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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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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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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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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0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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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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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23쪽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1)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1.

“이거 장난이 아닌데.”

이 지하관문은 마법사 지망생에게 다른 직업의 기본적인 스킬을 경험하게 해주고, 특히 기습에 약한 마법사의 취약점을 스스로 깨닫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방어주문으로 몸을 보호할 타이밍을 재는 센스도 덤으로 키워준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써먹을 스킬은 오로지 질주뿐인 위즈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진, 전진하는 것뿐이다.

‘첫 걸음부터 발목을 잡는 함정. 그리고 발을 헛디뎌 넘어질 때쯤에 화살이 장착된 트랩. 이 관문을 설계한 사람은 철저히 심리전을 걸고 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곰의 어그로를 끌기위해 별짓을 다했던 위즈다. 이 기관을 만든 사람의 의도를 이해 못할 리 없다. 그럼에도 예상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기발한 함정들은 계속 위즈를 놀래켰다.

가상현실에서 이정도로 위협을 느끼긴 처음이다.

‘슬슬 통로가 끝나가는군.’

이 끝에는 위즈가 부탁한대로 궁수를 중심으로 짜인 가상의 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딸칵.

위즈는 문이 열리자마자 몸을 눕혔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쿼렐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몸을 굴리며 살펴보니, 석궁을 버린 상대가 무표정한 얼굴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그런데 활시위는 위즈가 도망칠 곳을 미리 선점하고 있다. 그쪽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곧 생긴다는 뜻.

“이런!”

황급히 나무 몽둥이를 들어 뒤쪽을 공간을 후려치자, 은신이 풀린 암살자가 두 자루의 단검을 교차해 막으며 물러섰다. 순전히 감으로 휘두른 건데 용케도 맞았다. 위즈는 최대한 암살자와 붙어 있기로 결정했다. 궁수의 화살이 이미 이쪽으로 향해있다. 설마 같은 편과 가까운데 활을 쏠까 싶어서이다.

쐐액 소리를 내며 궁수의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인정머리 없는 놈 같으니!”

암살자는 화살의 궤도를 미리 읽은 듯 몸을 틀어 길을 비켜주었고, 화살은 위즈를 향해 날아왔다. 위즈는 화살의 움직임에 신경 쓰며 나무 몽둥이를 비스듬히 밀어 넣었다. 화살에 담긴 힘 때문에 나무 몽둥이를 쥔 손이 꺾이며 손목이 시큰해졌다.


<손목을 삐었습니다.>

<1분간 명중률과 공격력이 소폭 하락합니다.>


“가지가지 하네!”

으르렁거리며 위즈는 궁수에게 달려들었다. 암살자는 위즈의 발목을 잡는 용도다. 마무리 공격은 계속해서 궁수가 담당하고 있다. 궁수를 해치우지 않으면, 농락당하다 끝날 것이다.

그때 암살자가 스킬을 사용했다.

“화염병!”

발밑에서 쨍그랑 소리를 내며 작은 도자기 병이 깨지더니, 화염이 솟구쳤다. 그것은 위즈와 궁수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크윽!”

암살자의 단검이 다리를 스쳤다. 그리고 궁수의 화살이 위즈의 심장을 꿰뚫었다.


<캐릭터 위즈-시련의 방(난이도 하) 도전을 실패하였습니다.>


암살자와 궁수가 먼지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위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해보니 어떤가요?”

돌아보니 라미즈였다. 위즈는 나무 몽둥이를 들어보였다.

“스킬이 없고, 장비도 이 모양이니 답이 없네요.”

“그러면 스킬을 얻고 장비도 구해야겠지요?”

“그거야 그렇지만…….”

위즈는 말을 흐렸다. 시간이 필요했다. 상점에서 그럴듯한 방어구와 무기를 구하려면 노가다를 뛰어야 한다. 그만큼 스킬을 연마할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왕실금화만 있었어도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텐데.’

지나간 일을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제가 방법을 제시하면 그대로 따를 생각이 있습니까? 물론 직업을 구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위즈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게 가능 합니까?”

“이방인들이 적응할 때까지, 도움을 주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요구를 소화하기 위해, 도우미들 역시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어떻습니까? 제 말대로 하시겠습니까?”

“하겠습니다.”

둥둥.


<도우미 NPC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초보자 퀘스트 마지막 스테이지가 열립니다.>


‘이게 무슨 소리래? 퀘스트는 처음으로 받는데?’

위즈는 서둘러 퀘스트를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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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퀘스트/ 당신은 너무 약합니다.]

“당신은 이미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도우미로서 드리는 조언도 이게 마지막입니다.”

라미즈는 당신에게 유용한 아이템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지금부터 만테코른으로 당신을 보내줄 것입니다. 만테코른의 유령도서관은 다양한 학자계열의 직업들이 남긴 책들이 보관된 장소로서, 귀중한 책들은 이미 마법사의 탑에서 수거해갔습니다. 당신은 그곳에서 자신에게 유용한 아이템을 구해 스스로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난이도: E / 레벨제한: 10미만.

주의: 도중에 레벨업을 해서 Lv.10이 되면 퀘스트가 취소됩니다.

임무-1: 무한의 서 구하기.

임무-2: 필사스킬을 Lv.10까지 올리기.

보상: 구해온 물건을 소유. [책 말고도 유용한 물건이 있다면, 하나 더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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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서는 스스로를 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압도적인 연출로 말입니다.”

“과장이요?”

“말하자면 적당히 허풍을 치는 겁니다. 제가 추천한 방법은 충분히 적의 빈틈을 칠 수도 있으며, 꾸준히 노력한 만큼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추천한 책으로 꾸준히 필사를 해보시면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유랑하는 천재발명가 소녀의 행방을 찾아내 모자손을 장만하는 게 좋을 겁니다.”

모자손. 건틀릿의 손목에 모자챙과 비슷한 테두리를 단 아이템.

테두리 부분을 즉석에서 손을 보면, 포션이나 단검 등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포킷이었다. 그런 주제에 어느 정도 방어력과 물리공격력도 붙어 있어서,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많은 유저가 추천한 것을 위즈도 기억하고 있다.

“모자손과 책 한권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겁니까?”

“만테코른에 답이 있습니다.”

육포주머니를 내밀며 라미즈는 포탈을 가리켰다.


◇◇◇◇◇◈◇◇◇◇◇◇◈◇◇◇◇◇◇◈◇◇◇◇◇


더 오션의 세계는 셋으로 쪼개진 대륙과,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섬들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지금의 대륙과 여러 개의 섬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이 ‘마족 볼가’ 때문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지금의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만테코른 군도도 그렇게 생겨난 곳이다. 예전에 이곳은 만테코른 산맥이었었다.

높고도 험준한 산속에는 세상을 등지고 연구에만 몰두하던 학자들이 살고 있었고, 그들이 얻어낸 성과는 하나둘 모여 도서관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러다 마족과의 전쟁이 시작되자 이곳의 학자들은 책과 함께 몸을 피했다. 이곳에 남은 것은 빈껍데기. 그래서 이름도 유령도서관이다.

“이름처럼 유령이 나오는 건 아니고.”

며칠간을 둘러본 결과 위즈가 내린 결론이다.

“하긴, 초보자에게 유령이 나오는 곳에 혼자 가라고 떠밀 리 없지.”

위즈가 둘러볼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래서 탐험도 진즉 끝마쳤고, ‘무한의 서’도 손에 넣었다. 책을 펼쳐본 위즈는 라미즈의 웃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한의 서는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은 빈 책이었다.

“결국 조금 두꺼운 공책인가?”

시험 삼아 근처에 굴러다니는 책을 가져와 필사를 하자, 무한의 서에서 필사본이 분리되었다. 그래도 무한의 서는 얇아지지 않았다. 이름처럼 무한대로 필사를 할 수 있는 공책인 셈이다.

“종이 살 돈이 굳는다는 것 외에는 좋은 점이 없는데, 라미즈는 어째서 이 책을 구하라 했을까.”

아무리 궁리해도 답을 알 수 없다. 아이템 설명도 너무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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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서][내구도 무한]

아무리 써도 마름이 없는 공책.

(??????????) ====================================


“물음표로 된 부분에 뭔가 실마리가 있을 것 같은데…….”

이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풀어나갈 부분. 위즈는 다시 펜을 들었다. 어차피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필사스킬을 올리는 일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미노클을 벗어나서도 펜을 들어야 하는 신세가 기구했지만, 어쩔 것인가.

“이것도 곧 끝나니까.”

공들여 만든 필사본이 하나둘씩 쌓이자, 위즈는 습관처럼 안내데스크에 올려두었다. 그러자 안내데스크의 빈 의자가 빛나면서 희끄무레한 것이 나타났다.

“유, 유령!”

위즈는 나무 몽둥이를 꺼내들었다. 무기를 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즈는 쉽게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유령에게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장한 이유였다.

- 필사본…오랜만이군.”

깡마른 손이 필사본을 쓸었다. 하지만 그 손은 아무것도 만지지 못했다. 유령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자 유령은 손을 들어 크게 휘저었다.

“으읏!”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필사본의 페이지가 촤라락 펼쳐졌다.

- 쓸 만하군. 제법이야 젊은이. 책을 50권 더 모아오겠나? 그러면 내가 생전에 쓰던 물건을 물려주지.

둥둥.


<퀘스트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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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퀘스트/ 사서의 망령]

만테코른의 유령도서관을 지키는 사서가 깨어났습니다. 그는 간만에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그에게 필사본을 가져다주십시오. 어쩌면 당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내줄지도 모릅니다.


난이도: E+ / 레벨제한: 없음.

임무: 책을 50권 가져다주십시오.

보상: 사서가 사용하던 물건 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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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를 주는 걸 보니 NPC군. 해치진 않겠지.’

위즈는 곧장 유령도서관을 누비며 책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은 책을 모두 합쳐도 30권을 넘지 못했다. 이미 300년 전에 많은 책들이 옮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모자란 만큼 필사를 하라 이건가?”

이미 있는 책을 필사할까 생각하던 위즈는, 난이도에 붙은 ‘+(플러스)’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가 붙는 퀘스트는, 창의성이 특히 강조되는 케이스다. 위즈는 같은 내용의 책을 두 권 가져다주면 실패할거라고 여겼다. 그렇다고 여기 없는 책을 무슨 수로 구한단 말인가.

“뭘 보고 필사를 하란 말이지.”

머리를 긁적이던 위즈는 과거 읽었던 책의 내용을 떠올렸다. 몇 번이고 필사를 하며 외우다시피 한 책들. 비록 토씨하나까지 완벽하게 외운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고스란히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것을 다시 옮긴다면?

“해보자.”

주로 이야기가 있는 책을 중심으로 필사를 시작하자, 그럭저럭 필사본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만들어졌다. 빠진 내용 때문에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어쨌건 결과물은 필사본.

위즈는 필사본까지 합쳐 50권의 책을 안내데스크에 옮겨놓았다.

- 왔는가.

희끄무레한 존재가 나타나 크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바람이 불어와 책장들을 넘겼다. 먼저 이곳에서 주워온 책들. 페이지가 후루룩 넘어가더니 순식간에 책이 닫혔다.

-통과. 통과. 통과…….

이미 완성되어 있던 책이니 당연히 그랬다. 하지만 위즈의 필사본을 읽을 차례가 되자 유령은 인상을 찌푸렸다. 위즈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위즈의 필사본을 모두 읽은 유령이 혀를 찼다.

- 형편없군. 하지만 여기엔 없는 책. 그러니 인정해주마.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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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퀘스트/ 사서의 망령][완료]

보상: 사서가 사용하던 물건 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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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따라와라.

유령이 일어서더니 뒤편의 벽으로 스며들어갔다. 위즈는 안내데스크를 넘어 벽으로 다가갔다. 통로고 뭐고 없는 그냥 맨 벽이다.

“어떻게 들어가란 거지.”

어딘가 손잡이라도 달려 있다면, 이렇게 곤혹스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때 유령이 불쑥 튀어나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 그냥 들어오면 된다.

유령은 다시 벽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위즈는 손을 내밀어 벽을 짚어보았다. 아무런 저항감 없이 손이 쑥 들어간다. 마치 벽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위즈는 고개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이 위즈를 반겼다.

- 벽에 마법을 걸어서 통과할 수 있게 해준 거다.

“다른 입구는 없습니까?”

- 입구? 그런 걸 왜 만들어? 여긴 나만의 공간이다. 프라이버시는 중요한 거거든.

‘별별 마법이 다 있군.’

위즈는 안심하고 방에 들어섰다. 유령은 궤짝의 앞에 서 있었다.

- 이 궤짝에 있는 거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

자물쇠도 안 걸려 있는 궤짝은 먼지하나 묻지 않아 새것 같았다.

‘이것도 마법의 위력인가?’

위즈는 내용물을 기대하며 궤짝을 열었다. 깔끔하게 세탁을 해서 잘 개켜놓은 로브 한 벌. 그 위로 매직스틱과 단검, 다양한 마법시약이 담긴 병이 놓여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특이하게 생긴 한 개의 건틀릿이었다. 손목에 두꺼운 테두리가 두 개나 감겨 있는 그것은…….

“모자손?”

- 허허. 이것을 알아보다니. 제법이군.

“이걸 가져도 되겠습니까?”

- 한입으로 두말 안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걸 알아본 거지? 이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건데?

위즈는 실소했다. 하나밖에 없다? 대량생산까지는 아니어도, 만들어서 팔고 있는 사람은 있다.

“300년 전의 것과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모자손이란 건틀릿은 그렇게 귀한 물건이 아닙니다. ‘유랑하는 천재발명가’라는 소녀가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있거든요.”

- 허어……후세에 남긴 것도 없거늘,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그것도 같은 이름으로. 혹시 그 소녀의 이름을 아는가?

“만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 흠…….

유령은 턱을 긁적이더니, 뭔가 결심을 한 듯 구석의 책장을 가리켰다.

- 저기서 가장 얇은 책을 꺼내 가져가게.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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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퀘스트/ 망령의 부탁]

만테코른의 도서관을 지키는 유령사서는 자신의 빛나는 아이디어가 후세에 전해지지 못했음을 크게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당신의 이야기를 들은 유령사서는 중요한 결심을 했습니다.


난이도: E+ / 레벨제한: 없음.

임무: ‘유랑하는 천재발명가 소녀’에게 유령사서의 아이디어 노트를 건네주십시오.

보상: 칭호,<죽은 자의 숙원을 풀어준> 획득(선지급)


<죽은 자의 숙원을 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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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킬]/[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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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와의 친화력 : MX-LV.1] [LV.1-숙련도 Mastered]

- 멀리 떨어진 언데드가 공격을 하려고 다가오지 않습니다.

- 대화를 원하는 언데드를 만날 경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 가끔 망자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습니다.

[망령화 : MX-LV.1] [LV.1-숙련도 Mastered]

- 캐릭터가 사망하면, 부활할 때까지 영혼만 남아 움직일 수 있습니다.

- 다음 부활장소는 영혼이 마지막으로 머문 곳입니다.

- 즉시 부활할 수도 있습니다.(사망 패널티는 적용)

- 부활을 선택하지 않아도 1시간 후에는 무조건 부활합니다. 안전지대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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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영매가 되는 거로군.’

딱히 마음에 드는 보상은 아니었지만, 위즈는 퀘스트를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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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인가?”

필사 스킬의 레벨이 정확히 10이 된 순간, 라미즈가 내준 퀘스트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 그리고 위즈는 자연스레 생성된 포탈을 통해 미노클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모습이 많이 바뀐 걸 보니, 그분을 만난 모양이로군요.”

기다리고 있던 라미즈는 달라진 위즈의 복장을 확인하고 기뻐해주었다.

지금 위즈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초보여행자의 모습이었다.

먼저 들고 있는 무기는 예전에 사용하던 나무 몽둥이가 아니었다. 단단한 재질의 나무에 철심을 박아 넣은 그것은, 양 끝에 송곳처럼 뾰족한 돌기가 튀어나와 있어 단창처럼 사용할 수도 있었다. 물론 알뜰한 위즈는 예전에 쓰던 몽둥이도 허리춤에 차고 있다. 뚱뚱한 몸에 몽둥이만 두 개를 가지고 있으니, 왠지 힘만 센 바보 악당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달랑 한손에만 낀 특이하게 생긴 건틀릿도 그러한 이미지를 부추겼다. 돈이 모자라 나머지 한쪽은 사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 않은가. 거기에 튀지 않는 색깔의 암갈색 로브를 입으니, 걸어 다니는 가죽포대처럼 보였다.

위즈 본인도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라미즈는 그런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았다.

“지금 보니 예전에 쓰시던 그 나무 몽둥이도 괜찮은 물건이었군요?”

“예에?”

“새로 생긴 몽둥이와 비교하니 더 잘 알겠습니다.”

라미즈는 두 개의 무기가 가진 특성을 알려주었다.

기존의 나무 몽둥이는 가볍지만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져 뭣 모르는 초보 때 쓰기는 좋았다. 거기에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무자체에 은은하게 좋은 기운이 감돌아서, 소지자의 활력을 북돋는다.

“이런 목재는 보통 깎아서 몸에 지니고 다닐 장식으로 만듭니다. 그걸 가지고 다니면 쉬이 지치지 않고 활력이 넘친다고 하죠.”

“스태미나…말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겠군요. 원하신다면 솜씨 좋은 공방을 소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라미즈의 말대로라면, 남들보다 스태미나의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위즈는 예전에 쓰던 몽둥이를 넘겨주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몽둥이에도 특별한 힘이 있습니까?”

“음…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몽둥이가 아니라 쿼터 스태프입니다. 여기 이렇게 박혀 있는 철심은, 마력의 전달을 용이하게 하려고 박아 넣은 것입니다. 양끝을 뾰족하게 만든 것은 백병전 때문인 것 같으니, 몽둥이로 쓰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무게도 적당하군요.”

“저도 이 묵직함이 마음에 듭니다.”

“입고 계신 로브는 더 마음에 드실 겁니다.”

로브에는 시전자의 마력을 먹고 자동으로 캐스팅되는 보호주문-스톤스킨이 걸려 있었다. 스킬이 아닌 기본적인 물리공격은 마력이 닿는 한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로브자체는 비파괴 옵션이 결려 있어서 쉽게 상하진 않을 겁니다. 용암에 빠지거나, 전설의 대마법이라도 직격으로 맞지 않는 한은 끄떡없을 겁니다.”

“그럼 화살정도는 막아낼 수 있겠군요?”

“마력이 남아 있는 한 그렇습니다. 그밖에 챙긴 게 또 있습니까?”

위즈는 하급주문이 적힌 스크롤을 꺼냈다. 그냥 팔아도 꽤나 짭짤할 거라 생각해 챙겨둔 것이었다.

“일루전이라……괜찮군요. 위급상황에 쓰면 좋은 주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모자손을 얻으셨군요. 유랑하는 천재발명가 소녀는 만날 필요 없겠습니다.”

“네. 그런데 이 모자손은 좀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위즈는 모자챙처럼 생긴 테두리를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하나만 달려 있을 텐데.”

라미즈는 품속에서 포션을 꺼내어 테두리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포션은 테두리로 빨려들어 가버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포션을 꺼내어, 다른 테두리에 가져다 댔다. 이보다 간단명료한 설명이 또 있을까.

“공간이 두 배로군요!”

“아마도 개조된 물건일 겁니다. 그보다 필사는 좀 익숙해지셨습니까?”

“예. 질리도록 베껴서 손이 다 아플 지경입니다.”

라미즈는 품속에서 스크롤을 하나 꺼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이걸 베껴보십시오.”

“그게 가능합니까?”

“똑같은 문서인데 책은 되고, 스크롤은 안 되겠습니까?”

“하지만…전 마법사도 아니고, 주문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있는 그대로 베끼면 됩니다. 그동안 필사를 해오면서 관찰력이 늘었을 겁니다.”

“이걸 베낀 다음에는요?”

“모자손을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위즈는 모자손을 벗어 라미즈에게 넘겨주었다. 그것을 착용한 라미즈는 스크롤을 절반 가까이 찢은 뒤, 모자손의 테두리에 밀어 넣었다.

“시드 파이어.”

라미즈의 손가락이 하늘을 향했다. 그러자 건틀릿의 끝에 시뻘건 불꽃이 떠올랐다.

“건틀릿에 내장된 마력회로를 기반으로, 스크롤의 주문을 컨트롤하는 것. 모자손의 숨겨진 효용중 하나입니다. 저는 이게 당신의 모자란 전투력을 채워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잉여의 나날이여 안녕. 위즈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마법까지 쓸 수 있게 되다니.’

하지만 라미즈는 위즈가 감동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문제는 건틀릿에 내장된 마력회로의 수준입니다. 모자손은 원시적인 매직 포켓입니다. 따라서 마력회로는 물건을 넣고 빼는 것 이상의 일을 하게 되면, 과부하가 걸려서 못쓰게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위즈는 단박에 알아들었다.

“강력한 주문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로군요.”

“네. 같은 이유로 미티어 샤워의 스크롤이 없는 겁니다. 그런 재앙급의 주문을 감당할 스크롤의 재료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럼 모자손으로 감당할 수 있는 주문은 어떤 게 있을까요?”

“여기 미리 적어두었습니다.”

라미즈는 두 개의 봉투를 내밀었다. 하나는 당연히 안전하게 사용할 주문의 목록이니, 나머지 하나는? 위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뭡니까?”

“노상강도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자들에 대한 겁니다.”

그동안 위즈도 놀고 있던 게 아니라서, 노상강도에게 정보를 팔정도로 타락한 용병단을 알아보고는 있었다. 그래서 나온 이름은, 더 오션의 이름이 ‘레드 오션’이었을 때부터 악명을 떨친 집단.

‘설마 아니겠지.’

위즈는 봉투를 뜯어보았다. 라미즈가 정리한 내용은 여러 정황에 대한 추정과 근거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마지막에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바하르칼 용병단.


작가의말

모자 손의 설정그림은 이미 준비되어 있는데,

유랑하는 천재발명가 소녀가 아직 등장을 안 했군요.

빨리 등장 시켜야징.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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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4) +2 13.11.30 1,022 23 27쪽
33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3) +2 13.11.29 1,150 30 21쪽
32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2) +3 13.11.28 1,048 25 20쪽
31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1) +4 13.11.23 1,521 20 19쪽
3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ED) +1 13.11.22 1,147 22 15쪽
2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1 13.11.19 1,216 24 34쪽
2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7) +1 13.11.16 1,513 29 24쪽
2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13.11.15 1,555 28 23쪽
2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5) +1 13.11.13 1,750 28 21쪽
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2 25 14쪽
2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3) 13.11.11 1,134 31 21쪽
2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2) +2 13.11.08 1,561 39 18쪽
»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1) +1 13.11.07 2,192 36 23쪽
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38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0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3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3 32 23쪽
1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6) 13.10.29 1,150 31 23쪽
1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5) 13.10.28 1,143 27 14쪽
1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4) 13.10.26 1,476 36 17쪽
1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3) +1 13.10.25 1,585 36 16쪽
1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2) +1 13.10.24 2,418 40 21쪽
1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 13.10.22 2,117 32 15쪽
11 1. 계절이 바뀌는 때 (ED) +1 13.10.19 2,870 138 19쪽
10 1. (9) +1 13.10.16 1,911 42 23쪽
9 1. (8) 13.10.14 1,702 29 23쪽
8 1. (7) +1 13.10.05 3,285 60 25쪽
7 1. (6) 13.10.04 2,227 42 22쪽
6 1. (5) 13.10.02 2,266 39 17쪽
5 1. (4) 13.09.29 2,358 4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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