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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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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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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1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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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4쪽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8.

뿌우우우


<요새에서 지휘관의 나팔이 울렸습니다.>

<30분간 이동속도(R)가 초당 1.5m → 3m로 상승>

<30분간 스킬 사용에 따른 소모치가 2/3로 감소>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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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퀘스트/ 왕국군을 도와 역적들을 토벌하라]

죽음을 무릅쓰고 요새를 구한 당신은, 왕자에게 큰 신임을 얻었습니다.

“신탁에 의하면 이방인은 싸울수록 강해지며, 부활이 잦으면 약해진다더군요.”

왕자는 당신을 위한 최고의 보상을 제시했습니다.


난이도: E+ / 레벨제한: 없음.

임무: 노상강도 토벌

보상-1: 노상강도 하나당 경험치가 상향 조정. (최소 800)

보상-2: 노상강도 10명 사살 시 보너스 스탯 1 지급.

보상-3: 이번전투에 한해, 카피캣으로 스킬을 획득하기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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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가 떠오르는 그때, 위즈는 요새 바깥의 숲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망이 좋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무심코 눈길이 갔던 것인데, 울창한 숲속에 붉은 이름들이 둥둥 떠다니는 게 아닌가. 에켈산에 있을 PK는 위즈가 알기로는 딱 두 사람이었다.

“시논! 카노온!”

위즈는 무너진 요새를 단숨에 뛰쳐나왔다. 버프 때문인지 평소보다 달리는 속도가 빠르다. 위즈는 도망치는 노상강도들을 비집고 들어가려 했다.

“비켜! 잔챙이들아!”

노상강도들은 뒤에서 들이미는 뚱땡이의 복장을 보고 경계했다가, 왕국군이 아님을 알고 뒤돌아섰다.

“이 돼지가 뭘 믿고 들이대?”

노상강도 하나가 귀찮다는 듯 사벨을 쑤셨다. 파리라도 쫒는 것처럼 성의 없는 칼질. 위즈는 그것을 모자손으로 흘려낸 뒤에, 노상강도의 턱을 장저로 올려쳤다.

덜걱.

그리 많은 힘을 쓴 것이 아님에도 노상강도는 힘없이 뒤로 고꾸라졌다.

위즈는 떨어진 사벨을 주워들어, 쓰러진 노상강도를 찔렀다.


<무방비 상태의 적을 공격해 해치웠습니다.>

<80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이놈!”

동료가 당하자 노상강도들이 위즈에게 몰려들었다. 위즈는 바닥에서 흙을 한줌 주워들어 오른쪽에서 달려드는 노상강도의 눈에 뿌리고, 농구의 피벗동작으로 정면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피벗의 회전력을 실어, 왼쪽의 노상강도에게 사벨을 던져 버렸다.

쩍. 수박 갈라지는 소리가 나면서 사벨은 노상강도의 머리에 박혀버렸다. 이제 위즈는 빈손이었다. 노상강도들은 위아래를 동시에 노리고 합격(合格)을 구사했다.

“흥!”

위즈는 머리를 노리는 공격을 무시하고, 하체를 노리는 사벨을 모자손으로 쥐었다.

무기를 봉쇄당한 노상강도는 자신의 얼굴로 날아드는 뚱보의 얼굴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이들이 들고 있는 사벨은 대량생산된 물품이기에 건틀릿을 무시하고 베어내지 못한다. 왕국군과 싸우면서도 몇 번이나 무기를 붙잡혔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왕국군들은 우아하게 무기를 들어 자신들을 도륙했다. 헌데 이 뚱보는 몇 번이고 박치기를 해대고 있다. 로브 속에 투구를 쓰고 있는지 단단함이 차돌 저리가라다.

“그망, 그마해!”

깨진 코에서 피를 줄줄 흘리던 노상강도는 힘을 짜내어 위즈를 뿌리치고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위즈는 놈이 놓친 사벨을 주워 자신의 등짝을 찔러대는 노상강도를 겨눴다.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박치기로 동료의 얼굴을 뭉개놓는 동안 다른 노상강도라고 놀고 있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위즈의 몸을, 뒤통수를 찔러댔다. 하지만 생채기를 내기는커녕, 강한 반탄력을 받아 튕겨 나오는 사벨에 다칠 뻔했다. 노상강도는 다리를 떨었다. 사벨로 내리칠 때 말캉한 비곗살을 느꼈다. 갑옷 따위를 입고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런데도 칼날이 안 들어간다. 노상강도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져갔다. 에켈산으로 몰려드는 왕국군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암울한 미래가 가까워진다.

푹. 이미 싸울 의지를 잃은 노상강도는 심장에 칼을 맞고 사망했다.


<무방비 상태의 적을 공격해 해치웠습니다.>

<80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계속 이런 식이면 시논과 카논은 또 도망쳐버릴 거야.”

그렇게 되면 위즈는 이들을 두 번이나 놓친 게 된다.

인육만두 패거리가 도망쳤을 때, 위즈는 그들과 직접 마주치지 않으려 했었다. 그래서 사냥터의 짐승들을 몰아서 공격하게 하고 자신은 뒤로 빠졌다. 그 결과 인육만두만이 죽어, 미노클에서 부활하게 되었다. 처형된 것도 인육만두 뿐이었다. 같은 패거리인 시논과 카논은 무사히 추격을 따돌리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만약 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조금은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때는 집중력 스탯을 100까지 올리지도 못했고, 카피캣도 모자손도 없어서 싸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

위즈는 고개를 흔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여도, 그들을 상대할 뾰족한 수는 없다. 그것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

시논과 카논은 위즈를 한번 죽여 인육만두의 복수를 했고, 요새는 결국 침공 당했다.

목표했던 힘을 손에 넣었음에도, 바하르칼 용병들이 짜놓은 각본에 놀아났기 때문이다.

위즈는 그 점이 아쉬웠다. 순수한 힘에서 밀렸다면 노력해서 만회할 수 있다.

더 오션은 게임. 그것도 RPG의 룰대로 움직이는 게임이니, 레벨이 높아질수록, 장비가 좋을수록 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잘 짜인 각본이 대입되자, 위즈의 전장은 무대로 바뀌었다. 결국 위즈는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마리오네트로 죽었다.

‘하지만 각본은 실패했지.’

핏 스톤은 엘리멘탈 스톤을 폭주시키고는 박살나버렸다. 말하자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 만약 저들이 핏 스톤을 얻었다면, 요새는 물론 왕국군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각본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 결과 무대의 주역들은 패주하고 있다.

위즈는 산기슭에 어른거리는 붉은 이름을 재차 확인했다.

‘누군지 몰라도 실패했을 때의 상황도 준비했을 거야. 그것이 무식하게 왕국군을 뚫고 가는 건 아니겠지. 즉, 시논과 카논은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할 상황에 빠진 거야.’

위즈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러자 지금 주어진 기회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저들은 왕국군의 손에 정리되겠지만, 그럼에도 퀘스트가 뜬 것은 왕자의 배려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퀘스트는 뜨지 않아야 한다. 게임초반의 유저에게 기대할 게 없기 때문이고, 요새가 침공당한 중요 사건에 이방인을 끼워 넣는 것도 눈총 받을 일이다. 그런데 왕자는 그 무리한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했다.

‘분명 나중에 왕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 분명하다.’

패잔병을 쫓아가는 일조차 못해난다면 더욱 그럴 터.

‘기왕이면 주동인물인 시논과 카논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왕자에게 면목이 선다.’

그리고 위즈로서도 설욕은 바라는 바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노상강도들이 막아선다면, 그만큼 시간을 잡아먹게 된다. 3왕자의 말대로 이제 곧 증원이 도착한다고 하니, 미적거리면 시논과 카논을 직접 처리할 기회를 날려버리고 만다.

“결국 노상강도를 빠르게 해치우며 일직선으로 뚫고 가야한다는 건데 그럴듯한 방법이…….”

두리번거리던 위즈는 노상강도들이 버리고 간 타워실드에서 시선을 멈췄다.

살짝 아치가 있는 모양새가 썰매를 닮았다고 중얼거리며…….


◇◇◇◇◇◈◇◇◇◇◇◇◈◇◇◇◇◇◇◈◇◇◇◇◇


“빨리빨리 빠져나가! 왕국군이랑 일일이 상대하지 말란 말이다!”

노상강도들의 도주는 요새가 습격당하기 전부터 간헐적으로 이루어졌다. 주로 바하르칼 용병들을 의심하는 자들이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이런 장비만으로 요새를 공략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버림 패라고 생각해 소홀해진 감시를 틈타 하나 둘씩 모습을 감추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소수의 의견이요, 겁쟁이의 변명이라며 많은 이들이 비웃었다.

그랬던 분위기가 요새 쪽에서 폭발이 일어나고부터는 180도 바뀌었다.

게다가 산을 내려갔던 몇몇이 낭패한 몰골로 돌아와 왕국군이 에켈산으로 오고 있음을 알렸다. 노상강도들에게 남은 선택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살기 위해서라도 포위를 뚫는 것.

“요새에서도 밀고 내려올 거다! 잔뜩 독 오른 놈들에게 찢겨죽기 싫으면, 왕국군은 대충 상대하고 도망치란 말이다!”

목이 터지도록 우두머리들이 외쳤지만, 많은 수의 노상강도들은 그러질 못했다. 노상강도의 대다수는 궁술에 치중한 자들이었고, 근접전에는 취약한 면을 보였다. 평소 산을 타며 사냥을 해오던 경험 때문에 어떻게든 버틸 뿐, 왕국군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순수한 역량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지고 말았다는 패배감을 부추기는 자. 뚱뚱한 로브괴인 때문이다.

괴인의 모습은 여기 있는 노상강도들에게 낯익은 존재이기도 하다.

“저 이방인은 죽었을 텐데,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지?”

더 오션의 모든 NPC들은 이방인들이 죽으면, 최근에 방문한 거주구역에서 부활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상식을 깨고서 이방인이 자신들의 뒤에서 나타났다. 게다가 그 이방인은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며 좌충우돌 공격 일변도로 밀어붙이는 중이다.

이방인을 처음 발견했을 때, 우두머리들은 부하들에게 방패와 나무창을 이용해 막게 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저 뚱뚱한 이방인을 해치운 방법은 여전히 유효하리라 여긴 것이다. 그렇게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이방인은 여기저기로 방향을 바꿔 부하들을 학살해대고 있다. 독기가 잔뜩 오른 공격에 쓰러지는 부하들의 숫자가 100명을 넘어서자, 이방인의 존재는 그 자체로 공포가 되었다. 우두머리들이 아무리 고함을 쳐도 자잘한 실수에 다치는 자들이 늘어만 간다. 몇몇 우두머리들도 정신이 분산되어 눈먼 화살에 맞을 뻔했다.

“안 되겠소. 쏩시다.”

“저자부터 처리하지 않으면 뒤가 찜찜해서 말이지.”

우두머리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


파도타기를 하는 것처럼 방패를 타고 가니 생각지도 못한 좋은 점이 있었다.

바로 질주스킬이 발동되는 것. 이 상태에서 검술을 구사하면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질주 상태에서 참격을 구사하셨습니다.>

<200의 추가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적을 해치웠습니다.>

<85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이 경우는 다리를 움직이는 게 아니니 스테미너를 쓰지 않는다. 또한 랜덤으로 추가 스탯을 얻지도 못한다. 위즈는 여러 직업들이 가진 돌진계열 기술들을 떠올렸다. 당장 두 가지가 떠올랐다.

“전사들의 대시, 기사들의 차징어택과 비슷하군.”

그 기술들과 위즈의 질주+참격의 차이점은, 연속적으로 이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처음에는 참격을 날리면 질주 상태가 멈춰버렸다. 위즈는 원래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슬쩍슬쩍 공격의 깊이를 조절하니, 속도가 줄지 않으면서 다음 적을 상대할 수 있었다. 만약 말과 같은 탈것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면, 전장을 파죽지세로 누비는 것도 가능해보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럿이 사용한다면 그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나 배우진 못하겠지.”

위즈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정식 스킬이 아니었다. 센스에 의존해서 그때그때 공격의 강약을 조절하며, 항시 질주상태를 유지하는 건 힘들었다. 그래서 스킬창에도 이와 같은 쓰임새는 표시되지 않았다고 위즈는 생각했다.

마도로스 社에서는 스킬이나 퀘스트에 꼭 필요한 설명만을 해놓았다. 다양한 응용이나, 숨겨진 비의는 유저가 스스로 찾게 한다는 게 방침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의 신비주의 전략은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라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즉, 위즈가 깨달은 질주+참격은 세간에 알려진 운용이 아닌 것이다.

“그런 만큼 효과가 크지만……이거 가속도가 붙으니 통제가 힘드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사람의 형체를 향해 사벨을 내밀자, 허리로부터 양분된 몸뚱이가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풀 스윙으로 휘두른 게 아님에도 이렇다. 위즈는 그냥 무기를 가져다 댔을 뿐이다.


<질주 상태에서 참격을 구사하셨습니다.>

<420의 추가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적을 해치웠습니다.>

<105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라이트 아머를 갈라 사벨의 이가 나갔습니다.>

<사벨의 내구도가 -3됩니다.>


질주한 거리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가속도는, 공격력이 낮은 위즈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하지만 점점 통제를 벗어나는 속도는 급기야 사벨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이번엔 그냥 몸으로 들이받아서 멈추던가 해야겠다.’

질주 스킬에 붙은 추가 데미지를 포기하는 건 아쉽지만, 부활한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죽는 건 사양이었다. 하지만 노상강도들은 겁을 집어먹고 위즈의 앞에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이래서야 멈출 수가 없잖아!’

이젠 눈에 보이는 모든 게 흐릿하게 번져나가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사람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싶으면 이미 지나친 뒤였다. 조금이라도 사람이 많은 곳으로 방향을 틀려고 해도 눈에 보이는 게 없다.

그때 위즈를 노리고 화살이 날아 들어왔다. 위치를 대충 가늠해보니 위즈의 바로 앞이었다. 눈에 힘을 주어 살피니 몇몇 우두머리들이 화살을 재는 게 보였다. 위즈를 잡기로 결심한 모양인지 그들은 조무래기들처럼 피하지 않았다.

“잘 먹겠습니다!”

위즈는 마력포션을 꺼내 마셨다. 지금까지 노상강도들의 화살을 막아온 건, 로브에 걸린 스톤스킨이었다. 그래서 위즈는 마력부터 채웠다. 저들이 날리는 화살은 몸으로 튕겨버리고, 찐한 프리허그를 해줄 셈이었다. 헌데 우두머리들이 날린 화살은 부하들이 날린 것과 달리 특별한 것이었다.

“큭!”


<화살에 비껴 맞았습니다.>

<20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화살이 박히지 않았는데도 들어오는 200의 데미지. 더군다나 맞는 느낌도 없었는데, 어깨가 시큰거린다. 위즈는 우두머리들의 화살 끝에 걸린 파르스름한 기운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더 오션의 몬스터는 우두머리 급만 되어도, 특수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어. 하지만 레드 오션 때 놈들이 사용했던 스킬은 크림슨 스트라이크였는데, 저건 파랗잖아?’

레드 오션 때 초보유저들을 괴롭힌 것은 우두머리들이 날려대는 핏빛 화살-크림슨 스트라이크였다. 체력을 소모해서 100% 치명타를 입히는 기술로, 방어력을 무시하고 데미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체력이 부족한 초보 때는 맞는 순간 사망이었다. 특히 탱커나 힐러가 죽어버리면 유저들은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었다. 위즈는 지금 우두머리들이 날리는 화살도 같은 종류의 것이라 보았다. 때마침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본 위즈는 짐작이 맞았음을 알고 서둘러 체력부터 회복시켰다.


<화살에 비껴 맞았습니다.>

<20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카피캣 발동! 바람의 정령이 깃든 화살을 맞았습니다.>

<버프로 인해 맞아야 되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9회→3회>

<현재 1회>


정령 중에서 가장 부리기 쉬운 게 바람과 대지의 정령이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땅을 밟고 살아가며, 죽어서는 땅에 묻힌다. 또한 대기 중의 산소를 받아 호흡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두 계열의 정령과는 기본적인 친화도가 높다. 그렇다고 해도 화살에 정령을 실어 쏘는 건, 일단 정령사로서 소질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이미 우두머리들은 노상강도의 수준을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이대로 두면 진짜 산채를 만들어서 산적이 되어버리겠지. 역시 시논과 카논은 이놈들의 싹수를 보고 여기 데려온 거였어!’

위즈는 궁금증이 풀렸다. 노상강도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요새를 습격하러 온 건지 의아했었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스킬을 보니 그러고도 남았다. 우두머리들이 정령사의 자질을 살릴 수만 있다면, 혼자서도 수십 명은 상대할 수 있다.

위즈는 날아드는 화살을 향해 윈드 커터를 날려주었다. 시논과 카논을 상대하려고 아껴두었지만, 더 이상 아끼면 똥이 될 것 같아서이다. 무작위로 날아간 윈드커터는 공기를 갈랐고, 미약하게 화살의 궤적을 틀어놓았다.


<화살에 비껴 맞았습니다.>

<20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카피캣 발동! 바람의 정령이 깃든 화살을 맞았습니다.>

<버프로 인해 맞아야 되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9회→3회>

<현재 2회>


카피캣이 무사히 성공하기만 하면 위즈는 새로운 스킬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이다. 겨우겨우 비껴 맞았는데도 200의 데미지가 들어오는 스킬을 맞아가면서 배우고 싶지도 않았다. 위즈는 윈드커터를 땅바닥에 대고 내쏘았다. 스무 개나 되는 스크롤을 찢자 그 반발력으로 타고 있던 방패가 뒤집혔다. 위즈는 허공에 치솟은 방패를 차버리며, 맨몸으로 비탈길을 굴렀다.


<가속도에 의한 데미지가 가산되었습니다.>

<40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체력게이지에 아슬아슬하게 남은 100의 체력 덕분에 위즈는 빈사상태에 빠지지 않았다. 위즈는 즉시 포션으로 체력을 회복시키고는 바닥에 뒹구는 사벨을 차올려 손에 쥐었다. 상당히 거리가 가까워진 탓에 우두머리들도 활을 거두고, 다른 무기를 뽑아들었다. 도끼와 사벨, 글레이브, 플레일까지. 다양한 무기들이 위즈를 에워쌌다. 화살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무기 역시 푸르스름한 기운에 감싸여 있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욕봤다. 이제 그만 죽어라!”

글레이브가 발목을 쓸었고, 플레일은 위즈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졌다. 가만히 있으면 발목이 날아가고, 뛰어오르면 꼼짝없이 플레일에 맞게 생겼다. 게다가 저 무기들에는 바람의 정령이 깃들어 있으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위즈는 글레이브를 피해 뛰어올랐다. 플레일을 든 우두머리가 씨익 웃었다. 그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위즈의 머리가 호박처럼 깨져나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플레일은 허공을 갈랐다. 위즈의 어깨가 좁아지면서 플레일이 빗겨나간 것이다. 그리고 착지하자마자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는 뚱뚱한 난장이.

우두머리들은 어이가 없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쫒아!”

카무플라주를 사용하여 다시 키를 키워놓은 위즈는 가까운 바위에 올라섰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며 우두머리들이 흉흉하게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위즈는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별 하늘 아래 어둠가시 밭!”


<마력이 300 소모되었습니다.>

<부족한 마력으로 인해 충분한 위력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력이 0이 되었습니다.>


현란한 이펙트는 없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핏 스톤이 사용했을 때보다 위력은 약했지만, 위즈를 노리던 우두머리들은 펄쩍 뛰어올랐다. 근처에서 싸우던 노상강도들도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졌다.

이 스킬은 핏 스톤과 거래를 해서 얻어낸 것이었다.


◇◇◇◇◇◈◇◇◇◇◇◇◈◇◇◇◇◇◇◈◇◇◇◇◇


요새가 폭발하기 전……핏스톤이 물었었다.

『난 대지속성을 타고 났다. 바로 머리 위에서 벌어진 싸움을 모를 수가 없다. 게다가 저들은 대지의 힘까지 끌어다 쓰고 있군. 다시 묻겠다. 그들은 너의 적인가?』

“적이라면 어쩔 셈이지?”

핏스톤은 손을 뻗어 위즈를 움켜쥐었다.

『너는 내게 빚을 지게 되겠지.』

“빚? 내게 마왕 부활이라도 시킬 셈인가? 죽어도 그런 일은 못한다.”

『웃기는 군. 마족이라고 모두 마왕의 부활을 바라진 않는다. 그리고 난 마족이 아니다. 이곳에 소환된 시점에서 마족과는 별개의 존재다.』

위즈는 핏 스톤이 무슨 말을 해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핏 스톤은 자신의 몸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냈다.

『내가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조건 중 하나가 충족 되었으니 너에게 이걸 주지 않을 수 없다.』

“글쎄, 마왕은 안 부른다니까!”

핏스톤은 상자를 내밀며, 위즈를 붙잡은 손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래봐야 여전히 핏스톤의 손바닥에 있다는 건 마찬가지다. 위즈는 어깨에 묻은 흙을 거칠게 털었다. 거대한 손에 잡혔던 것치고는 아프지 않았다. 당연히 들어온 데미지도 없다.

핏 스톤이 조심스레 다뤄준 만큼 의심은 깊어졌다. 인간들이 요새까지 지어서 억누른, 위험한 존재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핏스톤은 다시 상자를 들이밀었다. 핏스톤의 거대한 얼굴에 잔뜩 기대가 어렸다.

『이걸 보고 결정하도록 해라.』

위즈는 거대한 손가락에 덩그러니 놓인 작은 상자를 바라보았다. 뭐가 들어 있을지는 열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죽이 되던 밥이 되건 일단 열어나 보자.’

상자를 받아 열어본 위즈는, 한권의 스킬북을 발견했다.

별 하늘 아래 어둠가시 밭.

‘이건 핏 스톤이 쓰던 광역 스킬이잖아?’

스킬 부족에 허덕이는 위즈에게 이 책은 너무도 큰 유혹이었다. 위즈는 스킬북을 펴들었다. 첫장에 끼워진 쪽지가 떨어졌다.

그리고 쪽지를 읽은 위즈는 핏 스톤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


그렇게 얻어낸 스킬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다.

위즈는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손가락 길이의 뾰족한 돌기가 사라지는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노상강도들의 발바닥을 꿰뚫은 것들이다. 주변의 노상강도들은 멀쩡히 서 있는 자가 없었다. 모두 발을 붙잡고 쩔쩔매며 굴렀고, 영문을 모르는 왕국군들이 한 발짝 물러서 지켜보느라 싸움은 잠시 소강상태였다.

“당신들! 뭘 멍하니 서 있는 거야!”

위즈는 바위에서 뛰어내리며 글레이브를 든 우두머리의 가슴을 찔렀다.


<살모사 단의 시켈을 쓰러뜨렸습니다.>

<230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이틈에 해치우라고!”

위즈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왕국군들은 노상강도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이놈 하나 때문에!”

“죽어라!”

발을 다친 세 사람의 우두머리들은 더 이상 도망 다니기는 글렀다고 판단했다.

방어를 도외시하고 내 뻗는 무기에는 세상 어느 것보다 치명적인 독, 살기가 진득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러한 기세를 정면으로 받아치면 피해가 커질 거라고 위즈는 판단했다.

“얼음 족쇄!”

모자손에서 빠져나간 냉기가 낮게 깔리며 우두머리들의 발목을 얼렸다. 하지만 같은 우두머리라도 이쪽의 수준이 더 높아서인지, 이들은 얼음덩어리를 매달고도 성큼성큼 다가왔다. 얼음 족쇄는 이들의 걸음을 느리게 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어둠 가시밭을 다시 사용하고 싶어도 마력포션이 떨어져 마력을 채우지 못했다. 체력과 스테미너만 믿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흡!”

위즈는 사벨을 가볍게 말아 쥐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껏 필사에 전념하면서 얻은 건 집중력 스탯 100뿐만이 아니다.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에 집중하는 힘. 부동심이었다.

노상강도들의 비명소리가 멀어져 갔다. 왕국군들의 고함과 병장기 소리가 지워져갔다.

위즈의 눈에는 파르스름하게 빛나는 세 자루의 무기만이 보였다. 그것들은 필살을 노리며 제각각 하나의 단순한 궤적을 물고 있었다.

‘셋 다 보인다.’

위즈는 사벨에 난 흠집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플레일의 손잡이를 가격했다. 바람의 정령은 무기 끝부분에만 머물러 있는 듯, 손잡이는 쉽게 쪼개지며 두 토막이 났다. 그 상태에서 위즈는 진각을 사용해 앞으로 달려들었다. 우두머리가 달려드는 가속도까지 합해져, 사벨은 그대로 우두머리의 배를 뚫고 등까지 튀어나왔다.


<얼룩바위 단의 데릭을 쓰러뜨렸습니다.>

<350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쓰러지는 우두머리를 피벗 동작으로 타넘으며 위즈는 손날을 세웠다. 우두머리의 등에 돋아난 사벨의 날 부분을 훑어보니 흠집이 늘어나 있었다. 위즈는 어렵지 않게 사벨을 부숴, 짧아진 날 부분을 손가락에 끼웠다.

뒤이어 달려드는 사벨과 도끼가 주저앉은 위즈를 노리고 움직였다.

위즈는 날붙이를 가볍게 허공에 띄워 올리고는 진각을 실어 올려 찼다.

“크헥!”

도끼를 든 우두머리는 입에서 피를 쏟았다. 비스듬하게 올려 찬 칼날이 턱을 뚫고 들어가 혀와 입천장까지 꿰어버렸기 때문이다.

“으으으응!”

상처 입은 자 특유의 억눌린 신음소리와 함께 우두머리는 발광을 했다.


<450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바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진각을 사용해 가한 공격은 명중률이 5%나 가산된다. 그 덕에 우두머리 하나를 전투불능으로 만들 수 있었다. 스스로 만든 기회를 놓칠 위즈가 아니다. 끝을 낼 생각으로 위즈가 다가서자, 뒤에서 사벨이 찔러 들어왔다.

위즈는 모자손의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위즈와 똑 닮은 뚱보가 나타나, 거대한 몸집을 들이밀었다. 사벨을 든 우두머리는 당황하여, 새로 나타난 위즈를 공격했다. 그 공격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흘러갔다. 허공을 가른 것과 마찬가지의 가벼움이 뜻하는 건 하나다.

“일루젼!”

한명이 속아 넘어갈 동안, 위즈는 도끼를 든 우두머리의 가랑이를 노리고 진각을 사용했다.


<급소를 가격했습니다.>

<50의 고정 피해를 입힙니다.>

<250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바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위즈는 우두머리가 떨어뜨린 도끼를 주워들고 높이 뛰어올라 머리를 내리찍어버렸다.


<피바다 단의 바랄을 쓰러뜨렸습니다.>

<350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이노옴!”

하나 남은 우두머리는 빠르게 사벨을 휘두르며 위즈를 압박했다. 사벨에 어린 푸른빛 때문에, 도끼의 두꺼운 날이 퍽퍽 패여 나갔다.

‘무슨 소드 마스터도 아니고.’

사벨이 위즈의 귓가를 스치며 지나갔다.


<사벨에 비껴 맞았습니다.>

<20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카피캣 발동! 바람의 정령이 깃든 사벨을 맞았습니다.>

<버프로 인해 맞아야 되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9회→3회>

<현재 3회>

<조건이 충족되어, 따라할 기회가 3회 주어집니다.>


메시지가 떠오르자마자 위즈의 도끼에 바람의 정령이 달라붙는 게 보였다. 파르스름하게 빛나는 도끼. 상대는 그걸 보고 놀랐다.

“어떻게 이 기술을!”

위즈는 날아드는 사벨과 도끼를 한번 부딪쳐보고 입맛을 쩝 다셨다. 무기끼리 부딪친 것뿐인데 정령은 무기에서 떨어져나갔다. 어떤 요령이 필요한 게 분명했다.

“흥! 단순한 흉내 내기만으로 얻을 기술이 아니다!”

우두머리는 위즈의 기술이 완전하지 않음을 알고는,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위즈는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 뿐 무기에 달라붙지 않는 정령 때문에 애가 탔다. 푸른 기운이 깃든 사벨은 막으면 막을수록 도끼가 깎여서 이젠 원래의 절반 크기로 줄어든 상태였다. 여기서 더 줄어들면 도끼 손잡이만 남을 지경이다.

콰직. 위즈는 이제 몽둥이가 되어버린 손잡이를 내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거리가 가까워서야, 스크롤을 꺼낼 짬도, 바닥에 굴러다니는 무기를 주워 쓸 틈도 없다. 왕국군들의 도움을 바라는 것도 무리. 위즈의 광역스킬에 당한 자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여전히 싸우느라 바쁘다. 요새에서의 지원도 늦고 있다. 산발적인 전투 때문임을 위즈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에켈 산에 모여든 노상강도들은 실제로는 더 많았던 거야.’

위즈는 손잡이만 남은 도끼자루를 바위에 부딪쳐 부스러기를 털어냈다.

“내가 가장 익숙하게 쓰던 무기는 역시 몽둥이였지.”

그리고 몽둥이를 가지고 펼치는 공격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건 역시 투창.

자루만 남은 도끼자루를 높이 치켜든 위즈는 다리를 넓게 벌리고 던지기 자세를 취했다. 우두머리는 사벨을 횡으로 베어 들어왔다. 그것을 무시하며 위즈는 진각을 밟았다. 힘차게 밟은 땅에서부터 전해진 강한 반발력이 허리를 거쳐 어깨로 달려갔다. 그 힘을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인 위즈의 어깨가 꿈틀거린 순간, 도끼자루는 푸른빛에 휩싸여 폭발적인 속도로 쏘아져나갔다. 그것은 우두머리의 가슴팍에 정통으로 명중했다.

“크학!”

도끼자루를 맞은 우두머리는 말에 치인 것처럼 붕 뜨더니 바닥에 처박혔다.


<헤드&본 단의 시라스를 쓰러뜨렸습니다.>

<580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따라 하기를 성공하여 스킬을 획득합니다.>

<정령강화(바람속성)를 배우셨습니다.>


=================================================

[노멀스킬]/[액티브]

=================================================

[정령강화(바람속성):MX-LV.100] [LV.1-숙련도 00.10/100%]

[마력소모 10][동시 소환 가능한 정령의 숫자:1]

친화력을 이용해 소환한 정령으로 장비를 강화하는 스킬.

정령의 수준에 따라 마력의 소모치가 달라집니다.

- 무기를 대상으로 사용하면, 공격속도의 증가. : 1초당 1회

- 투척무기에 사용하면, 명중률이 증가. : (선공) 30% / (피격시) 5%

- 신발을 대상으로 사용하면, 3분간 이동속도 증가, 이동시 스테미너 소비 0으로 감소.

[(W)초당 1.2m / (R)초당 3.8m /(B)초당 2.2m]

- 방어구를 대상으로 사용하면, 회피율 증가. [5%]

=================================================


“고작 노멀 스킬의 위력이 이 정도라니.”

정령사의 자질이 필요하니 적어도 조합 스킬이 아닐까 생각했던, 위즈는 고개를 털어버렸다. 지금은 새로 얻은 스킬에 기뻐할 때가 아니다. 위즈는 타워실드를 주워들었다. 빠르게 산기슭까지 도달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


“만세!”

시논과 카논은 순수한 의미에서 기뻐했다. 노상강도들을 미끼로 던져준 덕분에, 왕국군들을 피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들이 걸친 로브는 Lv.1 은신을 쓸 수 있는 아이템. 그늘과 풀숲을 전전한 끝에 에켈산을 벗어난 이들은 서둘러 로그아웃부터 하려 했다. 그때 그들의 머리 위에서 보라색 가루가 퍼졌다.


<중독되었습니다.>

<10초당 1의 체력, 1의 마력, 1의 스테미너가 감소합니다.>

<1분 동안 모든 스탯이 1 감소합니다.>


“이 독은!”

풀숲에서 우당탕 소리가 나면서 방패가 날아들었다. 시논과 카논은 몸을 굴려 어렵지 않게 방패를 피하고는 풀숲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데미지를 입혔다는 등의 시스템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다시 보라색가루가 숲속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두 사람에게 밀어닥쳤다. 족히 수십 장의 스크롤을 사용한 듯 안개처럼 시야를 가릴 지경이다. 시논과 카논은 독 가루를 피해 급히 물러섰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두 사람은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그때 독가루 속에서 푸른빛이 번쩍였다. 이상을 느낀 시논은 소리를 지르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뿐, 어느 샌가 목에 틀어박힌 나무 막대기는 말하는 자유를 빼앗아갔다.


<캐릭터 ‘시논’이 사망했습니다.>

<사망 패널티를 받아 힘 스탯 5가 깎입니다.>


시논의 세상은 새까만 공허로 가득 채워졌다.

“한 녀석 처리했고!”

독 안개를 뚫고 위즈가 튀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사벨이 들려 있었다. 노상강도에게서 빼앗은 양산품. 그것을 확인한 카논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딴 쓰레기를 믿고 덤비는 게 아니다!”

카논은 녹이 슨 것처럼 생긴 검을 뽑아 사벨과 부딪쳤다. 아니 부딪쳤다고 생각했다. 위즈의 사벨은 조금도 저항감 없이 카논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페이크였다.

“일루전!”

카논은 황급히 독 안개 속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절망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미 위즈가 던진 나무막대기가 머리로 날아들고 있었다. 카논은 시논과 마찬가지로 죽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 번쩍이는 빛과 함께 카논의 앞에 배리어가 생겨났다. 위즈의 공격은 그것만으로 간단히 무산되고 말았다.

“에제키엘!”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은신을 풀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손에 든 것을 카논에게 넘겨주었다.

“이렇게 중요한 걸 흘리고 다니다니. 칠칠맞군.”

그것은 시논이 흘린 무기였다. 카논의 것과 똑같이 잔뜩 녹이 슬어 있는 무기.

위즈는 독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더 이상 숨어봐야 메리트가 없다. 마법사가 로브를 걷었다.

“독하군. W. 중독을 감수하면서까지 요격하려하다니.”

위즈는 자신을 W라고 부르는 마법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에제키엘이라고 했나?”

처음 보는데도 익숙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날카로운 눈매 속에 담긴 교활한 눈빛. 그것은 인육만두와 닮아 있었다.

“벌써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기 시작한 건가.”

“틀렸어. 이게 본캐다.”

에제키엘은 매직스틱을 느릿하게 들어올렸다. 매직스틱에 어린 빛과 공명하여 발밑에 텔레포트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것이 공격을 목적으로 생겨난 게 아님은 여기 있는 모두가 알 고 있다. 카논은 에제키엘의 소매를 붙잡았다.

“저놈 끝장내버리자. 우리 둘이라면 할 수 있어.”

에제키엘은 카논에게 고개를 저어주었다.

“약 30초 뒤 10명의 궁정마법사가 나타날 거다. 너도 나처럼 처형당할 생각이냐?”

“크윽!”

30초라면 너무도 촉박하다. 카논은 얌전히 무기를 집어넣었다. 텔레포트가 준비되는 동안 에제키엘은 위즈에게 말을 걸었다.

“W, 너의 싸움 잘 지켜보았다. 여전히 몸을 사리지 않더군. 하지만 나와 싸울 때보다는 요령이 많이 늘어 기쁘다. 다음에 만날 때는 더 화끈하게 놀 수 있길 기대하지.”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뻗어 나온 빛의 기둥이 하늘까지 이어졌다. 시논과 카논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위즈는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들이켰다.

0이었던 스태미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19(E)를 끝으로 ‘챕터2- 제3법칙. 작용/반작용’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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