를 찰 것이다.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유저들이 바하르칼 용병을 적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유저들은 자연스레 한데 뭉칠 것이고, 이러한 단합은 노상강도뿐 아니라 다른 적을 상대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자면 유저들이 뭉칠 수 있는 대의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증거 수집은 필수.

‘왕자의 힘을 빌리면 장부를 입수하는 건 쉬운 일이지. 하지만 조사할 대상이 사라져버리면 어쩔 수 없잖아.’

이제 바하르칼 용병단의 미노클 지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간판이 달려있었지만, 자작의 사망 후 공식적인 파산이 결정되었다. 아르비튼 자작의 돈을 많이 끌어다 쓴 미노클 지부장은, 자작에게 미노클 지부를 넘겨버렸다. 그러니 자작의 사망과 함께 망한 것도 당연하다. 대형 용병단이 얼마나 부자인데 고리대금업자의 손에 놀아난단 말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아르비튼 자작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데.”

자작은 돈을 주무르는 사람이니 당연히 중요정보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물건은 상속자가 처분해버렸다.

위즈는 미련을 떨쳐버렸다. 죽은 사람에게 미련 가져봐야 머리만 아프다.

“결국 제대로 관련자가 되는 수밖에 없겠군.”

위즈는 사냥터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


그워엉.

곰은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두 다리로 섰다. 높은 나뭇가지에 타원형의 벌집이 매달려 있는 게 보인다. 코를 벌름거릴 때마다 입에서 침이 한 대접씩 쏟아진다. 이상한 인간에게 시달린 뒤로 입맛을 잃었지만, 요새는 통 보이지 않는 터라 식욕이 돌아오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런 별식이라면 사양할 수 없다.

다른 녀석들이 오기 전에 빨리 먹어치울 생각으로 곰은 앞발을 높이 쳐들었다. 하지만 닿지 않는다. 벌집이 매달린 곳은 너무나 높다. 아쉬운 마음에 몇 번 헛손질을 해댄 곰은, 나무 밑동으로 다가가 발톱을 박았다. 그리고 힘껏 몸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요지부동. 올라갈 수가 없다. 성체가 되어 무거워진 몸뚱이로는 나무타기도 할 수 없다. 결국 곰은 나무를 들이받아 버렸다.

꿀벌들이 화가 나서 덮쳐들었지만, 이 정도의 고생은 감내할 만하다. 곰은 여유 있게 앞발을 휘둘러 벌들을 쳐내고 방귀를 뿡 뀌었다. 묵은 냄새에 밀려 벌들이 도망치는 게 보인다. 곰은 땅에 떨어진 벌집을 주워들었다. 보아라! 이 전리품을!

크워어어엉!

울부짖는 소리에 멧돼지며, 늑대들이 멀어지는 게 느껴진다.

곰은 의기양양해 하며 코를 한껏 치켜들었다. 그때…….

딱. 딱딱.

나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생각보다 거리가 너무 가깝다. 그때서야 곰은 조금 전 숲속의 주민들이 도망치던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악마 같은 인간이 돌아온 것이다.

딱, 따닥.

곰의 이빨이 덜그럭대며 부딪쳤다.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곰은 무턱대고 달렸다. 오직 피해야 된다는 생각뿐. 그때 곰의 콧잔등으로 시커먼 것이 날아왔다. 매우 익숙한 감각. 곰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


“오오! 벌집이 떨어져 있네?”

위즈는 인벤토리를 열어 벌집을 통째로 집어넣었다. 마침 벌도 없어서 거저 생긴 아이템이다.

“이따가 상점에 가서 팔아야겠다. 후룩. 달달하니 맛 좋네.”

곰은 바닥에 흘린 꿀을 핥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 표정이 왠지 처연해 보인다.

“이놈을 잡아서 레벨업이나 할까?”

몽둥이의 뾰족한 끝을 들이밀자, 곰은 바짝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위즈는 느릿하게 곰에 올라타 자세를 잡고는 엉덩이를 툭 건드렸다. 그러자 곰은 천천히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전히 굴복해버린 곰을 타고 가며 위즈는 노상강도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 내 로브엔 스톤 스킨이 걸려 있다. 마력포션을 쓰면 궁수들은 걱정할 거 없어. 하지만 저번에 본 것처럼 놈들이 계속해서 연합을 꾀하고 있다면?’

위즈가 없는 동안에도 꾸준히 그런 짓거리를 하고 다녔을 것이다. 어쩌면 인근의 모든 노상강도들이 연합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하나의 군세를 이룬 놈들을 상대로 혼자 어그로를 끄는 게 가능할까.’

이에 대해 위즈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스크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

완성된 스크롤은 그 자체로 안전장치다. 그것을 태우거나 찢어서 안전장치를 해제시킴으로써 마법이 발동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랩과 스크롤을 연계해보는 건 어떨까.

라미즈가 스크롤을 절반만 찢어 모자손에 넣는 장면을 보고 위즈가 떠올린 생각이다.

만약 반쯤 찢어놓은 상태의 스크롤에 밧줄을 몇 개 꿰어놓고, 밧줄이 잡아당겨지게 하는 함정을 만든다면? 스크롤에서 마법이 발현되지 않겠는가.

그것을 위해 위즈는 가진 돈을 탈탈 털어 공격적인 주문이 담긴 스크롤을 구입했다.

이미 필사 스킬을 통해 마이너 복사판도 여러 장 만들었다. 그것들로 트랩을 꾸민다면? 그야말로 현대전의 폭발물 트랩 저리가라 할 수준의 물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내면 곤란하지.”

위즈는 초보자 사냥터가 끝나는 지점이 가까워지자 곰에서 내렸다. 트랩치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았다.


◇◇◇◇◇◈◇◇◇◇◇◇◈◇◇◇◇◇◇◈◇◇◇◇◇


“푸흡! 넌 뭐냐?”

노상강도는 흰 수건을 흔들며 다가오는 자에게 물었다.

키가 자라지 않아 짜리몽땅한 대신 옆으로 많이 자란-한마디로 작은 배불뚝이가 몽둥이만 차고서 다가오니 웃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흰 수건을 가지고 찾아오는 자들은 전부 동업자들. 그래서 노상강도는 최대한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너도 연합하고 싶어서 왔냐?”

“에……관계자가 되고 싶어서요.”

“후후후. 우리 매의 단은 아무하고나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는 들어보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배불뚝이는 몽둥이의 뾰족한 끝으로 노상강도의 목을 찔렀다.


<급소를 공격했습니다.>

<치명타로 일격에 상대를 쓰러뜨렸습니다.>

<경험치를 250 획득합니다.>


노상강도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저놈 잡아라!”

배불뚝이는 생긴 것 답지 않게 날렵하게 움직여 사라졌다. 배불뚝이의 정체는 위즈였다. 노상강도들은 달리면서도 활을 쏘아댔다. 그것은 정확하게 위즈의 등짝에 명중했다. 원래 면적이 넓을수록 잘 맞는 법이다. 거기에다가 쏘는 쪽이 베테랑 사냥꾼 출신들이니 백발백중이다. 하지만 화살은 꽂히지 않고 튕겨져 나가버렸다.

“갑옷인가!”

위즈의 로브가 마법아이템인 걸 모르는 노상강도들은 그저, 속에 갑옷을 받쳐 입은 걸로 여겼다. 그러자 자연스레 그들의 표적은 위즈의 머리가 되었다.

“흥!”

위즈는 보란 듯이 로브에 달린 후드를 눌러써버렸다. 당연히 후드를 맞힌 화살 역시 튕겨져 나갔다.

“이 겁쟁이 놈아! 그렇게 철판으로 도배를 해놓으니 좋으냐!”

“응! 진짜 좋아! 니들도 이렇게 하지 그랬어?”

그럴 돈이 있다면, 칼부터 그럴싸한 것으로 바꾸고 용병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없으니 노상강도인 거다.

“으아아아! 저 새끼 꼭 죽이고 만다!”

노상강도들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곁눈질로 확인한 위즈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야생동물이나 몬스터는 도발하는 방법이 공격 말고는 없다. 그런데 노상강도는 역시 인간이라 그런지, 말 몇 마디로 살살 약 올리니 금세 넘어온다. 일부러 반격도 안하고 냅다 도망치기까지 하니 겁쟁이로 보일 것이다. 그런 위즈에게 조롱당하니 얼마나 열 받겠는가.

이제 결정타를 먹일 차례다. 위즈는 나무 사이에 걸어둔 로프를 일부러 걸고 넘어졌다. 그러자 스크롤이 찢어지며 주문이 발동되었다.

환한 빛이 터져 나오자 노상강도들은 눈을 가리며 멈춰 섰다.

“이 빛은 뭐야! 헉!”

노상강도들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들의 눈앞에 로브를 입은 뚱땡이들이 20명이나 모여 있었다. 위즈는 뒤돌아서며 일부러 과장된 목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함정에 걸려들었구나! 우리들은 하늘을 나는 멧돼지단이다! 형제들이여 공격해라!”

뚱땡이들이 떼로 달려들자 박력에 압도당한 노상강도들은 왔던 길로 도망쳐버렸다.

“사람 살려!”

노상강도들이 멀어질 때쯤 위즈는 일부러 허둥대는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앗 주문이 끝나버렸다!”

그 소리를 들은 노상강도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을 쫒던 뚱땡이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하고 있었다. 멀리 도망치는 위즈의 모습도 보인다. 그제야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노상강도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들로부터 충분히 멀어진 위즈는, 또 다른 노상강도의 무리를 만나 같은 짓을 반복했다. 그러자 노상강도무리에서 흰 수건을 든 자들이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역시 생각대로야. 당연히 의논을 해야겠지. 그게 네 녀석들의 약점이다.’

연합을 하면 집단이 커진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뭉쳤으니 넓은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다. 허나 연합이란 본래 머리가 여럿달린 뱀과 같은 존재다. 조금만 사이가 어긋나도 서로를 물어뜯다가 자멸할 수밖에 없는.

‘내가 할 일은 저놈들을 이간질 시키는 것.’

그걸 위해 위즈는 다음 단계를 실행했다. 바로 꿀과 고기로 꾀어 사로잡은 짐승들을 풀어 놓는 것.

“지금쯤이면 얼음 족쇄가 다 녹았겠지?”

위즈는 몽둥이를 근처의 바위에 내리쳤다.

까앙!

거친 쇳소리가 울리자 곳곳에서 짐승들이 아우성을 치며 난리를 쳤다. 위즈는 장소를 바꿔가며 짐승들을 몰았다. 이미 위즈의 무자비한 구타에 굴복한 짐승들에게 판단력 같은 건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위즈의 반대편으로만 도망치려 했다. 그리고 그 장소에는 노상강도 무리의 우두머리들이 모여 있었다.

“이런 시팔!”

그래도 우두머리여서일까. 그들은 침착하게 달려드는 짐승들을 맞이했다.

달려드는 멧돼지를 힘으로 멈춰 세우는가 하면, 깔끔하게 창을 찔러 넣어 곰의 심장을 뚫어버리기도 했다. 반면 부하들은 졸전을 펼치고 있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아무렇게나 칼질하다가 아군을 베기도 하고, 화살을 시위에 메기다가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당해 죽는 자도 있었다. 노상강도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위즈는 좋아했다. 이대로 가면 절반 가까이 처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놈들아! 모여서 상대해!”

“숫자는 우리가 더 많다!”

우두머리들이 지휘하자 상황이 변했다. 우두머리들이 맨 앞에서 짐승들을 막아내자 궁수들이 화살을 날려댔고, 나머지는 칼이며 도끼를 휘둘러 난도질해버렸다. 남은 짐승들은 겁을 집어먹고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내 차례군.”

위즈는 일부러 바닥의 나뭇가지들을 밟아 부러뜨리며 나타났다. 당연히 위즈는 열렬한 화살의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푹 눌러쓴 로브가 완벽히 방어해주었다.

“네 녀석이 한 짓이냐?”

“병신들.”

초장부터 욕을 깔자 성질 급한 우두머리들 몇이 도끼며 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위즈는 모자손을 낀 왼손을 까딱거렸다.

“얼음족쇄.”

모자손에서 튀어나간 냉기가 낮게 깔리며 우두머리들의 발목을 덮친 순간, 하얗게 서리가 끼며 얼음이 자라났다. 당연한 일이지만 우두머리들은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위즈는 몽둥이를 내밀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이게 겉보기만 몽둥이이지 사실은 쿼터 스태프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충분히 가까이 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에게 위압감을 주어야 한다.

“뒤질래?”

카무플라주로 변조시킨 목소리가 칼칼하니 아주 좋다. 우두머리들은 이리저리 눈만 굴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아직도 모르는 눈치다. 이쯤에서 위즈는 한 가지 단서를 던져주었다.

“미노클 지부가 작살난 건 알고 있겠지?”

그제서야 우두머리들의 눈에 경악에 떠오른다.

“바하르칼…….”

위즈는 입을 연 자를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나직하지만 다 들릴 정도로.

“플레임 플라워.”

그러자 작은 불똥이 모자손을 떠나 우두머리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울긋불긋한 열기가 머리를 녹이며 피어올랐다. 이름처럼 불로 이루어진 꽃봉오리가 활짝 피더니 작은 불똥을 날리며 사라졌다.


<무방비 상태의 적을 공격해 해치웠습니다.>

<경험치를 750 획득합니다.>


“미노클 지부를 가진 단체는 수도 없이 많다. 상인, 용병, 심지어 도서관까지. 그런데 딱 집어 어디라고 말하다니. 눈치가 빨라도 멍청하면 쓸데가 없군.”

지글지글 타오르는 머리통을 몽둥이로 지그시 누르며 위즈는 노상강도들을 둘러보았다. 노상강도들의 시선이 둘 곳을 모르고 방황한다. 아무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것을 확인하자, 위즈는 주도권이 자신에게 넘어왔음을 확신했다.

“내가 왜 찾아왔는지 아나?”

대답이 없다. 하지만 위즈는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너무 몰아세우기만 해도 안 좋다. 슬슬 달래야 할 시간이다.

“미노클의 멍청이들이 일처리를 개판으로 해놨기 때문이다. 이런 핫바지만으로 이방인을 당해낼 생각을 하다니. 조금 전 네 녀석들의 모습이 어땠는지 아나? 고작 일루전에 속아 넘어가 모이질 않나. 거기다 고작 산짐승이 떼로 덤빈다고 허둥대는 꼴이라니. 역시 내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그렇다면?”

“너무 기대하진 마라. 내가 앞장서서 싸울 수는 없는 일 아니냐. 대신…….”

위즈는 인벤토리에서 스크롤을 뭉텅이로 꺼냈다.

“네놈들이 마법사 놀이를 하도록 장난감을 주겠다.”

보란 듯이 스크롤을 찢자, 멀쩡한 나무가 타오르며 플레임 플라워가 피어올랐다. 삽시간에 절반가까이 타버린 나무를 가리키며 위즈는 다른 스크롤을 찢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생성되어 나무를 베어 넘겼다.

“우와!”

노상강도들은 탄성을 질렀다. 저런 스크롤을 하나만 들고 있으면, 맨몸으로 곰을 만나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이 두 종류의 스크롤을 주겠다. 제각각 스크롤의 위력과 사용법을 숙지하도록 해라. 오늘 밤에는 버프를 걸어주는 스크롤을 가져다주겠다.”

스크롤을 건네준 위즈는 우두머리 하나에게 다가가 의미심장하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숲속에 숨어 있던 곰을 몇 대 후려갈기고는 가뿐하게 올라탔다. 도망치지 않고 얌전히 있었는데도 매를 맞은 곰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이게 어디서 질질 짜!”

엉덩이를 맞은 곰은 고분고분 숲속으로 들어갔다. 노상강도들은 역시 ‘마법사는 괴팍하다’는 세간의 인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작가의말

카무플라주로 사기를 치고 있지만......패널티는 받지 않아요.

상대가 노상강도(몹)이니까요.

죽어! 죽어버려! 아주 그냥 죽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또 다른 셸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4) +2 13.11.30 1,022 23 27쪽
33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3) +2 13.11.29 1,150 30 21쪽
32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2) +3 13.11.28 1,048 25 20쪽
31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1) +4 13.11.23 1,521 20 19쪽
3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ED) +1 13.11.22 1,147 22 15쪽
2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1 13.11.19 1,216 24 34쪽
2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7) +1 13.11.16 1,514 29 24쪽
2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13.11.15 1,556 28 23쪽
2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5) +1 13.11.13 1,750 28 21쪽
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3 25 14쪽
2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3) 13.11.11 1,134 31 21쪽
»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2) +2 13.11.08 1,562 39 18쪽
2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1) +1 13.11.07 2,192 36 23쪽
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38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0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3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3 32 23쪽
1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6) 13.10.29 1,151 31 23쪽
1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5) 13.10.28 1,143 27 14쪽
1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4) 13.10.26 1,476 36 17쪽
1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3) +1 13.10.25 1,585 36 16쪽
1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2) +1 13.10.24 2,418 40 21쪽
1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 13.10.22 2,117 32 15쪽
11 1. 계절이 바뀌는 때 (ED) +1 13.10.19 2,870 138 19쪽
10 1. (9) +1 13.10.16 1,911 42 23쪽
9 1. (8) 13.10.14 1,703 29 23쪽
8 1. (7) +1 13.10.05 3,286 60 25쪽
7 1. (6) 13.10.04 2,227 42 22쪽
6 1. (5) 13.10.02 2,266 39 17쪽
5 1. (4) 13.09.29 2,359 42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