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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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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231,818
추천수 :
5,519
글자수 :
1,674,356

작성
13.09.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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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9쪽

1. (4)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6.

편재는 혈관으로 주사액이 들어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셸터와의 동조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특수약물이었다. 게다가 정전 따위로 시스템이 셧다운되었을 때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 했지만, 결국 약물의 도움 없이는 완벽한 가상현실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군.”

모든 걸 감수 하겠다고 했지만,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다. 덩치가 훨씬 커지긴 했어도, 셸터 역시 브림캐스터가 만든 기계와 다를 바 없다. 이대로 영영 미치광이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체불명의 약물까지 맞아가며 캡슐에 누운 것은, 폐쇄구역을 여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폐쇄구역의 Lock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진다. 헛되이 목숨만 날리게 된다 하여도, 손대지 않은 수단이 남았다면 당연히 시도해볼 생각이다.

그렇기에 미친 짓인 걸 알면서도 편재는 여기 있었다.

“속이 메스껍거나 어지럽지 않습니까?”

미모의 간호사가 눈꺼풀을 뒤집어보며 질문했다. 편재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가슴 설레게 예쁜 여자가 옆에 있었지만, 신경이 곤두선 편재는 오히려 귀찮았다. 간호사도 사무적으로 이것저것 체크하더니 총총히 걸어 가버렸다.


- 점검이 끝난 순서대로 철수를 시작합니다.


또 방송이다. 대략 1분 간격으로 10번이나 했으니 사람들은 모두 빠져나갔을 것이다. 남은 건 셸터의 기동을 위해 참여한 프로그래머들. 편재는 그 중 한명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면면을 떠올려본 편재는 자신이 여기 있어도 되는 것일까 의문을 가졌다.

처음엔 경험으로 밀리지 않을 거라 자신했었다. 이들 전원이 ‘드림워커’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들이 파이오니어 컴퍼니의 장학금을 받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 인 것을 안 순간 편재는 자라목이 되었다. 반면 승부욕에 불이 붙는 것도 사실이다.

저들도 실제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어쩌면 다들 경쟁심리가 작용할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든든한 아군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그래. 저 잘난 드림워커들이 내편인데 뭐가 걱정이겠어.’

편재는 심호흡을 했다. 덮개가 닫히기 시작했다.


- 현재시간 11시 59분, 코쿤을 밀폐합니다.


셸터 기동의 최종단계였다.

커다란 몸체에 어울리지 않게 셸터는 조용했다. 작은 진동조차 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끄러운 쪽은 인간이었다.

5! 4! 3! 2! 1!

다들 입을 모아 숫자를 세었다. 그리고 코쿤 속의 사람들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해 눈을 감았다.


◇◇◇◇◇◈◇◇◇◇◇◇◈◇◇◇◇◇◇◈◇◇◇◇◇


- 오? 이것 참 신기하군요.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바로 옆에서. 하지만 아무리 고개를 돌려봐도 근처에는 아무도 없다. 이곳에는 편재 혼자다. 그렇지만 들떠하는 목소리는 지근거리에서 들린다. 하지만 이곳은 하얗게 펼쳐진 무의 공간일 뿐이다.


- 이곳이 셸터 안인가?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편재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저들처럼 한가하게 구경할 때가 아니다. 편재는 가상현실 게임에서처럼 메뉴를 외쳤다. 그러자 Virtual screen으로 각종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편재는 가장 익숙한 인터페이스로 화면을 바꾸었다. 바로 다중 키보드와 모니터였다. 손가락을 맞물리게 엮은 편재는 힘주어 바깥으로 밀어냈다.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뚜둑 소리가 났다.

“좋아. 시작해볼까.”

현재 셸터가 위치한 곳은 A블록. 여기에 숫자를 붙여 세세하게 나눠 사용한다. 예를 들어 ‘A-306구역’은 쇼핑몰이 밀집되어있고, ‘D-1165구역’은 완두콩을 재배하는 플랜트 지역이다. 그러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콜로니에 더 많은 공간이 요구되면 증축계획이 세워진다. 이때 각 블록의 이름이 변경된다. 새로이 A블록이 건조되면, 기존의 A블록은 B블록으로 강등된다.[B블록도 C블록으로……순차적으로 강등된다.] 콜로니는 그런 식으로 확장되어 왔다.

그렇다면 폐쇄구역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강등된 기존의 블록들 중에서도 코어의 독자적 판단으로 봉인된 곳을 말한다.

여기에는 치기어린 해커들의 책임이 컸다. 해커들은 스스로의 실력을 뽐내거나, 단지 연습 상대로서 강등 블록의 코어를 건드렸다. 반복되는 해킹 속에서 코어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외부와 격리시키기로 결정했다.

폐쇄구역은 그렇게 생겨났다. 그동안 폐쇄구역을 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사실상 강등된 블록의 대다수가 폐쇄구역이 되어버렸다. 그중에서도 편재가 맡은 곳은 N블록. 시작은 순조로웠다. 콜로니의 심층 방화벽이 우수수 뚫려나가기 시작했다. 구형 단말기를 주로 다뤄왔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수월했다. 강등된 예전 구역들의 구조는 편재에게 너무도 익숙했다.

문제는 코어라고 불리는 곳. 이곳은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곳이라서, 어설프게 대응하면 다음에는 더 발전된 형태의 방화벽으로 해킹을 튕겨낸다. ‘드림워커’가 동시에 투입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폐쇄구역의 코어는 만렙마왕이다.

주변부만 맴돌고 있었음에도 코어는 즉시 반응했다. 임전태세가 된 코어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변조된 데이터, 바이러스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지가지 하네. 이런 못된 짓은 어디서 배워가지고.”

편재는 즉시 그쪽의 연결을 차단하고, 바이러스로 손상된 프로그램을 복구했다. 그리고 다른 루트를 찾아들어갔다.


◇◇◇◇◇◈◇◇◇◇◇◇◈◇◇◇◇◇◇◈◇◇◇◇◇


상황통제실에서 편재의 모습을 지켜보던 편승에게 영희가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편승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분리주의자들인가?”

“처음엔 그랬습니다만, 침투 경로가 다각적입니다. 아무래도 복수의 세력이 연합한 것 같습니다.”

“상황은?”

“교전은 전부 빌딩 내부에서 벌어지는 중이며, 인형병기까지 투입된 것 같습니다.”

“그래봤자 불나방. 그렇다고 방치해둬선 안되겠지.”

편승이 나서려 하자 영희가 만류했다.

“회장님은 여기 계십시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영희가 빠져나가자, 둘의 대화를 듣던 강박사가 물었다.

“문제가 생겼나?”

“아닙니다. 불나방이 들어온 모양입니다.”

“침입자가 있으니 큰일 아닌가?”

강박사의 호들갑에 편승이 크게 웃었다.

“여러분. 여기 파이오니어 빌딩에 무장세력이 침입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게 뭐?’ 이런 표정을 짓더니 하던 일을 계속했다. 무관심하게 지나칠 일이 아님에도 사람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자 강박사는 혼란스러웠다.

“큰일이 아니라고?”

“큰일이긴 하지요. 침입자들에게는.”

편승은 자신의 암릿을 조작하여, 이 무장빌딩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무장인력 : 무장등급 A1-50명/ 무장등급 B2-300명/ 랭크S 용병-1명

무인병기 : 무장등급 N1-1500기/ 무장등급 N5-2500기/ 무장등급 D8-5000기

열선포 : 200문/ 호밍레이저 : 100문/ 20㎜밸컨 : 400문/ 다연장미사일 포트 : 200문/ 유산탄 발사기 : 620문/ 가스 살포기 : 80문 /화염방사기 : 200문

기계식 트랩 : 콤보형 3000기.

.

.

.

나열된 수치들을 본 강박사는 입을 떡 벌렸다. 물론 무장빌딩이니 무시무시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이 빌딩이 ‘스타 디스트로이어’라도 되나? 이 말도 안 되는 무장은 대체 뭐야?”

“예전에 계셨던 달 기지는 이보다 더한 무장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뭘 그리 놀라느냐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편승을 보며 강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거긴 혹시라도 라엘리언 같은 놈들이 올까봐 그런 것이지만, 여긴 지구잖나! 전쟁이라도 할 셈이야?”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

편승은 다시 셸터 속 상황으로 눈을 돌렸다. 영희까지 보내놨으니 이제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다. 강박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았다.

‘일반직원들이 외부침입에 태평할 정도로, 이 빌딩의 무장상태는 굉장해. 하지만 침입자들이 그런 것도 몰랐을까?’


◇◇◇◇◇◈◇◇◇◇◇◇◈◇◇◇◇◇◇◈◇◇◇◇◇


“찐득거리는군.”

입가의 주름살을 일그러뜨리며 대머리사내가 투덜거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구두 바닥에서 쩍쩍 소리가 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는 다리를 틀어 구두를 살폈다. 하늘거리는 보풀이 신발과 바닥을 잇고 있었다. 바닥은 검붉은 물질로 코팅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냄새는 나쁘지 않아.”

쇳내 나는 바닥을 걸으며 그는 자신의 무기에 탄창을 갈아 끼웠다. 버려진 탄창이 아무렇게나 굴러 바닥에 들러붙었다. 바닥에 칠해진 물질의 점도가 지나치게 높은 탓이다.

“로비는 클리어. 진입한다.”

그는 다른 사람과 통신을 했다. 그것도 암릿이나 단말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더 이상한 것은, 그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흔적들이다. 단단한 강철로 된 바닥이 발자국 모양으로 푹 파인 것이다.

“끄으…으으…….”

“아, 잠깐.”

그는 신음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화복을 입은 덩치들이 무더기로 쓰러져 있는 곳이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을 찾는 건 쉬웠다. 느릿하게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등짝을 밟으며 뒤통수에 총을 갈겨버렸다. 착탄의 반동으로 흔들리던 머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사방으로 뇌수가 튀었다. 그는 바짓단에 묻은 것을 털 생각도 하지 않고 다시 누군가와 통신을 했다.

“반복한다. 로비는 클리어. 진입하겠다.”

그는 엘리베이터와 바닥의 구멍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동전을 꺼내들었다.

팅.

가벼운 손짓으로 튕겨진 동전이 바닥에 떨어져 빙그르르 돌았다.

“숫자 쪽이군.”

코트자락이 펄럭이며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7.

삑삑삑삑.

편재는 시야 한쪽에 깜빡거리는 경고표시를 눈짓했다. 언제부터인가 나타나 자꾸만 신경에 거슬렸지만 확인하진 못했다. 지금 공략하고 있는 코어-N블록 통합 심층기저유닛 때문이다.

우회해서 들어가는 모든 통로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편재는 지금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일방적으로 연결을 끊고 복구하기를 벌써 수십 번이나 반복했다. 급하게 코딩한 프로그램을 동시에 밀어 넣어보아도 낚이질 않는다. 단순한 프로그램의 집합일 뿐이지만, 편재는 코어에게서 강력한 ‘적의’마저 느꼈다.

“어째서냐. 어째서 이렇게나 거부하는 거냐.”

이쪽의 셸터는 하드웨어만 해도 도시 크기의 면적을 차지한다. 반면 코어들은 그 크기가 빌딩만하다. 크기뿐 아니라 성능에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를 보인다. 셸터는 연산능력과 빠르기, 동시에 이루어지는 Input-Output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셸터의 힘을 업은 편재를 간단히 막아낼 정도로 코어의 능력이 출중하단 말인가?

그럴 리 없다. 편재는 고개를 저었다.

바이러스 살포를 하는 건 하드웨어의 성능차이를 줄이려는 발악에 불과하다. 실제로도 해결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단지 공수(攻守)가 전환되어 지금은 코어가 셸터의 회선을 능동적으로 찾으며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게 문제다.

코어는 지금 병법가였다. 최상의 방어가 공격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코어가 물량으로 밀어 붙이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한 이길 수 없다.

편재는 자존심이 상했다. 바이러스라는, 구시대적 유물로 인해 진검승부를 펼치지 못했다.

“망할 놈. 정전이나 되어 버려라.”

하지만 결코 그럴 일이 없다는 건 편재 스스로가 잘 안다. 각 구역에는 독자적인 생산설비가 있으며, 발전기 역시 마찬가지다. 모르긴 몰라도 셸터 역시 십 수개의 발전기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소모전은 역시 의미가 없다.

편재는 코어를 향해 열어둔 모든 회선을 차단했다. 재정비하여 다시 쳐들어갈 생각이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이기에 시끄러운 거지?”

비로소 여유가 생기자 편재는 경고메시지를 살펴보았다.


- 내부상황 : 10명이 리타이어 됐습니다./ 현재 남은 인원 : 2명 [편재, 지우]


“리타이어?”

지금 셸터에 남은 사람이 단 둘뿐이라는 사실에 편재는 뒷골이 땅기는 느낌이었다. 드림워커라고 기대했더니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 아닌가.


- 편재님의 스트레스 수치가 증가했습니다. 휴식을 취해주세요.

- 스트레스 수치가 100이 되면 강제 로그아웃이 이루어집니다. [현재 수치 65]

- 강제 로그아웃 되면, 충격 완화를 위해 1시간동안 램(REM)수면 상태에 빠집니다.


“대충 상황이 이해 가는군.”

워낙이 스트레스 받는 작업이라 본의 아니게 강제로 방출된 것이다.

“이거 조심해야겠는걸.”

남은 메시지를 읽던 편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외부상황 : 침입자와 산발적 교전. [적 47명 사살, 아군 피해 전무]

- 퍂앎쐫@쾛$¶asd햏f∽13ghj▦jh룷k㏂☞3꽳닳♬


“이건 메시지 출력부의 문제인가?”

마지막 줄의 깨진 글자를 복원해볼까 잠깐 고민하던 편재는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자와 교전중이라는 말 때문이다.

오늘이 어떤 날인가. 바로 구원절이다. 다 같이 하나가 되어 즐기지는 못할망정 테러를, 그것도 파이오니어 컴퍼니에 싸움을 걸다니 제정신인가 싶었다.

“어디 네놈들 낯짝 좀 보자.”

편재는 빌딩에 설치된 CCTV화면을 끌어와 모니터에 배치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연기가 치솟고 피가 튀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다. 딱 봐도 침입자의 숫자가 꽤 많았다. 당장 교전중인 장소만 스무 곳이 넘었다. 편재는 그 중 한 곳을 골라 전체화면 보기를 했다.

양쪽 모두 비슷한 복장을 해서 피아식별이 힘들었지만 문제없다. 아군이 압승이라 했으니 쓰러진 쪽이 침입자일 것이다.

“아이고 불쌍해라. 그냥 녹네 녹아.”

압도적인 화력으로 상대를 유린하는 모습이 참 든든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적들이 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편재는 다른 곳의 CCTV도 보았다.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그때 편재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눈에 띄었다. 이미 무력화된 상대에게 단분자 커터를 휘두르는 장면이었다. 편재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하는 짓이야 저게?”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이었다. 굳이 확인사살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저들은 어디까지나 경비대였고, 여기는 전쟁터가 아니다. 그럼에도 CCTV 곳곳에서 자행되는 살상은 하나같이 도가 지나친 것들이었다.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리니, 무심코 지나친 것들이 또 마음에 걸린다.

바로 경비대들의 장비다. 복장이야 다들 검은색으로 통일되어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장비들은 제각각이다. 개조할 수도 있는 게 무기라지만, 그래봐야 펄스라이플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화약을 사용하는 구식총은 어디까지나 보조무장이다. 하지만 경비대들은 하나 같이 구식 총류를 들고 있다. 개중에는 샷건의 총신을 잘라 만든 ‘오프 소드’만 두 개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설마?”

편재는 CCTV의 화면을 확대하여 죽은 사람이 손에 쥔 무기를 살폈다.

“아…….”

그것은 펄스라이플이었다. 편재는 잘못 본 것이길 빌었다. 코어 공략하면서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헛것을 보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다. 화소가 낮은 화면이라 형태는 두루뭉술했지만, 한때 용병으로 활동하기도 했기에 헷갈릴 리 없었다. 직접 사용도 했던 무기다.

“분명히 펄스라이플이야.”

게다가 자세히 보니 쓰러진 사람들의 옷은 강화복이고, 옷깃에 새겨진 마크는 분명히 파이오니어 컴퍼니의 것이다. 이제 분명해졌다.

죽은 사람들은 경비대였다.

그때 경고음이 울리며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 내부상황 : 10명이 리타이어 됐습니다./ 현재 남은 인원 : 2명 [편재, 지우]

- 편재님의 스트레스 수치가 증가했습니다. 휴식을 취해주세요.

- 스트레스 수치가 100이 되면 강제 로그아웃이 이루어집니다. [현재 수치 90]

- 강제 로그아웃 되면, 충격 완화를 위해 1시간동안 램(REM)수면 상태에 빠집니다.

- 외부상황 : 침입자와 산발적 교전. [적 82명 사살, 아군 피해 전무]

- 퍂앎쐫@쾛$¶asd햏룷k㏂☞3꽳닳♬f∽13ghj▦jh


메시지를 확인해본 편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분명 죽은 건 이쪽의 경비대인데, 경비시스템은 아군의 피해가 전무하다고 한다. 그리고 늘어난 적 사망자의 숫자.

“누군가 정보를 가로채 수정하고 있어.”

내부에 침입한 건 무장 세력만이 아닐 것이다.

해커가 있었다.

그 증거가 눈앞의 시스템 메시지다.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말도 안 돼! 여긴 파이오니어 무장빌딩이라고! 그것도 A구역!”

뜻밖의 상황에 충격을 받았지만, 편재는 그냥 넋 놓고 있지 않았다. 긴 손가락이 키보드위로 어지러이 흘렀다. 바깥의 CCTV를 셸터에서 볼 수 있다면, 당연히 편재가 본 것을 바깥에 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와 연락을 취하려 하자 뜨는 메시지.


- 잘못된 연결입니다. 해당 포트를 찾지 못했습니다.

- 잘못된 연결입니다. 해당 포트를 찾지 못했습니다.

- 잘못된 연결입니다. 해당 포트를 찾지 못했습니다.

.

.

.

“젠장!”

화를 내자 경고 메시지가 떴다.


- 편재님의 스트레스 수치가 증가했습니다. 휴식을 취해주세요.

- 스트레스 수치가 100이 되면 강제 로그아웃이 이루어집니다. [현재 수치 95]

- 강제 로그아웃 되면, 충격 완화를 위해 1시간동안 램(REM)수면 상태에 빠집니다.


“크윽.”

마음대로 화를 낼 수도 없다. 그랬다간 가상현실 속에서 강제로 퇴출이다. 밖으로 나가는 거야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만약, 편재의 생각대로 셸터 밖 사람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면-그래서 눈뜬장님과 같다면 더더욱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후~욱.”

심호흡을 하며 편재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동료를 구하는 것이다. 아직 셸터에 접속 중인 사람은 편재 말고도 한명이 더 있다. 그를 끌어들여야 한다.

“이름이 지우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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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ED) +1 13.11.22 1,147 22 15쪽
2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1 13.11.19 1,216 24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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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13.11.15 1,556 28 23쪽
2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5) +1 13.11.13 1,750 28 21쪽
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3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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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1) +1 13.11.07 2,192 36 23쪽
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38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0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3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3 3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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